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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크 님의 서재입니다.

머큐리 [추억편]

웹소설 > 자유연재 > 드라마, 판타지

완결

이루크
작품등록일 :
2019.12.26 20:08
최근연재일 :
2020.09.12 15:27
연재수 :
320 회
조회수 :
19,700
추천수 :
321
글자수 :
2,632,291

작성
20.07.29 00:32
조회
55
추천
2
글자
22쪽

제249화 - 오해를 풀다

DUMMY

“오형사?”


“예! 반장님?”


“청송교도소에 수감된 징역7년을 선고 받은 이하운 국장있지. 자살을 했다네? 저녁때 같이 조문이나 가자고?”


“알겠습니다.”


상두는 진지한 표정으로 컴퓨터 자료실에 보관한 사건일지들을 재 검토한다.


“왜요? 이미 종료된 사건인데 왜 다시 보세요?”


“그냥 갑자기 요들송이 생각나서...”


“반장님 그 친구가 길거리에서 공연하는 유튜브 영상 보셨어요? 저 그거 보고 바로 그 친구 골수팬 되기로 했습니다.”


“그런 거 있으면 혼자 독식하지 말고 공유해!”


“네! 엔서니한 인스타그램하고 네이버 팬카페 들어가보세요 회원이 5천명이 넘어요.”


“마형사?”


“예!”


“정지훈 기억나지?”



“아? 그럼요. 반장님이 정지훈 감방 들어갔을 때 매번 빼 먹지 않고 사식 넣어주셨잖아요?”


“맞아. 그 친구 덕에 전화 한 통 안 하던 내가 어머니께 안부전화를 수시로 했던 것 같아...”


“정지훈 지금도 만나신다면서요?”


“그때 진짜 골때리는 복잡한 미제사건을 수사 했던 것 같아. 정승재는 13년전에 억울하게 죽은 친구 범인을 잡아달라고 때마다 찾아와 나를 끈질기게 괴롭혔고 고선우는 자기 친한 친구의 약혼자가 교통사고로 숨졌는데 실종이라고 어찌나 우기며 집요하게 나를 괴롭혔던 그 대단한 단짝친구들 때문에 결국 사건이 잘 해결됐지.”


“그 사건이 해결되고 곧바로 경위로 승진 되신거 아니에요?”


“이건 만약인데... 이하운 국장이 정말 누명을 썼다면 이 요들송 불렀던 친한 친구가 나중에 죽어서 유령이 되가지고 나를 들들 볶을까봐.. 그게 걱정이 되....”


“에이~ 너무 앞서가십니다.”


“오형사! 자네가 내 심정을 알아! 정승재, 고선우한테 8년동안 시달렸봐? 나 죽고 나서 부검하면 내 몸에서 분명히 사리가 튀어 나올거야.”


***


화르륵 거리며 불이 천장 위로 달라 붙고 솟구치며 집안에 있는 모든 것들을 태워버린다.


카펫, 커튼, 스툴, 오토만 옷장, 섬유재질에서 인체에 해로운 일산화탄소 가스를 만들어낸다. 조금 뒤 스프링클러에서 물이 쏟아져 나온다.


태석이 모든 사활을 걸고 자신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린 머큐리와 와신상담 전투의 시발점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야 알겠네요. 왜 당신이 오랜 세월동안 나와 영주의 눈을 속이고 캐슬에 잠입하여 영주 옆에 가까이 붙어 있게 된 목적은 영주에게 큰 호감을 사서 신뢰를 얻는 것이었지.”


태석이 실키 하게 미소 지으며


“엠브리 로이는 자신의 부모님의 원수를 갚겠다는 불굴 투지를 불태우며 세상에 감추어지고 알려져 있지 않은 USA 국방부 차관이었던 브라이어의 핏줄, 사생아의 뿌리를 한국에서 찾기 시작했어. 그것 뿐만 아니라 박영주의 사생활 여자취향, 취미, 식성, 종교, 교류 및 인적네트워크, 자주 가는 행선지, 혈액공포증 같은 아주 세세한 정보들을 사생활 속에서 찾아내 기회가 올 때마다 우리들의 눈을 속이고 그 강이수 라는 사람에게 빠짐없이 쥐도새도 모르게 상세하게 보고를 했겠지. 사업 밖에 모르는 연애의 문외한이었던 박영주는 약혼녀 서혜인과 파혼 이후로 실연의 상처는 새로운 사랑이 약발이 잘 받았던 모양이야. 7년만에 런던에서 처음 만난 여자에게 쏙 반해 버렸거든.... 그 여자가 바로 엠브리 로이, 강이수였다.”


속마음이 여린 강우가 금방 시무룩해지며 태석이 말이 틀리지 않는지 표정에 그늘이 생긴다. 고개를 푹 숙인다.


“네가 개인 운전기사로 위장한 스파이라는 것을 눈치 챘을 때, 그 자리에서 내가 네놈의 숨통을 끊어놓지 못한 것이 오늘날까지 난 뼈가 사무치도록 후회하고 있어.”


태석이 표독스럽고 냉담한 표정이다.


걸어 다니는 브레인, 돗자리 깔아도 될 정도로 촉이 정말 예리하고 뛰어나다. 태석은 절대 만만히 보면 안되는 정말 무서운 상대다. 이세민을 보좌하고 당나라 황제로 옹립 시킨 위징과 장손무기와 같은 재상이다.


태석이 태연하게 미소를 지으며


“훗... 내 말이 틀렸거나 어폐가 있다면 지금 여기서 날 설득시켜봐.. 그럼 네가 나 보다 한 수 위라는 것을 인정해 줄 테니까.”


“윤실장님.”


그토록 신뢰하고 믿었던 강우에 대한 미련이 밑바닥으로 완전히 추락했다.


영주를 배신한 강우에게 용서할 마음이 말끔히 사라지는지 태석은 스스로 통제가 안 될 정도로 너무 화가나 주체할 수 없는 지 증오심이 엄습하며 마음속에 원한을 품었는지 태석의 지혜롭고 따뜻했던 상냥함은 오래전에 사라진지 오래다.


“순진한 척 그만하고 이제 그만 가면을 벗는 게 어때.. 본색을 드러내시지. 똑똑한 러시안 블루 조셉.. 예전처럼 내 눈을 똑바로 보고 당당하게 떠들어 보라고!”


“죽이세요.”


저 멀리서 강우가 힘없이 어깨가 축 쳐져서 작은 소리로 속삭인다. 강우는 초연하고 덤덤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태석이 눈빛이 동요하며


“언젠가는 윤실장님을 이렇게 한번은 만나게 될 거라는 것을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어쨌든 저는 부모님의 원한을 갚았고 어떠한 소망도 이루었습니다. 지금처럼 빛 한줄기 하나 들어오지 않는 앞을 못 보는 맹인으로 살아도 상관없지만.. 내일 죽어도 저는 이 세상에 미련이 전혀 없거든요.”


강우는 고양이 같은 순수한 눈웃음을 지으며


"그건 무슨 뜻이지? 마치 순진무구한 어린 양처럼 아무런 죄도 짓지 않았는데 나를 이유 없이 나쁜 짓을 하는 악한 사람으로 몰아 가는 게 취미야?"


태석이 상대가 너무 약해서 싸울 맛이 안나는 지 김샌 듯 허탈한 표정을 짓는다.


“김강우 너는 원하는 뜻을 다 이루었으니까.. 일말에 미련 없이 이승을 홀연히 떠나겠다. 누구 마음 대로... 미안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게 마음처럼 쉽게 되지 않을 거야. 난 이제 시작인데... 너의 소중한 형제를 잃는 아픔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지.. 내가 아주 실감나게 느끼게 해줄게.. 눈은 보이지 않아도 귀는 들을 수 있지 않을까? 똑똑히 알아둬.. 김강우, 날 원망해도 소용없다. 이 모든 재앙의 불씨는 바로 너로 인해 시작됐으니까. 머큐리 너희들이 꿈꾸는 혁명! 궁극적인 취지! 그 숙원은 결국 이루지 못하고 아쉽게도 분산 될 것이다. 내가 반드시 그렇게 만들 것이며 그것이야 말로 내 바라는 소망이다.”


태석이 등을 돌리고 밖으로 나서려 할 때 쯤 조직원들이 강우 앞으로 몰려온다.


조직원들은 겁도 없이 강우 앞으로 다가서는데 요리의 심기가 더 날카로워진다.


“캬악!”


그토록 순하고 귀여웠던 회색 고양이 러시안블루는 불 냄새를 맡고 아까부터 심기가 매우 예민한 상태였다.


어느새 난폭해지고 전투본능으로 바뀐 지 오래다. 사나운 눈초리, 날카로운 송곳니를 들어올리며, 야생 포유류처럼 솜털이 바짝 곤두서며 으르렁댄다.


금방이라도 상대편을 물어뜯어 죽일 기세였다. 음산한 울음소리를 내며 공격 자세를 취하더니 요리는 그대로 달려가 사정없이 손톱으로 사내의 손과 얼굴을 번개같이 할퀴고 잽싸게 달아난다.


남자는 여기저기에 약간에 생채기가 났을 뿐 경상이라고 볼 수도 없다.


극도로 화가 난 자객은 권총을 꺼내고 요리에게 총구를 겨눈다.


후천적으로 일반사람보다 4배로 특출나게 발달한 민감한 감각기관을 가진 강우는 일직선 40미터 앞에서 귀에 익은 소리, 산탄총의 해머를 장전하는 기계적인 소리를 귀신같이 간파한다.


“요리야! 왼쪽으로 피해서 밖으로 얼른 도망쳐!”


긴장한 강우는 자신의 분신이나 다름없는 러시안블루, 요리에게 아주 큰 소리로 언성을 높였다.


“탕!”


곧바로 한 발의 총성이 거실에서 울려 퍼졌다.


두어 번 반복해서 총알을 난사했지만 요리는 사사삭거리며 민첩한 몸놀림으로 요염한 동작으로 총알을 아슬아슬하게 비껴가더니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총기를 든 괴한들의 손이 절대 닿지 않는 작은 문 틈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안전하게 위기에서 벗어난다.


사내들은 한발 한발 다가간다.


강우가 앞을 보지 못 한다는 핸디캡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잔인한 남자들은 아주 거만하게 우쭐대며 서로 눈으로 사인을 주고받으며 김강우를 덫에 걸릴 수 있게 유도하려 간교한 술책을 꾸민다.


기름과 물에 젖어 형광등, 전기장판, 콘센트, 가전제품에 합선이 될 우려가 돕다.


불꽃이 스며들며 치지직 정전기 일어나듯 소음을 일으킨다.


불이 아직도 실내 안에 번지고 있고 매캐한 연기가 아직도 사그라지지 않았다.


“윤실장님 멈추세요! 저는 당신과 싸우고 싶지 않습니다. 윤실장님은 원래 마음씨가 착하고 선한 사람이잖아요. 당신이 지금 한 가지 크게 오해하는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나중에 이 진실을 알았을 때 당신이 얼마만큼 힘들고 괴로워 할지 알기 때문에 미리 말씀 드리는 겁니다.”


강우는 서글픈 표정으로 태석에게 당부했다.


문 밖으로 나가려던 태석이 발걸음을 멈추고 귀를 기울인다.


“당신은 오늘 이 날을 분명 후회하게 되실 겁니다!”


“그럴까?”


“제 생각이 맞다면 윤실장님은 오래전에 누군가 의문의 서신 한 통과 피가 묻어있는 손수건의 주인이 대청도 섬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왔을 것입니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렇게 당신이 직접 이곳에 발을 들일 사람이 아니지 않습니까?“


태석은 그 말을 듣고도 오히려 강우를 대놓고 조롱하듯 피식 웃는다.


강우를 조금 괴롭혀 주고 싶었는지 강우가 조직원들과 오랜만에 싸우는 모습을 마치 영화를 관람 하듯 보기 위해 가만히 뒷짐을 진 체 흡족한 표정으로 서 있다.


“아? 류태양을 말하는 건가?”


강우가 표정이 굳어지며


“그래..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내가 이곳에 찾아온 진짜 목적이니까? 아주 정확하게 콕 찝어냈어.. 내 아킬레스건을 건드려서 너희에게 백기를 들고 투항 할 것이라고 판단했겠지. 근데 어쩌지... 내가 사실 두뇌가 아주 똑똑하긴 하거든... 뼛속까지 능구렁이라 날 그렇게 호락호락한 가벼운 상대로 보지 말라고...”


강우는 착잡한 심정으로 고개를 푹 숙인다.


“혹시 이게 MIT 기계공학 석사를 나온 김강우의 비상하고도 영리한 머리에서 나온 아이디어인가? 네가 기똥차게 만들어낸 가짜 박영주의 정체를 밝혀내서 네가 보는 앞에서 아주 보란듯이 숨통을 말살 시켜 버릴 것이다.”


윤태석이 대화를 끝내고 나자 마자 대기 하고 있던 수하들중 좌측에 있던 조직원이 공격을 먼저 시도했다. 강우에게 불리한 상황이었다.


양쪽에 서 있던 남자 두 명이 멀리 떨어져서 강우를 가운데 사이에 두고 마치 배구를 하듯이 소품들을 내던진다.


강우가 순발력 있게 옆으로 굴러 피하지만 동시에 뒤에서 뭐가 날아오자 강우는 일단 피하기 급급하다.


집안에 소품이라는 소품을 전부 꺼내서 강우에게 던진다.


주방 가위도 날아오고 화분도 날아온다.

장도리도 날아오고 의자도 날아오고 거울도 날아온다.


어느 틈에 쇠사슬이 날아와 강우의 한쪽 발이 정확하게 묶이면서 조직원이 있는 힘껏 안쪽으로 당기자 발목을 꽉 조여지면서 강우는 그대로 바닥에 넘어진다.


“젠장...”


강우는 당황한다. 쇠사슬을 잡고 있던 조직원이 발이 묶여 꼼짝할 수 없는 상황에 치닫자 그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반대쪽에 서 있던 남자가 강우를 향해 K2 자동소총을 조준한다.


“윤태석! 그럼.. 어디 내 숨통을 말살 시켜봐.”


집안은 온통 잿더미로 둘러싸여 있고 화마가 지나간 직후 매캐한 연기 속에서 오래전부터 귀에 매우 익은 정겨운 목소리가 들리자 윤태석의 눈빛이 사정없이 동요한다.


검은 재킷에 검은 모자를 쓴 정체를 알 수 없는 이 남자는 장작 하나를 손에 쥐고 자동소총으로 강우에게 겨누고 있던 조직원의 등을 인정사정 없이 후려치며 강하게 일격을 날리자 이 조직원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고꾸라진다.


갑작스런 기습공격에 남자는 속수무책 없이 제압당했다.


그의 몸놀림이 범상치 않다.


화려하게 동작이 크거나 째를 내는 게 아니라 신속하게 실전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술로 정확히 때려서 상대방에게 깊은 데미지를 입힐 곳만 찾아서 공격을 하는데 검도의 기본기가 몸에 배어 있었다.


단 일합으로 이 남자는 숨 돌릴 틈없이 전광석화처럼 반대쪽에 서 있던 조직원의 팔목을 때리자 이 조직원도 총을 떨어뜨린다.


실제로 그는 달타냥 뺨칠정도로 실력이 매우 뛰어난 검도6단 유단자이다. 8살 때부터 억만장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녔기에 그의 몸값을 노린 유괴, 납치, 피습, 테러가 빈번하게 발생했기 때문에 글로벌그룹 회사 뿐만 아니라 집안 곳곳에 사복입은 경호원 여러명의 24시간 배치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는 경호원들에게 자신의 몸을 무조건적으로 의탁 하지 않았고 각고의 피나는 노력으로 자기 앞가림 정도는 제법 할 수 있게 되었다.


뚜벅뚜벅 발을 힘차게 앞으로 내 딛으며 장작 모서리 끝으로 상대의 목을 지그시 누르듯 억압하며 강우에게서 멀리 떨어뜨리면서 동시에 한쪽 발이 풍차처럼 허공을 순식간에 가르며 빠르고 유연하게 회전 하더니 720 돌려차기로 영주는 남자의 얼굴 부위를 정확하게 가격했다.


그는 외마디 비명소리를 내며 바닥에 넘어진다.


“으악!”


검도 실력이 아주 수준급이고 범상치 않다.


태석이 힐끗 쳐다보면 어디서 낯설지 않은 풍채, 옆모습이 자신이 아주 잘 알고 있는 사람과 너무도 닮았다.


그 사람은 바로 6년 전에 고인이 된 박영주였다. 목검을 잡을 때 오른손이 위에 있는 버릇까지 똑같아서 태석이 순간 온몸에 소름이 확 끼치면서 유령을 본 듯 얼음처럼 굳어져서 가만히 서 있다.


영주가 눈시울을 붉히며 강우 앞을 막아서고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태석을 무섭게 노려보고 있다.


6년 만에 드디어 태석과 영주가 다시 만났고 서로의 눈을 마주보고 서 있다.



태석은 나사하나 풀린 멍한 표정으로 멀대처럼 가만히 서 있었다.


“넌 지금 아주 단단히 오해하고 있어! 강우가 우리를 배신한 게 아니다. 내가 그날 밤 강우를 불러내 브라이어를 직접 만나서 협상을 하겠다고 부탁을 했어. 그날 한국에 브라이어가 심어놓은 플루토늄 핵폭탄이 원격으로 타이머가 작동이 되면서 비상이 걸렸을 거야. 1분1초가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네가 브라이어를 만나서 과연 승산이 있었을까? 아니.. 넌 절대 브라이어를 굴복 시키지 못해! 하지만 난 가능해.. 왜냐하면 내가 브라이어의 친아들이니까.. 원효대교에 경찰들을 미리 매복 시키고 나와 아버지를 함정에 빠트린 사람은 강우가 아니라 다름 아닌 네가 꾸민 전략이었다. 윤태석.. 네 자신이 이제 소미와 준서를 당당하게 바라볼 수 없을 정도로 멀리 와 버렸고 영원히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네 스스로가 매우 잘 알고 있을 거야. 너무 악귀처럼 변해버려서 끔찍하게 싫은 것은 이해한다. 다만 그 죄를 강우에게 뒤집어 씌우는 것은 절대 내가 용서 못해.”


“그럼.. 내가 부검실에서 본 시신은....”


태석은 쇼크가 큰지 아까부터 안색이 새파랗게 질린 상태로 손이 자신도 모르게 부들부들 떤다.


“그날 원효대교에서 투신한 나와 아버지의 목숨을 구한 사람이 김강우다. 태석이 네 손으로 땅에 묻은 사람 내가 아니라.. 내 아버지 브라이어.”


태석은 매우 경악한다. 천천히 두 세 발 뒷걸음질을 쳤다.


“그럴 리가 없다. 머큐리 정부 박세혁의 그 무리들과 김은재와 합세해서 네가 브라이어의 사생아, 아킬레스건이라는 정보를 알아내서 치밀하게 계획을 세웠지. 순진한 너를 이용해 글로벌그룹 오너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나도록 함정에 빠트린 거다.”


태석이 목소리가 점점 떨리기 시작한다.


“아니야! 머큐리든.. 할머니든.. 글로벌그룹 안에 내부자들이 서로 공모하였든.. 그거와는 무관한 일이야! 난 어릴 때 기회만 된다면 그 버거운 중책의 자리에서 얼른 내려 오고 싶었어.. 난 18살때부터 너에게 오너 자리를 물려 주기 위해 차근차근 대비책을 세웠던 거야!”


영주가 눈물을 글썽이며 더욱 언성을 높였다.


태석은 소름끼치는지 안색이 점점 창백해진다. 자기 앞에 있는 박영주와 완전히 똑같은 얼굴을 한 류태양이라는 인물은 박영주의 과거사까지 마치 백과사전처럼 전부 줄줄 꾀고 있었다.


"김강우.. 제법이구나?"


“그럼 지금 네 앞에 서있는 난 정체가 뭘까? 허깨비나 혼령 같은 거라도 되?”


영주는 끝까지 의심하는 윤태석에게 살짝 서운한 마음을 드러내며 눈물을 글썽인다.


“난 지금 어차피 살아도 산게 아니야.. 기회는 다시 오지 않아.. 이제 남은 여생을 아버지를 대신해서 그분이 상처를 줬던 사람들에게 위로하고 속죄하며 살아야 할 운명이니까.. 윤태석 너 역시도 마찬가지다. 이런 만남이 썩 유쾌하지는 않잖아? 현주를 죽이라고 명령을 내린 사람도 다름아닌 내 아버지 브라이어.. 날 죽이고 싶을 정도 원망스럽지 않아?”


영주가 눈시울 붉히며 말했다.


“조용히 해! 입 다물어.”


태석의 눈동자는 핏발을 설 정도로 살기로 가득 차 있다.


“너희가 만든 가면극의 내가 그리 호락호락하게 쉽게 넘어갈 것이라고 본 것이냐? 아주 대단한 머큐리군...”


영주의 눈빛이 다시금 민첩하게 동요한다.


“지금에서 내가 무슨 소리를 해도 이해가 안 되겠지. 한 가지 분명 한건! 김강우는 내 목숨을 살려준 은인이야. 내 은인한테 함부로 하면 아무리 너라도 내가 용서 안해.. 30년 지기로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너에게 간곡히 부탁한다. 다시는 이곳에 나타나지말고 날 만나서도 안 돼! 지금 당장 여기서 돌아가 윤태석! 머큐리 암부들이 소식을 듣고 여기로 분명 달려오고 있을 거야. 그들에게 보복 당하고 싶지 않으면 빨리 가라고!”


영주는 태석을 살리기 위해서 섬마을에서 무사히 도망칠 수 있게 배려 하려고 했다.


“내 목을 노린다고.. 어디 해볼 수 있으면 해봐.”


태석은 증오와 살기어린 눈빛으로 뒤를 돌아 강우를 차갑게 노려본다.


악의 본성밖에 남아있지 않은 태석이 뒤는 도는 것 같았지만 자켓 안주머니에 숨겨 놓은 권총을 꺼내더니 바닥에 쓰러진 얄미운 강우를 향해 겨누고 눈썹이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방아쇠에 손이 올라갔다.


“젠장!”


영주는 눈치를 채고 얼른 뛰어가 강우를 자기 몸으로 방패처럼 감싼다.


탕/ 적막한 공간에서 한 발의 총소리가 들렸다.


강우는 얌전히 엎드려 있는데 다행히 총을 맞지 않고 무사한 것 같다.


강우는 자신의 신체 일부에 사람의 따뜻한 체온이 느껴졌다. 이 사람은 조금 꿈틀거리며 움직이자 강우는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강우는 그의 몸에서 나는 냄새, 체취로 눈으로 보지 않아도 박영주라는 것을 바로 눈치 챘다.


“강우야...”


영주는 평이한 목소리로 강우를 불렀다.


강우는 바로 옆에서 영주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려 양쪽 귀를 쫑긋 세운다. 영주는 조심스럽게 강우의 팔을 건드렸다.


“형님.. 방금 총 소리가 들렸어요.”


강우는 눈이 안 보여서 지금 어떤 상황인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는지 몸을 사시나무처럼 부들부들 떨었다.


“손을 어쩌다가.. 잠깐만...”


영주는 거친 날숨을 쪼개며 움직이는 게 조금 서툴고 힘들어 보였다.


강우의 손바닥과 발바닥은 자잘한 유리조각들이 박혀서 내상이 심했다.


영주는 피로 흠뻑 젖은 손을 자기 안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깨끗이 닦고 기본적인 응급처치 밖에 할 수 없었다. 그 다음은 재빨리 셔츠를 걷어 올리고 메리야스 아래쪽을 입으로 물고 잡아 당겨서 찢어내고 강우의 피로 범벅된 발도 꼼꼼하게 지혈해준다.


“콜록.. 내가 눈이 좀 침침해서 제대로 했는지 모르겠네.. 미안해.. 강우야.. 태석이 지금 많이 아파서 그런 거니까.. 너무 미워하지마..."


집안에 불이 점점 거세지고 매캐한 연기를 아까부터 흡입하고 있었던 영주가 별안간 기침을 하며 강우를 보며 상냥하게 미소를 짓는다.


“네.”


“강우야...”


영주는 말끝을 흐리다가 순간 정신이 아득해지며 눈이 감기고 의식을 잃어버리는데 강우 앞으로 힘없이 상체가 떨어진다.


“형님! 무슨 일 있어요!”


영주가 혼절한 상태로 아무 대답이 없자 강우는 매우 당황한다.


강우는 영주의 축 늘어져 있는 등을 매만지는데 순간 어떤 기분 나쁜 습한 온기가 느껴지는 물기가 자신의 손에 흠뻑 적시는 것을 느끼고 강우의 표정에 순식간에 균열이 생긴다. 그것은 피가 틀림없었다.


“영주형!!”


사위가 어두워서 아무것도 눈에 보이지 않는 강우가 비통한 표정을 지으며 겁을 잔뜩 먹은 불안한 목소리로 울음을 터트린다.


태석은 무덤덤하게 밖으로 나가려는 찰나 강우의 목소리를 듣고 다시 고개를 돌린다. 태석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구둣발로 강우의 몸을 힘껏 옆으로 밀어내고 등을 보인 채 쓰러진 영주의 얼굴을 자신을 향해 돌아보게 한다.


“이자가 진짜 박영주....”


태석은 눈물을 글썽이며 파르르 떨리는 손으로 영주의 창백한 얼굴을 만져 보며 천천히 훑어 보다가 결국 하체에 힘이 풀리듯 바닥에 풀썩 주저앉는다.


“정녕 네가 6년동안 이렇게 멀쩡한 상태로 이 하늘 아래에서 나와 같이 숨을 쉬며 살고 있었단 말이냐.”


인조 얼굴가면을 쓴 가짜 영주가 아닌 그는 진짜 29년 기막힌 우정, 서로를 위해 목숨까지 내 던질 수 있는 문경지교, 박영주라는 것을 이제 완전히 확신할 수 있었다.


조직원들이 더 이상 지체하면 안 된다며 옆에서 재촉을 했고 태석을 밖으로 내 보내려고 하자 태석은 오랜 고민 끝에 서둘러 영주를 들쳐 안고는 조직원들과 헬기를 타고 재빨리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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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 제259화 - 따뜻한 선행 +3 20.08.02 61 2 17쪽
259 제258화 - 도플갱어 소동 +3 20.08.01 58 2 22쪽
258 제257화 - 하나된 마음 +2 20.08.01 49 2 8쪽
257 제256화 - 케인의 자존심 +2 20.07.31 42 2 15쪽
256 제255화 - 절교 +3 20.07.31 61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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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 제253화 - 음악의 별이 되다 +2 20.07.30 50 2 19쪽
253 제252화 - 선율 +2 20.07.30 56 2 19쪽
252 제251화 - 다시 부활한 하이에나 +2 20.07.29 56 2 12쪽
251 제250화 - 영주를 되찾다 +2 20.07.29 55 2 18쪽
» 제249화 - 오해를 풀다 +2 20.07.29 56 2 22쪽
249 제248화 - 6년만의 재회 +2 20.07.28 61 2 20쪽
248 제247화- 그리운 이름 +4 20.07.28 58 2 10쪽
247 제246화 - 교도소 탈옥 +2 20.07.27 50 2 21쪽
246 제245화 - 교도소 상륙작전 +4 20.07.27 61 3 20쪽
245 제244화 - 배신의 아픔 +2 20.07.27 44 2 13쪽
244 제243화 - 미카엘의 고충 +1 20.07.26 46 1 16쪽
243 제242화 - 선암사에서 총격전(5) +2 20.07.26 51 1 17쪽
242 제241화 - 선암사에서 총격전(4) 20.07.25 54 0 15쪽
241 제240화 - 선암사에서 총격전(3) 20.07.25 52 0 19쪽
240 제239화 - 선암사에서 총격전(2) +1 20.07.25 49 1 21쪽
239 제238화 - 선암사에서 총격전(1) +1 20.07.24 55 1 16쪽
238 제237화 - 하나의 소중함(하) +2 20.07.24 59 2 25쪽
237 제236화 - 하나의 소중함(상) +2 20.07.23 60 2 14쪽
236 제235화 - 트릭 +2 20.07.23 50 1 10쪽
235 제234화 - 영원한 믿음 +1 20.07.23 50 1 10쪽
234 제233화 - 창룡의 고백 +2 20.07.22 47 1 7쪽
233 제232화 - 뮤지션의 길 20.07.22 43 1 8쪽
232 제231화 - 제주도 푸른 밤(하) +1 20.07.22 51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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