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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신 둘째 공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완결

하송
작품등록일 :
2020.09.14 14:54
최근연재일 :
2020.10.17 20:01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131,539
추천수 :
1,527
글자수 :
220,298

작성
20.10.16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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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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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글자
12쪽

18장 다시금 다가오는 그림자

DUMMY

“맛있다!”

“천천히 드세요, 아가씨.”


게걸스럽게 음식을 집어먹는 구율선미와, 그녀를 흐뭇한 모습으로 지켜보는 장군보를 앞에 두고, 유운백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지 않아도 산을 태워먹은 일을 관아에서 계속 따지고 있어 피곤하기 그지없었는데, 이들 상대까지 하고 있다보니 머리가 아파올 지경이었다.


“그렇게 보지 말라니까. 말했잖아, 일월신교가 있는 곳은 척박한 곳이라서 이런 음식들은 꿈도 못 꾼다고!”


구율선미가 젓가락을 찌를 듯 유운백에게 뻗으며 소리쳤다.


그녀의 표정에서 창백하고 기운이 없던 병약한 모습들은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유운명이 죽고, 그들이 회녕에 머무른지 어느새 한 달이란 시간이 지나갔다.


그동안 유운백은 구율선미와의 관계를 돈독히 다지는 것에 신경을 기울이고 있었다.


겉모습은 어려보이는 소녀 같은 외모의 여인이었지만, 의외로 머리도 좋고 알고 있는 것이 많아 그녀에게 배울 점들이 많았던 것이다.


이용해 주겠다는 마음으로 대하기 시작했었지만, 그도 그녀가 싫지만은 않았다.

진심을 다해 자신에게 다가오는 이를 밀어낼 만큼, 유운백은 모질지도 못했고 잔인하지도 않았다.


다만 같이 있다보면 소란스러운 일들이 많아져서 귀찮은 것이 유일한 흠이었다.


“음음, 그러고 보니 말이야. 예전에 말했던 거 기억나?”


그녀가 입안에 가득 만두를 담고 쩝쩝거리며 해오는 말에 유운백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떤 거?”

“그 왜, 주술사에 대한 얘기 말이야.”


유운백은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연락이 된 거야?”

“응. 조금 번거롭긴 한데 얘기는 잘 됐어.”


그는 제법 흥미로운 화제가 시작되자 상체를 가까이 기울였다.


“주술사라······ 한 번도 만나본 적 없어서 궁금한데.”

“나도 만나본 건 한 명밖에 없어. 그것도 한 번뿐이지만.”

“······뭐?”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어 되묻는 유운백에게, 구율선미가 채 썰은 돼지고기를 집어먹으며 이어 말했다.


“친분이 있는 건 내가 아니라 장군보거든!”

“장 대협이······?”


장군보를 쳐다보자, 그가 침음을 흘리더니 껄끄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본교의 호법원에 있는 분이오.”

“호법원이라면, 장 대협이 소속된 곳 아닙니까?”

“그렇소.”


듣기로는 일월신교의 호법은 세 명뿐이 없다고 했다.

그럼 제법 친근한 동료일 텐데, 그는 분명 거북스럽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혹시 사이가 안 좋은 겁니까?”

“그런 건 아니오, 다만 그분이 조금, 특이하셔서······.”

“난 잘 모르겠던데.”

“그건 아가씨가 대화를 안 해보셔서 그럽니다.”


유운백은 그의 모호한 말에서, 그 주술사라는 자가 평범한 사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럼 언제 만나 뵐 수 있는 겁니까?”

“뭐야, 만나보고 싶은 거야?”


구율선미가 의외라는 표정으로 물어왔다.


“조금 관심이 있거든.”


주술사란 상단전을 연 자들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그들이 쓰는 주술은 예전부터 사술 따위의 한 갈래로 치부되는 경향이 있어, 주술사들은 현 강호에서 큰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을 보유하고 있는 문파나 세력이, 다른 곳보다 강하다는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사술로 몰아 그들을 배척하려는 것일지도 몰랐다.

수가 별로 없는 그들을 가질 수 없다면, 다른 이들도 쉽게 손에 넣지 못하게 하기 위해.


“사파가 아니면 만나기도 힘드니까.”


주술사들을 경시하는 자들은 대부분, 역사가 있는 무공을 배우고 있다고 자부하는 정파였다.

기묘한 술법을 자행해내는 그들을 상대하는 것이 껄끄러워, 대화를 섞는 것조차 싫어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사술에 거부감이 없는, 사파에 소속되어 있는 경우가 잦았다.


“그 무원이라는 곳에 가기로 했다며? 그곳에는 모든 기재들이 모인다던데.”


구율선미가 유운백이 예전에 해줬던 말을 떠올리고 있는지 허공에 시선을 두며 말했다.


“글쎄. 가본 적이 없으니까 나도 몰라.”


남궁선옥이 해주었던 말에 고심하던 유운백은, 결국 무원에 참가하기로 마음먹은 상태였다.


맹에서 전해온 소식에 따르면 남궁선옥이 해주었던 말대로, 한시진에 한하기는 했지만 자신을 위해 진을 열어준다는 것 같았다.

거기다 무원의 관례인 무원행은 따로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도 같이 전해 들었다.


무원행을 하다 피해를 본 문파에게, 다시 한번 무원행을 하라고 강요하기에는 세간의 시선이 신경 쓰였던 거겠지.


“그래서 했던 말이지만, 언제 만나볼 수 있는데? 합비로 돌아가고 나면 시간이 없을 테니까 그전에 보고 싶은데.”


벌써 한 달이란 시간이 지났기에 가족들과 문도들이 걱정하고 있을 것이었다.


그동안 전서는 주고받고 있었지만, 차마 문파를 비울 수가 없는 유만호는, 뇌운문의 문도들을 회녕에 보내 머물게 하며 다친 무사들의 수발을 들어주게 하고 있었다.


중상이었던 호위무사들도 이제는 제법 거동할 수 있을 정도로 호전되고 있으니, 슬슬 뇌운문으로 돌아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밤마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드는 회녕에 오래 있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유운명과 죽은 호위무사들의 장례는 이미 뇌운문에서 치렀다고 문도들을 통해 전달받았다.

어차피 시체를 수습하지 못했기에, 유운백 일행을 기다렸다 치를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전서나 문도들의 이야기만으로는 가족들의 슬픔을 알 수 없었기에, 돌아가면 그들이 어떻게 하고 있을지 예상하기 힘들었다.


만약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에 휩싸인 채라면······.


유운백은 구율선미가 물을 꿀꺽꿀꺽 마시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크으······ 만나고 싶다면 다음에 천산으로 찾아와.”


술이라도 마신 것처럼 호쾌하기 입가를 닦는 그녀의 말에 유운백이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되물었다.


“이번에 못 만난다는 소리야?”

“음, 예전에 말해준 적 있을 것이오.”


장군보가 그의 물음에 대신 답하려는 듯 대화에 끼어들어 왔다.


“호법들은 특이한 사항이 없으면 호법원을 벗어날 수 없소.”

“지금이 그 특이한 사항이라면서요?”


유운백이 구율선미를 곁눈질로 보며 물었다.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중이라는 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배를 쓰다듬고 있었다.


“나는 교주님과 소교주님 두 분께 직접 명받았기에, 아가씨의 호위로 강호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이오.”

“그럼 그 분은 못 나온다는 소리입니까?”

“그렇소. 본래 호법들을 호법원에 잡아두는 것은, 그들이 강호에 나가 사악한 마음에 물들까 봐 그런 것이오. 교를 지켜야 할 그들의 마음이 변심하면, 교도 강호도 사단이 일어날 테니까.”


유운백은 아까 구율선미가 말했던, 번거롭게 되었다는 말이 이것을 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럼 그 자식을 일월신교에 데려갈 생각입니까?”

“본교는 외인이 함부로 들어올 수 있을 정도로 쉬운 곳이 아니오.”

“그렇다면 그 호법이라는 분은 어떻게 주술을 겁니까?”


사람의 혼을 제압해서 정신을 조종한다는 것은, 하루아침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했던 것이 바로 이들이었다.


“호아한테 부탁했으니까, 그건 걱정 안 해도 돼.”

“호아?”

“구율선호, 내 동생이야.”

“본교의 소교주님이시오.”


처음들은 이름에 의아해하는 그에게, 구율선미와 장군보가 설명해 주었다.


“부탁 하나로 된단 말이야?”

“여기까지 보내주라는 건 거절당했지만······ 산 아래까지는 자기가 보고 있는다는 조건으로 허락받았어.”


혼자서 전부 결정하는 것을 보면, 소교주라는 자의 권세가 생각보다 대단한 것 같았다.


“너희 아버지, 교주님은?”

“음······.”


구율선미가 살짝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아빠는 이런 일에 관해서는 엄격해서······.”

“교주님이 이번 일을 아신다면, 고무성이라는 자가 신강에 들어오는 순간 손을 쓰실 것이오.”

“모가지를 날린다는 소리야.”


유운백이 손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하는 구율선미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자신의 계획을 차근차근 진행하기 위해서는, 고무성이 반드시 살아서 사사련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그렇지 않는다면 굳이 그를 살려둔 의미가 없다.


“말했듯이, 그자를 죽이는 건 내 몫이야.”

“걱정 마, 걱정 마! 조용히 들어가면 아빠도 모를 거야. 호아가 어떻게든 해줄 거니까.”

“······그 소교주라는 동생을 상당히 믿나보네.”

“말을 조심하시오. 소교주님은 함부로 입에 오르내릴 분이 아니시오.”

“내 동생이긴 하지만, 괴물 같은 애거든.”


장군보와 그녀의 말을 듣고도 유운백은 표정을 풀지 않았다.


“너보다 동생이면 열여덟 아래라는 거지?”

“나이는 같아! 쌍둥이거든.”


아무리 그래봤자 열여덟 살이다.


“······뭐, 그쪽은 내가 신경 쓸 수 없으니, 부탁할게.”

“맡겨둬!”




유운백은 무사들이 한 달째 머무르고 있는, 작은 의원으로 발을 옮기며 생각에 잠겨있었다.


‘뇌운문으로 돌아가면 이주 안에는 다시 떠나야 한다.’


무원의 진이 열리는 시간에 맞추려면 그쯤에 출발해야 했다.


문제는 아직도 가족들이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다는 것과······.


‘사사련의 움직임이 전혀 보이지 않아.’


자신의 예상대로라면, 슬슬 그들이 자신을 처리하기 위해 움직였어야만 했다.


그는 한 달 동안 암살이나 기습에 대비하여 철저한 준비를 갖춰놓고 있었다.

그런데 암살은커녕, 너무나 평온한 한 달을 보내고 있었다.


‘경계하는 건가?’


그들도 살아남은 무사들의 입을 통해 장군보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다.

마교의 호법이 자신의 곁을 지키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쉽사리 접근하기 어려울 것이었다.


유운백도 장군보를 방패삼아, 공격해오는 무리들을 처리할 계획이었기에 그 점은 아쉬웠다.


‘그렇다면 합비에 돌아갈때나, 아니면 내 주위에 아무도 없을 때를 노리겠군.’


지금 회녕에는 보고 있는 눈이 너무 많았다.


관에서도 하루가 멀다 하고 자신을 찾아오고 있었으며, 뇌운문에서 새로 보내온 무사들의 수는 오십이 넘었다.


유운백이 걱정된 그의 아버지가 문파에 남은 문도 절반을 추려 죄다 보내버렸던 것이다.


‘빨리 힘을 얻어야해. 그들이 한꺼번에 공격 해오더라도, 모조리 죽여 버릴 수 있는 힘을.’


그러기 위해서는 빨리 무원에 들어가야 한다.


“공자님!”

“둘째 공자님!”


그가 가족들을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고심하고 있을 때, 의원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자서종과 청주용이 그를 불렀다.


“왜 나와 계세요, 몸도 안 좋으면서.”

“이젠 많이 괜찮아졌습니다. 공자님이야말로, 매일 어디를 다녀오시는 겁니까?”


자서종이 다리를 절며 그에게 다가왔다.


아직 많은 부분 성치 않은 부분들이 있었지만, 걸을 수 있는 것을 보면 확실히 예전보다는 괜찮아진 편이었다.

이주가 넘게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했던 그였으니까.


“여러모로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아서요.”

“혼자 다니시면 안 됩니다.”


매일 호위들도 따라오지 못하게 해놓고 어딘가로 향하는 둘째 공자 때문에, 문도들은 휴식도 맘 편히 취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러다 유운백마저 사고를 당하거나 한다면, 뇌운문은 문주의 후계를 모조리 잃어버리는 것이다.


“혼자는 아니니까 걱정 마세요.”

“예?”


유운백은 되묻는 자서종을 지나쳐 의원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무슨 생각을 하시는 건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자서종과 청주용도 그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그를 따라온 천익신조는 의원 위를 빙글빙글 돌더니, 이내 구율선미가 있는 객잔을 향해 날개를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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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19장 -시작되는 이야기- 完 +4 20.10.17 2,367 29 12쪽
38 18장 다시금 다가오는 그림자 (2) +1 20.10.17 1,764 25 12쪽
» 18장 다시금 다가오는 그림자 +1 20.10.16 2,044 26 12쪽
36 17장 결심(決心) +1 20.10.15 2,176 27 13쪽
35 16장 구율선미(九燏善美) (3) +2 20.10.14 2,435 33 15쪽
34 16장 구율선미(九燏善美) (2) +2 20.10.12 2,388 38 13쪽
33 16장 구율선미(九燏善美) +1 20.10.12 2,532 39 12쪽
32 15장 끊어지는 인연 (2) +2 20.10.11 2,535 37 13쪽
31 15장 끊어지는 인연 +3 20.10.10 2,665 39 12쪽
30 14장 이어지는 인연 (2) +1 20.10.09 2,902 34 12쪽
29 14장 이어지는 인연 +2 20.10.08 2,922 34 13쪽
28 13장 끝의 시작 (2) +3 20.10.07 2,874 36 12쪽
27 13장 끝의 시작 +2 20.10.06 2,888 38 13쪽
26 12장 희생(犧牲) 미끼(鱼饵) 살인(殺人) (2) +2 20.10.05 2,825 37 13쪽
25 12장 희생(犧牲) 미끼(鱼饵) 살인(殺人) +3 20.10.04 2,852 34 12쪽
24 11장 자, 시작하자 (2) +1 20.10.03 2,979 35 13쪽
23 11장 자, 시작하자 +4 20.10.02 3,031 38 12쪽
22 10장 무원행(武院行) (2) +2 20.10.01 3,108 38 13쪽
21 10장 무원행(武院行) +2 20.09.30 3,248 34 12쪽
20 9장 인연(因緣) (2) +2 20.09.29 3,251 44 15쪽
19 9장 인연(因緣) +1 20.09.28 3,383 37 12쪽
18 8장 귀환하다. (2) +1 20.09.27 3,396 41 12쪽
17 8장 귀환하다. +1 20.09.26 3,398 40 12쪽
16 7장 월하(月下) (2) +1 20.09.25 3,619 44 16쪽
15 7장 월하(月下) +3 20.09.24 3,662 45 15쪽
14 6장 전왕(電王)의 후예 (2) +1 20.09.23 3,724 45 13쪽
13 6장 전왕(電王)의 후예 +1 20.09.22 3,739 41 12쪽
12 5장 세상에 드러내다. (2) +6 20.09.21 3,736 43 15쪽
11 5장 세상에 드러내다. +2 20.09.20 3,642 45 15쪽
10 4장 영웅은 눈을 뜨기 시작하고, (2) +2 20.09.19 4,152 44 15쪽
9 4장 영웅은 눈을 뜨기 시작하고, +3 20.09.18 3,647 48 13쪽
8 3장 달밤의 검무(劍舞) (3) +2 20.09.17 3,600 46 9쪽
7 3장 달밤의 검무(劍舞) (2) +3 20.09.17 3,579 46 14쪽
6 3장 달밤의 검무(劍舞) +2 20.09.16 3,731 42 12쪽
5 2장 남궁세가(南宮世家) (2) +3 20.09.15 3,789 41 13쪽
4 2장 남궁세가(南宮世家) +3 20.09.14 4,121 38 8쪽
3 1장 영웅은 아직도 잠들어있다. (2) +4 20.09.14 4,663 43 12쪽
2 1장 영웅은 아직도 잠들어있다. +3 20.09.14 6,370 5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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