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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신 둘째 공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완결

하송
작품등록일 :
2020.09.14 14:54
최근연재일 :
2020.10.17 20:01
연재수 :
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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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457
추천수 :
1,527
글자수 :
220,298

작성
20.10.02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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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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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글자
12쪽

11장 자, 시작하자

DUMMY

“굉장하네요.”


그들이 어느 정도 달라졌을 거라 생각하기는 했지만, 이 정도까지 바뀌어 버렸을 줄은 몰랐다.


“시간이 지나면 우리 문파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이 있었다.


아닌 척하고 있지만, 모두들 뇌기를 사용할 때마다 찾아오는 극심한 내력 소모와, 뇌기를 끌어낸 것에 대한 반탄력으로 말의 고삐를 잡은 손을 덜덜 떨고 있었던 것이다.


“더 이상 그렇게 무시당하지는 않겠지.”


유운명의 말에 유운백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형이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못 알아들을 그가 아니었다.

유운명은 지금 십사 년 전, 남궁세가에서 있었던 일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때의 기억은 저주가 되어 그의 마음을 사슬로 감아두고 있었다.


말은 안 하고 있지만, 이번 무원행에서도 상당한 굴욕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자신들을 무시했던 남궁세가의 등에 숨어 무원까지 가야 한다니.

그것은 무림의 당당한 문파가 할 생각은 아니었다.


자신은 그것이 제일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형은 자신의 생각과 다를 터였다.


“남궁세가에도 그렇게 나쁜 녀석만 있던 건 아니던데요.”


그의 머릿속에 남궁백의 얼굴과, 자신을 도와주려고 했다던 남궁소소의 이름이 떠올랐다.


남궁선옥은 어떤 인간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남궁백은 이야기해본 결과 자신이 생각하던 모습과는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유운백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유운명이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를 바라봐왔다.


얼음 같은 표정에 불꽃이 타오르는 듯한 눈은 어딘가 모순적으로도 보였다.


“그때의 굴욕을 벌써 잊은 것이냐.”

“······.”

“그 자들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그건 네가 제일 잘 알고 있을 텐데.”


명문세가의 사람들을 욕하던 것은 언제나 유운백이었다.

그런 그가 이런 말을 뱉어대자, 유운명은 일종의 배신감마저 느껴지는 듯했다.


“······ 뭐, 그렇죠.”


유운백은 고개를 끄덕이며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지금도 명문세가의 사람들에게 좋은 감정은 들지 않았다.

오래전부터 그의 머리에 깊숙이 뿌리를 박은 선입견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그가 남궁세가에 갔다 오면서, 조금은 그의 생각에도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그것은 그의 생각과는 다른 이들도 존재한다는 것을 직접 보았기 때문이었으며, 자신도 새로운 힘을 얻고 깊은 열등감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몰랐다.


“이번에 남궁세가에 갔다가 남궁세가의 소가주를 만났어요.”

“소가주?”


유운명이 팔짱을 풀며 허리를 똑바로 세웠다.


“남궁선옥이라는 자 말이냐?”

“아뇨. 남궁선옥이 아니라 그의 동생이에요.”

“동생?”


유운명이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눈썹을 꿈틀거렸다.


“예. 남궁백이라고 하는 자인데······ 특이한 사람이더라고요.”

“남궁백······ 그의 형이라면 어째서 남궁선옥이 소가주가 아닌 거지?”


문파이던 세가이던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첫째 자식이 소문주나 소가주가 되는 것이 일반적인 일이었다.

그렇다고 남궁선옥이 문제가 있어서 소가주의 위를 빼앗겼다고 보기는 힘들었다.

그는 더 뛰어나면 뛰어났지, 남궁백보다 부족한 점은 없어 보였다.


“글쎄요, 뭔가 사정이 있긴 있는 것 같은데······.”


애초에 남궁선옥과 달리 남궁백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이들에게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남궁세가의 소가주라면 한 번쯤은 소문이 났었을 텐데 말이다.


“남궁백도 무원에 참가한다고 했으니, 만나서 물어······ 그건 불가능하겠고.”


적대하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다.


유운백은 유운명과 남궁세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문득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혹시 무원에서 만나자마자 싸우려는 건 아니죠? 저번에 말씀드렸다시피, 시비 걸어올 사람은 차다 못해 넘치니까 굳이 남궁세가랑은 엮이지 마세요.”


자신의 형이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이라지만, 자신이 직접 겪어본 남궁선옥은 그의 상대가 아니었다.


“그쪽에서 시비를 걸지 않는다면.”


그의 말에 유운백은 내심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른 후기지수들 따위야 어찌 되든 상관없었지만, 자신의 형이 다치는 일은 없었으면 했다.


“아.”


유운백이 창문 밖을 보고 있다가 짧은 숨을 내뱉었다.


멀지 않은 곳에 동성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보이고 있었다.

이제 두 시진만 더 가면 회녕에 도착하게 될 것이다.




유운백은 허리에 손을 얹고 상체를 뒤로 젖혔다.

근육이 늘어나자 몸이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았다.


“으으으으!”


최근에 마차를 타는 일이 잦았지만, 한곳에서 오래 앉아있는 것은 아무리 많이 겪어도 익숙해지지를 않았다.


현재 유운백의 일행은 동성 안에 들어와 말에게 물을 주며 짧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원래 예정대로라면 회녕까지 쭉 달려 그곳에서 자신들도 말도 쉬게 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일행들의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다.


복면인들과 싸웠던 호위들이 내색은 하지 않았으나 꽤나 지친 듯 보였던 것이다.


뇌기의 발현은 내력을 소모할 뿐만 아니라 사람의 정신력까지 닳게 하는 것 같았다.


‘뇌기를 끌어내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 문제야.’


뇌기를 끌어내려면 반드시 두 개의 심법을 운용해서 진기를 꼬아야 했다.

그것이 뇌기 발현의 최소 조건이었지만, 이는 싸움 도중에는 큰 단점으로 다가왔다.


뇌기를 끌어낼 때까지는 심법에 집중하느라 공격을 전혀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유운백이 임수진과의 싸움에서 뒤늦게 뇌기를 끌어낸 것도, 자서종이 바로 뇌기를 사용하지 않은 것도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진기가 둘로 나뉘어 다시 하나로 꼬아지는 과정이 굉장히 빠르게 진행된다고는 하나, 싸우고 있는 도중에는 그 찰나도 굉장한 틈으로 다가온다.

적의 공격을 피하면서 그 과정을 진행하기에는 한계까지의 집중력을 요했다.


그렇다고 미리 뇌기를 발현시켜놓기에는 한 번에 소모되는 내기의 양이 너무 많아 위험했다.


뇌기를 사용해 검법을 펼친 후 승기를 잡지 못하면, 역공당해 패배할 확률이 너무 높았던 것이다.


‘아직도 단점이 너무나 많구나.’


가문의 숙원이 풀렸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너무나 많은 단점을 가지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뇌운문은 장기전(長期戰)의 싸움은 시도도 할 수 없었다.


급격하게 빠져나가는 내공과, 뇌기를 끌어낼 때 시간이 걸린다는 점의 해결이 급선무였다.


“이런 것들은 형님이 알아서 해결해 주시겠지?”


유운백이 어깨를 빙글 돌려 관절을 풀어주며 중얼거렸다.


이런 머리 쓰는 일들은 뇌운문의 소문주인 유운명의 몫이었다.


자신도 일단 가족이니 돕기는 하겠지만······.


“이런 일은 나랑 안 맞는다고!”


유운백이 머리를 흔들며 진저리 쳤다.


머리 쓰는 일을 못하는 것은 아니었으나, 이런 류 쪽으로 머리를 쓰고 싶지는 않았다.


무공 쪽의 문제는 해결한다고 해도 언제나 다른 문제로 돌아오는 법이다.


무학이라는 학문은 끝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학문이었다.

그러기에 무림의 최고수들도 죽을 때까지 무공 연마를 하는 것이 아닌가.


유운백이 다리 관절도 풀어주고 마지막으로 목을 풀어주려고 고개를 들었을 때, 하늘에 떠있는 무언가가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응?”


유운백이 눈을 찌푸리며 자세히 보려고 했으나, 달도 구름에 숨어버린 어두컴컴한 야밤이라 실루엣만 보일 뿐이었다.

이 정도로 어둡다면, 아무리 내공을 가진 무인이라고 해도 자세히 보는 것은 불가능했다.


유운백은 고개를 갸웃거리고 다시 목을 돌리다가 갑자기 뇌리를 스치는 생각에 다시 고개를 하늘에 고정시켰다.


그는 상단전에 잠들어 있는 진기를 깨우기 시작했다.


상단전의 진기가 꿈틀댈 때 느껴지는 따끔함이 신경을 타고 전해져오자, 그는 곧바로 진기를 눈에다 불어넣어 보았다.


“이야아!”


그의 생각대로 모든 것이 밝게 빛나며 그의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문득 처음 상단전을 열었을 때의 일이 생각나 시도해 본 것이었다.

이번에도 그때와 마찬가지로 밤이었으나, 아침처럼 훤히 보이는 묘한 세상을 볼 수 있었다.


감탄하며 하늘을 보던 그가, 조금 전 실루엣의 정체를 보고는 의문 어린 목소리를 내었다.


“매?”


커다란 매가 하늘에서 끊임없이 선회하고 있었다.


“둘째 공자님.”


유운백이 하늘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을 때, 옆에서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 자 호위.”

“헛! 고, 공자님, 눈이······!”

“예?”


불러놓고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있는 자서종을 보며 의아해하자, 그가 더듬거리며 말해왔다.


“공자님, 눈이! 비, 빛나고 있습니다!”

“빛나······ 아.”


유운백은 무슨 소리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상단전의 진기를 눈에다 사용하자 눈에 광이 돌고 있는 듯했다.


유운백은 자서종이 이상하게 여기는 것 같아 다시 진기를 단전에 돌려보내 잠들게 했다.


자서종은 그가 눈을 한번 감았다 뜨자 하얗게 빛나던 광이 사라진 것을 보며 입을 벌렸다.


“공자님은······ 참 신비로운 분이십니다.”


갑자기 뜬금없는 말에 유운백이 헛웃음을 지었다.


“신비롭긴요. 저만큼 단순하고 확실한 놈은 없습니다.”

“아니요. 남궁세가 때부터 느꼈지만, 공자님은 참으로 신비롭습니다. 본문에서 실마리조차 잡지 못했던 뇌기를 단숨에 되찾으시더니, 뇌운문의 힘을 이 정도까지 끌어올리시고······.”

“여러분이 강해진 것은 저 때문에 그런 게 아닙니다. 직접 피땀 흘리며 노력했기 때문에 지금의 여러분이 있을 수 있는 거죠.”


유운백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자신이 한 일이라고는 그저 뇌기를 사용하는 법을 전해준 것뿐이다.

그들이 강해진 것은 순전히 그들의 노력 덕분이었다.


“그래도, 저 같은 놈이 이런 말을 해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뇌운문을 위한다면 더욱더 강해져야 합니다. 아직 여러분들의 수준으로는 다른 문파들의 외압에 견딜 수 없어요.”

“예! 알고 있습니다.”


자서종도 오늘의 싸움으로 느낀 바가 적지 않았다.


뇌기를 익히고 나서 한동안 자만감에 빠져 있었는데, 그런 것에 빠져 있을 시간이 아니었다는 것을 느끼고 말위에서 얼마나 후회했던가.


아직도 자신들은 부족했다.

만약 그 복면인이 조금이라도 더 강한 경지의 무인이었다면, 싸움의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지 예상할 수 없었다.

자신은 그 한 번에 뇌기를 펼치고 한계에 다다랐었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남궁세가에서 엄청난 뇌기를 선보인 유운백이 대단하기만 했다.

같은 뇌기지만 자신의 뇌기는 투박했고, 그의 뇌기는 깔끔하고 아름다웠다.


“역시 공자님은 신비로운 사람입니다.”


유운백은 그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그의 말에 따지고 들면 뇌기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 같았다.


꿈의 내용을 이야기할 수 없는 유운백에게는 제일 피해야 할 화제였다.


유운백은 내려놓았던 검을 집어 들고 자서종에게 물었다.


“이제 출발하려는 겁니까?”

“아, 예! 말이 조금 지쳐있지만, 두 시진 정도 달릴 체력은 남아있습니다.”


자서종이 그를 불렀던 목적을 상기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 이제 마지막이군요. 아니, 다시 하남까지 가야 하니 이제 시작인가······ 으아, 싫다······.”


유운백이 어깨를 늘어트린 채, 유운명과 일행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향했다.




유운백과 자서종이 떠나가자, 하늘을 선회하던 매는 커다란 몸을 이끌며 그들이 떠나간 곳을 향해 날개를 펄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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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19장 -시작되는 이야기- 完 +4 20.10.17 2,365 29 12쪽
38 18장 다시금 다가오는 그림자 (2) +1 20.10.17 1,762 25 12쪽
37 18장 다시금 다가오는 그림자 +1 20.10.16 2,042 26 12쪽
36 17장 결심(決心) +1 20.10.15 2,174 27 13쪽
35 16장 구율선미(九燏善美) (3) +2 20.10.14 2,431 33 15쪽
34 16장 구율선미(九燏善美) (2) +2 20.10.12 2,387 38 13쪽
33 16장 구율선미(九燏善美) +1 20.10.12 2,530 39 12쪽
32 15장 끊어지는 인연 (2) +2 20.10.11 2,533 37 13쪽
31 15장 끊어지는 인연 +3 20.10.10 2,664 39 12쪽
30 14장 이어지는 인연 (2) +1 20.10.09 2,900 34 12쪽
29 14장 이어지는 인연 +2 20.10.08 2,917 34 13쪽
28 13장 끝의 시작 (2) +3 20.10.07 2,873 36 12쪽
27 13장 끝의 시작 +2 20.10.06 2,886 38 13쪽
26 12장 희생(犧牲) 미끼(鱼饵) 살인(殺人) (2) +2 20.10.05 2,823 37 13쪽
25 12장 희생(犧牲) 미끼(鱼饵) 살인(殺人) +3 20.10.04 2,847 34 12쪽
24 11장 자, 시작하자 (2) +1 20.10.03 2,974 35 13쪽
» 11장 자, 시작하자 +4 20.10.02 3,030 38 12쪽
22 10장 무원행(武院行) (2) +2 20.10.01 3,106 38 13쪽
21 10장 무원행(武院行) +2 20.09.30 3,247 34 12쪽
20 9장 인연(因緣) (2) +2 20.09.29 3,250 44 15쪽
19 9장 인연(因緣) +1 20.09.28 3,381 37 12쪽
18 8장 귀환하다. (2) +1 20.09.27 3,395 41 12쪽
17 8장 귀환하다. +1 20.09.26 3,397 40 12쪽
16 7장 월하(月下) (2) +1 20.09.25 3,617 44 16쪽
15 7장 월하(月下) +3 20.09.24 3,661 45 15쪽
14 6장 전왕(電王)의 후예 (2) +1 20.09.23 3,723 45 13쪽
13 6장 전왕(電王)의 후예 +1 20.09.22 3,735 41 12쪽
12 5장 세상에 드러내다. (2) +6 20.09.21 3,734 43 15쪽
11 5장 세상에 드러내다. +2 20.09.20 3,640 45 15쪽
10 4장 영웅은 눈을 뜨기 시작하고, (2) +2 20.09.19 4,150 44 15쪽
9 4장 영웅은 눈을 뜨기 시작하고, +3 20.09.18 3,646 48 13쪽
8 3장 달밤의 검무(劍舞) (3) +2 20.09.17 3,597 46 9쪽
7 3장 달밤의 검무(劍舞) (2) +3 20.09.17 3,575 46 14쪽
6 3장 달밤의 검무(劍舞) +2 20.09.16 3,727 42 12쪽
5 2장 남궁세가(南宮世家) (2) +3 20.09.15 3,787 41 13쪽
4 2장 남궁세가(南宮世家) +3 20.09.14 4,120 38 8쪽
3 1장 영웅은 아직도 잠들어있다. (2) +4 20.09.14 4,662 43 12쪽
2 1장 영웅은 아직도 잠들어있다. +3 20.09.14 6,369 5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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