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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신 둘째 공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완결

하송
작품등록일 :
2020.09.14 14:54
최근연재일 :
2020.10.17 20:01
연재수 :
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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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547
추천수 :
1,527
글자수 :
220,298

작성
20.09.1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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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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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글자
12쪽

3장 달밤의 검무(劍舞)

DUMMY

“아! 실례를 범했군요. 여러분께도 다시 인사를 올립니다. 뇌운문의 유운백입니다.”


유운백이 자연스럽게 말투를 바꾸며 한 사람 한 사람마다 포권을 취했다.

남궁백은 웃으면서 받고 유운백이 비꼬던 여인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도 엉겁결에 포권을 취해 인사를 올렸다.


“뇌운문이면 그 전왕 유성준이 세우셨다는······ 익히 들어보았소.”


상관수엽이 아까의 실수를 만회하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황보세가(皇甫世家)의 황보심윤(皇甫心尹)이오! 전왕의 후예를 보니 안목이 트이는 기분이구려.”


다른 자들보다 체구가 큰 사내가 자신을 소개하며 포권을 취했다.


다들 전왕을 존경하는 듯이 말하고는 있었지만, 사실 뇌운문의 칭찬할만한 것이 그것 이외에는 없었기에 전왕 이야기를 꺼낼 수밖에 없었다.


“황보세가! 타고난 신력이 하북팽가(河北彭家)에 비견된다고 하던데, 황보소협의 풍채를 보아하니 과연 소문이 틀리지 않은 것 같습니다.”


유운백의 띄어주는 말에 황보심윤이 슬쩍 웃음을 흘렸다.

그렇지 않아도 남모르게 팽가를 경쟁상대로 여기고 있던 그를 기분 좋게 해주었던 것이다.


물론 이것은 다분히 계산된 칭찬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신력을 타고나 그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황보세가가, 똑같이 신력을 가지고 태어나는 하북팽가를 상대로 경쟁심을 느끼고 있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었다.


본인 딴에는 유운백의 말에 만족하고 있음을 숨기려고 했으나, 실룩 거리는 입은 그의 바람과는 달리 그의 마음을 그대로 유운백에게 전해주고 있었다.


유운백은 마지막 남은 여인을 쳐다보았다.

여인 경험이 많은 그였지만, 그동안 본 것 중 최고의 아름다운 외모를 갖춘 여인이었다.

그녀의 어깨에 비단같이 흘러내리는 검은 머리카락마저, 입고 있는 흑의와 묘하게 어우러져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

유일한 흠은 그녀의 눈이 너무나 어두워 보인다는 점이었다.


“······ 당문의 당설연(唐雪娟)입니다.”


싸늘하다 싶을 만한 음성으로 인사한 후 그녀는 그에게 관심이 없는지 다른 곳을 바라보았다.

그보다는 이 모든 상황에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유운백이 그녀에게 재차 말을 걸려 했을 때, 유화림이랑 부딪혔던 여인이 지금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는 상관수엽의 소매를 붙잡고 그를 불렀다.

자신의 계획대로라면 상관수엽이 자신 대신 손을 써 저 능글맞은 남자가 자신 앞에 고개를 조아리고 사죄를 하고 있어야 했는데, 갑자기 서로 자기소개 따위나 하고 있었다.


그녀는 다시 거짓 눈물을 만들어내려 애썼다.


“아, 그래. 대체 무슨 상황인 거야?”


상관수엽이 그녀와 유운백을 차례로 쳐다보더니 물었다.


남궁백 일행과 대화를 나누면서 걷다가 누군가 소리치는 소리가 들려 쳐다보았더니 그녀가 낯선 남자에게 살수를 펼치려는 것이 아닌가.

객의 신분으로 와놓고 남궁세가 안에서, 더구나 소가주인 남궁백이 보는 앞에서 사람을 죽이면 어떻게 될지 눈에 선했기에 재빨리 그녀의 이름을 불러 말렸었다.


“수엽 오라버니, 저자가 글쎄 저 보고······.”

“아!”


그녀가 유운백에 대해 뭐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그녀는 또다시 입을 다물게 되었다.

남궁백이 멍한 표정으로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유화림을 느끼고 마주 쳐다보다가 탄성을 뱉었던 것이다.


“소저는 그때 그······.”

“기, 기억하시나요?”

“하하하, 물론이죠. 그때는 인사도 없이 사라져서 미안했습니다. 제 동생이 혼자 돌아다니고 있어서 얼른 가봐야 했거든요.”

“아뇨! 정말 괜찮습니다! 오히려 도와주셨는데 감사 인사도 제대로 못 드려서 제가 죄송합니다!”


유화림이 손을 꼼지락거리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이렇게 서서 이야기하기도 뭐 하군요. 괜찮다면 자리를 옮기는 게 어떨까요?”


유운백이 이때다 싶어 끼어들며 자리를 옮길 것을 권했다.


“그것도 그렇군요. 손님들을 이렇게 서서 이야기하게 하다니 불쾌했다면 죄송합니다. 하하!”


유운백의 말에 남궁백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약간 저 자세로 말하는데도 전혀 비굴해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 난사람은 난사람 같았다.

유운백은 남궁세가에 와서 그나마 제대로 된 사람을 만난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남궁백의 거처에서 마저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자신에 대한 건 완전히 잊어버린 듯 발걸음을 옮기는 그들을 보며 유운백을 이간질하려고 했던 여인은 어이가 없었다.


허탈한 표정으로 웃더니 눈을 내리깔고 그들의 뒤를 털레털레 쫒았다.

상관수엽만이 그녀가 걱정되는지 근심 어린 표정으로 살펴보고 있었다.


그렇기에 유운백이 뒤를 돌아보며 입꼬리를 올리는 것을 누구도 볼 수 없었다.



* * *



일곱 명이 둘러앉은 탁자는 다소 북적여 정신이 없었다.


자서종은 밖에서 대기하고 있겠다며 들어오지 않았다.


유운백은 그들이 서로 환담을 나누는 사이 방을 둘러보았다.

자신에게 찾아온 손님을 맞이하는 공간일 텐데 이렇다 할 사물들이 없어 검소한 것을 넘어 살풍경하게까지 보였다.

방안을 보면서 주인의 성품을 알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소저의 성함은 아직 여쭤보지 못했군요.”


상관수엽의 대화에 간간이 대꾸하고 있는 여인을 보고는 유운백이 물었다.


그녀가 잠시 싸늘한 눈으로 유운백을 바라보더니 말했다.


“오화검문(五和劍門)의 임수진(林樹珍) 이예요.”


오화검문이라면 그도 알고 있는 문파였다.

호북성(湖北省)에 위치한 문파인데, 가끔 명성을 얻는 이들을 배출해내는 제법 유명한 곳이었다.


오화검문의 문주는 자식 복이 없어 슬하에 딸 하나만 두고 있었다.

임수진은 그 오화검문주의 하나뿐인 여식이었다.

다른 자식이 없었기에 오화검문주는 그녀의 말이라면 무엇이든 들어주고는 해서, 그녀의 방약무인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었다.


“임 소저셨군요. 첫 만남은 좋지 않았지만 이것도 인연이니 나쁜 건 잊고 사이좋게 지냅시다.”


그의 말에 임수진이 코웃음을 쳤다.


뇌운문은 그녀도 알고 있는 문파였다.

과거의 영광만을 안은 채 살아가는 별 볼일 없는 흔하디 흔한 중소문파, 그것이 그녀가 생각하는 뇌운문이었다.


사실 뇌운문 같은 기울어가는 문파의 사람과는 동석하고 싶지도 않았지만, 방의 주인이자 이중 가장 권세가 높은 남궁세가의 소가주가 유운백에게 이상하리만치 호감을 느끼는 것 같아 말도 꺼낼 수 없었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혹시 둘이 무슨 문제가 있었소?”


상관수엽의 말에 유운백이 별일 아니라는 듯 가볍게 말했다.


“그저 사소한 일입니다. 걷다가 제 동생과 임 소저가 부딪히게 되었습니다. 헌데 임 소저가 제 동생을 아는 사람과 착각하신 듯 거친 말투로 말씀하셔서 저도 조금 기분이 나빠져서 험한 말이 오갔습니다.”


유운백이 임수진을 보며 고개를 숙였다.


“아무래도 제 동생 일이라 흥분했던 것 같습니다. 다시 사죄드리겠습니다.”


교묘하게 임수진을 탓하지 않는 것 같으면서 그녀 때문에 일이 벌어졌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었다.

자신도 잘못했다는 듯 말했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네가 먼저 잘못했으니까 그냥 넘어가라는 말이었다.


이렇게 말하니 임수진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사죄를 받는다니 자신의 잘 못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 같았고, 또 받지 않자니 그건 그것대로 옹졸해 보였다.


그때 남궁백이 나서며 중재를 해주었다.


“그런 일이었군요. 세가 내에서 벌어진 일이니 저를 봐서라도 두 분은 그 일에 대한 건 잊고 사이좋게 지냅시다! 한 달 후에 다시 무원에서 얼굴을 맞이할 분들이지 않습니까!”


남궁백이 그렇게 말해주니 임수진도 말하기 편했다.


“흥······ 남궁 소협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어쩔 수 없군요. 유 공자님의 언행에 대한 건 불문에 부치겠습니다.”


‘이 계집이 끝까지···.’


유운백이 속으로 욕했지만 겉으로는 다행이라는 듯 미소 지었다.


“그나저나 무원에서 만난다는 건 유 공자도 무원에 참가한다는 것이오?”


황보심윤이 남궁백에게 물었다.


“내가 알기로는 그렇소. 마침 이렇게 마주치니 이것도 인연이 아니겠소?”


호탕하게 웃는 남궁백이 이야기를 이상하게 몰아가자, 바로잡아야 할 필요성을 느낀 유운백이 말했다.

“남궁 소협이 잘못 알고 계시는군요. 무원에 가는 것은 제가 아니라 제 형인 유운명입니다.”

“음? 유 공자는 같이 안 가십니까?”


남궁백이 의외라는 듯 물었다.


“저는 무원에 가봤자 달라질게 별로 없어서요. 애초에 무원에 별로 가고 싶지도 않습니다. 갇혀 지내면서 1년 넘게 무공 수련만 해야 한다니······ 생각하고 싶지도 않네요.”


사실 자신이 가고 싶다고 해도 갈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대문파와는 달리 중소문파에서는 기껏해야 한 명이 참가 한다고 해도 운이 좋은 것이었다.


‘하! 한심한 인간.’


임수진이 속으로 비웃었다.

그가 말하는 것을 보니 그는 무인의 자존심도 자격도 없는 것 같았다.


“흠······ 아쉽군요. 유 공자와는 무원에서도 좋은 지기(知己)가 될 것 같았는데······.”


남궁백은 임수진과는 다르게 진심으로 안타까워했다.

유운백은 그가 무엇 때문에 자신을 이렇게 호의적으로 대하는지 알 수 없었기에 그가 불편했다.

이유 없는 호의는 없었다.


유운백은 그를 떠보기 위해 남궁세가에 찾아온 목적을 밝혔다.

그동안의 대화로 미루어보면, 남궁백은 자신들이 남궁세가에 찾아온 이유를 모르는 것 같았다.

세가의 소가주쯤 되는 자가 자신의 세가에 찾아온 자들을 모르고 있다니 조금 이상하게 생각되었다.


“사실 남궁세가에 찾아온 것도 무원에 대해 감사를 드리러 온 겁니다. 남궁세가에서 본가의 무원 참가를 위해 힘써주셨다고 들었습니다.”

“아, 아닙니다. 우리 세가 사람이라면 분명 이득도 톡톡히 챙겼을 테니······.”


왠지 씁쓸한 표정으로 웃는 남궁백이 말을 이었다.


“본가의 가주님은 만나보셨습니까?”

“아니요, 바쁜 일이 있으셨나 봅니다. 안내한 자가 기다리고 있으라고 하더군요.”


유운백의 말에 잠시 생각하던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선옥 형님과 독대하고 계실지도 모르겠네요.”

“와! 혹시 옥기린(玉麒麟) 남궁선옥(南宮善玉) 소협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분이 지금 세가 내에 계셔요?”


이야기에 임수진이 끼어들며 감탄했다.

현 강호 후기지수 중 최고라고 불리는 그를 선망하지 않는 사람은 드물었다.


“무원에 가기 전에 가주님께서 직접 형님을 봐주시고 계십니다. 아마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곧 유 공자를 부르실 것 같네요.”


그의 말대로 그들과 조금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자서종이 문밖에서 그를 불렀다.

나머지 호위들의 곁에 두었던 시비가, 남궁가주가 청하고 있다는 말을 전하기 위해 찾아온 것이다.


그는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한 후 자리에서 일어나, 유화림과 함께 남궁세가의 가주를 만나게 되었다.


그들과 여러 이야기들을 하면서 제법 친분을 나누었지만, 남궁백이 자신을 좋게 생각하는 이유는 그들이 남궁가주를 만나고 난 후에도 여전히 알 수 없었다.

거기다 노리고 있던 당가의 당설연은 시종일관 입을 다물고 있었기 때문에, 결국 대화조차 나눠보지 못하고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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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19장 -시작되는 이야기- 完 +4 20.10.17 2,367 29 12쪽
38 18장 다시금 다가오는 그림자 (2) +1 20.10.17 1,764 25 12쪽
37 18장 다시금 다가오는 그림자 +1 20.10.16 2,044 26 12쪽
36 17장 결심(決心) +1 20.10.15 2,176 27 13쪽
35 16장 구율선미(九燏善美) (3) +2 20.10.14 2,435 33 15쪽
34 16장 구율선미(九燏善美) (2) +2 20.10.12 2,388 38 13쪽
33 16장 구율선미(九燏善美) +1 20.10.12 2,532 39 12쪽
32 15장 끊어지는 인연 (2) +2 20.10.11 2,535 37 13쪽
31 15장 끊어지는 인연 +3 20.10.10 2,665 39 12쪽
30 14장 이어지는 인연 (2) +1 20.10.09 2,902 34 12쪽
29 14장 이어지는 인연 +2 20.10.08 2,922 34 13쪽
28 13장 끝의 시작 (2) +3 20.10.07 2,874 36 12쪽
27 13장 끝의 시작 +2 20.10.06 2,889 38 13쪽
26 12장 희생(犧牲) 미끼(鱼饵) 살인(殺人) (2) +2 20.10.05 2,825 37 13쪽
25 12장 희생(犧牲) 미끼(鱼饵) 살인(殺人) +3 20.10.04 2,852 34 12쪽
24 11장 자, 시작하자 (2) +1 20.10.03 2,979 35 13쪽
23 11장 자, 시작하자 +4 20.10.02 3,031 38 12쪽
22 10장 무원행(武院行) (2) +2 20.10.01 3,108 38 13쪽
21 10장 무원행(武院行) +2 20.09.30 3,248 34 12쪽
20 9장 인연(因緣) (2) +2 20.09.29 3,251 44 15쪽
19 9장 인연(因緣) +1 20.09.28 3,383 37 12쪽
18 8장 귀환하다. (2) +1 20.09.27 3,396 41 12쪽
17 8장 귀환하다. +1 20.09.26 3,399 40 12쪽
16 7장 월하(月下) (2) +1 20.09.25 3,619 44 16쪽
15 7장 월하(月下) +3 20.09.24 3,662 45 15쪽
14 6장 전왕(電王)의 후예 (2) +1 20.09.23 3,724 45 13쪽
13 6장 전왕(電王)의 후예 +1 20.09.22 3,740 41 12쪽
12 5장 세상에 드러내다. (2) +6 20.09.21 3,736 43 15쪽
11 5장 세상에 드러내다. +2 20.09.20 3,642 45 15쪽
10 4장 영웅은 눈을 뜨기 시작하고, (2) +2 20.09.19 4,152 44 15쪽
9 4장 영웅은 눈을 뜨기 시작하고, +3 20.09.18 3,647 48 13쪽
8 3장 달밤의 검무(劍舞) (3) +2 20.09.17 3,600 46 9쪽
7 3장 달밤의 검무(劍舞) (2) +3 20.09.17 3,579 46 14쪽
» 3장 달밤의 검무(劍舞) +2 20.09.16 3,732 42 12쪽
5 2장 남궁세가(南宮世家) (2) +3 20.09.15 3,790 41 13쪽
4 2장 남궁세가(南宮世家) +3 20.09.14 4,121 38 8쪽
3 1장 영웅은 아직도 잠들어있다. (2) +4 20.09.14 4,664 43 12쪽
2 1장 영웅은 아직도 잠들어있다. +3 20.09.14 6,370 5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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