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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신 둘째 공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완결

하송
작품등록일 :
2020.09.14 14:54
최근연재일 :
2020.10.17 20:01
연재수 :
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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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657
추천수 :
1,527
글자수 :
220,298

작성
20.09.17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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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글자
9쪽

3장 달밤의 검무(劍舞) (3)

DUMMY

남궁세가의 여러 연무장 중 한 곳인 것 같았다.

그의 가문의 연무장보다 배는 넓은 크기의 연무장이었다.

한 바퀴 돌아 방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방향을 잘못 잡은 듯 했다.


그는 몸을 돌려 왔던 곳을 되돌아가려다 생각을 고쳐먹고 연무장 중앙으로 들어갔다.


연무장의 크기는 달랐지만, 어떤 문파든 간에 그 생김새는 비슷했다.

낯선 남궁세가에서 익숙한 곳을 보자 혼란스러운 마음이 조금은 진정되는 것 같았다.


무공을 익히는 것을 기피하다시피 살아왔지만 어쨌든 그의 태생은 무림이었으며 그 또한 무인이었다.


그는 꽂혀있는 여러 무기들을 보다가 조심스레 검을 빼어들었다.

자신이 마지막으로 검을 휘둘러 본 적이 언제였을까.

이제는 검을 패용하고 다니지도 않았다.


무인은 싸우기 위해 태어난 존재다.

싸움으로써 자신을 증명하고, 죽임으로써 살아있음을 느낀다.

그런 무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닌 자신의 무기였다.


검이나 도, 창, 혹은 주먹까지 무인의 무기는 천차만별이었다.

다만 먹을 때도, 씻을 때도 심지어 잠을 잘 때마저 무기를 곁에 둔다는 점은 모든 무인들이 동일했다.

싸우기 위해 태어난 자들이 자신을 보호함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자신의 무기였으니까.


그러한 것을 보면 확실히 자신은 무인 실격이라고 할 수 있었다.

동생인 유화림마저 언제나 자신의 연검을 허리에 두르고 다니지 않나.


그러나 자신이 무인 자격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는 자신이 무인임을 언제나 잊지 않고 있었다.

그것이 행복을 추억할 수 있는 수단이었으니까.


그도 어릴 때는 늦은 시간이나 이른 시간에 연무장에 홀로 나와 목검을 휘두르고는 했었다.

그의 형은 검술의 실력이 뛰어나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형과 비교할까봐 부끄러웠던 것이다.


유운명은 조금 나약한 면이 있었지만 무공에 대한 재능은 굉장했기에, 그의 아버지는 유운백보다는 유운명을 위주로 무공을 가르쳤었다.

그가 무너져가는 가문의 희망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유운백은 어릴 때부터 주입받아온 심법(心法)의 연습과 간혹 아버지가 가르쳐주는 검술의 연습만을 반복할 뿐이었다.


어느 날의 이른 아침에도 아픈 손을 참으면서 검을 휘둘러대고 있었다.

그러다 그날, 우연히 잠에서 빠르게 깬 그의 형이 검을 휘두르는 그를 발견하게 되었다.


다정한 그의 형은 노력하는 동생에 크게 기꺼워하며, 그날부터 자신이 배운 가문의 무공에 대해 알려주기 시작했다.


유운백은 기뻐하는 형을 보고는 더욱 기쁘게 해주고 싶어 하루하루 열심히 연마해나갔다.

유운명은 자신의 형이자, 친구이자, 스승이었다.


그러다 형이 어느 날을 기점으로, 미친 듯이 무공만 연마하기 시작했다.


그 후에는 더 이상 그에게 무공을 가르쳐주는 일도, 이른 아침에 웃으면서 서로 검을 맞대는 일도 없었다.


그 이후로 그도 점점 무공에 대한 흥미를 잃어가게 되었다.

그가 무공을 수련했던 목적이 어느샌가 아버지와 형의 멋있는 모습을 닮고자 했던 것에서, 형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기 위한 목적으로 변해있었던 것이다.


그의 아버지도 그가 조금 더 나이를 먹자 제대로 무공을 가르치려고 했지만 이미 흥미를 잃은 그가 열심히 할 리가 없었다.

아버지가 가르쳐주는 무공을 연마하기는 했지만, 점점 수련을 피해 도망 다니는 일이 많아졌다.


그의 무의식 속에서 무공 때문에 소중한 사람을 잃었다고 생각했던 것일지도 몰랐다.


지금에 이르러서는 확실한 이유를 그조차도 알지 못했다.


나이가 들어 목검이 진검으로 바뀌고 언제나와 같이 이른 시간에 홀로 뇌전유운지검의 초식을 펼치다가, 문득 지금 뭐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초식이 끝남과 동시에 그는 더 이상 검을 들지 않게 되었다.


오랜만에 잡아보는 검의 감촉이었지만 별다른 감상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 꿈을 꾸지 않았다면 이런 데서 검을 잡고 있을 리가 없었다.

유운백은 쓴웃음을 지으며 검을 휘둘러보았다.


몇 번 이리저리 휘둘리던 검은 자연스럽게 몸이 기억하고 있는 뇌전유운지검의 검로를 따라갔다.

그는 늦은 달밤에 홀로 검을 휘두르다 보니 마치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한바탕 검무가 끝났을 때 그가 멈칫하며 검을 내렸다.


“달밤에 미친놈처럼 뭐 하는 거냐······.”


더 이상 예전과 같이 무공에 대한 허무(虛無)는 들지 않았지만, 남들이 자고 있는데 혼자 달 아래서 검이나 휘두르고 있으니 살짝 부끄러웠다.


“어릴 때는 잘도 했구만.”


그가 예전을 생각하며 웃었다.

그때는 항상 남보다 일찍 일어나 검을 휘둘렀고, 남들이 잠들면 몰래 나와 또 검을 휘둘렀다.


그는 마지막으로 내공을 끌어올렸다.

내공을 써서 검법을 펼쳐보려는 것이었다.


검술 연마와는 별개로 내공 수련은 아직도 틈틈이 하고 있었다.

건강하게 지내는 데는 그것만 한 게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술을 마실 때에도, 추위와 더위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생각해보면 검술을 익히는 것만 빼면 착실히 무공 수련을 하고 있던 게 아닐까 싶었다.


그는 고개를 흔들어 잡념을 없앤 후 검에 진기를 실어 넣었다.

그리고 일초식부터 천천히 펼쳐나가기 시작했다.


한동안 뇌전유운지검을 펼치던 그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윽고 검법을 중단시켰다.

뭔가 이상했다.

내공 없이 뇌전유운지검을 펼칠 때는 이런 느낌이 없었는데, 진기가 실리자 동작이 어색한 느낌이 들며 검법이 이어지지를 않았다.


너무 오랜만에 펼쳐서 그런가 싶어, 다시 한 번 천천히 펼쳐보았지만 마찬가지였다.

초식과 진기가 어우러지지 않는 게 가슴이 답답해질 지경이었다.


계속 시도해도 마찬가지였던지라 짜증이나 검을 검집에 집어넣었다.

검을 휘두르며 시원한 기분이 드는 것이 아니라 가슴이 답답해지면 누가 검을 휘두르겠는가.


“역시 노력해서 익혀봤자 소용이 없어. 내일 일찍 출발해야 하는데 빨리 가서 잠이나 자자······.”


그가 하품을 하며 검을 원래 자리로 돌려놓았다.

악몽을 꾼 탓에 과거 생각을 하지 않나, 검을 휘두르지를 않나, 평소와 다른 짓을 너무 한 것 같았다.


“······악몽?”


발을 옮기던 그가 멈칫했다.


그 악몽 속에서 자신은 누군가에게 죽었었다.

꿈이라지만 그자는 말도 안 될 정도로 강했다.

자신의 뇌기도, 뇌강도, 뇌환도 모조리 무용지물이었지 않나.


“뇌···기···?”


유운백은 이 꿈을 꾸고 나서 말도 안 되는 꿈이었고, 끔찍한 고통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기에 되도록 잊어버리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때문에 처음 꿈을 꿨을 때도 꿈속의 내용에 대해 자세히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그럴 여유도 없었던 것이다.


꿈에서의 그는 자신을 죽인 상대에게 공격을 가했었다.

상대는 너무나 강한 고수였지만, 꿈속의 자신 역시 말도 안 되는 경지의 고수였다.


검강은 그렇다 쳐도 검환이라니······.

검환은 현 무림의 최고수들만이 이뤄냈다는 경지였다.


그러나 그가 집중한 부분은 그것이 아니었다.


꿈속의 자신은 뇌기를 이용하여 검강과 검환을 펼쳐내었었다.

뇌기는 그의 가문 뇌운문의 독문무공, 뇌전유운지검을 펼쳐내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


그의 증조부인 유성준은 뇌기를 이용한 검법으로 강호의 수많은 이들을 굴복시키고, 전왕이라는 엄청난 별호를 얻어 문파를 세웠다.

그의 가문은 뇌기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에 이르러서는 뇌운문의 그 누구도 뇌기를 발현 시킬 수가 없었다.


뇌기가 없는 뇌전유운지검이라면 사실상 무림의 수많은 일반 검법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부드러운 검초 속에 흐르는 압도적인 뇌기, 유(柔)와 강(剛)의 조화가 뇌전유운지검의 진수인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검법의 힘에 비해 이름이 거창하다며, 뇌기가 없는 지금은 검법과 문파의 이름을 바꿔야 하는 게 아니냐며 뒤에서 조롱할 때도 할 말이 없었다.


그러나 뇌운문의 사람들은 언젠가는 뇌기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으며 연마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만약 그의 꿈속에서와 같이 자유자재로 뇌기를 발현시킬 수 있는 날이 온다면 뇌운문의 무사들은 얼마나 감격할까.


“하하하하! 말도 안 되지.”


유운백은 너무나도 어이없는 생각에 그만 하늘을 바라보며 웃어버리고 말았다.

새까만 하늘에 떠있는 하얀 초승달이, 그의 생각을 비웃는 듯 시린 시선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래 말도 안 되는 일이야.”






꿈속의 일이라고, 진지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고 중얼거리면서도, 그의 손은 어느새 검을 집어 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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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18장 다시금 다가오는 그림자 (2) +1 20.10.17 1,766 25 12쪽
37 18장 다시금 다가오는 그림자 +1 20.10.16 2,045 26 12쪽
36 17장 결심(決心) +1 20.10.15 2,179 27 13쪽
35 16장 구율선미(九燏善美) (3) +2 20.10.14 2,436 33 15쪽
34 16장 구율선미(九燏善美) (2) +2 20.10.12 2,390 38 13쪽
33 16장 구율선미(九燏善美) +1 20.10.12 2,533 39 12쪽
32 15장 끊어지는 인연 (2) +2 20.10.11 2,537 37 13쪽
31 15장 끊어지는 인연 +3 20.10.10 2,668 39 12쪽
30 14장 이어지는 인연 (2) +1 20.10.09 2,904 34 12쪽
29 14장 이어지는 인연 +2 20.10.08 2,924 34 13쪽
28 13장 끝의 시작 (2) +3 20.10.07 2,878 36 12쪽
27 13장 끝의 시작 +2 20.10.06 2,891 38 13쪽
26 12장 희생(犧牲) 미끼(鱼饵) 살인(殺人) (2) +2 20.10.05 2,827 37 13쪽
25 12장 희생(犧牲) 미끼(鱼饵) 살인(殺人) +3 20.10.04 2,854 34 12쪽
24 11장 자, 시작하자 (2) +1 20.10.03 2,982 35 13쪽
23 11장 자, 시작하자 +4 20.10.02 3,034 38 12쪽
22 10장 무원행(武院行) (2) +2 20.10.01 3,112 38 13쪽
21 10장 무원행(武院行) +2 20.09.30 3,252 34 12쪽
20 9장 인연(因緣) (2) +2 20.09.29 3,254 44 15쪽
19 9장 인연(因緣) +1 20.09.28 3,385 37 12쪽
18 8장 귀환하다. (2) +1 20.09.27 3,398 41 12쪽
17 8장 귀환하다. +1 20.09.26 3,401 40 12쪽
16 7장 월하(月下) (2) +1 20.09.25 3,621 44 16쪽
15 7장 월하(月下) +3 20.09.24 3,667 45 15쪽
14 6장 전왕(電王)의 후예 (2) +1 20.09.23 3,726 45 13쪽
13 6장 전왕(電王)의 후예 +1 20.09.22 3,742 41 12쪽
12 5장 세상에 드러내다. (2) +6 20.09.21 3,738 43 15쪽
11 5장 세상에 드러내다. +2 20.09.20 3,644 45 15쪽
10 4장 영웅은 눈을 뜨기 시작하고, (2) +2 20.09.19 4,155 44 15쪽
9 4장 영웅은 눈을 뜨기 시작하고, +3 20.09.18 3,650 48 13쪽
» 3장 달밤의 검무(劍舞) (3) +2 20.09.17 3,604 46 9쪽
7 3장 달밤의 검무(劍舞) (2) +3 20.09.17 3,582 46 14쪽
6 3장 달밤의 검무(劍舞) +2 20.09.16 3,735 42 12쪽
5 2장 남궁세가(南宮世家) (2) +3 20.09.15 3,794 41 13쪽
4 2장 남궁세가(南宮世家) +3 20.09.14 4,125 38 8쪽
3 1장 영웅은 아직도 잠들어있다. (2) +4 20.09.14 4,667 4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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