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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신 둘째 공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완결

하송
작품등록일 :
2020.09.14 14:54
최근연재일 :
2020.10.17 20:01
연재수 :
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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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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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20,298

작성
20.09.14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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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글자
12쪽

1장 영웅은 아직도 잠들어있다. (2)

DUMMY

“왔느냐.”


중년남성의 중후한 목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문주의 전각에 찾아온 유운백이 허리를 낮춰 예를 갖췄다.


“예, 아버지. 소자 지금 도착했습니다.”


그가 바로 전왕의 타계(他界) 후 뇌운문 역사상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문주 유만호(流萬虎)였다.

물론 뇌운문 내에서 가장 뛰어났지만, 유만호의 실력은 흔한 중소문파의 수장과 다를 바 없었다.


그의 바람은 자신이 죽기 전에 뇌운문의 위상을 남궁세가에 비견될 정도로 올리는 것이었다.

그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은 그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었지만.


“네 이놈! 문에 들어섰다는 말을 들은 지가 언제인데 이제야 애비를 찾아오는 게냐!”


인사를 하는 유운백에게 그가 돌연 호통을 쳤다.


“하하하, 들으셨어요? 거참 전하지 말라니까.”


유운백이 허리를 세우며 머리를 매만졌다.


“아니, 저도 바로 찾아오려고 했는데요. 화림이를 만나서 대화를 나누느라고요. 사랑하는 동생의 고민을 매정하게 모른 척할 수는 없잖아요?”

“뭐라, 림아(琳兒)가 고민이라고? 그 아이가 고민이 있다고 했단 말이냐? 그런 말은 못 들었는데?”

“예 뭐, 그 아이가 저한테는 그런 얘기를 잘 털어놓아서 말이죠.”

“고민이 무엇······.”

“에헤이, 아무리 아버지라도 딸의 비밀을 알려달라는 건 안 되죠. 화림이한테 직접 물어보세요.”

“쯧, 되었다.”


유만호가 혀를 차고 고개를 돌렸다.

엄격하고 고지식한 그의 아버지였지만 하나 있는 딸을 유독 애지중지 아껴 그녀의 말이라면 쩔쩔맸다.

그러나 그녀는 고민 같은 사적인 이야기는 아버지와 나누지 않았다.

물론 그녀도 아버지를 사랑하긴 했지만, 아버지보다는 오라비인 유운백과 이야기하는 것을 더욱 좋아하고 마음을 열고 있었다.


잠시 그녀의 고민에 대하여 생각하던 유만호가 헛기침을 하며 유운백을 부른 본론을 꺼내들었다.


“흠흠, 어찌 되었든 내가 너를 부른 것은 네가 다녀와야 할 곳이 한군데 있어서다.”

“다녀올 곳이요?”


단번에 귀찮은 일이라는 것을 파악한 유운백이 한 발짝 물러났다.

유만호는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한 달 후에 있을 무원(武院)에 대해서는 네 녀석도 들어보았을게다.”


무원에 대한 것은 워낙 유명한지라 유운백도 익히 알고 있었다.


100년 전, 지금은 정마대전이라고 부르는 정파와 마교의 정면 대결이 있었다.

사소한 시비에서 불어난 전쟁이었다.

어느 한 쪽이 사라질 때까지 싸움이 이어질 거라 생각될 정도로 두 곳의 전쟁은 치열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두 곳 모두 큰 피해를 입자 이러다가 관망 중인 사파 사사련의 공격이라도 받으면 어느 쪽도 회생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수뇌부들의 협상 끝에 허무하게도 전쟁은 종결되었다.


그렇게 무승부로 전쟁은 끝이 났지만, 사실상 마교보다 인원수가 훨씬 많았음에도 비슷한 규모의 피해를 입은 무림맹의 피해가 더 크다고 할 수 있었다.


전쟁 전부터 자신들의 승리를 낙관했던 무림맹에게 이와 같은 결과는 크나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다음에 다시 한번 전쟁이 일어나면 이길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무림맹의 수뇌부는 고심을 거듭하여 무원이라는, 무학을 위한 학원을 개원하게 된다.


무원은 강호의 후기지수들을 모아 여러 방면의 무학을 가르치고, 그중에서도 다른 이보다 더욱 특출난 이들을 가려내 장차 정파를 이끌어갈 고수들로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었다.

그들은 다음대의 무림맹을 이끌어 가게 될 것이었으므로 무원에서는 그들을 가르치는데 성과 심을 다했다.


그렇게 개원한 무원은 상당한 효과를 발휘해 예정한 것보다 큰 수치로 정파의 힘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100년이 지난 지금에 이르러서는 정마대전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힘을 축적한 상태였다.


“아아아, 무원의 개최가 벌써 반년 뒤였나요. 시간 참 빠르네요.”


유운백이 매끈한 턱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무원은 10년 간격으로 문을 열었고 단계를 걸러내 일반 후기지수들은 2년, 능력 있는 후기지수들은 5년씩의 교육을 행하였다.

저번 대의 무원이 열린 뒤로 올해가 10년이 되는 해였다.


“잡다한 것에만 관심이 있고 무림의 중한 일에는 관심도 없는게냐.”


유만호가 질렸다는 듯이 한숨을 쉬었다.


“어쨌든 이번 무원에 남궁세가의 남궁선옥(南宮善玉)과 그의 동생들이 참가한다고 하는구나.”

“그래서요?”


유운백이 심드렁하게 물었다.

벌써부터 강호에 이름을 떨치고, 이미 최고의 후기지수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남궁선옥이 무원에 참가하는 건 당연했다.


“남궁세가가 힘써준 덕분에 이번 무원에 운명이도 참가하게 되었다.”

“형님이요?”


무원에 많은 후기지수들이 참가한다고 하지만, 누구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한 가문에서도 여러 명이 오는 만큼 사람을 받는 것에 한계가 있었고, 이미 강호에서 명성을 얻어 이름을 알리고 있는 자들이나, 유명한 문파의 자식들이 아니면 쉽게 들어갈 수 없는 곳이 무원이었다.

그렇기에 중소문파같은 힘이 없는 문파에서 참여할 수 있는 인원은 극히 한정되어 있었다.


공정함에 이의 제기가 나온 적도 있었지만, 무림맹에서는 아무나 기회를 받을 수 없기에 그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정파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는 말로 일축했다.


확실히 중소문파의 무사들보다 대문파의 무사들의 힘이 훨씬 강한 것도 사실이었기에 중소문파들은 그저 아쉬운 마음으로 무원의 개최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남궁세가가 뭐가 아쉬워서 우리를 위해 힘을 써줘요?”


유운백이 이해가 가지 않아 눈살을 찌푸렸다.

그들로서는 뇌운문 같은 곳이 참가해도 참가하지 않아도 달라질 것이 없었다.

유운백은 차라리 뇌운문 보다는, 다른 문파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정파의 미래를 위해서도 나은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했다.


“일단 같은 안휘에 적을 두고 힘쓰는 동도 아니더냐.”

“·········.”

“······ 후우- 합비의 상권을 조금 나눠주기로 했다.”


유만호가 아들의 싸늘한 눈에 결국 사실을 말하였다.


“예? 상권이요? 아니 제정신이세요? 우리가 뭘 얼마나 가지고 있다고 나눠줘요?”

“어허, 네 녀석이 감히 아비에게 못하는 말이 없구나!”


유만호가 거친 언행을 하는 아들에게 짐짓 호통쳐봤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그깟 무원 때문에 저희의 밥벌이를 끊는다고요?”

“얼마 나눈 것으로 문파가 망하지는 않는다.”


유운백이 허탈한 듯 웃었다.

그가 재차 따지려고 했으나 아버지의 표정을 보고는 간신히 속으로 삼켰다.


그의 아버지도 큰 손해를 봤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다만 무원의 이름을 이용해서라도 가문의 위상을 조금이나마 높이고 싶었을 것이다.

무원에 참가한다는 것은 교육을 받는 자만이 아닌, 그 가문의 이름도 세상에 알린다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무원에 참가했던 문파와 세가들은, 무원에 자신의 자손이 참가했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문파의 부러움을 사고는 했었다.

그렇기에 문파의 수장들이 무원에 자식들을 보내려고 더욱 혈안이 되는 것이었다.


“······ 그래서요?”


아버지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게 아닐 것이라 생각하고 물었다.


그가 이야기를 넘기자 유만호가 한결 편한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평소에는 능글맞게 구는 녀석이, 꼭 이럴 때만 날카로운 면모를 보이며 따지고 들어서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니었다.


“남궁세가에 좀 다녀오거라.”

“예?”

“어쨌든 남궁세가가 힘을 써준 건 사실이니 인사는 해야 할 것 아니냐. 네가 가서 감사를 전하고 오너라.”


유운백은 자신이 들은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는 입을 삐죽였다.


“아니,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돼요?”

“나중이라도 우리를 추천한 곳이 남궁세가라고 소문이 날 텐데 감사를 표하지 않으면 강호의 동도들이 우리를 뭐라 생각하겠느냐.”

“상권 줬잖아요.”

“그건 그거고.”

“와, 힘없는 사람들은 서러워서 살 수가 없네요.”

“그래서 이 애비가 이런 짓까지 하면서 가문 좀 살려보려는 것 아니냐.”


아버지의 마음이 아주 조금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서찰로 하면······ 물론 안 되겠죠, 예. 그런데 그러면 형님이 가는 게 맞는 거 아니에요? 덕을 보는 사람이 찾아가 인사하는 게 예의에 더 맞을 텐데요.”

“무원에 수많은 기재들이 올 텐데 그곳에서 무시당할 수는 없잖느냐. 네 형은 바로 폐관수련(閉關修鍊)에 들여보냈다. 그리고······.”

“아! 자존심 문제군요.”


말을 흐리는 유만호를 보며 유운백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이 정도까지 양보하는데 본인이 찾아가서 고개 숙이면 치욕스럽죠.”


말을 하던 유운백이 번쩍 고개를 들었다.


“근데 전 가고 싶지가 않네요.”

“뭐라? 아니, 넌 지금까지 뭘 들은 게냐······.”

“아니, 이해는 했어요······ 근데 그 자식들의 거만한 태도를 생각하면 벌써부터 토할 것 같은데요······.”

“가문을 위해서다. 참아라.”


말은 그렇게 했지만 더 이상 어쩔 수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는 유운백이었다.

그저 마음에 들지 않아 내뱉어본 것뿐이었다.




* * *




“작은 오라버니! 들었어요! 남궁세가에 가신다면서요?”


남궁세가에 다녀오라는 말을 들은 다음날, 세수를 하고 기지개를 펴는 그에게 유화림이 다가와서 물었다.

그에게 난 심통은 하룻밤 새 사라진 것 같았다.


“응······ 진짜 가기 싫다······.”


유운백이 아침 댓바람부터 긴 한숨을 내쉬었다.


“흠- 오라버니 혼자서 가면 무슨 사고를 치실지 모르는데······”


유화림이 하고 싶은 이야기라도 있는 듯 그의 눈치를 살폈다.


“따라오고 싶구나?”

“네, 네?! 아니 그런 건 아닌데요······.”


단번에 눈치 챈 그에게 유화림이 쭈뼛거렸다.


“안 되나요?······.”


“나야 상관은 없는데······ 아버지에게 여쭤봐. 먼 거리도 아니니까 허락해 주시지 않을까? 거기다 예쁜 여자아이가 같이 가면 남궁세가에서도 함부로 대하지 않겠지? 좋네.”


유화림은 방년 스무 살로 귀여운 외모에서 성숙해지는 시기 특유의 묘한 매력을 지닌 아름다운 아이였다.

그런 유화림이 같이 가면 조금 더 나은 대우를 받지 않을까 싶었다.


자고로 유운백이 보는 세상 속에서, 미인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었다.


“알겠어요! 지금 바로 갔다 올게요!”


그렇게 말한 그녀가 아버지를 만나러 문주의 전각으로 뛰어갔다.

아침부터 문내를 달리는 그녀를 보며 무공연마를 하러 가는 뇌운문의 무사들이 놀란 표정으로 돌아보았다.


유운백도 두 손을 깍지 끼고 들어 올리며 다시 한번 기지개를 펴고는 그녀를 흘깃 쳐다본 후 짐을 챙기러 향했다.

활기가 넘쳐흐르는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이른 아침부터 찾아온 딸이 갑작스럽게 자신도 유운백을 따라 남궁세가에 다녀온다는 말을 꺼내자 유만호는 크게 당황하였다.


쉽게 허락을 내릴 줄 알았던 유만호였지만, 예상외로 단호하게 그녀의 남궁세가행을 반대했다.

마차를 타면 이틀도 걸리지 않는 거리였지만, 그 사이에 무슨 봉변이라도 당하면 어떡하냐는 이유에서였다.

물론 유화림은 과보호라며 고운 얼굴을 찌푸리며 대들었다.


그렇게 일다경의 시간이 흘러, 이제는 아버지와 말도 안 할 것이다 등의 온갖 협박이 오가고 나서야, 호위들의 곁에서 절대 떨어지면 안 된다는 조건과 함께 그녀의 동행이 결정되었다.


이래저래 아침부터 수난을 겪은 문주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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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19장 -시작되는 이야기- 完 +4 20.10.17 2,367 29 12쪽
38 18장 다시금 다가오는 그림자 (2) +1 20.10.17 1,764 25 12쪽
37 18장 다시금 다가오는 그림자 +1 20.10.16 2,044 26 12쪽
36 17장 결심(決心) +1 20.10.15 2,176 27 13쪽
35 16장 구율선미(九燏善美) (3) +2 20.10.14 2,435 33 15쪽
34 16장 구율선미(九燏善美) (2) +2 20.10.12 2,388 38 13쪽
33 16장 구율선미(九燏善美) +1 20.10.12 2,532 39 12쪽
32 15장 끊어지는 인연 (2) +2 20.10.11 2,535 37 13쪽
31 15장 끊어지는 인연 +3 20.10.10 2,665 39 12쪽
30 14장 이어지는 인연 (2) +1 20.10.09 2,902 34 12쪽
29 14장 이어지는 인연 +2 20.10.08 2,922 34 13쪽
28 13장 끝의 시작 (2) +3 20.10.07 2,874 36 12쪽
27 13장 끝의 시작 +2 20.10.06 2,888 38 13쪽
26 12장 희생(犧牲) 미끼(鱼饵) 살인(殺人) (2) +2 20.10.05 2,825 37 13쪽
25 12장 희생(犧牲) 미끼(鱼饵) 살인(殺人) +3 20.10.04 2,852 34 12쪽
24 11장 자, 시작하자 (2) +1 20.10.03 2,979 35 13쪽
23 11장 자, 시작하자 +4 20.10.02 3,031 38 12쪽
22 10장 무원행(武院行) (2) +2 20.10.01 3,108 38 13쪽
21 10장 무원행(武院行) +2 20.09.30 3,248 34 12쪽
20 9장 인연(因緣) (2) +2 20.09.29 3,251 44 15쪽
19 9장 인연(因緣) +1 20.09.28 3,383 37 12쪽
18 8장 귀환하다. (2) +1 20.09.27 3,396 41 12쪽
17 8장 귀환하다. +1 20.09.26 3,398 40 12쪽
16 7장 월하(月下) (2) +1 20.09.25 3,619 44 16쪽
15 7장 월하(月下) +3 20.09.24 3,662 45 15쪽
14 6장 전왕(電王)의 후예 (2) +1 20.09.23 3,724 45 13쪽
13 6장 전왕(電王)의 후예 +1 20.09.22 3,739 41 12쪽
12 5장 세상에 드러내다. (2) +6 20.09.21 3,736 43 15쪽
11 5장 세상에 드러내다. +2 20.09.20 3,642 45 15쪽
10 4장 영웅은 눈을 뜨기 시작하고, (2) +2 20.09.19 4,152 44 15쪽
9 4장 영웅은 눈을 뜨기 시작하고, +3 20.09.18 3,647 48 13쪽
8 3장 달밤의 검무(劍舞) (3) +2 20.09.17 3,600 46 9쪽
7 3장 달밤의 검무(劍舞) (2) +3 20.09.17 3,579 46 14쪽
6 3장 달밤의 검무(劍舞) +2 20.09.16 3,731 42 12쪽
5 2장 남궁세가(南宮世家) (2) +3 20.09.15 3,790 41 13쪽
4 2장 남궁세가(南宮世家) +3 20.09.14 4,121 38 8쪽
» 1장 영웅은 아직도 잠들어있다. (2) +4 20.09.14 4,664 43 12쪽
2 1장 영웅은 아직도 잠들어있다. +3 20.09.14 6,370 53 12쪽
1 -기록의 시작 +5 20.09.14 7,691 50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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