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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신 둘째 공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완결

하송
작품등록일 :
2020.09.14 14:54
최근연재일 :
2020.10.17 20:01
연재수 :
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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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548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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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20,298

작성
20.10.07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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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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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글자
12쪽

13장 끝의 시작 (2)

DUMMY

* * *




자서종은 일행의 선두에서 산을 오르고 있는 유운명의 등을 바라보고 있었다.


쫓기고 있는 형편이니 급한 것은 맞았지만 산을 오르는 속도가 너무 빨랐다.


이렇게 체력을 분배하지 않고 험준한 산을 타면 무인이라 해도 언제 지치게 될지 몰랐다.

더군다나 언제 싸우게 될지 모르니 더더욱 힘을 비축해두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었다.


“소문주님.”


결국 자서종이 빠른 속도로 유운명의 뒤에까지 붙어 그를 불렀다.


“속도가 너무 빠른 것 같습니다. 이렇게 가다가는 회녕에 들어서기도 전에 지쳐버리고 말 겁니다.”


유운명은 자서종의 말에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올라가며 그를 힐끗 보았다.


“우리가 더 빠르게 움직여야 그들이 보다 많은 전력을 우리에게 쏟을 것이오.”

“예?”

“동생과 가까운 곳에서 우리가 잡히면, 그들의 포위망에 내 동생도 끼게 될 것이오.”


자서종은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어째서 유운명이 자신의 동생을 그렇게 매정하게 버려두고 왔는지 깨닫게 되었다.


미끼로 유운백을 남겨둔 게 아니라, 자신이 미끼가 되려고 했던 것이다.


복면을 쓰고 있던, 둘째 공자가 사사련으로 추측했던 자들이 노리고 있는 자는, 그들의 말로 유추해 볼 때 뇌운문의 소문주였다.


그들은 자신들을 죽이기 위해 이 산을 벗어나기 전에 따라잡으려고 할 것이다.

이곳을 벗어나는 순간 죽일 가능성은 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니까.


그래서 소문주는 자신이 산을 올라가며 미끼가 되기로 한 것이다.


그가 도망치면 복면인들은 반드시 그를 추격해 올 것이다.

그들도 정신없이 추격해오는 입장이니, 스무 명이나 되는 사람들 중 한두 명이 사라진다 해도 이 야밤에 눈치를 채기는 힘들 것이었다.


동생을 위해 미끼가 된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모두의 목숨을 인질로 잡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가 잡히면 결국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죽게 된다.

소(小)를 위해 대(大)를 희생하는 것이다.


그것은 일문(一門)의 소문주라는 자가 가져야 할 생각은 아니었다.


그러나 유운명의 말을 들은 자서종을 비롯한 모든 호위들은, 군말 없이 자신들의 목숨을 그의 손에 쥐여주었다.


그들의 동료를 살리기 위해, 또 자신들을 살리기 위해 미끼가 된 유운백을 다시 자신들의 목숨으로 살릴 수 있다면, 그것은 나쁘지 않은 대가였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과연 사사련의 모든 무인들이 자신들을 추격해 올까 하는 것이었다.


만약 나눠져서 반만 자신들을 추격해 온다면······.


“걱정할 것 없소.”


자서종의 표정을 읽은 유운명이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모두에게는 미안하게 됐소.”


호위들이 유운명이 검을 드는 것을 보고나서, 그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 뭐, 잘하면 살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호위 중 한 명이 피식 웃으며 자리에 멈춰 섰다.

다른 이들도 같은 표정을 지으며 그의 주위로 모여들었다.


유운명이 주위를 훑어보며 위를 올려다보니 벌써 정상에 거의 도착한 것 같았다.

이 정도면 유운백과 헤어졌던 장소에서부터 꽤나 멀어졌을 것이다.


“그렇습니다. 여기까지 와놓고 쉽게 죽을 수는 없지요. 그리고 소문주님을 지키는 것이 저희의 임무이고요.”


자서종이 이빨을 보이며 웃었다.


유운명은 미미하기는 하지만 얼굴에 미소를 띄우고, 섬광뢰운심법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 * *




“흔적은 찾았나?”


고무성이 흔적을 찾으며 올라가고 있는 자신의 부하에게 물었다.


“몇 가지 흔적이 있긴 합니다만, 고의로 지우려고 한 흔적도 섞여있습니다. 누군가가 교란을 하려고 해놓은 것 같습니다.”


수하가 하는 말을 들으며 고무성이 혀를 찼다.


“쯧, 쥐새끼 몇 마리가 따로 움직이고 있나 보군. 그러니까 그냥 내 쪽에 있을 때 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는데······.”


그들이 애초에 짜두었던 계획은, 뇌운문의 소문주가 동성에서 회녕으로 오는 길에 기습을 가하여 몰살 시켜버리는 것이었다.


그런데 흑도 떨거지 몇이 같은 길을 통하여 오고 있다는 것을 들은 추서가, 즉각적으로 계획을 바꿔버렸다.


자신은 그냥 흑도인들도 함께 썰어버리면 되니까 계획을 진행시키자고 말했었지만 자신의 상관은 조심성이 너무나 많은 겁쟁이였다.


괜히 시체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증거가 많이 생긴다고 그의 말을 들은 체도 하지 않은 것이다.


결국 천하의 오사단이 남궁세가의 개입을 막기 위해 배치해둔 병력 쪽으로 몰아가는, 몰이 역할 따위를 맡게 되었다.


하지만 그 계획도 결국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그들의 무리에 예상외의 힘을 가진 애송이가 있어서 포위망을 뚫고 산으로 도주해버렸던 것이다.


이 산은 나무들이 너무 빽빽해서 시야를 확보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었다.

거기에 더해 달까지 없는 밤이다 보니, 흔적을 찾는 것에도 시간이 많이 소모되고 있었다.


“주군은 무슨 생각이신지······.”


원래 오사단은 누구의 명령에도 따르지 않는 사마성의 직속 단이었지만, 현재 오사단은 그의 주군인 사마성의 명으로 추서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부대가 되어 있었다.


명이다 보니 겉으로는 충성을 다해 따르고 있었으나, 실은 그는 추서 같은 인간을 제일 혐오했다.

추서는 힘이 없는 자에게는 강하게 나가고, 힘이 있는 자에게는 굽신거리는 전형적인 간신이었다.


오직 자신의 힘 하나로 단주의 자리까지 올라온 그가 보기에는 쓰레기나 다름없는 자였다.


애초에 이 작전 자체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고작 뇌운문의 소문주 따위를 처리하는데, 조(組)나 대(隊)도 아닌 단(團) 전체를 데려오다니.

이것은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을 쓰는 것과 마찬가지가 아닌가.


콰과과과광!


그가 주군의 명만 아니었다면 진즉에 처리해버렸을 추서를 욕하면서 산을 오르고 있을 때, 돌연 산 위에서 벼락이 내리꽂혔다.


“다, 단주님! 산이 무너져 내립니다!”


옆에 있던 수하 한 명이 위를 보고는 경악하며 소리 질렀다.


“제기랄! 다들 두꺼운 나무를 붙잡고 엎드려라!”


고무성이 소리치며 앞에 있는 나무로 뛰어들었다.


곧이어 엄청난 양의 토사들이 바위와 함께 떠내려오더니, 파도처럼 그의 수하들을 휩쓸기 시작했다.


“절대로 손을 놓지 마라!”


그가 손에 진기까지 실어 나무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써댔다.


끝없이 계속될 것 같았던 지옥 같은 산사태는, 반각의 시간이 흐른 후에야 이내 잠잠해져가기 시작했다.


산사태가 끝나고 일어난 고무성과 수하들이 입안에 들어간 이물질 때문에 기침을 토했다.


“퉤, 이······.”

“단주님! 불입니다!”


고무성이 자신의 수하들을 삼할이나 떠내려가게 한 토사들을 보며 치를 떨고 있을 때, 옆에서 누군가가 다시 한번 소리쳤다.


그의 손짓에 따라 고개를 들은 고무성의 눈이 찢어질 것같이 커졌다.


산사태를 일으켰던 벼락이, 뒤이어 나무에 불까지 붙게 한 모양이었다.


“임무를 중지하고 내려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수하 한 명이 그를 보며 다급하게 물었다.


아직은 불이 많이 번지지 않았지만, 결국 시간문제일 뿐이었다.

이렇게 나무가 많은 곳에서는 순식간에 다른 나무로 불이 옮겨 붙어, 산 전체가 타오르게 될 것이다.


“······ 이대로 임무를 포기하고 내려가도 어차피 죽게 될 것이다.”


그의 주군은 임무를 실패한 자를 절대 살려두지 않았다.


오사단이 그의 직속 단이 될 수 있었던 것도, 그동안 단 한 번의 임무도 실패해 본 적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수하를 많이 잃어 본 적은 있어도, 임무 자체를 실패해 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자신의 모든 경력이 그 쥐새끼 한 마리 때문에 박살이 날 위기에 처했다.

죽은 수하는 다시 보충하면 되었지만, 자신의 흠집 난 경력은 되돌릴 수 없었다.


“산에서 내려가면 주군께 빌어서라도 내 직접 사지를 찢어죽여주마.”


고무성이 안광을 번뜩이며 중얼거렸다.


“다들 일어서서 올라가라! 아직 불길이 번지기 전이다! 위에 있는 그들을 처리하고, 정상을 넘어 산을 탈출한다!”


그의 명령에 수하들이 주저 없이 일어나 산 위로 달리기 시작했다.


방금 전 벼락으로 인해 흔적을 찾는 수고는 덜게 되었다.

그들의 위치를 아는 이상, 더 이상 꾸물거릴 필요는 없다.


불이 번지기 전에 그들을 죽여야 자신들도 살 수 있었다.




* * *




“어어어? 뭐야?!”


구율선미가 갑작스레 들려오는 굉음에 귀를 막으며 산 위를 올려다보았다.


“산사태가 난 것 같습니다! 아가씨, 이리로!”


장군보가 땅을 울리는 진동을 눈치채고, 뇌운문의 무사를 어깨에 맨 채로 구율선미의 몸을 들었다.


“잠깐만! 얘도!”


그녀가 서둘러 유운백의 팔을 잡고 끌어당겨 품에 안았다.


콰직!


세 사람을 어깨에 맨 장군보가 보이는 족족 나무들을 걷어차기 시작했다.


짧은 시간 동안 몇 십 그루의 나무들을 쓰러트린 그가, 다시 한번 쓰러져있는 나무들을 걷어차 한 곳에 일렬로 쌓기 시작했다.


“조금 답답하시더라도 참아주십시오!”


나무들을 쌓아 거대한 가림 막을 만든 장군보가 세 명을 가슴 밑에 깔고 엎드려 그들을 보호했다.


쏴아아아아아!


마치 해일이 밀려오는 것 같은 소리를 내며, 엄청난 양의 토사가 나무들을 넘어 그들의 몸을 덮쳤다.




“케헥!”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까, 장군보의 밑에서 구율선미가 입안에 들어간 흙들을 뱉으며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카악- 퉷! 뭐야 갑자기!”

“누군가 고의로 일으킨 것 같습니다.”


침을 뱉는 구율선미의 손을 잡아 일으켜 세우며 장군보가 말했다.


구율선미가 텁텁한 입이 불쾌해 혀를 길게 내밀어 손으로 긁어봤지만, 입안에 들어간 흙은 좀처럼 빠지지 않았다.

오히려 손에 묻은 흙까지 입안에 들어가는 것 같자 그녀가 대뜸 신경질을 부려댔다.


“어떤 새끼야!”

“흠흠. 아가씨, 말씀을······ 아마 위에 올라가 있는 이 자의 동료나 그들을 쫓는 자들이 한 것 같습니다.”

“죽여버릴 거야!”


그녀가 이를 악 물어, 송곳니를 드러내며 위를 쳐다보았다.


“장군보! 걔네들 데리고 따라와!”


구율선미가 그 말을 끝으로 땅을 강하게 박차 산사태가 일어났던 방향으로 신형을 날렸다.


“아가씨이이이! 같이 가셔야 합니다!”


장군보가 갑자기 뛰쳐나간 그녀에게 비명을 지르며, 유운백과 호위무사를 양쪽 어깨에 메고 산을 뛰어 올라갔다.


날쌘 그녀와는 달리, 그가 달릴 때마다 쿵쿵거리는 소리와 함께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지축이 흔들렸다.


장군보가 달리면서, 혹시 피해를 입지는 않았을까 어깨에서 대롱거리는 두 명의 상태를 살펴봤지만, 다행히 늘어난 외상은 없는 것 같았다.


얼굴이 온통 진흙 범벅이 된 것만 빼고.




“으, 으으······.”


유운백이 세계가 흔들리는 것 같은 어지러움에 조금씩 정신을 차렸다.


아마 상단전을 남발한 것에 대한 후유증인 듯했다.


“여기는······.”


자꾸 시야가 흔들리는 느낌에 그가 머리를 두어 차례 흔들어 정신을 차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아무리 흔들어대도, 세계는 그에 맞추어 더욱 흔들거리며 어지러움을 증폭시킬 뿐이었다.

거기다 얼굴로 무언가 흘러내리는 것을 보니 피가 나고 있는 것 같았다.


“아, 깨어나셨소?”


설마 또 꿈속인가하고 고민하려는 찰나, 바로 옆에서 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음?”

“응? 어?”


고개를 돌리니 생전 처음 보는 흉악한 얼굴의 사내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


유운백이 잠시 멍하게 있다가 다시 고개를 떨궜다.


아무래도 꿈속이 맞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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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19장 -시작되는 이야기- 完 +4 20.10.17 2,367 29 12쪽
38 18장 다시금 다가오는 그림자 (2) +1 20.10.17 1,764 25 12쪽
37 18장 다시금 다가오는 그림자 +1 20.10.16 2,044 26 12쪽
36 17장 결심(決心) +1 20.10.15 2,176 27 13쪽
35 16장 구율선미(九燏善美) (3) +2 20.10.14 2,435 33 15쪽
34 16장 구율선미(九燏善美) (2) +2 20.10.12 2,388 38 13쪽
33 16장 구율선미(九燏善美) +1 20.10.12 2,532 39 12쪽
32 15장 끊어지는 인연 (2) +2 20.10.11 2,535 37 13쪽
31 15장 끊어지는 인연 +3 20.10.10 2,665 39 12쪽
30 14장 이어지는 인연 (2) +1 20.10.09 2,902 34 12쪽
29 14장 이어지는 인연 +2 20.10.08 2,922 34 13쪽
» 13장 끝의 시작 (2) +3 20.10.07 2,875 36 12쪽
27 13장 끝의 시작 +2 20.10.06 2,889 38 13쪽
26 12장 희생(犧牲) 미끼(鱼饵) 살인(殺人) (2) +2 20.10.05 2,825 37 13쪽
25 12장 희생(犧牲) 미끼(鱼饵) 살인(殺人) +3 20.10.04 2,852 34 12쪽
24 11장 자, 시작하자 (2) +1 20.10.03 2,979 35 13쪽
23 11장 자, 시작하자 +4 20.10.02 3,031 38 12쪽
22 10장 무원행(武院行) (2) +2 20.10.01 3,108 38 13쪽
21 10장 무원행(武院行) +2 20.09.30 3,248 34 12쪽
20 9장 인연(因緣) (2) +2 20.09.29 3,251 44 15쪽
19 9장 인연(因緣) +1 20.09.28 3,383 37 12쪽
18 8장 귀환하다. (2) +1 20.09.27 3,396 41 12쪽
17 8장 귀환하다. +1 20.09.26 3,399 40 12쪽
16 7장 월하(月下) (2) +1 20.09.25 3,619 44 16쪽
15 7장 월하(月下) +3 20.09.24 3,662 45 15쪽
14 6장 전왕(電王)의 후예 (2) +1 20.09.23 3,724 45 13쪽
13 6장 전왕(電王)의 후예 +1 20.09.22 3,740 41 12쪽
12 5장 세상에 드러내다. (2) +6 20.09.21 3,736 43 15쪽
11 5장 세상에 드러내다. +2 20.09.20 3,642 45 15쪽
10 4장 영웅은 눈을 뜨기 시작하고, (2) +2 20.09.19 4,152 44 15쪽
9 4장 영웅은 눈을 뜨기 시작하고, +3 20.09.18 3,647 48 13쪽
8 3장 달밤의 검무(劍舞) (3) +2 20.09.17 3,600 46 9쪽
7 3장 달밤의 검무(劍舞) (2) +3 20.09.17 3,579 46 14쪽
6 3장 달밤의 검무(劍舞) +2 20.09.16 3,732 42 12쪽
5 2장 남궁세가(南宮世家) (2) +3 20.09.15 3,790 41 13쪽
4 2장 남궁세가(南宮世家) +3 20.09.14 4,121 38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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