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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신 둘째 공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완결

하송
작품등록일 :
2020.09.14 14:54
최근연재일 :
2020.10.17 20:01
연재수 :
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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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590
추천수 :
1,527
글자수 :
220,298

작성
20.09.14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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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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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글자
8쪽

2장 남궁세가(南宮世家)

DUMMY

유운백은 마차 밖의 지나가는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유화림이 문주의 전각에서 난리를 피운 당일, 남궁세가로 출발해 벌써 하루가 지났다.


같은 안휘에 있는 남궁세가로 가는 것이라서 법석을 떨 필요가 없었기에, 간단한 짐만 꾸려 부모님에게 인사만 올린 후 빠르게 남궁세가로 출발하였다.

그의 형인 유운명(流雲明)은 전날 그가 친구들과 객잔에 있을 때 이미 폐관수련에 들어가 있었기에 볼 수 없었다.


짐은 별로 없었지만 유화림의 동행 탓에 호위가 많아져 그들까지 열 명이나 되는 꽤나 규모가 큰 여정이 되고 말았다.


그들의 호위인 뇌운문의 무사들은 유운백과 유화림이 탄 마차를 감싸듯 양쪽으로 벌어져 말을 타고 달렸다.

유운백이 멍하니 있을 때 호위 한 명이 말의 고삐를 틀어 마차에 가까이 다가왔다.


“둘째 공자님, 한 시진 정도만 있으면 남궁세가에 도착할 것 같습니다.”


이번 남궁세가행의 진두를 맡은 자서종(自西從)이었다.

그는 뇌운문의 무사들에게 무공을 가르치는 교두였으며, 뇌운문 내에서는 제법 고수의 반열에 오른 자였다.

원래 일반 호위 네 명과 같이 가려 했으나, 딸이 걱정된 유만호가 무공이 강한 네 명을 더 붙여준 것이다.


“그러네요.”


무심하게 끄덕이는 유운백을 보고 맞은편에 앉아있던 유화림이 물었다.


“남궁세가에 가보신 적이 있으세요, 오라버니?”


그녀는 남궁세가는커녕 합비에서 벗어나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성도인 만큼 볼거리와 먹거리는 충분했고 굳이 합비에서 멀리까지 나갈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세상 경험에 대한 것은 아직 일천한 그녀였다.


“어릴 적이지만 말이야.”


유운백은 여덟 살 때 아버지를 따라 남궁세가에 가본 적이 있었다.

가게 된 경위는 자세히 기억 안 나지만 아마 무슨 잔치가 있었기에 갔던 것 같았다.

유화림은 아직 어렸던지라 같이 가지 못하고 어머니와 함께 문내에 남았었다.


그때는 유운백도 순수하던 시절이었다.

자신들의 집보다 몇 배는 더 큰 남궁세가가 왠지 괴물의 아가리가 입을 벌리고 있는 것 같이 느껴져 무서움에 아버지의 손을 꼭 잡았던 기억이 있었다.


“헤- 그럼 오라버니랑 아시는 분이 있을 수도 있겠네요.”


이번 남궁세가행에 대한 사정을 자세히 알지 못하는 유화림은 처음 하는 여행에 살짝 들떠있었다.


“글쎄, 그렇게 좋은 기억은 아니다만······.”


그가 구대문파든 오대세가든, 대문파들을 안 좋아하게 된 계기가 그때였다.


어렸을 때 가장 강해 보였고 가장 존경하던 아버지였는데, 그런 아버지에게 그들은 손짓을 하면서 함부로 대하기도 하고 비웃기도 했던 것이다.

어린 유운백은 바로 옆에서 그걸 지켜볼 수 있었다.


아마 무공에 대한 내용을 서로 나누었던 것 같다.

그 때 뇌운문의 가전무공인 뇌전유운지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남궁세가의 어른이라는 작자들이 남의 가문의 무공을 이야기하면서 실소를 지었던 것이다.


전왕 유성준의 뇌전유운지검은 이미 강호의 무인 누구도 비웃을 수 없는, 적을 쉬이 찾을 수 없는 최고의 절기 중 하나로 손꼽혀 무림의 역사에 기록되었다.


그러나 당대에 이르러서는 뇌전유운지검이라는 무공이었으나 뇌기의 발현이 전혀 되지 않았다.

그것을 두고 이젠 유운지검이라고 무공명을 바꿔도 괜찮지 않겠냐는 이야기까지 나왔을 때 아버지가 주먹을 불끈 쥐는 것을 보았다.


어린 유운백은 아버지가 화나서 그 자들을 때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평소에 굉장히 엄하고 가문을 사랑하는 아버지는 그런 말을 듣고 참을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는 주먹만 쥘 뿐 나서지 못했다.

오히려 유운백의 형인 유운명이 분노를 느껴 울먹이며 남의 가문을 욕하지 말라고 소리쳤다.


꼬마아이의 울부짖음에 어른들은 이야기를 그만두었으나, 어린 그들의 눈에는 비웃던 남궁세가의 어른들과 동참하던 다른 문파의 어른들의 표정이 지워지지 않았다.


그 후 힘이 없으면 비웃음 당한다는 것을 알아버린 유운명은 그 시점부터 미친 듯이 무공을 연마하기 시작했고, 다정하고 감정 표현이 많던 그의 형은 어느샌가 감정을 나타내지 않는 냉혹한 성격이 되어버렸다.


그 당시 유운명의 나이는 13살이었다.

모든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던 나이의 유운명이었기에, 그들의 무시와 조롱을 더욱 참을 수 없었을 것이었다.


그의 형이 변하는 걸 곁에서 지켜보면서 유운백도 조금씩 바뀌어갔다.


그러나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때 나서지 않았던 아버지의 결정은 올바른 것이었을지도 몰랐다.

그때 아버지가 나섰다면 다른 문파의 수장들이 보는 앞에서 더욱 큰 망신을 당했을지도 모른다.

문주의 망신은 곧 문파의 망신.

모순되나 가문을 욕되게 할 수 없기에, 가문을 욕하는 이야기를 참았을 것이다.

그것이 힘이 없는 아버지가 가문을 사랑하고 지키는 방법이었다.


현실적인 유운백은 이제 와서지만 아버지의 결정이 올바르다고 여겼다.

자신은 그와는 달리, 그렇게 가문을 사랑하지는 않았지만.


“오라버니?”


상념에 잠긴 것 같은 그를 보며 유화림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아, 뭐 별거 아니야. 그때도 그놈들은 오만하고 거만하고 교만하고 안하무인에 방약무인이었다는 거지.”

“······ 굉장히 별거 같은데요.”


유화림이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그래도······ 개중에는 친절하고 예의 바르고 멋진 사람도 있으니까요! 함부로 평가하면 안 된다고요!”


그녀의 이야기를 듣던 유운백이 슬며시 입꼬리를 올렸다.


“그거 네가 말한 그 사람 이야기야? 대체 누구야 그 사람이? 이제 좀 알려줘.”


예전에 성도에서 어디서 굴러왔는지 모를 불량배와 유화림이 시비가 붙었던 적이 있었다.


아무리 아녀자라고 하나 목숨이 아까운 잡배들은 무림문파들의 자손은 건드리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었다.

무공을 배운 무사한 명만 있어도, 자신들을 도륙 내버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그 여식이 무공을 배웠다면 직접 자신을 죽일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렇기에 그들은 무림 문파의 자손들의 얼굴을 목숨 줄처럼 외우고 다녔다.


그런데 다른 곳에서 온 사정을 모르는 잡배 하나가 유화림과 걷다가 부딪히고 시비를 건 것이다.

그녀는 상대하고 싶지 않아 시종일관 무시로 일관했으나, 그는 목숨 아까운 줄도 모르고 계속 그녀를 귀찮게 했다.

호위 없이 나온 산책이었기에 어떻게 할 방도가 없어 직접 상대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어느 젊은 영웅 한 명이 나타나 순식간에 그자를 날려버렸다.


그러고는 그녀가 괜찮은지 확인만 한 다음, 홀연 자취를 감춰버렸다.

그녀가 알 수 있었던 것은 남궁세가의 표식을 단 검을 들고 있었다는 것뿐이었다.


물론 그 이야기를 들은 그녀의 아버지가, 그 불량배를 수소문한 후 어떻게 처리했는지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저도 이름은 몰라요. 그저 남궁세가 사람이라는 것만······.”


유화림이 그때가 생각나는지 얼굴을 붉혔다.

자신을 지켜주고 떠나버린 그는 이야기 속에나 나오는 영웅 같았기에 그녀는 그 순간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유치하고 진부한 이야기였다.


“화림아, 잘 들어. 네가 내 동생이라서 해주는 말이야.”


유운백이 진지한 목소리로 말하자 그녀가 몸을 바로하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팔짱을 끼며 세상 물정 모르는 동생을 위해 현실을 깨닫게 해줬다.


“이 세상에 영웅은 없어. 없으니까 이야기에 등장하는 거지. 거기다 영웅 행세하는 사람만큼 재수 없는 사람도······ 화림아?”


무슨 소리를 하나 싶어서 귀 기울여 듣던 유화림이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철없는 동생에게 세상을 깨우치게 하려는 유운백과 그런 쓸모없고 영양가 없는 말은 듣고 싶지 않다고 양쪽 귀를 틀어막는 유화림의 대결은, 그들의 마차가 남궁세가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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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19장 -시작되는 이야기- 完 +4 20.10.17 2,368 29 12쪽
38 18장 다시금 다가오는 그림자 (2) +1 20.10.17 1,765 25 12쪽
37 18장 다시금 다가오는 그림자 +1 20.10.16 2,044 26 12쪽
36 17장 결심(決心) +1 20.10.15 2,176 27 13쪽
35 16장 구율선미(九燏善美) (3) +2 20.10.14 2,435 33 15쪽
34 16장 구율선미(九燏善美) (2) +2 20.10.12 2,389 38 13쪽
33 16장 구율선미(九燏善美) +1 20.10.12 2,532 39 12쪽
32 15장 끊어지는 인연 (2) +2 20.10.11 2,535 37 13쪽
31 15장 끊어지는 인연 +3 20.10.10 2,665 39 12쪽
30 14장 이어지는 인연 (2) +1 20.10.09 2,902 34 12쪽
29 14장 이어지는 인연 +2 20.10.08 2,922 34 13쪽
28 13장 끝의 시작 (2) +3 20.10.07 2,875 36 12쪽
27 13장 끝의 시작 +2 20.10.06 2,889 38 13쪽
26 12장 희생(犧牲) 미끼(鱼饵) 살인(殺人) (2) +2 20.10.05 2,825 37 13쪽
25 12장 희생(犧牲) 미끼(鱼饵) 살인(殺人) +3 20.10.04 2,852 34 12쪽
24 11장 자, 시작하자 (2) +1 20.10.03 2,979 35 13쪽
23 11장 자, 시작하자 +4 20.10.02 3,031 38 12쪽
22 10장 무원행(武院行) (2) +2 20.10.01 3,109 38 13쪽
21 10장 무원행(武院行) +2 20.09.30 3,249 34 12쪽
20 9장 인연(因緣) (2) +2 20.09.29 3,251 44 15쪽
19 9장 인연(因緣) +1 20.09.28 3,383 37 12쪽
18 8장 귀환하다. (2) +1 20.09.27 3,397 41 12쪽
17 8장 귀환하다. +1 20.09.26 3,400 40 12쪽
16 7장 월하(月下) (2) +1 20.09.25 3,620 44 16쪽
15 7장 월하(月下) +3 20.09.24 3,665 45 15쪽
14 6장 전왕(電王)의 후예 (2) +1 20.09.23 3,725 45 13쪽
13 6장 전왕(電王)의 후예 +1 20.09.22 3,741 41 12쪽
12 5장 세상에 드러내다. (2) +6 20.09.21 3,737 43 15쪽
11 5장 세상에 드러내다. +2 20.09.20 3,643 45 15쪽
10 4장 영웅은 눈을 뜨기 시작하고, (2) +2 20.09.19 4,153 44 15쪽
9 4장 영웅은 눈을 뜨기 시작하고, +3 20.09.18 3,649 48 13쪽
8 3장 달밤의 검무(劍舞) (3) +2 20.09.17 3,602 46 9쪽
7 3장 달밤의 검무(劍舞) (2) +3 20.09.17 3,582 46 14쪽
6 3장 달밤의 검무(劍舞) +2 20.09.16 3,735 42 12쪽
5 2장 남궁세가(南宮世家) (2) +3 20.09.15 3,794 41 13쪽
» 2장 남궁세가(南宮世家) +3 20.09.14 4,124 38 8쪽
3 1장 영웅은 아직도 잠들어있다. (2) +4 20.09.14 4,666 43 12쪽
2 1장 영웅은 아직도 잠들어있다. +3 20.09.14 6,373 53 12쪽
1 -기록의 시작 +5 20.09.14 7,696 50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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