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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펭귄의 서재

어쩌다 보니 공간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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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3 14:41
최근연재일 :
2021.03.05 18:15
연재수 :
106 회
조회수 :
19,688
추천수 :
184
글자수 :
390,460

작성
21.02.09 18:15
조회
70
추천
1
글자
7쪽

10장 본질적인 문제? (4)

DUMMY

“꺄아아아악!”


이제 피까지 낭자 하는 아비규환이 된 검문소는 혼란 그 자체였다.

레이첼은 소총의 배터리팩을 확인하고 빠르게 주변을 살폈다.


앙칼졌던 목소리를 자랑하던 여자는 긴급 버튼을 누른 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이미 굳어있었다.


혼란에 빠진 사람들 위로 마지막으로 남은 전투 드론 하나가 레이첼을 향해 전자기 충격파를 쏘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동그란 몸체 아래에서 무언가 튀어나오는 것을 본 레이첼은 반사적으로 몸을 숙이고 오른쪽으로 도약하였다.


초록색 광선 하나가 공간을 가로질렀다.


광선은 레이첼 뒤에서 숙이고 있던 자경단원에 박혔다.

자경단원은 몸을 부르르 떤 후 바닥에 고꾸라졌다.


살짝 비틀거리며 착지한 레이첼은 허리 높이까지 오는 검문소 벽 뒤에 몸을 재빨리 숨겼다.


레이첼은 전투 드론의 위치를 기억해낸 뒤, 소총을 조준하는 동시에 방아쇠를 당겼다.

경쾌한 음이 배터리팩에서부터 피어오르며 붉은 광선을 내뿜었다.


두 번째 공격을 준비하던 전투 드론은 굉음과 함께 산산조각이 났다.

전투 드론의 잔해는 안 그래도 혼란스러운 사람들의 머리 위로 흩날렸다.


“꺄아아아악!”


십여 명의 사람들이 이리저리 흩어지다, 출입구로 하나둘 모여들고 문을 두들기기 시작하였다.


레이첼은 광자총의 배터리팩을 확인한 뒤, 방금 죽은 자경단원에 다가갔다.


레이첼이 움직이자, 사람들은 다시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레이첼은 그런 것은 신경 쓰지 않았다.


레이첼은 자경단원의 주머니를 뒤져 필요한 것들을 챙겼다.

마지막으로 자경단원이 차고 있던 탄띠를 둘러맬 무렵이었다.


누군가 문을 부순 모양인지,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뚫린 출구로 하나둘 쏟아져 나가고 있었다.


“젠장······.”


레이첼은 이제 반쯤 쏟아져 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혼잣말을 하였다.

사람들에게 파묻혀 가기에는 사람들의 수가 너무 적었다.


더군다나, 사람들이 자신의 얼굴도 알고 있기에 들킬 것이 뻔했다.

전투 드론으로 촬영된 영상은 이미 헤르메스 수뇌부까지 올라갔을 것이다.


중무장한 병력이 곧 들이닥칠 것도 뻔하였다.

레이첼은 시간에 쫓겨 폭탄을 해체하는 수준의 긴장감에 빠져들고 있었다.


어떤 쪽이든 선택이 필요하였다.

이제 사람이 텅 비어 사이렌 빛만 감도는 검문소는 생각보다 초라해 보였다.


레이첼은 박살이 난 출입구와 폐허가 된 검문소, 자신의 무기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레이첼은 들고 있던 소총을 고쳐 들어 견착하였다.

레이첼은 결정을 내린 것인지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여기 국밥 나왔습니다.”


구수한 냄새와 증기로 뿌옇게 드리워진 가게 안은 새벽녘의 호숫가처럼 흐릿하였다.


기름기 찌든 증기 아래, 얼룩이 잔뜩 묻은 바 자리에는 다닥다닥 사람들이 붙어 앉아 있었다.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는 로봇이 그 틈을 비집어, 이 빠진 그릇에 담긴 국밥을 건네었다.


중앙에 자리 잡은 마리오는 그릇을 받는 동시에, 반대 손으로는 보고 있던 뉴스 창을 옆으로 밀어냈다.


국밥 그릇에는 뽀얀 건더기들이 보글보글 움직이고 있었다.


“밥부터 일단······.”


마리오는 숟가락을 챙기며 혼잣말을 한 뒤, 국물부터 두어 번 퍼먹었다.


뜨거운 온기가 식도를 타서 위장까지 이어지려는 찰나였다.

마리오는 숟가락을 입에 댄 채 PSC에 손을 대었다.


“후우우, 마리오입니다.”

“형님, 식사 중이세요?”

“아아, 움직이려면 배부터 채워야지. 국밥 먹는 중인데 괜찮아. 말해 봐, 말해 봐.”

“네, 그 이희진인가 이 여자 알아봤는데, 최근에 연합정보부 쪽에서 언급이 좀 되던데요? 보자······”


알 수 없는 기계음이 저 너머에서 들리더니 말소리가 이어졌다.


“처음 기록은 무슨 취조문 같은데, 이 여자 그 얼마 전에 툴론이랑 전투가 있었던 트리톤 쪽에서 연합정보부 함선에 포획되어 조사를 받았다네요.”

“그래?”

“네, 보니까 트리톤까지 갔다가······ 어이구.”


마리오는 돼지고기와 밥을 같이 떠먹으려다, PSC 너머로 들려오는 이상한 반응에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왜? 재밌는 거 있어?”

“이 여자, 그 이후로도 한 번 더 잡혔네요.”

“그냥 과학자 아냐?”

“네, 두 번째로 잡혔을 때 같이 잡힌 사람도 있다는데······ 빅토리아 마르틴이랑 박진욱이라는데 들어보셨어요, 형님?”

“글쎄, 모르겠는데······.”


마리오는 탱글탱글한 순대를 입에서 우물우물 씹으며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순대에 가득 담겨 있는 단백질이 바로 식도를 통해 머리로 꽂힐 기세였다.

마리오가 두어 번 씹었을 무렵, 마리오의 대뇌에 도달한 단백질이 일을 냈다.


마리오는 숟가락을 식탁에 내리쳤다.

주변 한두 테이블까지의 공기를 순간적으로 찢으며 경쾌한 쇳소리가 났다.


주방에서 때가 묻은 요리사 모자를 쓴 로봇이 마리오를 쳐다보았지만, 마리오는 로봇의 시선 따위 신경 쓰지 않았다.


“빅토리아 마르틴! 사진 있어? 사진 보내봐.”

“아, 네. 알았어요, 형님.”


흥분한 마리오를 진정시키기 위해, 동식은 대답과 동시에 손을 움직였다.


얼마 후, 마리오의 단말기로 사진 파일 여럿이 전송되었다.


코트 소매를 걷자 나타난 단말기 화면에는 관리가 잘 된 듯 스트레이트로 예쁘게 뻗은 금발의 여인이 있었다.


“야, 맞네, 맞아! 듀코프니 마르틴의 조카야.”

“그 듀코프니 마르틴요?”

“이야, 이희진 씨 일을 크게 벌이시네······ 빅토리아 마르틴은 어디서 만난 거야?”

“그것까진 모르겠는데, 최근에 행적이 나타난 곳이······ 헤르메스네요.”


전자음과 키보드의 소리가 두근두근하는 드럼 소리처럼 들리는 가운데, 동식이 결과를 발표하였다.


마리오의 화답이 이어질 차례였다.

마리오가 국밥을 푸는 속도를 높이기 시작하였다.


“후루룩, 오케이, 일단 헤르메스에서부터 찾아봐야겠네. 혹시 이희진 관련해서 새로운 거 나오면 바로 연락해.”

“네, 알았어요, 형님. 근데 헤르메스는 어떻게······”


국밥을 더 먹을지, 통화를 더 할지 고민하던 마리오의 입은 곧 결론을 내렸다.

마리오는 동식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전화를 끊고 빠르게 국밥을 입에 넣었다.


로봇이 또 다른 돼지국밥 한 그릇을 옆의 손님에게 내놓을 무렵, 마리오는 코트를 걸치고 있었다.


마리오의 입에서 숨을 내쉴 때마다 하얗고 뜨거운 김이 나왔지만, 국밥값을 내지 못할 정도로 뿌옇지는 않았다.


로봇의 무뚝뚝한 인사를 뒤로하고, 마리오는 가게를 빠져나왔다.


작가의말

읽어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온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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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에필로그 +2 21.03.05 93 0 7쪽
105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11) 21.03.04 87 0 12쪽
104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10) 21.03.03 97 0 7쪽
103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9) 21.03.02 98 0 7쪽
102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8) 21.03.01 78 0 7쪽
101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7) 21.02.28 85 0 7쪽
100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6) 21.02.28 81 0 7쪽
99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5) 21.02.27 75 0 7쪽
98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4) 21.02.27 83 0 7쪽
97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3) +2 21.02.26 84 0 7쪽
96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2) 21.02.25 82 0 8쪽
95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1) 21.02.24 76 0 7쪽
94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11) 21.02.23 92 0 7쪽
93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10) 21.02.22 81 0 7쪽
92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9) 21.02.21 109 0 7쪽
91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8) 21.02.21 78 0 7쪽
90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7) +2 21.02.20 96 1 7쪽
89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6) 21.02.20 117 0 8쪽
88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5) 21.02.19 79 0 7쪽
87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4) 21.02.18 87 0 7쪽
86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3) 21.02.17 85 0 7쪽
85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2) +2 21.02.16 112 1 7쪽
84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1) 21.02.15 95 0 7쪽
83 10장 본질적인 문제? (11) +2 21.02.14 95 1 7쪽
82 10장 본질적인 문제? (10) 21.02.14 91 0 7쪽
81 10장 본질적인 문제? (9) 21.02.13 122 1 7쪽
80 10장 본질적인 문제? (8) 21.02.13 86 1 7쪽
79 10장 본질적인 문제? (7) 21.02.12 96 1 8쪽
78 10장 본질적인 문제? (6) 21.02.11 103 1 7쪽
77 10장 본질적인 문제? (5) 21.02.10 102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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