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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펭귄의 서재

어쩌다 보니 공간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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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3 14:41
최근연재일 :
2021.03.05 18:15
연재수 :
106 회
조회수 :
19,626
추천수 :
184
글자수 :
390,460

작성
21.03.01 18:15
조회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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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7쪽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8)

DUMMY

레이첼의 소총에서 뻗어 나온 연녹색의 광선 중 몇 개가 다시 부장이 숨어있던 곳을 향해 날아갔다.


동시에 레이첼은 다섯 손가락 중 그나마 연명하고 있던 엄지 끝으로 단말기를 켰다.

이런 상태로 장기전에 돌입하면 부장과 희진 둘 다 놓칠 것이 뻔했다.


레이첼은 최후의 수단을 쓰기로 하였다.

레이첼은 단말기 화면에 띄워진 빨간 화면을 꾹 눌렀다.


뛰어 넘어가는 가젤을 잡아보려는 사자의 마지막 점프는 그렇게 단말기의 신호를 거쳐 전함을 가로질렀다.


그리고 그 신호는 하단부 엔진에 미리 설치해 두었던 휴대용 양자 폭탄을 깨웠다.


곧이어, 레이첼마저도 놀랄 정도로 선체가 한바탕 요동쳤다.

덩달아, 위태롭게 연결되어있던 도킹 베이가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 콜록!”


퇴로를 끊고 시간을 번 것은 좋았다.

하지만 예상보다 거대한 폭발에 복도 이곳저곳이 무너지며 생긴 먼지구름은 레이첼까지 괴롭혔다.


기침을 몇 번 한 레이첼은 맞은편 복도 너머 에어 로크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뿌옇게 변해버린 복도의 모습 때문에, 레이첼의 눈에는 어느 것도 명확하게 보이지 않았다.


레이첼은 헬멧을 괜히 버려두고 왔다고 속으로 후회 아닌 후회를 잠깐 하였다.

레이첼에게 남은 길은 에어 로크 앞에 숨어있는 희진과 부장에게 다가가는 것이었다.


레이첼은 지향 사격을 하며 천천히 에어 로크가 있었던 곳으로 다가가기 시작하였다.


“젠장!”


그때, 다시 한번 선체가 요동쳤다.

그리고 서서히 레이첼이 있는 곳부터 선체가 아래쪽으로 기울기 시작하였다.


레이첼의 몸이 한 차례 흐트러지며 레이첼은 엉덩방아를 찧었다.

눈을 덮은 갈색 머리칼을 신경질적으로 넘기며 레이첼은 다시 일어났다.


한 걸음씩 움직이며 레이첼은 배터리팩이 닳을 때까지 소총을 쏘아대었다.


그러나 비어가는 배터리팩처럼, 레이첼의 마음속에서도 기대감이 서서히 비어가는 것이 현실이었다.


한 치 앞도 잘 보이지 않는 복도에서 연녹색의 광선을 쏴봤자, 레이첼에게 확실한 느낌이 오지 않았다.


재수 없으면 한 명, 또는 두 명 다 방금 있었던 혼란을 틈타 헤르메스로 이미 도망쳤을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레이첼은 이미 점프를 하였고 발톱까지 완전히 다 드러낸 상태였다.

점프했던 사자가 땅에 닿았을 때, 그 발톱에는 신선한 가젤의 살이 박혀있어야 했다.


“도, 도킹 해제. 도킹 해, 해제.”


전함이 부서질수록, 안내 음성도 같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레이첼은 소총을 등에 붙이고 광자총을 꺼내어 들었다.


어차피 한 손만 제대로 움직일 수 있는 상황에서, 소총보다는 광자총이 훨씬 대응하기 쉬웠다.


레이첼은 먼지구름의 격한 움직임이 줄어들기를 바라며 앞으로 한 발짝씩 나아갔다.


“크윽!”


몇 걸음 나아갔을 때, 레이첼의 발소리가 난 곳을 따라 광선들이 빗발쳤다.

레이첼은 급하게 슬라이딩하며 병사들의 시체 뒤로 엎드렸다.


납작 엎드린 채 퀴퀴한 피 냄새와 먼지구름을 흡입하던 레이첼은 알 수 없는 기대감도 같이 빨아들였다.


이곳에 최소한 한 명이 남아있는 것은 확실해졌다.

사격 실력을 보면 부장이었다.


운이 좋으면 희진도 부장의 뒤에 숨은 채 벌벌 떨고 있을 것이었다.

레이첼은 입꼬리를 슬쩍 올리면서, 공격이 멈추길 기다렸다.


공격이 멈추자, 레이첼은 자신의 광자총을 코너를 향해 쏘아대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이미 곁눈질로 어디 있을지 대충은 짐작하고 있었다.


레이첼이 할 일은 재빠르게 난입할 수 있을 거리까지 좁히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몇 번의 교환이 이뤄지며 서로 간의 간격도 좁아졌다.


“하앗!”


먼저 움직인 것은 역시나 레이첼이었다.

광자총의 총신이 뜨뜻해질 무렵 레이첼이 왼쪽 벽을 타며 스텝을 밟았다.


벽을 타며 왼쪽 발로 코너를 향해 도약하자, 뿌옇던 안개 사이로 배터리팩을 갈아 끼우는 부장의 모습이 보였다.


레이첼은 그대로 오른발로 부장을 내리찍으려 하였다.

하지만 부장은 반사적으로 팔을 올려 레이첼의 발을 막아냈다.


“당신이었나?”


일어서는 레이첼을 향해 부장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당신도 한 통 속이더라고.”


레이첼은 말을 마치며 부장을 향해 광자총을 조준하였다.

그 순간, 부장은 레이첼의 팔목을 쳐올렸다.


총구가 순간 뒤틀리며 레이첼의 광자총에서 나간 연녹색의 뜨거운 광선은 복도 위의 파이프에 박혔다.


레이첼은 당황하지 않고 다른 발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레이첼은 자신의 장기인 발차기를 부장의 팔에 날렸다.


“크윽······.”


팔에 가해진 끔찍한 고통이 몸에 퍼지며 부장은 신음을 흘렸다.


역시 FSF는 만만하게 볼 수 없음을 몸으로 느낀 부장은 재빨리 몸을 숙이며 레이첼의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다시 광자총을 조준하고 있던 레이첼은 황소처럼 달려드는 부장을 피하지 못하였다.

부장은 그대로 어깨로 레이첼의 복부를 강타하였다.


레이첼이 전투복을 입고 있었다지만, 부장은 그 짧은 순간에도 명치를 찾은 모양이었다.


레이첼은 부장이 감싸 쥐는 손아귀까지는 운 좋게 피했으나, 배가 욱신거리는 공격은 큰 타격이었다.


부장은 널브러진 레이첼의 팔을 걷어찼다.

레이첼의 손에 들려있던 광자총이 시체 너머로 날아가 버렸다.


“하앗!”


부장이 멀어져 가는 광자총을 보는 짧은 순간이었다.

기합과 함께 레이첼이 다리로 부장의 종아리를 붙잡아 뒤틀었다.


흐트러진 부장의 허리를 걷어차며 레이첼은 다시 일어났다.

주춤거리며 물러난 부장이 다시 전투 준비를 하기 전, 레이첼은 부장에게 달려들었다.


“크으윽!”


레이첼은 부장을 향해 아래에서부터 위로 주먹을 내지르며 맞섰다.

처음 턱 끝을 살짝 맞은 부장은 신음을 흘렸으나, 곧 반사적으로 레이첼의 주먹을 피하며 반격의 틈을 찾았다.


만만치 않은 상대를 만난 레이첼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부장 역시 한계에 다다를 것 같은 느낌을 느꼈다.


한창 레이첼의 공격을 받아내던 부장은 한 발짝 물러났다.

레이첼은 지금 바로 확실하게 마무리하기로 생각했다.


다시 벽을 탄 레이첼은 발을 들어 올려 부장의 어깨를 내리치려고 했다.

그때, 부장이 몸을 숙이면서 레이첼의 다리를 잡았다.


미처 레이첼이 다른 발을 들어 올리기 전에 부장은 그대로 레이첼을 벽으로 던져버렸다.


“아악!”


날아간 레이첼은 등부터 엉덩이까지 강철 벽에 강하게 부딪히고 말았다.


작가의말

읽어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온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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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에필로그 +2 21.03.05 91 0 7쪽
105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11) 21.03.04 85 0 12쪽
104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10) 21.03.03 95 0 7쪽
103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9) 21.03.02 97 0 7쪽
»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8) 21.03.01 77 0 7쪽
101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7) 21.02.28 84 0 7쪽
100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6) 21.02.28 80 0 7쪽
99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5) 21.02.27 74 0 7쪽
98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4) 21.02.27 82 0 7쪽
97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3) +2 21.02.26 83 0 7쪽
96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2) 21.02.25 80 0 8쪽
95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1) 21.02.24 74 0 7쪽
94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11) 21.02.23 90 0 7쪽
93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10) 21.02.22 79 0 7쪽
92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9) 21.02.21 108 0 7쪽
91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8) 21.02.21 76 0 7쪽
90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7) +2 21.02.20 94 1 7쪽
89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6) 21.02.20 115 0 8쪽
88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5) 21.02.19 77 0 7쪽
87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4) 21.02.18 86 0 7쪽
86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3) 21.02.17 84 0 7쪽
85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2) +2 21.02.16 111 1 7쪽
84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1) 21.02.15 93 0 7쪽
83 10장 본질적인 문제? (11) +2 21.02.14 94 1 7쪽
82 10장 본질적인 문제? (10) 21.02.14 90 0 7쪽
81 10장 본질적인 문제? (9) 21.02.13 120 1 7쪽
80 10장 본질적인 문제? (8) 21.02.13 84 1 7쪽
79 10장 본질적인 문제? (7) 21.02.12 95 1 8쪽
78 10장 본질적인 문제? (6) 21.02.11 102 1 7쪽
77 10장 본질적인 문제? (5) 21.02.10 100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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