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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펭귄의 서재

어쩌다 보니 공간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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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3 14:41
최근연재일 :
2021.03.05 18:15
연재수 :
106 회
조회수 :
19,632
추천수 :
184
글자수 :
390,460

작성
21.03.05 18:15
조회
91
추천
0
글자
7쪽

에필로그

DUMMY

“······루나 에모스에서 어제에 이어 또다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습니다. 공간도약 실종자 가족들을 선두로 하여 집회 측 추산, 약 삼십만 명의 시민들이 플라테라 광장에서부터 행성 연합 달 지부까지 행진하였습니다. 시위대 측은 행성 연합이 그동안 벌인 인체 실험과 횡령에 대한 진상을 밝히고 행성 연합을 해체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차분한 목소리의 앵커는 숨 쉴 틈도 없이 말을 하였다.


“두 달여 간 이어진 대규모 시위로 루나 에모스는 현재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시위가 앞으로도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다음 뉴스입니다. 툴론과 행성 연합에 대한 국제조사위원회의 민간 위원으로 듀코프니 마르틴 자유우주연맹 회장이 위촉되었습니다. 이번 행성 연합의 불법 행위에 대한 고발을 통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듀코프니 회장은 각국의 정부와 긴밀한 협력을 이루겠다고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이어서······.”


심드렁하게 TV를 바라보던 진욱은 침대 위로 손을 흔들었다.


TV가 진욱의 손짓에 맞춰 꺼지자, 옆에 앉아서 같이 TV를 보고 있던 희진이 고개를 홱 돌렸다.


“아이, 뭐에요. 바로 다음 내 뉴스 나오는데.”

“시상식 하는 거 여러 번 봤잖아요.”

“아니거든요.”

“아니기는. 변기에 앉을 때마다 계속 다시 보기 하는 거 아는데요, 뭘.”

“뭐라고요?”


희진은 살살 약을 올리는 진욱을 향해 순간 열이 받았는지, 테이블 위에 있는 가장 가깝고 단단한 것을 집어 들어 진욱에게 던졌다.


진욱은 급하게 이불을 들어 올려 막았지만, 생각보다 어깨에 오는 타격이 강했다.


“아! 진짜 아파요.”

“어머, 잘됐네요.”

“여러분, 여기 노벨상을 집어던지는 폭력 과학자가 있어요.”


진욱은 아픈 고통을 소리로 승화시키려는지 거실이 가득 차도록 억울함을 호소했다.


반은 웃으면서 외치는 진욱의 표정을 보고, 희진은 혀를 몇 번 차고 다시 TV를 틀었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은 천체물리학 박사 이희진 씨가 수상하였습니다. 이번 연합에 대한 폭로를 통해 일순간 학계의 스타가 된 이희진 씨는 공간도약과 트리니톤과의 관계 연구를 통해 천체물리학의 지평을 넓혔······.”

“다 됐어. 어서 와!”


TV에 나오는 앵커의 목소리를 들으며 시상식을 다시 떠올리던 희진은 빅토리아의 목소리에 고개를 부엌으로 돌렸다.


어울리지 않게 앞치마를 둘러맨 빅토리아가 커다란 냄비를 식탁에 올려놓고 있었다.


마침 화장실에서 나온 파샤가 식탁의 반찬을 빠르게 둘러보며 제일 먼저 자리에 앉았다.


“야, 숟가락이라도 놔.”


국자를 거꾸로 들어 올리는 빅토리아의 명령 아닌 권유에, 파샤는 부엌 구석으로 향했다.


“언니, 이게 뭐예요?”

“어릴 때 헤르메스에서 자주 먹던 거야. 맛있어.”

“맛있을 것 같은 색깔이 아닌데······.”


뒤따라온 진욱이 냄비 안을 슬쩍 쳐다보고 말을 흐렸다.

눈치 빠른 빅토리아가 못 들을 리가 없었다.


금발로 가려진 사이로 느껴지는 빅토리아의 따끔한 눈빛을 본 진욱은 곧바로 입을 닫고 자리에 앉았다.


“그러고 보니, 부장님은요?”


어느새 수저를 놓고 있는 파샤를 보고 생각이 난 모양인지, 희진이 동그랗게 눈을 뜨고 물었다.


“연합정보부 내사과에서 조사받고 계십니다.”

“아직도요? 별일 없겠죠?”

“아, 뜨거······ 걱정하지 마, 그 아저씨도 같이 폭로할 때 나왔잖아. 보니까 여론도 그 부장 아저씨 편이던데?”


빅토리아가 먼저 한 숟가락을 맛보면서 희진을 안심시켰다.


“운좋게 연합이 해체되지 않는다면, 알리나 국장의 뒤를 이을 수도 있을 거예요.”


진욱이 앞에 놓인 튀김을 하나 집어 먹으며 빅토리아의 의견에 힘을 실었다.


“아무튼, 걱정하지 말고 밥이나 먹어.”

“그렇겠죠?”

“왜? 신경 쓰여?”


빅토리아는 밥을 한 숟갈 담은 채로 반문하는 희진에게 물었다.


“아니, 그냥요. 그런 건 아니에요.”

“그 아저씨 말고, 네 사촌 오빠 태환이부터 걱정해.”


빅토리아의 말에 진욱도 생각이 났는지, 밥을 두고 제사를 지내는 희진을 향해 돌아보았다.


“맞다. 좀 어때요?”

“아직 기운 차리는 중이에요. 병원에는 한두 달 더 있어야 한대요.”


희진은 가볍게 대답하였지만, 아무래도 병원이라는 단어가 가져오는 충격은 다 지울 수 없었다.


사실, 부장은 대폭로 이후 가장 먼저 태환에 대한 석방을 명령하였다.


부장이 아니었다면 태환은 연합정보부 취조실에서 곧 폐인이 되었을 것이었다.


부장에게는 고맙지만, 한 편으론 연합에 대한 분노가 생기는 복잡한 기분이 희진의 마음이었다.


“밥 다 먹고 병원에 한 번 가요.”


국물을 한 번 떠먹고 눈을 찌푸리던 파샤가 입을 열었다.

희진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그렇게 식사 후의 일정이 정해졌다.


“대근 씨는?”


진욱 역시 국물에서 오는 짜릿한 마요네즈의 맛에 눈을 찌푸리며 빅토리아에게 물었다.


한창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을 손으로 받치며 건더기를 먹으려던 빅토리아가 눈을 올렸다.


“차 가지고 곧 온다던데. 희진아, 어서 먹어.”


빅토리아의 말에 희진이 마침내 숟가락을 들어 정체불명의 찜 요리를 시식하였다.


“으악! 이게 무슨 맛이에요?”

“맛있지? 방금 너 표정 진짜 웃겼어.”


혀까지 툴툴거리는 희진의 반응에, 빅토리아는 손뼉까지 치며 웃었다.

진욱과 파샤도 옅은 웃음을 지었다.


입을 쓸어 내던 희진도 결국 피식 웃음을 짓고 말았다.


“자자, 그러면 이쯤에서 한잔하자.”


분위기를 끌어올릴 타이밍을 놓칠 빅토리아가 아니었다.

둘러앉은 넷은 곧 맥주캔을 쥐었다.


“건배사는 뭐라고 하지?”


빅토리아의 물음에 고민하던 희진이 입을 열었다.


“음······ 우리 모두 온갖 죽을 고생을 우주에서 겪고 여기까지 왔잖아요, 그런 의미로 ‘고생 끝에 낙이 왔다.’ 어때요? 너무 고전적인가.”


살짝 눈치를 살피는 희진의 시야에, 어느새 희진이 말한 건배사를 연습하는 진욱의 입술이 보였다.


제일 높게 맥주를 들어 올렸던 빅토리아가 목을 풀고 선창을 하였다.


“괜찮은 것 같은데? 그걸로 해. 자, 그럼 한다. 고생 끝에 낙이 온 사람들을 위하여!”



- 끝 -


작가의말

끝까지 읽어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기회가 되면 다음 작품으로 또 뵙겠습니다.

평온한 하루 보내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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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10) 21.03.03 96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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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8) 21.03.01 77 0 7쪽
101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7) 21.02.28 84 0 7쪽
100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6) 21.02.28 80 0 7쪽
99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5) 21.02.27 74 0 7쪽
98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4) 21.02.27 82 0 7쪽
97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3) +2 21.02.26 83 0 7쪽
96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2) 21.02.25 81 0 8쪽
95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1) 21.02.24 74 0 7쪽
94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11) 21.02.23 90 0 7쪽
93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10) 21.02.22 79 0 7쪽
92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9) 21.02.21 108 0 7쪽
91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8) 21.02.21 76 0 7쪽
90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7) +2 21.02.20 95 1 7쪽
89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6) 21.02.20 115 0 8쪽
88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5) 21.02.19 77 0 7쪽
87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4) 21.02.18 86 0 7쪽
86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3) 21.02.17 84 0 7쪽
85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2) +2 21.02.16 111 1 7쪽
84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1) 21.02.15 93 0 7쪽
83 10장 본질적인 문제? (11) +2 21.02.14 94 1 7쪽
82 10장 본질적인 문제? (10) 21.02.14 90 0 7쪽
81 10장 본질적인 문제? (9) 21.02.13 121 1 7쪽
80 10장 본질적인 문제? (8) 21.02.13 84 1 7쪽
79 10장 본질적인 문제? (7) 21.02.12 95 1 8쪽
78 10장 본질적인 문제? (6) 21.02.11 102 1 7쪽
77 10장 본질적인 문제? (5) 21.02.10 101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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