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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펭귄의 서재

어쩌다 보니 공간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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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3 14:41
최근연재일 :
2021.03.05 18:15
연재수 :
106 회
조회수 :
19,634
추천수 :
184
글자수 :
390,460

작성
21.02.21 09:15
조회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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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7쪽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8)

DUMMY

둘의 대화 아닌 고함을 들은 희진도 재빨리 움직였다.

희진은 ITC에 새로운 명령을 입력하였다.


잠시 후, 전함의 모든 방어 시스템이 정면을 바라보았다.

마지막 남은 탄약과 광선까지 연합군 전함을 파괴하기 위해 달려들었다.


그때, 연합군 전함의 오른편에서 커다란 폭발이 일어났다.

지구에서만큼 솟구칠 정도로 화염이 격렬하였다.


그 뒤로 강한 오팔 색의 빛 덩어리가 연합군 전함을 녹이기 시작했다.

빅토리아는 그 모습을 보고 환호를 하다가, 위치를 보고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뭐야? 내가 쏜 거 아닌데?”

“제가 했어요.”


희진이 뒤에서 자그마하게 브이를 그리며 빅토리아에게 대답하였다.


“저기가 탄약고였나 보네.”


눈을 동그랗게 뜬 빅토리아를 향해 진욱이 손가락을 가리키며 담담하게 말했다.


그리고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얼마 남지 않은 드론 무리가 전함 위로 가로질렀다.


드론은 연합군 전함 위를 얕게 날며, 요리를 마무리 지었다.

진욱은 고개를 돌아보아 파샤를 향해 외쳤다.


“괜찮은 마무린데?”


파샤는 진욱을 쳐다보며 화답하였다.


“망치와 모루 전술은 예전부터 쓰였죠.”


진욱은 무덤덤한 표정의 파샤를 향해 피식 웃으며 조용히 엄지를 올렸다.

평소라면 진욱도 이런 행동을 싫어하였지만, 지금만큼은 한 번 하여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파샤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대근과 함께 남은 드론을 조작하기 시작하였다.

고개를 돌린 진욱 앞에는 이제 거대한 우주 쓰레기가 되어버리기 직전인 연합군 전함이 놓여 있었다.


“후, 이겼네.”


남은 연합의 패잔병들을 다 쓸어버리고 나서야, 빅토리아는 헬멧을 벗었다.

빅토리아는 헝클어진 금발 머리를 다듬으며 후련함을 표현하였다.


그 말을 들은 희진 역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희진과 진욱의 사이로 뛰다시피 와서 전면 유리를 보았다.


“와······ 진짜 이겼네요!”


그러면서 희진은 진욱의 어깨를 살짝 쳤다.


“대단한데요, 진욱 씨?”

“나도 밥값 많이 했어.”


옆에 있던 빅토리아가 희진의 칭찬을 듣는 진욱을 보며 한마디 거들었다.

희진은 재빨리 빅토리아에게도 칭찬 일색을 하였다.


그러는 동안, 진욱은 지상에 있는 부장의 함선에 무전을 시도하였다.


“부장은 구했어요?”

“잘 안 들려요!”


진욱은 스위치를 몇 번 만지고 다시 말하였다.


“여긴 처리했어요.”

“아아, 알아요. 아래에서 봤어요. 엄청나던데요. 부장님은 무사해요. 곧 합류하도록 할게요!”


나탈리 함장의 밝은 목소리는 듣기 좋았다.

진욱은 무전을 끊고 빅토리아와 희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뭐래요?”


희진이 진욱의 입술을 바라보며 물었다.

진욱은 희진의 기대에 찬 눈동자를 잠깐 보다가 대답하였다.


“부장을 구출했대요. 곧 합류한다고요.”

“정말요? 다행이에요!”


희진의 눈동자에 있던 기대는 이제 기쁨으로 얼굴 전체에 번졌다.


잘된 일이었다.


부장의 눈썰미라면 저 아래에서 무언가 발견했거나, 쓸모있는 것을 건졌을 것이었다.

그런 와중에 연합군에게 만약 체포되거나 죽었다면 희진의 입장에 엄청 억울했을 것이었다.


자잘한 피해는 있었지만, 모두가 살고 연합군 함대를 박살 냈으니 여러모로 잘된 일이었다.


화장실을 말하며 자리를 뜨는 빅토리아를 잠깐 보던 진욱은 전함의 상태를 점검하였다.


전면 모니터에 뜬 전함의 상태는 말이 아니었다.

주요 관절마다 골절에 온몸에 생채기가 난 환자와도 같았다.


진욱은 희진과 파샤에게 수리를 부탁한다는 말을 전달하고서야, 마침내 의자에 등을 기대었다.


연합군을 제대하고, 그것도 지휘관으로서는 처음 맞이한 전투였다.

진욱은 손에 느껴졌던 감각을 회상하면서 앞을 바라보았다.


언제 그런 난리가 났냐는 듯, 우주에는 조용히 떠돌아다니는 수백, 수천만 톤의 잔해들만이 고요히 떠다니고 있었다.

진욱은 멍하게 그것을 바라보았다.


어쨌든 진욱은 지금의 조용한 상황을 즐기기로 했다.

행성 어딘가에서 솟아오르는 빛 덩어리 하나를 쳐다보며, 진욱은 잠깐 눈을 감았다.


드론도 박살 난 와중에 또다시 연합군의 함대가 온다면, 그때는 분명히 자신이 저 유리 너머의 잔해들처럼 사라질 터였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그것을 생각하고 싶지 않은 진욱이었다.



------------------------------



“이, 이게 뭐예요?”


눈을 감고 들어도 표정이 상상될 만큼, 희진의 놀란 목소리가 회의실의 정적을 깨트렸다.

그렇지만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희진만 있었다뿐이지, 모여있는 사람 모두의 기분은 희진과 같았다.


부장이 희진의 물음에 대답하듯 손짓하였다.

회의실 중앙에 놓인 홀로그램 사진이 하나둘 넘어갔다.


사진이 바뀔 때마다, 모여있는 사람들의 표정들은 가지각색이었다.


“아직 조사 중이지만, 저 정체불명의 구조물 근처 곳곳에 이런 것들이 놓여 있더군. 보면 알겠지만, 우주선 부품이나 생활용품 같은 것이네. 연합군 구식 무기도 나오더군.”


귀가 떨어져 나간 채 그을린 토끼 인형 사진을 보면서 부장은 설명을 마쳤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지만, 그나마 이 상황을 파악할 것 같은 사람을 향해 부장은 눈을 돌렸다.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을 느낀 희진은 여전히 동그란 눈으로 손을 내저었다.


“아니, 저도 정말 짐작이 안 가요······ 이런 곳에 왜?”

“단순히 표류한 걸 수도······.”

“한두 개면 이해가 되어도, 이렇게 많은 건 이상해.”

“연합군 것도 있는 걸 보면 연합에서 뭔가 아는 거 아냐?”

“······저 검은색의 기괴한 건물도······.”

“연합정보부 이름을 걸고 내가 전혀 모르는 것일세.”

“그럼 저런 걸 누가 세웠다는······”

“저기, 툴론의 흔적은 없던가요?”


희진의 확신 없는 대답을 시작으로, 각자의 의견이 댐 터지듯 밀려들면서 순식간에 회의실은 시장 바닥이 되었다.


왁자지껄한 아우성 속에서 귀를 막고 할 말만 하다 보니, 어느새 사람들의 표정은 충격과 흥분이 혼재되어 있었다.


흥분한 사람들의 손짓과 말 때문에, 중앙에 놓인 홀로그램만 지직거리며 이리저리 갈피를 못 잡은 채 움직일 뿐이었다.


“부장님.”


붉은 코트와 베레모의 맞춤이 잘 어울리는 나탈리 함장이 회의실을 들어오면서, 난장판이었던 회의실은 일순간에 진정이 되었다.


나탈리 함장의 나긋하지만 낮은 목소리는 이제 막 손가락을 올리려던 빅토리아를 포함한 사람들의 귀를 잡아끌었다.


원색의 코트는 단말기와 홀로그램을 번갈아 보던 희진을 포함한 사람들의 눈을 뺏었다.


“프랑수아 박사님입니다.”


그리고, 이들의 시선은 병사의 부축을 받으며 들어오던 박사에게로 모였다.


작가의말

읽어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온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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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11) 21.03.04 85 0 12쪽
104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10) 21.03.03 96 0 7쪽
103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9) 21.03.02 97 0 7쪽
102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8) 21.03.01 77 0 7쪽
101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7) 21.02.28 84 0 7쪽
100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6) 21.02.28 80 0 7쪽
99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5) 21.02.27 74 0 7쪽
98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4) 21.02.27 82 0 7쪽
97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3) +2 21.02.26 83 0 7쪽
96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2) 21.02.25 81 0 8쪽
95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1) 21.02.24 74 0 7쪽
94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11) 21.02.23 90 0 7쪽
93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10) 21.02.22 79 0 7쪽
92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9) 21.02.21 108 0 7쪽
»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8) 21.02.21 77 0 7쪽
90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7) +2 21.02.20 95 1 7쪽
89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6) 21.02.20 116 0 8쪽
88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5) 21.02.19 77 0 7쪽
87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4) 21.02.18 86 0 7쪽
86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3) 21.02.17 84 0 7쪽
85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2) +2 21.02.16 111 1 7쪽
84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1) 21.02.15 93 0 7쪽
83 10장 본질적인 문제? (11) +2 21.02.14 94 1 7쪽
82 10장 본질적인 문제? (10) 21.02.14 90 0 7쪽
81 10장 본질적인 문제? (9) 21.02.13 121 1 7쪽
80 10장 본질적인 문제? (8) 21.02.13 84 1 7쪽
79 10장 본질적인 문제? (7) 21.02.12 95 1 8쪽
78 10장 본질적인 문제? (6) 21.02.11 102 1 7쪽
77 10장 본질적인 문제? (5) 21.02.10 101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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