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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펭귄의 서재

어쩌다 보니 공간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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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3 14:41
최근연재일 :
2021.03.05 18:15
연재수 :
106 회
조회수 :
19,641
추천수 :
184
글자수 :
390,460

작성
21.02.13 09:15
조회
84
추천
1
글자
7쪽

10장 본질적인 문제? (8)

DUMMY

“아직도 머리 아파요?”


진욱은 조종석에 앉은 채로 고개만 살짝 돌려서 걱정해주었다.


“아우우······ 머리가 깨질 거 같네요.”


철제 상자를 들고 낑낑거리며 올라온 희진은 이미 좌석 앞으로 사라진 진욱의 고개에 대고 대답을 하였다.


그러나 새로운 조종간과 시스템에 적응하느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던 모양인지, 진욱은 들려오는 대답까지는 신경 쓰지 못했다.


“그게 마지막이야?”

“네, 빅토리아 씨.”


출발 준비를 마친 빅토리아는 좌석 옆에 비어있는 수납고에 상자를 넣고 있는 희진을 향해 물었다.

희진의 대답이 끝나자, 덜그럭거리던 상자 겉면에 자그마하게 초록빛이 점등되더니 고정이 되었다.


그제야 희진은 자리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었다.

희진이 허리 부분의 벨트를 매자, 파샤가 옆에 있는 ITC에 손을 얹었다.


“출발해도 됩니다.”


진욱은 파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가속 레버를 당겼다.

심장에서 혈액이 뿜어져 나가는 것처럼, 기관부에서부터 올라오는 진동이 거대한 전함 구석구석까지 연결되어 갔다.


곧이어 진욱이 몇 차례 혼잣말을 한 후, 구석구석의 버튼들을 눌렀다.

그러자 진욱의 손가락에 연결된 마리오네트처럼, 전함의 엔진이 진욱의 의도에 따라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갑니다.”


진욱의 짧은 예고가 끝나자, 예상보다 빠르게 본 게임이 진행되었다.


요새 독일에서 가장 인기가 높다는 슐라그아우티그 롤러코스터처럼, 전함은 시작부터 높은 각도로 치켜 올라가 화성의 얇은 대기권을 순식간에 뚫었다.


“으으······ 장난 아닌데?”


진욱마저도 새삼스러운 강도의 중력에 입을 겨우 열며 감상을 남겼다.

이미 눈을 질끈 감고 있는 희진과 덤덤하게 앞만 보고 있는 파샤를 대신하여 빅토리아가 맞장구쳤다.


“당, 당연하지! 연합에도 몇 없는 마리브급 전함이랑 비슷해!”


빅토리아의 말에 힘이라도 실어주려는 듯, 새롭게 얻어낸 전함은 더욱 맹렬히 솟아올랐다.


희진이 찔끔찔끔 눈을 뜰 때마다, 창밖의 하늘은 시시각각 색이 변하며 우주로 향하고 있음을 슬라이드쇼처럼 보여주었다.

희진이 눈을 뜨는 간격이 줄어들수록, 전함은 안정을 되찾아 갔다.


“휴, 끝났죠?”


희진이 마침내 입을 열며 단말기를 확인하였다.

진욱은 마저 전함에 적응하기 위해 이리저리 스위치와 버튼을 둘러보고 있었다.


진욱의 손놀림에 전면 모니터가 시시각각 변하였다.

빅토리아와 파샤는 빠르게 지나가는 전면 모니터의 화면보다는 그 옆으로 보이는 화성에 더 관심이 많았다.


“무슨 일 있나요?”


같은 곳을 쳐다보고 있던 둘만의 감상을 먼저 끊은 것은 파샤였다.

하지만, 빅토리아의 시선은 클라우디아 별처럼 이제 보이지도 않을 자유우주연맹 본부가 있는 곳에 고정되어 있었다.


“아니, 아무것도.”

“삼촌분이랑 혹시 인사······.”


빅토리아는 파샤의 조심스러운 추측에 고개를 홱 돌렸다.

미간이 살짝 찌푸려진 굴곡에서 어느 정도의 대답이 이루어졌지만, 빅토리아는 확인 사살을 하였다.


“인사는 많이 했으니 그런 건 아냐, 그리고 네가 상관할 일은 아니잖아?”


빅토리아의 뜬금없는 차가운 태도에, 파샤는 별말 없이 자신의 좌석에 가서 앉았다.


근본적으로 빅토리아 마음속에 안 좋은 감정이 있음을 재차 확인만 한 꼴이었다.

파샤는 단말기를 만지작거리며 공간도약을 기다렸다.


“이제 공간도약 할게요. 그때 거기로 가면 되죠, 희진 씨?”


진욱은 새로운 전함을 자기 몸같이 다룰 첫 번째 활동을 기대하였다.

공간도약을 준비하는 진욱이 희진에게 마지막으로 좌표를 물었다.


“네, 어딘지 알죠, 진욱 씨?”


희진은 단말기를 쳐다보며 진욱에게 대답하였다.

진욱은 별다른 대답 없이 오른손을 머리 옆에 대고 오케이 표시를 하였다.


그 사이, 빅토리아는 돌렸던 고개를 다시 원위치로 돌렸다.

이미 멀어져 버린 화성을 계속 쳐다보고 있는 것도 빅토리아의 성격과는 맞지 않음이었다.


“다들 준비하세요.”


진욱은 혹시 모를 기습에 대비하여 전함의 리디늄 포와 SAAS 자동 반격 시스템을 켜놓은 채, 공간도약을 시작하였다.


귀여운 커플이 선글라스를 끼고 두근두근 해하는 우주여행 광고처럼, 어떤 광경이 펼쳐질지 상상하며 다들 눈을 감은 채 공간도약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진욱은 앞으로 몰려나가는 선두 부분과 자신의 이목구비를 실눈 사이로 의식하였다.

진욱의 시야로 강한 빛이 들어와 선내를 밝힐 무렵, 일행을 태운 전함은 화성 위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



“도착했습니다, 부장님.”


시원한 커피를 홀짝이는 나탈리 함장이 다소 힘없는 목소리로 보고를 하였다.

새로 들어온 장비와 리디늄, 드론까지 고려하며 재편성을 지휘하다 보니 그동안 쌓인 피로감이 한꺼번에 몰려든 모양이었다.


부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눈치껏 함장에게 손짓하였다.

문으로 향하는 부장의 손짓을 이해한 나탈리 함장은 들고 있던 커피잔을 살짝 올리며 다른 손을 내저었다.


“특이사항은 없나?”


부장은 나탈리 함장의 손 대답을 이해한 모양인지, 본론으로 바로 들어갔다.


“네, 부장님. 중력 레이더로 포착되는 다른 함선은 아직 없습니다. 부장님 쪽에는 새로운 소식이 없었습니까?”


나탈리 함장의 반문에, 부장은 바지 주머니에 있는 라이터를 살살 돌리며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쉬었다.


“아직은······ 화성에 자유우주연맹의 비밀기지가 있고, 곧 여기로 온다는 소식이 마지막이었네. 재밌지 않나? 등잔 밑이 어둡다고 하더니······ 어쩔 수 없군. 여기서 기다리는 수밖에.”


부장은 곧 라이터를 돌리던 바지 주머니를 살피다가, 자신이 아직 데스데모나에서 있었던 전투복을 입고 있음을 깨달았다.


“고생했는데 가서 눈이라도 붙이게. 나도 옷을 갈아입어야겠군.”


부장의 배려에 나탈리 함장은 선뜻 좋아하는 표정을 비출 뻔했으나, 재빠르게 평소의 표정으로 응하였다.


웨이터를 부르는 고급스러운 신사처럼, 나탈리 함장은 들고 있던 단말기를 옆으로 지나가던 당번병에게 전달하면서 살짝 고개를 숙였다.


나탈리 함장은 눈을 살짝 비비며 함교의 출입문을 향해 몸을 돌렸다.


“전방에서 공간도약 포착!”


함교를 울리는 통신 관제관의 목소리는 걸음을 내딛으려는 나탈리 함장을 붙잡았다.

빨간 사이렌 불빛이 함교 구석구석을 번갈아 비추면서 나탈리 함장과 부장의 눈빛이 달라졌다.


“전투 준비!”


작가의말

읽어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온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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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에필로그 +2 21.03.05 92 0 7쪽
105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11) 21.03.04 86 0 12쪽
104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10) 21.03.03 96 0 7쪽
103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9) 21.03.02 97 0 7쪽
102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8) 21.03.01 77 0 7쪽
101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7) 21.02.28 84 0 7쪽
100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6) 21.02.28 80 0 7쪽
99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5) 21.02.27 74 0 7쪽
98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4) 21.02.27 82 0 7쪽
97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3) +2 21.02.26 83 0 7쪽
96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2) 21.02.25 81 0 8쪽
95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1) 21.02.24 75 0 7쪽
94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11) 21.02.23 91 0 7쪽
93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10) 21.02.22 80 0 7쪽
92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9) 21.02.21 108 0 7쪽
91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8) 21.02.21 77 0 7쪽
90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7) +2 21.02.20 95 1 7쪽
89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6) 21.02.20 116 0 8쪽
88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5) 21.02.19 78 0 7쪽
87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4) 21.02.18 86 0 7쪽
86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3) 21.02.17 84 0 7쪽
85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2) +2 21.02.16 111 1 7쪽
84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1) 21.02.15 94 0 7쪽
83 10장 본질적인 문제? (11) +2 21.02.14 94 1 7쪽
82 10장 본질적인 문제? (10) 21.02.14 90 0 7쪽
81 10장 본질적인 문제? (9) 21.02.13 121 1 7쪽
» 10장 본질적인 문제? (8) 21.02.13 85 1 7쪽
79 10장 본질적인 문제? (7) 21.02.12 95 1 8쪽
78 10장 본질적인 문제? (6) 21.02.11 102 1 7쪽
77 10장 본질적인 문제? (5) 21.02.10 101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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