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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펭귄의 서재

어쩌다 보니 공간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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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3 14:41
최근연재일 :
2021.03.05 18:15
연재수 :
106 회
조회수 :
19,627
추천수 :
184
글자수 :
390,460

작성
21.02.25 18:15
조회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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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2)

DUMMY

티타늄으로 마감된 ST—25 연합군 소총의 개머리판이 정말 교본에 나온 것처럼 백병전에 특화되었음을 레이첼은 이번 기회에 느꼈다.


제복 차림의 남자의 팔을 잡아당긴 레이첼은 코너 바로 옆에 있는 문의 인식창에 갖다 대었다.


열린 문 안쪽은 간이 창고로 보였다.

기절한 두 남자의 팔에 손을 끼운 레이첼이 두 남자를 숨기는 데는 채 일 분이 걸리지 않았다.


숨을 잠깐 고른 레이첼은, 두 남자가 왔던 방향으로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두더지 잡기를 하듯 언제 적이 나타날지 모르기에, 레이첼은 갈색 머리칼을 따라 흘러내리는 땀을 닦을 새도 없었다.


레이첼은 강철로 둘러싸인 무미건조한 복도를 이리저리 경계하며 걸어갔다.


그때, 레이첼을 환영하듯 갑자기 앞에서부터 빛줄기가 하나씩 복도로 스며들어왔다.

복도 오른편 창가에서 들어오는 빛줄기였다.


복도를 밝히는 느낌이 싫지는 않았으나, 우주에서는 흔치 않은 빛이었기에 레이첼은 손가락에 힘을 주고 나아갔다.


그동안 들어오던 빛은 순식간에 레이첼의 바로 앞에 있는 창까지 도달했다.

레이첼은 창 옆으로 몸을 붙인 채, 고개만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뭐야······.”


그 사이로 보이는 것은 선체 외피에 맞아 부서져 가는 거대한 나뭇잎을 가진 나무들과 높디높은 황토색 암벽들이었다.

레이첼은 조준경에서 눈을 뗀 채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급한 대로 그냥 내려앉은 건가······.”


레이첼은 암벽 사이로 내리쬐는 갖가지 광선들을 보고 시간이 없음을 느꼈다.

연합군 함대의 공격에 같이 폭사하기 전에, 어서 목표물들을 찾아야 했다.


그러려면, 어서 빨리 함교를 찾아야 했다.

레이첼은 다시 앞으로 나아가며 조금 발걸음을 빠르게 놀리기 시작했다.


“응?”


마지막 창문을 지나치고 앞에 보이는 코너로 갈 무렵, 레이첼의 시야 옆으로 뭔가 이상한 것이 지나갔다.


레이첼은 뒷걸음질하였다.

그리고 지나쳤던 창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저 멀리 암벽 너머로 무언가 솟구쳐 올라가고 있었다.

레이첼은 소총에 달린 조준경의 배율을 올리고 그 무언가를 바라보았다.


“농담이겠지······.”


레이첼은 눈을 떼지 못한 채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레이첼의 조준경을 푸르스름한 함선들이 가득 채우고 있었다.


끝까지 시선을 떼지 못하던 레이첼의 시야에 블랙커피처럼 어두운 사각형의 구조물이 똑똑히 박히게 되자, 그제야 레이첼은 정신을 차리고 앞으로 나아갔다.


------------------------------



“툴론 함선들이 연합군 함대를 향해 돌진하고 있습니다!”


통신 관제관의 외침은 부장의 빠른 판단에 분명히 도움이 되었다.

부장은 이전보다 다소 힘 있는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잘됐군. 일단 여기서 빠져나가는 게 우선이다! 둘이 서로 싸우고 있을 때, 조용히 공간도약으로 빠져나가도록!”


부장의 명령에 따라 전함은 공간도약을 하기 위해, 서서히 기수를 올릴 준비를 했다.


나탈리 함장은 그때까지도 전면 모니터에 나타난 툴론과 연합군 함대의 전투를 보고 있었다.


“자네, 툴론은 처음 보나?”

“아, 아······ 네, 그렇습니다.”

“볼 수 있을 때 많이 봐두게. 공간도약은 내가······.”

“아, 죄송합니다, 부장님.”


나탈리 함장은 재빨리 고개를 숙인 후, 다시 전략 상황판을 통해 명령을 내리며 외출했던 넋을 다시 데려왔다.


“세상에, 이런 곳에서 보게 될 줄이야······.”


기계를 정리하던 희진 역시 전면 모니터를 쳐다보며, 놀라움이 가득한 말투로 중얼거렸다.


희진은 당장이라도 연구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부장의 명령이 먼저였다.


거기다, 툴론의 본거지 같아 보이는 이곳의 위치를 일단 알아놨으니, 어디로 훌쩍 사라져버리진 않을 것이었다.

희진은 나탈리 함장에게 다가갔다.


“저기, 이제 어디로 가나요?”

“부장님이 결정하실 일이지만, 일단은 태양계 외곽 쪽을 생각하고 있어요.”


나탈리 함장은 단말기를 바쁘게 만지면서 희진을 바라보았다.


“음······ 그러면, 화성은 어때요?”


희진은 나탈리 함장에게 한 발짝 다가간 후, 간단하지만 다소 뜬금없는 제안을 하였다.


부장도 희진의 말을 들었는지, 고개를 살짝 움직였다.

하지만 희진은 그것까지 눈치채진 못한 모양이었다.


“화성은 왜죠?”

“화성의 헬라스 분지 근처에 자유우주연맹의 본부가 있어요. 연합군에게 쫓기는 마당에 가장 숨기 좋은 곳 아닌가요? 연맹에 인맥이 있는 빅토리아도 있고, 이 전함도 거기서 얻은 거니까 섣불리 공격당할 일도 없을 거예요. 일단 거기서 재정비하고, 그다음 어떻게 할지 생각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나탈리 함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조용히 베레모를 만지작거리던 사이, 곡선으로 기울어진 전면 유리에 서서히 암흑이 드리워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사이로 희미한 별빛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나탈리 함장은 전면 모니터를 슬쩍 보다가, 부장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그러나 부장은 주머니에서 라이터만 짤그락거렸다.

희진의 제안에 대해서 중립적인 자세로 보였다.


나탈리 함장은 결국, 사탕을 기대하는 어린아이의 모습처럼 서 있는 희진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희진은 자신의 목표를 달성한 모양이었다.

순간적으로 표정이 밝아졌다가 이내 대근이 둘러매고 있던 짐을 챙기는 데 열중하였다.


“잘 생각했어요, 함장님. 그럼, 저는 이만 가볼게요.”


희진은 급한 대로 고개를 꾸벅하고는 함교를 빠져나갔다.

나탈리 함장은 단말기를 만지며 좌표를 입력하였다.


손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지만, 나탈리 함장의 눈은 그때까지 가만히 부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부장은 마치 주인을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앞만 쳐다보고 있었다.


“이제 어떻게 하실 겁니까, 부장님? 화성으로 갈까요?”


나탈리 함장은 슬그머니 부장의 진의를 떠보았다.


부장은 나탈리 함장의 물음에 천천히 몸을 돌렸다.

다부진 체구가 살짝 움직였다 가라앉는 것을 보니, 숨을 고르고 있는 모양이었다.


“툴론에 대해 밝혀내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이렇게 된 이상 이제 어떻게 해야 하겠나······ 내가 묻고 싶군. 뭐, 일단은 박사에게 물어볼 말도 더 있으니 그것부터 해결해야지. 깊은 얘기를 듣기에는 화성도 나쁘지 않을 것 같군.”


부장은 말을 마치고 다시 몸을 돌리면서 난간에 손을 얹었다.


그런 부장의 옆모습은 무언가 인생의 변곡점을 하나 넘은 모습처럼 보이기도 하였다.


나탈리 함장이 그런 감상에 젖을 뻔한 순간, 통신 관제관의 외침과 함께 나탈리 함장의 단말기는 다시 바쁘게 움직였다.


“공간도약 시작! 목적지는 화성의 헬라스 분지 상공!”


마지막으로 전면 모니터의 좌표를 확인한 나탈리 함장의 명령은 곧 함교 내부를 가득 채웠다.


그리고 그 떨림은 전함을 공간도약 시키기 충분하였다.


붉은색 버튼이 눌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툴론과 난전을 겪고 있는 연합군 함대로부터 멀리 떨어진 전함 하나가 우주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작가의말

읽어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온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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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11) 21.03.04 85 0 12쪽
104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10) 21.03.03 95 0 7쪽
103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9) 21.03.02 97 0 7쪽
102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8) 21.03.01 77 0 7쪽
101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7) 21.02.28 84 0 7쪽
100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6) 21.02.28 80 0 7쪽
99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5) 21.02.27 74 0 7쪽
98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4) 21.02.27 82 0 7쪽
97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3) +2 21.02.26 83 0 7쪽
»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2) 21.02.25 81 0 8쪽
95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1) 21.02.24 74 0 7쪽
94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11) 21.02.23 90 0 7쪽
93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10) 21.02.22 79 0 7쪽
92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9) 21.02.21 108 0 7쪽
91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8) 21.02.21 76 0 7쪽
90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7) +2 21.02.20 94 1 7쪽
89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6) 21.02.20 115 0 8쪽
88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5) 21.02.19 77 0 7쪽
87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4) 21.02.18 86 0 7쪽
86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3) 21.02.17 84 0 7쪽
85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2) +2 21.02.16 111 1 7쪽
84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1) 21.02.15 93 0 7쪽
83 10장 본질적인 문제? (11) +2 21.02.14 94 1 7쪽
82 10장 본질적인 문제? (10) 21.02.14 90 0 7쪽
81 10장 본질적인 문제? (9) 21.02.13 120 1 7쪽
80 10장 본질적인 문제? (8) 21.02.13 84 1 7쪽
79 10장 본질적인 문제? (7) 21.02.12 95 1 8쪽
78 10장 본질적인 문제? (6) 21.02.11 102 1 7쪽
77 10장 본질적인 문제? (5) 21.02.10 100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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