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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펭귄의 서재

어쩌다 보니 공간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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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3 14:41
최근연재일 :
2021.03.05 18:15
연재수 :
106 회
조회수 :
19,638
추천수 :
184
글자수 :
390,460

작성
21.02.19 18:15
조회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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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7쪽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5)

DUMMY

관제관이 끄덕이자, 나탈리 함장은 PSC에 손을 댄 후 명확하게 말하였다.


“엄호 준비됐습니다. 가시면 됩니다. 유도 CPS 작동하겠습니다.”

“알겠네. 가서 뭐라도 건지면 좋겠군.”

“프랑수아 박사님이 헛소리하시진 않았을 겁니다.”

“그래, 툴론에 대해서 뭔가 알아만 내면······.”


부장이 말을 맺으려는 찰나,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부장은 좌석에 착석하면서 헬멧을 착용하였다.


나탈리 함장은 통신을 끊고 신경을 가다듬었다.

데스데모나의 비극이 또 일어나선 안 되었다.


“상륙정 호위와 주변 경계를 확실히 하도록! 특히, 저 정체불명의 구조물을 조심하도록!”


나탈리 함장의 기합 찬 소리가 끝나자, 함교 안에 있던 관제관들이 짧고 굵은 대답을 하며 나탈리 함장의 기운을 받아냈다.


이런 분위기로 계속 흘러가면 좋으련만, 나탈리 함장은 내심 걱정이 마음속에 있었다.

그런 불확실성 속을 뚫으며, 밝게 빛나는 상륙정들이 나아가기 시작했다.



------------------------------



“짐작도 안 가는군.”


거대한 산맥과도 같은 높이에 압도당한 병사들은 머리만 치켜들 뿐이었다.

병사 한 명이 무릎을 꿇은 채 편광분석기를 돌리는 와중에, 부장은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었다.


부장의 말에 다들 동의를 하는 모양이었다.

병사들은 서로를 쳐다보았다가 다시 정체불명의 구조물을 올려다보았다.


“주변을 따라 수색을 해보도록. 무전은 항상 켜두고, 수상한 것이 발견되면 섣불리 나서지 말고 동료를 부르게. 알겠나?”

“넵!”


부장의 명령에 따라 둘씩 짝을 지은 병사들은 각자 새까만 벽을 따라 양쪽으로 퍼졌다.

부장은 한창 통신 모듈을 설치하는 소대장에게 다가갔다.


모래바람이 휘날리며 한쪽 발이 계속 바닥에 푹푹 꺼졌다.

그렇다고 점프팩을 쓰긴 애매한 거리여서, 부장은 속으로 답답함을 삭히며 이동하였다.


“뭔가 나왔나?”

“아, 부장님. 일단 편광분석을 해보니 이 벽은 인공물인 것이 확실합니다. 구성 분자는······.”


맨 먼저 내리고 거점을 확보한 소대장은 부장의 물음에 보고를 시작하였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소대장은 뒤에 무릎을 꿇은 채 모니터에 집중하고 있던 병사의 머리를 몇 번 쳤다.


병사는 홱 하면서 고개를 돌렸다가, 부장의 모습을 보고 서둘러 차렷 자세를 갖추었다.

헬멧 때문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꽤 당황한 표정인 것 같았다.


“아, 부장님, 그······ 크리움도 섞여 있고, 산소에 알루미늄에 세라믹 성질도 있습니다.”

“쉽게 말해주겠나?”


말을 더듬는 병사의 말에 부장은 담담하지만 무겁게 답하였다.


소대장 역시 그런 병사가 답답해서인지 편광분석기의 화면을 힐끗 쳐다보았지만, 소대장 자신도 알 수 없는 그래프와 용어만 보였다.


“한 마디로, 콘크리트 기반 구조물입니다.”


편광분석기를 훔쳐보던 소대장의 헬멧이 어리숙한 병사의 말이 끝나자 병사에게로 향했다. 의외의 대답에 부장 역시 병사를 쳐다보았다.


병사는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기본적으로 콘크리트 뼈대에, 여러 가지 특수 세라믹 처리를 하고 크리움을 겉에 바른 것 같습니다.”

“확실한가?”

“네, 확실합니다.”


병사의 대답에 부장은 습관적으로 턱을 쓰다듬다가, 자신이 헬멧을 쓰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어색하게 손을 내렸다.


부장은 다시 한번 검은 산맥을 올려다본 후, 분석 결과를 함선에 전송하라는 명령과 함께 자리를 떴다.


이런 은하계 어디인지도 모를 행성에 갑자기 콘크리트라니?

이상했다.


툴론의 소행인가?

아니면 인간?


인간이라 해도 이런 아무도 없는 행성에 이런 거대한 구조물을?

애초에 입구도 안 보이는 이 구조물의 정체는 뭐란 말인가?

박사는 왜 이런 곳으로 자신들을 안내했나?


부장의 머릿속은 이런저런 고민에 빠져들기 시작하였다.

다시금 부장의 발걸음은 거친 모래 속에 푹푹 파묻히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런 불편함이 부장에게 영향을 끼치기에는 부족하였다.

부장은 묵묵히 걸음을 걸었다.


한창 걸으면서 구조물의 정체에 대해 고민할 즈음, 부장은 무언가에 걸려 앞으로 넘어지고 말았다.


넘어진 충격에 순간 지직거린 헬멧의 홀로그램을 힐끗 보던 부장은 주위를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발치에 있는 모래 속에 무언가 반쯤 파묻혀있는 것이 보였다.

얼핏 보기에는 판자 같아 보였다.


부장은 헬멧에 묻은 모래를 털고 판자를 집었다.

손끝으로 느껴지는 판자는 생각보다 무거웠다. 판자라기보다는 철판 같았다.


부장은 다른 병사들을 부를까 싶었지만, 그냥 두 손으로 잡고 당기기로 하였다.

전투복 덕분인지, 무거운 철판은 부장의 힘만으로도 조금씩 구덩이에서 빠져나왔다.


숨을 잠깐 고르면서 마지막으로 힘을 주자 철판이 튕겨 나왔다.

동시에 부장은 반작용을 받아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부장이 엉덩이를 매만지는 사이, 모습을 드러낸 철판 위의 모래들이 강한 바람에 휩쓸려 날아갔다.


부장은 철판에 손을 얹고 찬찬히 살펴보았다.

그리고 몇 초 후, 부장은 홀로그램에 대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였다.


“함장······ 이거 보이는가?”

“네······.”


행성 궤도에서 지켜보던 나탈리 함장의 대답에 긴장감과 당혹감이 묻어나왔다.


그 이유는 서로 같았다.

나탈리 함장 역시 부장의 헬멧에 달린 카메라로 똑같은 것을 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부장은 철판을 쳐다보며 자신도 모르게 따라 읽었다.


“화성-지구 공간······ 도약 여객선, 2091년 4월 5일 취역······.”


부장은 색바랜 희미한 글자를 처음엔 띄엄띄엄 읽었다.

그리고 글자의 의미를 이해하자 더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부장은 천천히 고개를 올려다 검은 벽을 쳐다보았다.


“이런 게 왜······ 이런 천도에도 없는 곳에······.”


그때였다. 다급한 목소리의 무전이 부장의 헬멧 안을 때렸다.


“부장님! 브라보 팀입니다. 여기 우주선 잔해가 있습니다! 몇십 년 전 것 같은데 일단 표시해 두었습니다! 우주선이 왜 이런 곳에······ 아무튼, 일단 더 조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비슷한 무전은 그 뒤로도 계속 이어졌다.


작가의말

읽어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온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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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11) 21.03.04 86 0 12쪽
104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10) 21.03.03 96 0 7쪽
103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9) 21.03.02 97 0 7쪽
102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8) 21.03.01 77 0 7쪽
101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7) 21.02.28 84 0 7쪽
100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6) 21.02.28 80 0 7쪽
99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5) 21.02.27 74 0 7쪽
98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4) 21.02.27 82 0 7쪽
97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3) +2 21.02.26 83 0 7쪽
96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2) 21.02.25 81 0 8쪽
95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1) 21.02.24 74 0 7쪽
94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11) 21.02.23 90 0 7쪽
93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10) 21.02.22 80 0 7쪽
92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9) 21.02.21 108 0 7쪽
91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8) 21.02.21 77 0 7쪽
90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7) +2 21.02.20 95 1 7쪽
89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6) 21.02.20 116 0 8쪽
»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5) 21.02.19 78 0 7쪽
87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4) 21.02.18 86 0 7쪽
86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3) 21.02.17 84 0 7쪽
85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2) +2 21.02.16 111 1 7쪽
84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1) 21.02.15 94 0 7쪽
83 10장 본질적인 문제? (11) +2 21.02.14 94 1 7쪽
82 10장 본질적인 문제? (10) 21.02.14 90 0 7쪽
81 10장 본질적인 문제? (9) 21.02.13 121 1 7쪽
80 10장 본질적인 문제? (8) 21.02.13 84 1 7쪽
79 10장 본질적인 문제? (7) 21.02.12 95 1 8쪽
78 10장 본질적인 문제? (6) 21.02.11 102 1 7쪽
77 10장 본질적인 문제? (5) 21.02.10 101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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