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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펭귄의 서재

어쩌다 보니 공간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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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3 14:41
최근연재일 :
2021.03.05 18:15
연재수 :
106 회
조회수 :
19,629
추천수 :
184
글자수 :
390,460

작성
21.02.13 18:15
조회
120
추천
1
글자
7쪽

10장 본질적인 문제? (9)

DUMMY

부장의 명령에 함교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톱니바퀴가 맞아떨어지듯 함교의 움직임은 시시각각 함선 전체로 뻗어져 나가, 잠자고 있던 리디늄 포를 깨웠다.


자그마한 부스러기가 반딧불처럼 움직이는가 싶더니, 곧이어 검은 공간이 일직선으로 찢어졌다.

희끗희끗한 별빛들이 반짝이던 곳에는 완벽한 어둠이 자리 잡았다.


판도라의 상자처럼 알 수 없는 어둠이 그 영역을 점점 넓힐수록, 나탈리 함장과 부장은 전면 모니터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나옵니다!”


출장차 뉴욕을 다녀왔을 때 엘리베이터 너머로 얼핏 본 마천루처럼, 인공적으로 굴곡지고 뾰족한 형태의 물체가 어둠의 상자를 뚫고 나왔다.


그것은 곧 삼지창처럼 셋으로 갈라져, 겉으로 보기에도 꽤 견고하게 보이는 전함이 었다.


전함 외부의 점멸등이 한두 개씩 불을 밝힐 즈음, 열려있던 틈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자취를 감추었다.


“공격할까요?”

“기다리게, 식별 신호부터 보내보도록.”


공간도약이 포착될 때부터 눈치를 보고 있던 나탈리 함장이 물었으나, 부장은 꽤 신중하였다.

그러나, 상대편의 결정이 더 빨랐다.


나탈리 함장이 식별 신호를 보내려고 단말기를 켰을 때였다.

그보다 먼저 새로운 화면이 전면 모니터에 떠올랐다.


부장은 손가락을 옮겨 단말기 화면을 눌렀다.

그러자 전면 모니터 가득 네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직 안 죽었네?”


살짝 입꼬리를 올리며 비아냥대는 금발의 빅토리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

뒤따라서 뒤에 앉아 있던 파샤가 고개를 숙였다.


“자네들이군.”


부장은 긴장이 살짝 풀렸는지, 다소 편한 어조로 빅토리아의 농담을 받았다.


“그동안 연락도 없더니, 다시 여기로 온 걸 보면 별로 얻은 게 없었나 보군.”


이번에는 부장이 가벼운 도발을 걸었다.

그러나 빅토리아는 처음 붙잡혔을 때처럼, 그 기세를 여전히 부장에게 드러내었다.


“이봐, 부장님. 우리 전함 크기만 봐도 그런 말이 안 나올 텐데.”

“됐으니 어서 오도록.”


부장이 보아도 거대한 크기의 전함이었다.


하지만 그 안에 누가 탄 것인지 안 이상, 무전으로 더 왈가왈부할 필요는 별로 없을 것이라 부장은 생각하였다.

부장은 단말기를 다시 만지고 무전을 끊었다.


“넷 다 무사하군요.”


옆에서 지켜보던 나탈리 함장이 다소 안심이 된다는 긍정적인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살짝 풀린 긴장감을 다시 묶기에는 무리가 될 정도로 피곤했었는데, 나탈리 함장 개인적으로도 전투 상황이 아니어서인지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무사하기만 한 건 아닌지 모르겠군.”


부장은 주머니에 있던 라이터를 꺼내어 예의 그 찰랑거리는 소리를 반복적으로 내었다.


나탈리 함장은 방금 급하게 몸을 돌리면서 살짝 흘러내렸던 모자를 다시 제대로 썼다.

모자 아래 전면 유리로 보이는 전함은 생각보다 더 거대하였다.


“그래도 만나보실 거죠?”


나탈리 함장은 모자를 올리던 손 사이로 슬쩍 시선을 돌리며 부장에게 물었다.

부장은 라이터를 앞에 놓인 단말기 위에 올려놓고 가슴팍의 주머니를 뒤적이며 대답하였다.


“전함까지 구해온 걸 보면, 완전 빈손은 아니지 않겠나?”


담배를 찾아 헤매는 부장의 손에 닿은 담뱃갑에는 담배보다 비어있는 공간이 많았다.


겨우 두 개의 담배만이 드넓은 담뱃갑 안을 이리저리 떠돌고 있었다.

부장의 손짓에 우연히 만난 담배 중 하나를 뽑아 든 부장은 불을 붙였다.


이제 기댈 담배도 하나뿐이었다.

타들어 가는 담배를 느끼며, 부장은 자신이 기댈 곳도 하나뿐임이 문득 느껴졌다.


부장은 아무 말 없이 앞을 보았다.

전면 모니터에는 이제 도킹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안내 문구가 떠올랐다.



------------------------------



“그게 사실이에요?”


희진이 들고 있던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맞은편에 서 있던 부장은 희진의 그런 높은 톤의 반응을 예상했는지, 조용히 고개만 끄덕였다.


“그럼 박사님의 얘기를 듣는 게 제일 좋을 것 같아요! 여기 있는 툴론의 흔적들을 조사하는 것도 물론 좋겠지만, 제가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나 도움을 박사님한테 얻을 수 있을 거예요. 어쨌든, 툴론은 공간도약으로 움직이니까 분명 아시는 것이 있을 거예요.”


희진은 논문 발표를 하듯 손짓을 해가며 생각을 밝혔다.


회의실 안의 목소리 증폭기 때문인지 아니면 희진의 전문 분야여서 그런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모든 사람이 희진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어쨌든 분위기는 희진의 말에 따라 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깨어나시질 않고 있습니다. 워낙 고령이신 것도 있고······.”


희진의 옆에 앉아 있던 나탈리 함장이 오랜만에 의욕 넘치는 희진에게 살짝 고삐를 매었다.


“아······.”


희진은 탄식 같은 감탄사를 뱉으며 팔짱을 꼈다.


툴론의 전초 기지처럼 보이는 곳까지 다시 돌아온 것은 좋았다.

하지만, 이후로 다시 넘어갈 타개책이 보이지 않는 것이 현실이었다.


그렇다고 이곳으로 온 공간도약을 역추적하기 위해, 주변의 트리니톤을 전부 다 조사는 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렸다.


“그럼, 그쪽에서는 방금 말한 정보가 전부야?”


의자를 뒤로 젖힌 채 앉아 있던 빅토리아는 부장을 향해 물었다.


“그렇다네. 우린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는 쪽이고, 툴론을 추적하는 것은 그쪽 아니었나?”


부장은 나긋나긋하지만 무거운 목소리로 다시 한번 빅토리아를 눌렀다.

빅토리아는 부장의 관록에서 나오는 위압감을 정면으로 새삼스레 느낀 것인지, 자그마한 불평과 함께 입을 다물었다.


“이렇게 된 이상······.”


조용히 사태를 지켜보던 진욱이 입을 여는 순간이었다.


“함장님, 의무실입니다. 프랑수아 박사님이 깨어나셨습니다.”


천장에서 퍼지는 젊은 장교의 목소리가 회의실을 바꾸어 놓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누군가에게는 탁월한 타이밍의 천사의 목소리 같기도 하였고, 누군가에게는 상황을 타개할 빛줄기처럼 보일 법도 하였다.


어쨌든, 그 짧은 무전이 회의실의 분위기를 새롭게 만든 결과를 낳은 점은 똑같았다.

부장을 필두로 하여 회의실에 있던 전원은 곧바로 의무실로 향하였다.


“일어나셨습니까.”


방역 통로를 차례차례 지나쳐, 투명유리로 보이는 프랑수아 박사를 맨 먼저 본 것은 역시나 부장이었다.


부장은 기운을 차리고 병상에 앉아 있을 박사의 모습을 생각하였지만, 여전히 누워있는 박사의 모습만이 눈에 보였다.


부장은 선두로 들어온 것처럼, 제일 먼저 말을 걸었다.

박사가 눈을 가늘게 뜨며 부장에게로 초점을 모으기 시작했다.


부장의 근처에 뒤따라온 일행이 각자 자리를 잡을 때였다.


작가의말

읽어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온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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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에필로그 +2 21.03.05 91 0 7쪽
105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11) 21.03.04 85 0 12쪽
104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10) 21.03.03 95 0 7쪽
103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9) 21.03.02 97 0 7쪽
102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8) 21.03.01 77 0 7쪽
101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7) 21.02.28 84 0 7쪽
100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6) 21.02.28 80 0 7쪽
99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5) 21.02.27 74 0 7쪽
98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4) 21.02.27 82 0 7쪽
97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3) +2 21.02.26 83 0 7쪽
96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2) 21.02.25 81 0 8쪽
95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1) 21.02.24 74 0 7쪽
94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11) 21.02.23 90 0 7쪽
93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10) 21.02.22 79 0 7쪽
92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9) 21.02.21 108 0 7쪽
91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8) 21.02.21 76 0 7쪽
90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7) +2 21.02.20 95 1 7쪽
89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6) 21.02.20 115 0 8쪽
88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5) 21.02.19 77 0 7쪽
87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4) 21.02.18 86 0 7쪽
86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3) 21.02.17 84 0 7쪽
85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2) +2 21.02.16 111 1 7쪽
84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1) 21.02.15 93 0 7쪽
83 10장 본질적인 문제? (11) +2 21.02.14 94 1 7쪽
82 10장 본질적인 문제? (10) 21.02.14 90 0 7쪽
» 10장 본질적인 문제? (9) 21.02.13 121 1 7쪽
80 10장 본질적인 문제? (8) 21.02.13 84 1 7쪽
79 10장 본질적인 문제? (7) 21.02.12 95 1 8쪽
78 10장 본질적인 문제? (6) 21.02.11 102 1 7쪽
77 10장 본질적인 문제? (5) 21.02.10 100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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