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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펭귄의 서재

어쩌다 보니 공간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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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3 14:41
최근연재일 :
2021.03.05 18:15
연재수 :
106 회
조회수 :
19,623
추천수 :
184
글자수 :
390,460

작성
21.03.02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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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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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9)

DUMMY

잠시 인상을 찡그리고 일어서던 레이첼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부장의 광자총이었다.


레이첼은 본능적으로 몸을 굴렸다.


머리카락 두어 개가 스칠 찰나로, 주황색의 광선이 레이첼의 뒤꽁무니를 따라 박혔다.


레이첼은 좁은 복도를 원을 그리며 도망친 후, 시체 더미 뒤로 몸을 날렸다.


“크으······.”


오른쪽 종아리 부분에 광선이 스친 것인지, 몸을 숨기고 나서야 그 고통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부장은 한 발짝씩 시체 더미로 다가가며 레이첼이 숨은 곳을 향해 정조준하였다.


매캐한 연기가 한 차례 부장의 앞을 지나갈 무렵, 부장의 눈에 비친 것은 레이첼의 얼굴이 아닌 ST-25 소총의 총구였다.


“젠장!”


부장은 옆으로 몸을 날렸다.

적당히 거리가 벌려진 것을 파악한 레이첼이 승부수를 띄우기 위해 등에 붙여 두었던 소총을 꺼내 들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소총에서 영롱한 광선은 나오지 않았다.

레이첼은 몇 번 방아쇠를 당겼지만, 소총은 묵묵부답이었다.


벽에 등을 부딪칠 때 고장이 난 모양이었다.

상황을 파악한 부장이 상체를 드러낸 레이첼을 향해 광자총을 다시 들어 올렸다.


“이거나 먹어라!”


이제 막 방아쇠를 당기려는 부장을 보고 레이첼은 막무가내로 대응하기로 마음먹었다.

레이첼은 재빨리 소총의 개머리판을 두 손으로 잡고 그대로 소총을 집어 던졌다.


레이첼의 동물적인 감각은 투척에서도 먹혀들었는지, 날이 선 도끼처럼 세로로 회전하며 날아가던 소총은 정확하게 부장을 향해 날아갔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부장은 날아오는 소총을 팔로 막았다.


그동안 레이첼은 치타처럼 엎드려서 달려가, 아까 떨어졌던 자신의 광자총을 들었다.


부장이 구겨진 정장 외투를 바로 하며 다시 조준하였을 때는 이미 서로 광자총을 조준한 채 대치하게 된 때였다.


“이제 어떻게 할 건가, 레이첼?”


부장이 먼저 레이첼을 향해 외쳤다.


하얀 머리처럼 정장 군데군데 허연 먼지들과 난투의 흔적들이 쌓여 있었지만, 부장의 목소리만큼은 그런 것에 구애받지 않는 것 같았다.


“당연······.”


레이첼이 부장의 외침에 큰 소리로 대답하기 위해 입을 열 찰나였다.


부장이 갑작스럽게 사선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레이첼은 급하게 말을 멈추며 반사적으로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동시에 두 가지를 완벽하게 해낼 수 없는 인간의 한계가 레이첼에게도 적용되었다.


레이첼이 쏜 광선은 아슬아슬하게 부장의 뒤통수를 지나쳐버렸다.

그와 동시에, 레이첼의 배터리팩이 푸른색에서 붉은색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베테랑인 부장은 그것을 예상하기라도 했다는 듯 방향을 레이첼에게로 꺾었다. 명백하게 상황은 부장에게로 기울기 시작하였다.


“젠장!”


레이첼은 그대로 몸을 돌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

당연히 부장은 광자총을 쏘아대며 레이첼을 쫓았다.


번개보다 재빠르게 판단을 내린 레이첼이 지금은 부장보다 더 빨리 움직이고 있었지만, 부장의 실력이라면 언제 자신의 몸이 광선에 뚫릴지 모를 일이었다.


레이첼은 기억을 더듬으며 기울어져 가는 복도를 내달렸다.


“하아, 하아.”


레이첼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잘 움직이지도 않는 다리를 억지로 내달리게 하는 힘은 오롯이 초인적인 FSF 훈련 덕분이었다.


레이첼은 입술을 깨물면서 달려갔다.

군데군데 쌓여 있는 짐들을 복도에 쏟아 놓는 것도 잊지 않았다.


두어 번의 광선이 레이첼을 스쳐 지나가 레이첼의 앞에 박히기도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부장의 광자총 역시 배터리팩이 다 된 것인지 거칠게 쫓아오는 구둣발 소리만 뒤에서 들렸다.


“어디야······.”


두세 개씩 계단을 올라가며 한참을 뛰어가던 레이첼의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를 무렵이었다.


복도 너머로 빨간색의 에어 로크가 레이첼의 눈에 보였다.

이번엔 반대로 레이첼이 골짜기의 9부 능선에 다다른 것이었다.


레이첼은 마지막 희망인 빨간색 에어 로크를 향해 달려갔다.

거칠게 휘날리는 갈색 머리카락에 묻은 땀방울마저도 레이첼의 달리기 속도에 못 이겨 떨어져 나갔다.


마침 부장도 계단을 다 올라왔다.

달려가는 레이첼을 보고 부장은 급하게 배터리팩을 갈아 끼웠다.


“젠장!”


두어 발의 광선을 날렸지만, 일직선으로 쭉 뻗은 광선은 운 나쁘게도 레이첼의 주변부만 박살 냈다.


부장은 차라리 배터리팩을 갈아 끼우지 말고 그대로 뛸 것을 후회했으나 이미 늦었다.

레이첼은 빨간색 에어 로크를 열어젖힌 후였다.


“거기 서!”


닫혀가는 에어 로크에 대고 소리치는 부장의 외침은 에어 로크 사이를 통과했으나, 부장의 몸은 그렇지 않았다.


달려오던 부장의 어깨가 달려오던 관성에 의해 에어 로크와 거칠게 부딪쳤다.


부장은 에어 로크의 창에 얼굴을 대고 안을 노려보았다.

에어 로크를 등진 채 숨을 고르고 있는 갈색 머리가 보였다.


얼마 후, 노려보는 부장을 향해 머리가 천천히 움직이더니, 곧 비아냥 섞인 웃음이 보이는 레이첼의 얼굴로 바뀌었다.


“하아······.”


레이첼은 두 손가락을 올려 자신의 눈을 가리켰다가, 부장을 향해 중지를 올렸다.

명백한 도발이었지만 부장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곧, 레이첼은 몸을 돌려 안쪽 에어 로크로 들어가 버렸다.


부장은 두어 걸음 뒤로 가서 레이첼이 들어간 빨간 에어 로크 옆의 인식창을 쳐다보았다.


‘긴급 구명정’


부장이 두어 번 인식창을 읽는 사이, 레이첼이 탄 구명정이 전함에서 사출되었다.

아마 곧바로 공간도약을 하거나 초고속으로 도망쳐 어디론가 사라질 것이 분명했다.


전함에는 이제 부장 혼자 남게 되었다.

여기저기 찢어진 정장을 살펴보던 부장은 들고 있던 광자총을 허리 뒤에 꽂았다.


그리고 옆에 있는 다른 긴급 구명정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결국, 툴론의 정체는 그런 것이었군요.”


고개를 끄덕이는 듀코프니 회장은 희진의 설명에 즉각적으로 흥분도 하고 놀라움을 표현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오묘한 표정을 지으며 반응해주었다.


그때까지도 허벅지가 따끔거리는지, 고통스러운 표정이 희진의 얼굴에 얼핏 보였다.


하지만 듀코프니 회장의 반응에 힘입어 희진은 기승전결에 따라 거의 완벽하게 상황을 요약하였다.


과연 과학자답다는 생각으로 희진을 바라보던 진욱은 희진의 말이 끝나자 듀코프니 회장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여러분이 원하시는 건 이런 일들을 전 세계에 알리고 싶다는 거죠.”


듀코프니 회장은 옆에 놓인 스타이델러 찻잔을 우아하게 잡고 차를 한 모금 마신 뒤, 희진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파악하여 내놓았다.


작가의말

읽어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온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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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11) 21.03.04 85 0 12쪽
104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10) 21.03.03 95 0 7쪽
»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9) 21.03.02 97 0 7쪽
102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8) 21.03.01 76 0 7쪽
101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7) 21.02.28 84 0 7쪽
100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6) 21.02.28 80 0 7쪽
99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5) 21.02.27 74 0 7쪽
98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4) 21.02.27 82 0 7쪽
97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3) +2 21.02.26 82 0 7쪽
96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2) 21.02.25 80 0 8쪽
95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1) 21.02.24 74 0 7쪽
94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11) 21.02.23 90 0 7쪽
93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10) 21.02.22 79 0 7쪽
92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9) 21.02.21 107 0 7쪽
91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8) 21.02.21 76 0 7쪽
90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7) +2 21.02.20 94 1 7쪽
89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6) 21.02.20 115 0 8쪽
88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5) 21.02.19 77 0 7쪽
87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4) 21.02.18 86 0 7쪽
86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3) 21.02.17 84 0 7쪽
85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2) +2 21.02.16 111 1 7쪽
84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1) 21.02.15 93 0 7쪽
83 10장 본질적인 문제? (11) +2 21.02.14 94 1 7쪽
82 10장 본질적인 문제? (10) 21.02.14 90 0 7쪽
81 10장 본질적인 문제? (9) 21.02.13 120 1 7쪽
80 10장 본질적인 문제? (8) 21.02.13 84 1 7쪽
79 10장 본질적인 문제? (7) 21.02.12 95 1 8쪽
78 10장 본질적인 문제? (6) 21.02.11 102 1 7쪽
77 10장 본질적인 문제? (5) 21.02.10 100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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