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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펭귄의 서재

어쩌다 보니 공간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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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3 14:41
최근연재일 :
2021.03.05 18:15
연재수 :
106 회
조회수 :
19,640
추천수 :
184
글자수 :
390,460

작성
21.02.23 18:15
조회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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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7쪽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11)

DUMMY

“부장님! 어느 정도 연합군을 따돌리고 숨은 것 같지만, 오래 못 갈 겁니다!”


막간을 틈타 나탈리 함장이 상황 보고를 하였다.


긍정적인 메시지도 조금 있었으나, 열대 우림과 높다란 산맥 사이에 숨은 전함 근처로 여전히 불벼락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앞에서는 안데스산맥보다 높아 보이는 산봉우리 하나가 연합군 함대의 빗나간 로이드 미사일을 맞더니 무너지기 시작하였다.


이미 제2기동함대의 함선과 전투기들이 부장이 지휘하는 전함 위치를 알아챈 모양인지, 정확히 전함의 뒤로 바짝 달라붙기 시작하였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이었다.


홀로그램에 펼쳐진 레이더 끝에서부터 서서히 평지가 보이기 시작하며, 나탈리 함장의 표정에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였다.


“부장님, 삼 분 뒤에는 우리 전함이 완전 노출 상태가 됩니다!”


나탈리 함장은 그때까지 앞을 보고 있던 부장의 옆에 다가가 소리쳤다.

그러나, 부장은 주머니에 쥔 라이터를 달그락거릴 뿐이었다.


부장의 머릿속에서도 특별한 계책이 떠오르지 않았다.

충동적으로 박사에게 말했던 것처럼, 자신의 운명도 여기까지인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부장님! 서브밀리파요!”


갑자기 함교의 문을 열어젖히며 희진과 대근이 뛰어 들어왔다.

멀리서부터 뛰어온 모양인지, 이마에 땀이 보일 정도로 희진과 대근은 지쳐 보였다.


부장이 상황을 인식하기도 전에, 희진과 대근은 부장에게 다가왔다.


“하아, 힘들어 죽겠네. 이 전함의 통신 모듈을 이용해서 서브밀리파를 내보내면 돼요!”

“그게 뭔가?”

“아, 고주파의 일종인데······.”


단말기를 보여주며 설명을 하려는 대근을 막아서며, 침을 삼킨 희진이 대신 말하였다.


“그러니까, 어떤 전파를 내보내면 우리가 살 수도 있대요!”

“무슨 뜻이지? ‘있대요’라는 건 누구한테 들었다는 건가?”


부장의 뼈있는 질문이 희진을 괴롭혔지만, 희진은 그런 걸 고민할 때가 아니었다.


“프랑수아 박사님이 얘기하셨어요.”

“별로 듣고 싶지 않군.”


부장은 몸을 돌려 다시 전면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희진은 부장의 등에 대고 말을 이어나갔다.


“박사님도 많이 반성하신다고 하셨어요! 박사님 본인도 불안과 죄책감 속에 살았다면서 이제는 내려놓고 싶다고 그러셨어요!”


그러나, 부장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이제 전면 유리 너머로 탁 트인 지평선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거친 사막만이 펼쳐져 있는 그 모습은 아름다웠으나, 그만큼 강렬하고 뜨거웠다.


저곳으로 빠져나가는 순간, 지옥의 문을 지키는 켈베로스가 머리 꼭대기에서부터 전함을 뜯어버릴 느낌이 들었다.


희진은 부장을 향해 소리쳤다.


“박사님이 가르쳐주신 대로 왔더니 연합의 비밀을 알게 됐잖아요! 한 번만 더 믿어보면 안 돼요?”


부장에게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감정적인 면까지 섞어가며, 희진의 설득은 계속 이어졌다.


“부장님! 박사님 본인도 같이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나쁜 맘을 먹으실 리가 없잖아요. 일단 살고 봐야죠! 다른 수가 없잖아요!”


결국, 격해진 희진의 의지를 대변하는 듯 희진의 눈망울까지 살짝 그렁그렁하게 변하였다.


옆에 있던 대근이 희진의 어깨를 어색하게 토닥여주었으나, 희진은 전면 유리와 부장만을 쳐다보았다.


한 발짝 떨어져 이를 지켜보고있던 나탈리 함장이 나서서 희진을 진정시키려는 순간, 부장은 몸을 돌렸다.


“여기서 할 수 있나?”


희진은 부장의 무겁지만 담담한 말을 듣고 순간 멍해졌다가 곧 정신 차렸다.


“네? 네! 바로 할게요!”


희진은 언제 그랬냐는 듯, 곧바로 기운을 차리고 대근에게 눈짓하였다.

부장은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대근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기계 꾸러미를 꺼내더니, 부장이 서 있던 단상의 하단부를 열었다.


희진이 단말기를 조작하는 동안, 대근은 갖가지 케이블을 연결하였다.


부장은 그때까지도 탐탁지 않았으나, 희진의 말대로 뾰족한 수가 없었기에 지켜보기로 하였다.


지옥의 기동함대에게 물리더라도, 순순히 당하고 싶지 않은 건 부장도 마찬가지였던 것이었다.


“부장님, 괜찮을까요.”


나탈리 함장이 입에 손을 대고 귓속말처럼 읊조렸지만, 부장은 묵묵부답이었다.

그러는 사이, 준비가 끝난 희진이 부장을 바라보았다.


“시작할게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희진과 대근이 동시에 단말기와 기계 꾸러미의 버튼을 눌렀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여전히 전함은 날아오는 연합군 함대의 공격에 정신이 없었으며, 벼랑 끝의 먹잇감 신세도 변하지 않았다.


몇 초간 주변을 둘러보던 희진도 뭔가 이상하단 것을 느낀 모양이었다.


“어······ 다시 해볼까요, 대근 씨?”


희진의 당황한 말투에, 대근은 말없이 버튼을 몇 번 더 눌렀다.


하지만 전면 모니터에는 새로운 미사일 경고만 떠오를 뿐, 살아남는 것과 관련 있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어느덧 가까워진 불모의 황야를 바라보던 부장은 주머니에서 돌리던 라이터를 멈추었다.

그리고 희진에게로 다가가려 했다.


“함장님! 레이더에 대규모 미확인 물체들이 포착되었습니다!”


바로 그때, 통신 관제관의 다급한 목소리가 어색해진 부장과 희진 사이의 분위기를 일거에 깨트렸다.

부장과 함장, 희진에 대근까지 모두가 동시에 통신 관제관을 쳐다보았다.


“근처 탐사정 화면을 띄우겠습니다! 근데, 이게 대체······”


통신 관제관의 말에, 넷은 엄마가 물어다 주는 먹이를 바라보는 새끼들처럼 동시에 전면 모니터로 시선이 쏠렸다.


그러나 새끼들은 먹이를 먹으려고 하지 않았다.

아니, 그냥 그대로 굳어버렸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나았다.


한 발짝 앞으로 다가간 나탈리 함장이 떨리는 입으로 말을 흐렸다.


“저기서······ 툴론이 왜······.”


나탈리 함장이 바라보는 전면 모니터에는 그 정체불명의 검은 구조물이 화면 가득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각형이 아니었다.

구조물 윗부분이 마치 변신 로봇이 기지에서 나오듯 양쪽으로 갈라져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로, 푸른빛의 툴론 함선들이 차례차례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그 함선들은 곧바로 하늘로 치솟아 제2기동함대에게 다가갔다.


그 사이, 일행이 타고 있던 전함은 어느새 산맥을 빠져나와 황야에 진입하였다.

그러나 함교의 모든 사람은 그때까지 멍하니, 출격하는 툴론 함선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부장은 눈앞에 보이는 광경을 지켜보며 한 마디의 감상을 남겼다.


작가의말

읽어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온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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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11) 21.03.04 86 0 12쪽
104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10) 21.03.03 96 0 7쪽
103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9) 21.03.02 97 0 7쪽
102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8) 21.03.01 77 0 7쪽
101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7) 21.02.28 84 0 7쪽
100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6) 21.02.28 80 0 7쪽
99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5) 21.02.27 74 0 7쪽
98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4) 21.02.27 82 0 7쪽
97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3) +2 21.02.26 83 0 7쪽
96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2) 21.02.25 81 0 8쪽
95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1) 21.02.24 75 0 7쪽
»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11) 21.02.23 91 0 7쪽
93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10) 21.02.22 80 0 7쪽
92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9) 21.02.21 108 0 7쪽
91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8) 21.02.21 77 0 7쪽
90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7) +2 21.02.20 95 1 7쪽
89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6) 21.02.20 116 0 8쪽
88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5) 21.02.19 78 0 7쪽
87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4) 21.02.18 86 0 7쪽
86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3) 21.02.17 84 0 7쪽
85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2) +2 21.02.16 111 1 7쪽
84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1) 21.02.15 94 0 7쪽
83 10장 본질적인 문제? (11) +2 21.02.14 94 1 7쪽
82 10장 본질적인 문제? (10) 21.02.14 90 0 7쪽
81 10장 본질적인 문제? (9) 21.02.13 121 1 7쪽
80 10장 본질적인 문제? (8) 21.02.13 84 1 7쪽
79 10장 본질적인 문제? (7) 21.02.12 95 1 8쪽
78 10장 본질적인 문제? (6) 21.02.11 102 1 7쪽
77 10장 본질적인 문제? (5) 21.02.10 101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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