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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펭귄의 서재

어쩌다 보니 공간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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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3 14:41
최근연재일 :
2021.03.05 18:15
연재수 :
106 회
조회수 :
19,639
추천수 :
184
글자수 :
390,460

작성
21.02.24 18:15
조회
74
추천
0
글자
7쪽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1)

DUMMY

“그러니까, 저게 자유우주연맹 전함일 것 같다는 거지?”

“그, 그렇긴 합니다만······ 진짜 뛰실 겁니까?”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외치는 병사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 레이첼은 가스추진팩을 둘러맸다.


병사는 주춤하는 레이첼의 가스추진팩을 받쳐주었으나, 레이첼은 손을 내밀어 괜찮다는 표시를 보였다.


“괜찮아. 저게 도망치기 전에 가까이나 빨리 대줘.”


레이첼의 가벼운 말투에 병사는 다소 안심한 듯, 경례와 함께 에어 로크를 빠져나갔다.


단말기를 조작하며 우주복의 동기화를 하던 레이첼은 반대편으로 한 발짝 나아갔다.


“기압 조절!”


방금 나갔던 병사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레이첼은 눈을 덮고 있던 갈색 머리칼을 살짝 뒤로 올리며 벽에 걸린 헬멧을 챙겼다.


타이밍 좋게 헬멧의 홀로그램이 떠오르자, 투명한 합성 유리 너머로 붉은빛이 깜박였다.


레이첼의 거친 숨소리가 헬멧 안을 차지할 즈음, 병사의 목소리가 헬멧 안에 새롭게 들렸다.


“함선에 접근 중입니다, 소위님! 10초!”


레이첼은 차단문 바로 앞까지 다가갔다.


진동만 느껴지는 것이 정상이었지만, 레이첼의 귀에는 차단문 밖에서 이제 막 흩날리는 광선의 소리가 들리는 기분이었다.


레이첼은 우주복 구석구석을 점검하였다.


“5초!”


레이첼은 올림픽 육상 신기록의 마이클 보르페처럼 자세를 잡았다.


고개를 돌려 팔목에 단단히 매인 단말기의 자동 파일럿 궤도를 마지막으로 확인하는 순간, 차단문이 열렸다.


‘사물이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이라는 문구가 떠오를 정도로 가까워 보이는 연맹의 전함은 레이첼의 시야를 가득 채우기 충분하였다.


눈앞에서 열심히 불을 뿜고 있는 것이 리디늄 체인건이라는 것을 막 알아차린 순간, 가스추진팩이 질소 가스를 격하게 분사하였다.


레이첼은 총알처럼 튕겨 나갔다.


순식간에 우주 공간을 가로지르게 된 레이첼은 재빠르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차피 아등바등할 바에는, 자동 파일럿에게 맡겨 놓고 주변을 살피는 것이 백배 낫기 때문이었다.


들고 있는 ST-25 소총으로는 눈앞에 보이는 체인건에 흠집조차 낼 수 없었지만, 손에 무언가라도 들고 있는 점이 왠지 모르게 레이첼의 마음을 편하게 했다.


함선 안에서 보는 전장과 밖에서 보는 전장의 느낌은 천지 차이였다.


마치 4D 체험을 하는 듯, 온 우주를 감싸며 날아다니는 광선과 미사일 그리고 꽃봉오리처럼 폭발하는 미사일들이 모두 꿈인 것 같았다.


동시에 고래 싸움에 끼인 새우처럼 우주를 표류하는 자신의 모습이 대비되었다.

그 때문인지, 레이첼은 눈앞의 전함에 착륙하기 전까지 소총 조준경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헬멧에 붉은빛이 잠깐 반짝이며 비추었다.

고개를 돌린 레이첼은 자신이 떠나온 구축함의 좌현에서 폭발이 일어난 것을 보았다.


레이첼은 멍하게 구축함이 터져나가는 것을 보다가, 어느새 목표로 삼은 자유우주연맹 전함에 도달하였다.


“크윽!”


자동 파일럿이 질소 가스 배출은 조절해도 안전한 착륙까지는 조절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레이첼은 함선 위에서 한 바퀴 굴렀다.

동물적인 감각으로 옆에 있는 봉을 잡은 레이첼은 곧바로 전투태세를 갖추었다.


쓸모없어진 가스추진팩을 우주로 멀리 던져버린 후, 레이첼은 한 발짝씩 함선 위를 걸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자력으로 붙는 신발 바닥이 걸음을 뗄 때마다 불편하긴 하였지만, 가까운 에어 로크까지 가는 데는 큰 무리가 없었다.


레이첼은 에어 로크의 인식창을 찾기 위해, 홀로그램이 난무하는 헬멧 사이에서 눈을 찌푸렸다.


그러다, 결국 레이첼은 요동치는 헬멧 안의 홀로그램을 신경질적으로 꺼버렸다.

훨씬 밝아진 시야에 만족한 레이첼은 우주복의 주머니를 뒤적였다.


레이첼은 병사가 챙겨준 장비를 꺼내어 인식창 옆에 붙였다.

에어 로크를 붙들고 쭈그려 앉은 레이첼의 뒤로 전함의 추진부가 불을 뿜었다.


머리에서 흐르는 땀이 주근깨를 타고 내려갈 무렵, 장비의 붉은빛이 푸른빛으로 바뀌었다.

소총을 한 손으로 쥔 채, 레이첼은 에어 로크를 서서히 열었다.


“뭐, 뭐야?”


그때, 전함이 급격히 가속하며 레이첼은 하마터면 우주로 튕겨 나갈 뻔하였다.

급하게 점프하여 에어 로크 안으로 몸을 날린 레이첼은 겨우 몸을 눕힐 수 있었다.


뒤를 돌아본 레이첼의 눈에 연합군 함대가 빠르게 멀어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자유우주연맹 전함이 전속력으로 도망치려는 것 같았다.


“휴, 조금만 늦었으면 큰일 날 뻔했네.”


잠깐 혼잣말을 중얼거린 레이첼은 안쪽의 에어 로크를 열었다.

레이첼은 바짝 견착한 소총을 빼꼼히 내밀어 복도를 살폈다.


다행히 연합군 함대와의 전투 때문에 모두가 바쁜 모양이었다.

복도는 기분 나쁘게 울리는 사이렌 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고, 보이지도 않았다.


레이첼은 조용히 입고 왔던 우주복을 벗어 에어 로크 구석에 놓았다.

안에 껴입은 전투복도 만만치 않게 불편하였지만, 우주복보다는 훨씬 나았다.

레이첼은 오롯이 눈앞에 집중할 수 있었다.


“젠장, 너무 무모했나······.”


몇십 미터를 긴장한 상태로 지나가다 보니, 레이첼은 자신도 모르게 혼잣말이 나왔다.


일직선의 복도를 지나가며 아무도 못 본 것이 레이첼에겐 행운이기도 하였지만, 동시에 이상한 느낌도 들도록 만들었다.


혹시라도 들킨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무렵, 앞쪽의 코너에서 말소리가 들렸다.

레이첼은 곧바로 벽으로 붙은 뒤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어디로 간다는 거야?”

“몰라, 다시 행성 쪽으로 내려간다던데? 함장님이 자기 자리에······.”


목소리로 보아 남자 둘이었다.

레이첼은 소총을 거꾸로 쥐었다.

그러고 속으로 수를 세었다.


발소리가 바로 옆을 지날 즈음, 레이첼은 번개같이 몸을 숙인 채 코너에서 튀어나왔다.


연합군 제복을 입은 남자 하나와 정장을 입은 남자 하나였다.

이들이 미처 레이첼의 존재도 눈치채기 전에, 레이첼은 굽혔던 몸을 빠르게 올렸다.


그 속도를 이용해 레이첼은 그대로 어퍼컷을 날리듯, 소총의 개머리판을 정장 차림의 남자의 턱에 날렸다.

순식간에 남자의 턱이 박살 나며 남자는 그대로 뒤로 휘청거렸다.


“어어어······.”


제복 차림의 남자가 놀라서 허둥지둥하는 사이, 레이첼은 기다란 다리를 뻗어 남자의 복부를 걷어찼다.


남자는 갑작스러운 충격에 벽에 등을 부딪친 후 그대로 주저앉았다.

레이첼은 홈런을 날리듯, 소총을 가슴팍에 휘둘러 마무리 지었다.


작가의말

읽어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온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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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에필로그 +2 21.03.05 92 0 7쪽
105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11) 21.03.04 86 0 12쪽
104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10) 21.03.03 96 0 7쪽
103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9) 21.03.02 97 0 7쪽
102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8) 21.03.01 77 0 7쪽
101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7) 21.02.28 84 0 7쪽
100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6) 21.02.28 80 0 7쪽
99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5) 21.02.27 74 0 7쪽
98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4) 21.02.27 82 0 7쪽
97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3) +2 21.02.26 83 0 7쪽
96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2) 21.02.25 81 0 8쪽
»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1) 21.02.24 75 0 7쪽
94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11) 21.02.23 90 0 7쪽
93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10) 21.02.22 80 0 7쪽
92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9) 21.02.21 108 0 7쪽
91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8) 21.02.21 77 0 7쪽
90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7) +2 21.02.20 95 1 7쪽
89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6) 21.02.20 116 0 8쪽
88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5) 21.02.19 78 0 7쪽
87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4) 21.02.18 86 0 7쪽
86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3) 21.02.17 84 0 7쪽
85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2) +2 21.02.16 111 1 7쪽
84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1) 21.02.15 94 0 7쪽
83 10장 본질적인 문제? (11) +2 21.02.14 94 1 7쪽
82 10장 본질적인 문제? (10) 21.02.14 90 0 7쪽
81 10장 본질적인 문제? (9) 21.02.13 121 1 7쪽
80 10장 본질적인 문제? (8) 21.02.13 84 1 7쪽
79 10장 본질적인 문제? (7) 21.02.12 95 1 8쪽
78 10장 본질적인 문제? (6) 21.02.11 102 1 7쪽
77 10장 본질적인 문제? (5) 21.02.10 101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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