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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펭귄의 서재

어쩌다 보니 공간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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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3 14:41
최근연재일 :
2021.03.05 18:15
연재수 :
106 회
조회수 :
19,636
추천수 :
184
글자수 :
390,460

작성
21.02.22 18:15
조회
79
추천
0
글자
7쪽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10)

DUMMY

“당신! 당신 때문에! 이 개새······!”

“진정하세요!”


눈 깜짝할 새 달려든 진욱은 박사의 멱살을 쥐고 그대로 일으켰다.


가느다란 지푸라기처럼 들려진 박사의 표정에는 두려움 반 체념 반이 섞인 모습이었다.


진욱이 한 손을 떼어 주먹을 쥘 무렵, 옆에 있던 나탈리 함장이 진욱을 능숙하게 붙잡아 떼어냈다.


진욱은 발버둥 쳤지만, 뒤에서 팔과 허리를 꽉 잡고 있던 나탈리 함장의 제압이 훨씬 강하였다.


갑작스러운 진욱의 난동에 회의실의 분위기는 급격하게 혼란스러워졌다.

특히나 격정적인 진욱의 모습을 처음 보는 희진은 얼떨결에 자리에서 일어났다가 그대로 굳었다.


부장은 나탈리 함장을 향해 손짓했다.

나탈리 함장은 부장의 손짓을 이해하고, 밖에 있던 병사를 불렀다.


병사가 들어오자, 나탈리 함장은 병사와 함께 진욱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진욱은 밖으로 나가는 와중에도 고함을 쳤다.


소동이 끝나자, 회의실은 다시금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부장은 굳어있는 희진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희진이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목을 만지고 있는 박사를 향해 부장은 입을 열었다.


“박사님, 앞으로는 말을 잘하셔야 할 겁니다.”

“알겠네······.”


어느 때보다도 무정하고 무거운 부장의 목소리에, 박사는 기침을 한 번 하며 대답하였다.


“우주선 파편들은 이제 이해가 됩니다만, 이건 대체 무엇입니까?”


부장은 흐트러진 정장 소매를 살짝 만지면서 홀로그램에 손을 뻗었다.

그러자, 홀로그램이 알맹이 떼로 변했다가 정체불명의 검은 구조물로 바뀌었다.


박사의 표정은 이전과 같이 담담하면서 동시에 어두웠다.

하지만, 미세하게 떨리는 눈썹을 부장이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다.


“이것도 연합과 관련이 있습니까.”


부장은 예의 그 취조하는 말투로 박사를 쏘았다.


안 그래도 산전수전 겪은 강인한 체구에 위압적인 태도까지 더해지니, 그 기세는 회의실의 모든 사람을 사자 앞의 강아지처럼 만들었다.


그러나 박사는 위압감에 눌려서인지 아니면 곤란한 것인지 모를 표정으로 대답을 망설였다.

부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한 걸음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부장이 막 테이블을 돌아섰을 때였다.


“부장님! 연합군입니다!”


홀로그램에서 강하게 뻗어 나오는 함장의 경고는 회의실의 분위기를 다시 흐트러지게 만들기 충분하였다.

동시에 사이렌이 울려 퍼지며 상황은 급변하였다.


“연합군 제2기동함대입니다! 곧바로 이쪽으로 오고 있습니다! 다수의 미사일 접근!”

“후속 부대야!”


함장의 보고를 받고 단박에 상황을 이해한 빅토리아가 외쳤다.


부장은 박사를 내려다보다가 곧 시선을 거두었다.

부장은 당장 닥친 불을 끄기 위해 동분서주하기 시작하였다.


“공간 도약은 무리인가······. 함장! 행성 표면으로 최대한 빠르게 도망가도록! 되도록 숲과 산맥이 있는 곳으로!”


부장은 급한 대로 한 가지 명령만을 내렸다.


곧이어, 중앙에 있는 회의실이 기울 정도로 선체가 급격히 회전하더니 측면 창가로 보이던 행성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그 사이로 얼마 남지 않은 드론이 쾌속과도 같은 속도로 지나갔다.


폭발하듯 움직이는 엔진의 진동이 느껴질 무렵, 빅토리아를 선두로 하여 회의실에 있던 사람들은 자신의 위치로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희진은 그때까지도 가만히 앉아 있는 박사를 일으켜 세웠다.

옆에 있던 파샤도 낑낑거리는 희진을 보고 반대쪽에 붙었다.


그때, 부장이 밖으로 나가다가 박사 옆에 멈추었다.


“박사님, 이제 박사님도 저들처럼 행성 아래 모래구덩이에 처박히겠군요.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되겠죠. 다 같이.”


부장의 일침은 하얗게 불태운 박사의 귀에 정확히 입력되었다.

하지만 박사가 미처 뭐라 하기 전에, 부장은 회의실을 빠져나왔다.


한창 복도를 달려가는 부장은 흔들리는 선체 때문에 몇 번 주춤거렸다.

벌써 미사일을 한두 발 맞은 모양이었다.


함교까지 가는 내내 부장의 PSC에는 갖가지 보고가 들려왔다.

일단은 나탈리 함장을 믿는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됐나!”


부장은 함교로 들어오자마자 바삐 움직이고 있던 나탈리 함장을 향해 외쳤다.

나탈리 함장은 입력하고 있던 명령을 마저 끝낸 후, 곧바로 다가오는 부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번에는 작정한 모양입니다. 함선들이 가깝게 붙으면서 공격하는 중입니다. 대부분은 드론과 리디늄 기관포로 막아냈으나, 선체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지금부터가 위기입니다!”

“잘했네. 행성 표면까지는 멀었나?”


안기 위해 팔 벌린 엄마를 향해 다가가는 아이처럼, 부장은 몸을 기울이며 물어보았다.


“말씀하신 최적의 장소는 찾았지만, 함선이 바뀐지라 관제관들이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 같습니다. 지금이라도 격납고에 있는 원래 우리 함선으로······.”

“아니, 서로 떨어졌다간 각개격파를 당할 거네. 이대로 진행하도록.”

“네, 알겠습니다.”


나탈리 함장과 부장은 빠르게 결정을 내린 후, 각자의 일을 맡으러 갔다.


나탈리 함장은 함교를 돌아다니며 최대한 빠르게 함선의 대기권 진입을 도왔다.

함교의 난간을 붙잡은 부장은 전면 모니터를 쳐다보았다.


자신이 수십 년 동안 몸을 담고 있던 연합정보부에 그런 비밀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리고 이렇게 쉽게 꼬리 자르듯, 행성을 자신의 장례식장으로 만들어 버리려는 연합군의 처세에 부장 역시도 진심으로 분노를 느끼기 시작하였다.


거기에 부장만이 알고 있는 한 가지 사실이 이런 상황에 휘발유를 들이부은 격이 되었다.

연합군 기동함대를 실질적으로 지휘하는 사령관은 부장도 잘 아는 그 사람. 연합정보부 국장 알리나 토마셰프였기 때문이었다.


그제야 부장은 그동안의 모든 일이 이해되었다.

부장 역시 난동을 피우던 진욱처럼 당장이라도 맞서고 싶었지만, 지금은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은 상황이었다.


떨리는 머릿속을 조금씩 냉철하게 잠재우기 위해 부장은 노력했다.


일행을 실은 전함은 어느새 회피 기동을 하며 지표면 바로 위를 날아갔다.

휘날리는 모래가 엔진에 들어갈 정도로, 딱정벌레처럼 바싹 붙은 전함은 산맥을 끼고돌았다.


작가의말

읽어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온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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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11) 21.03.04 86 0 12쪽
104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10) 21.03.03 96 0 7쪽
103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9) 21.03.02 97 0 7쪽
102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8) 21.03.01 77 0 7쪽
101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7) 21.02.28 84 0 7쪽
100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6) 21.02.28 80 0 7쪽
99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5) 21.02.27 74 0 7쪽
98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4) 21.02.27 82 0 7쪽
97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3) +2 21.02.26 83 0 7쪽
96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2) 21.02.25 81 0 8쪽
95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1) 21.02.24 74 0 7쪽
94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11) 21.02.23 90 0 7쪽
»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10) 21.02.22 80 0 7쪽
92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9) 21.02.21 108 0 7쪽
91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8) 21.02.21 77 0 7쪽
90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7) +2 21.02.20 95 1 7쪽
89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6) 21.02.20 116 0 8쪽
88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5) 21.02.19 77 0 7쪽
87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4) 21.02.18 86 0 7쪽
86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3) 21.02.17 84 0 7쪽
85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2) +2 21.02.16 111 1 7쪽
84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1) 21.02.15 93 0 7쪽
83 10장 본질적인 문제? (11) +2 21.02.14 94 1 7쪽
82 10장 본질적인 문제? (10) 21.02.14 90 0 7쪽
81 10장 본질적인 문제? (9) 21.02.13 121 1 7쪽
80 10장 본질적인 문제? (8) 21.02.13 84 1 7쪽
79 10장 본질적인 문제? (7) 21.02.12 95 1 8쪽
78 10장 본질적인 문제? (6) 21.02.11 102 1 7쪽
77 10장 본질적인 문제? (5) 21.02.10 101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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