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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펭귄의 서재

어쩌다 보니 공간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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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3 14:41
최근연재일 :
2021.03.05 18:15
연재수 :
10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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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1
추천수 :
184
글자수 :
390,460

작성
21.03.0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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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10)

DUMMY

“증거도 명확히 있습니다. 프랑수아 박사의 자백이면 충분한 반향을 일으킬 것입니다.”


진욱은 희진을 대신하여, 고민하는 듀코프니 회장의 마음에 돌을 하나 던져넣었다.


“빌려주신 전함을 망가트린 것은 죄송하지만, 처음 원하셨던 툴론에 대한 이익은 충분히 얻으실 거예요.”


희진도 질세라 두 손을 포개어 잡으면서 듀코프니 회장에게 부탁하였다.

듀코프니 회장은 벽에 걸린 홀로그램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거기에는 빅토리아가 틀어놓은 툴론에 대한 영상과 박사의 녹음본, 그리고 툴론이 출격하는 영상이 반복되고 있었다.


“삼촌, 연합군한테 이렇게 당하고 가만있을 순 없잖아요.”


때마침 힘을 실은 빅토리아의 한 마디도 도움이 되었다.

듀코프니 회장은 다시 한번 차를 한 모금하였다.


대답을 기다리던 진욱이 수그렸던 상체를 등에 댈 무렵, 듀코프니 회장이 말했다.


“좋습니다, 우리 자유우주연맹 본부는 보시는 것처럼 흔적조차 없어졌죠. 하지만 우리의 네트워크와 인적 자본은 곳곳에 아직 살아있으니 방법이 있을 겁니다.”


듀코프니 회장의 긍정적인 대답에 희진의 얼굴이 가장 밝아진 것은 당연했다.


희진은 혹시 듀코프니 회장이 자포자기해 자신들을 안 도와주거나, 반대로 너무 화를 내어서 박사를 죽이겠다는 극단적인 태도를 보이진 않을까 싶어서 초조했었다.


다행히 듀코프니 회장은 희진의 아이디어에 대해 찬성하는 것 같았다.


“그럼 바로 준비하도록 하죠. 구체적인 계획은 회의실에서 하는 게 좋겠군요. 그쪽으로 옮기죠.”


듀코프니 회장의 마무리 인사로 희진과 진욱 그리고 빅토리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푹신하게 사람들을 받아내던 소파가 다시 제 모양을 찾아갈 즈음, 진욱과 빅토리아는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희진 씨, 잠깐만요.”


로봇이 가져다준 서류를 바라보던 듀코프니 회장은 마지막으로 사무실을 나가던 희진을 불렀다. 희진은 듀코프니 회장에게 다가갔다.


“네, 무슨······.”

“이번 폭로 건은 희진 씨의 아이디어니까 희진 씨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아서요. 아, 잠시만요.”


듀코프니 회장은 잠시 말을 끊은 후, 책상 뒤에 있던 모니터로 향했다.

모니터에는 ‘긴급 구명정 2기 사출. 1기 접근 중.’이라고 적혀있었다.


듀코프니 회장은 그것을 보고 PSC에 대고 무언가 얘기를 하였다.

그러는 동안, 희진의 표정에서는 왠지 모를 당혹감과 의문점이 생겨났다.


듀코프니 회장이 어떤 말을 하려는 것인지 희진이 짐작해보려는 찰나, 듀코프니 회장이 박수를 한 번 치고는 맞은편 벽 쪽으로 이동하였다.


벽의 한쪽이 열리며 곱게 정돈된 정장 외투들이 옷걸이에 걸린 채 서서히 나타났다.


듀코프니 회장은 그중에서 세 번째 외투를 꺼내면서, 희진에게 약간 큰 소리로 물었다.


“미안해요. 아무튼, 희진 씨를 부른 이유는······. 희진 씨 생각에는 이번 폭로가 끝나면 연합은 어떻게 될 것 같나요?”

“네? 글쎄요. 그런 건 한 번도······.”

“그럼 제 생각부터 말하죠. 희진 씨의 계획대로 되면, 아마 사람들과 각국의 정부들은 세상을 속인 연합에 강한 불만을 표현하겠죠. 심하면 우주 개척과 무역에 대해서까지 다시 불신과 회의감이 생길 겁니다. 연합 본부가 있는 지구에서의 반발에 힘입어, 달과 화성의 도시들은 독립을 요구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진짜 문제, 그 결과가 우리 연맹에는 어떻게 다가올 것 같나요?”


듀코프니 회장은 정장 외투의 단추를 잠그며 차근차근한 말투와 함께 희진에게 다가갔다.


여전히 신사적인 모습과 목소리였지만, 희진은 대답을 잘해야겠다는 느낌이 본능적으로 들었다.


“연합이 약해지면 회장님께는 좋아지는······ 아니, 안 좋아질 것 같은데요.”

“하하하, 하나만 골라보시죠.”

“안 좋아질까요?”


고민하는 희진의 앞까지 다가간 듀코프니 회장은 검지를 희진의 눈앞에 세웠다.

희진은 갑자기 손가락을 내민 듀코프니 회장에게 순간적으로 놀라서 눈을 깜박였다.


“정답이에요. 역시 과학자라 그런지 똑똑하시군요. 이 드넓은 우주를 툴론과 연합의 잘못 때문에 행성을 가로지르지 않고, 탐험하지 않고, 교류하지 않고 가만히 있게 된다면 그거야말로 인류의 끝이죠. 연합도 끝이겠지만 우리 연맹도 끝이죠. 이해하시겠죠?”


듀코프니 회장은 로봇의 팔에 들린 샴페인 잔을 집어 한 모금 홀짝였다.


“아, 네······.”


희진은 얼떨결에 대답하였다.


듀코프니 회장은 아직 거품이 피어나는 샴페인 잔을 로봇의 손에 다시 얹은 후 말을 이었다.


“폭로하는 것은 좋지만, 우리 연맹에 해가 되는 방향으로의 폭로는 아니었으면 좋겠군요.”

“예를 들면······, 연맹이 이번 폭로에 도움을 줬다는 그런 느낌인가요?”


희진은 듀코프니 회장의 의중을 물어보기 위해 입을 열었다.

듀코프니 회장의 표정이 방금보다 밝아졌다.


“그것도 좋군요. 그리고 지금과 같은 우주 붐도 쭉 이어져야 보기 좋겠죠.”


듀코프니 회장은 복잡 미묘한 표정의 희진을 바라보며 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진 마요. 쉽게 말하면, 연맹이 이번에 전함을 제공하고 연합군의 공격에 맞서는 일종의 뭐랄까······ 폭로에 이바지한 지분을 얻으면 좋겠단 거예요, 이희진 씨.”


희진은 성큼성큼 걸어가는 듀코프니 회장의 뒤를 따라갔다.

듀코프니 회장은 희진이 가까이 다가오자 사무실 문을 열었다.


“근데 그걸 제가 어떻게······.”

“이해하셨을 거로 생각합니다. 회의실에서 다들 기다릴 테니 먼저 가시죠.”


듀코프니 회장은 중세 기사처럼, 살짝 상체를 숙이고 손을 복도로 내밀었다.

희진은 우물쭈물하다가, 어정쩡하게 고개를 숙이며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등 뒤로 육중한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희진의 머릿속이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혼자서 결정 내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회장의 입장을 보면, 이상한 부탁은 아니었다.


연합이 약해진 틈을 타, 회장은 약해진 연맹의 힘을 다시 키우고 싶을 것이었다.


희진은 회장의 제안과 자신의 아이디어를 머릿속 저울에 놓고 찬찬히 생각하면서 복도를 걸어갔다.


희진은 문득 옆에 놓인 창으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궤도 위에서도 보일 정도로 화성의 표면에 수십 개 이상의 연기가 보였다.


연합군과의 전투에서 생긴 흔적들이었다.

폐허가 되어버린 연맹 본부를 보는 희진의 어깨에 손길이 닿았다.


“뭐해? 언제 또 연합군이 올지 몰라, 어서 와.”


희진이 돌아본 곳에는 희진의 시선을 따라 창밖을 내려다보는 빅토리아가 있었다.

빅토리아는 희진의 어깨를 토닥였다.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빅토리아 씨.”


빅토리아는 희진을 보고 피식 웃고는 회의실로 향했다.

희진은 마지막으로 창밖을 내려다본 후 빅토리아를 따라나섰다.


작가의말

읽어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온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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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11) 21.03.04 85 0 12쪽
»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10) 21.03.03 96 0 7쪽
103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9) 21.03.02 97 0 7쪽
102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8) 21.03.01 77 0 7쪽
101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7) 21.02.28 84 0 7쪽
100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6) 21.02.28 80 0 7쪽
99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5) 21.02.27 74 0 7쪽
98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4) 21.02.27 82 0 7쪽
97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3) +2 21.02.26 83 0 7쪽
96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2) 21.02.25 81 0 8쪽
95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1) 21.02.24 74 0 7쪽
94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11) 21.02.23 90 0 7쪽
93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10) 21.02.22 79 0 7쪽
92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9) 21.02.21 108 0 7쪽
91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8) 21.02.21 76 0 7쪽
90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7) +2 21.02.20 95 1 7쪽
89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6) 21.02.20 115 0 8쪽
88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5) 21.02.19 77 0 7쪽
87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4) 21.02.18 86 0 7쪽
86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3) 21.02.17 84 0 7쪽
85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2) +2 21.02.16 111 1 7쪽
84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1) 21.02.15 93 0 7쪽
83 10장 본질적인 문제? (11) +2 21.02.14 94 1 7쪽
82 10장 본질적인 문제? (10) 21.02.14 90 0 7쪽
81 10장 본질적인 문제? (9) 21.02.13 121 1 7쪽
80 10장 본질적인 문제? (8) 21.02.13 84 1 7쪽
79 10장 본질적인 문제? (7) 21.02.12 95 1 8쪽
78 10장 본질적인 문제? (6) 21.02.11 102 1 7쪽
77 10장 본질적인 문제? (5) 21.02.10 101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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