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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펭귄의 서재

어쩌다 보니 공간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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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3 14:41
최근연재일 :
2021.03.05 18:15
연재수 :
106 회
조회수 :
19,637
추천수 :
184
글자수 :
390,460

작성
21.02.15 18:15
조회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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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7쪽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1)

DUMMY

“젠장, 여기가 대체 어디야. 정보는커녕 개죽음이나 당하게 생겼군.”


군데군데 피가 스며든 겉옷 주머니에 아무렇게 쑤셔 넣었던 마지막 남은 배터리팩을 꺼내 들며 레이첼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검문소 환풍구는 생각보다 구불구불하였다.

거기다 환풍구를 빠져나오자마자 빗발치는 총알과 광선들을 피하면서 앞으로만 달렸다.


그러다 보니, 레이첼은 어느새 판잣집들이 다닥다닥 따개비처럼 붙어있는 알 수 없는 곳까지 다다랐기 때문이었다.


“이 근처였어!”


철조망으로 얼기설기하게 짜인 베란다 위의 빨랫감 뒤에 숨은 레이첼은 두 집 건너에서 외쳐대는 재수 없는 소리를 들었다.


고개만 힐끗 내밀어 인적이 없는 골목을 훔쳐보며, 레이첼은 쥐고 있던 소총의 방아쇠만 만지작거렸다.


맞은편의 베란다로 뛰기에는, 한눈에 보아도 미적 감각이 없어 보이는 화분들이 너무 많아서 위험하였다.


빠르게 머릿속으로 도주로를 생각하던 도중 레이첼의 머리 옆에 걸려있던 바지가 펄럭이더니 무릎 중앙에 구멍이 하나 생겼다.


“젠장!”


레이첼은 직감적으로 궤도를 판단하고 대강 난사하였다.

물론 이런 난사에 허무하게 적이 죽진 않을 것이었다.


레이첼은 곧바로 고개를 내밀어 자신이 난사한 곳을 빠르게 살펴보았다.


“히이익!”


교차로 건너 다 쓰러져가는 콘크리트 빌딩을 향해 날아갔던 광선 중 하나가 우연히 적이 있던 창문틀에 맞은 모양이었다.


그 와중에 놀란 적이 비명까지 지른 점이 결정타였다.

레이첼에게는 운이 좋게도, 적은 프로 저격수가 아니었다.


레이첼의 눈에 들썩거리는 적의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비명에 움직임까지 나온 상황에, 이를 놓칠 레이첼이 아니었다.


레이첼은 검문소에서 노획한 고화력 로켓추진탄을 곧바로 꺼내어 들었다.


하지만 레이첼은 고폭탄을 다시 바지에 넣고 조준경에 눈을 대었다.

격한 움직임에 흔들렸던 갈색 머리칼이 제자리를 찾을 정도의 짧은 시간이 흘렀다.


레이첼은 침착하게 숨을 골랐다.

소총의 개머리판이 눅눅해진 패딩 조끼를 누르며 옷감이 조여질 때였다.


빼꼼히 다시 머리를 내민 적이 레이첼의 그물에 걸려들었다.


방아쇠가 당겨진 직후 영롱한 광선 하나가 조용히, 하지만 빠르게 나갔다.

곧 레이첼의 시야에서 적의 머리가 뒤로 넘어가며 사라졌다.


“후우······.”


살짝 고개를 옆으로 돌린 레이첼은 주변을 마지막으로 살폈다.

인적 없는 교차로에는 먼지 하나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지체하다간 위험하였다.

레이첼은 소총을 들쳐 매고 옆에 놓인 창문을 통해 이동하였다.


마치 정글 위를 뛰어다니며 몰이사냥을 하는 브롱코 원숭이들처럼, 레이첼은 은밀하지만 기민하게 헤르메스 어딘가의 뒷골목 거리를 돌파하고 있었다.


“비상! 비상! 공간도약 준비 중! 모든 거주민은 공간도약에 준비하기 바랍니다!”


레이첼이 이제 막 다섯 번째 집의 담을 넘어갈 무렵이었다.


헤르메스의 돔형 인공대기권 바로 근처에서 떠돌아다니던 비행선의 날개가 붉은빛을 깜박이며 안내 방송을 시작하였다

레이첼은 고개를 올려 비행선을 잠깐 쳐다보았다.


공간도약 시에는 혹시모를 분자 교란에 대비하여 자리를 잡고 최대한 움직이지 않는 것이 정석이었으나, 레이첼은 그럴 시간이 없었다.


조금이라도 그 폐차장 같았던 빅토리아의 사무실로 가서 뭐라도 건져야 했다.


“쨍그랑!”


그렇게 발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지붕 아래 놓인 도자기 몇 개가 순식간에 하나둘 박살이 났다.

자신처럼 이 와중에 움직이는 사람이 또 있는 모양이었다.

레이첼은 옆에 있는 집을 우측으로 감싸면서 도망쳤다.


레이첼의 패딩 조끼에 자그마한 구멍이 하나 생겼지만, 레이첼은 굽이굽이 도는 골목으로 계속 도망쳤다.

뒤따르는 둔탁한 발걸음은 두 명이 자신을 쫓고 있다는 걸 말해주었다.


그때였다.

레이첼을 쌈 싸 먹을 것처럼 레이첼의 머리 위로 스멀스멀 거대한 그림자가 덮쳤다.


레이첼은 머리카락이 휘날리게 달리는 틈틈이 위를 쳐다보았다.

안내 방송을 하던 비행선이었다.


“모든 자경단원과 거주민들은 지금 즉시 전투 위치로 가시길 바랍니다! 공간도약이 곧 실시됩니다!”


생각보다 커다란 비행선의 안내음에 레이첼은 자신도 모르게 귀에 손이 갔다.

순간 레이첼은 FSF 훈련 시간이 문득 떠올랐다.


온화하지만 호랑이 같았던 라이언 커티스 대령이 큰소리로 외쳤던 말이었다.

‘공간도약 직전의 전투 준비는 공간도약 후에 무조건 적을 맞을 각오를 하라는 의미’였다.


아니나 다를까, 뒤따르던 자경단원의 발걸음은 어느새 사라졌다.

레이첼은 일단 버려진 자기부상 차량 옆에 슬라이딩하여 엄폐한 뒤, 차량에 등을 기대었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일반인은 평생 볼까 말까 한 헤르메스가 말 그대로 전투까지 벌이려고 하고 있었다.


그러나 논리적인 도착점을 찾기 위한 레이첼의 사고 과정은 등 뒤에서 쏟아져 오는 빛에 의해 멈추었다.

곧이어, 구멍 난 패딩 조끼부터 빛나는 점을 향해 늘어지며 헤르메스의 공간도약이 시작되었다.


레이첼은 마지막까지 주변을 살피며 눈을 질끈 감았다.



------------------------------



“······연합군은 대규모 함대를 편성하여 이번 루나 에모스 공항 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자유우주연맹에 대한 정당한 판결을 내리기로 하였습니다. 더하여 실질적인 테러를 주도한 네 명의 용의자 신상도 오늘 공개되었습니다. 취재 결과, 현재 연합군 함대는 자유우주연맹 본부가 있을 거라 추정되는 화성으로 향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뿌리 깊이 숨어있는 용의자와 테러조직의 싹을 한 번에 뿌리 뽑겠다는 연합정보부 알리나 국장의 성명 이후······.”


정장 차림의 리포터가 PSC에 손을 대며 상황을 시시각각 뉴스 데스크로 중계하고 있었다.

그 뒤로는 아직도 군데군데 구멍이 확연히 보이는 루나 에모스 공항의 활주로가 보였다.


그 상황을 TV로 지켜보던 듀코프니 회장은 리포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화면을 꺼버렸다.


“기어코 이렇게 나오겠다는 건가······.”


듀코프니 회장은 탄식을 호흡으로 승화시키며 앞을 보았다.


바쁘게 움직이는 상황실의 사람들 너머로 보이는 대형 모니터로, 메뚜기떼처럼 보이는 무리가 서서히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일단 우리는 수비체제로 간다. 알리나 국장이 이번에는 단단히 벼르는 모양이야. 리디늄 포대는 100km 내로 왔을 때 일제사격을 한다. 그리고 그 즉시, 우리 연맹 함대를 출격시켜서 단번에 박살 내야 한다.”


듀코프니 회장의 명령에 부관으로 보이는 몇몇이 각자 맡은 역할을 위해 열심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읽어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온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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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에필로그 +2 21.03.05 92 0 7쪽
105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11) 21.03.04 86 0 12쪽
104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10) 21.03.03 96 0 7쪽
103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9) 21.03.02 97 0 7쪽
102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8) 21.03.01 77 0 7쪽
101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7) 21.02.28 84 0 7쪽
100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6) 21.02.28 80 0 7쪽
99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5) 21.02.27 74 0 7쪽
98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4) 21.02.27 82 0 7쪽
97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3) +2 21.02.26 83 0 7쪽
96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2) 21.02.25 81 0 8쪽
95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1) 21.02.24 74 0 7쪽
94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11) 21.02.23 90 0 7쪽
93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10) 21.02.22 80 0 7쪽
92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9) 21.02.21 108 0 7쪽
91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8) 21.02.21 77 0 7쪽
90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7) +2 21.02.20 95 1 7쪽
89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6) 21.02.20 116 0 8쪽
88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5) 21.02.19 77 0 7쪽
87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4) 21.02.18 86 0 7쪽
86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3) 21.02.17 84 0 7쪽
85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2) +2 21.02.16 111 1 7쪽
»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1) 21.02.15 94 0 7쪽
83 10장 본질적인 문제? (11) +2 21.02.14 94 1 7쪽
82 10장 본질적인 문제? (10) 21.02.14 90 0 7쪽
81 10장 본질적인 문제? (9) 21.02.13 121 1 7쪽
80 10장 본질적인 문제? (8) 21.02.13 84 1 7쪽
79 10장 본질적인 문제? (7) 21.02.12 95 1 8쪽
78 10장 본질적인 문제? (6) 21.02.11 102 1 7쪽
77 10장 본질적인 문제? (5) 21.02.10 101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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