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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펭귄의 서재

어쩌다 보니 공간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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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3 14:41
최근연재일 :
2021.03.05 18:15
연재수 :
106 회
조회수 :
19,633
추천수 :
184
글자수 :
390,460

작성
21.02.20 09:15
조회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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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6)

DUMMY

“도착했습니다, 요원님.”


돋보이는 콧수염을 살짝 어루만지며 제어 관제관이 대답하였다.

이윽고 함교의 전면 모니터에는 속속들이 도착하는 다른 함선들의 모습이 하나둘 표시되었다.


툴리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모니터를 주시하였다.

아스타나 옆의 미사일 기지에 있는 미사일까지 긁어모으느라 시간이 늦어졌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 부딪힐지 모르니, 조금 늦더라도 완벽한 함대를 갖추는 편이 나을 것이라 툴리아는 생각했다.


“요원님, 전방에 정체불명의 함선이 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공간도약을 마치고 중력 레이더를 돌린 지 몇 초 되지 않아, 통신 관제관이 무언가 발견하였다.


“한 척인가?”

“그렇습니다. 크기로 보아······ 응?”


툴리아의 물음에 보고하던 통신 관제관이 실없는 대답을 하였다.

눈을 살짝 스치는 빨간 단발 아래의 툴리아의 눈빛이 달라졌다.

옆에 있던 함장이 툴리아 대신 물었다.


“왜 그러나?”

“함선이······ 테로라급의 우리 함선입니다······ 선체 번호 B83915······ 연합정보부 부장이 타는 함선입니다.”


관측병은 자신의 앞에 있는 홀로그램을 따라 읽으면서도, 믿기지 않는 듯 더듬으며 말하였다.


툴리아는 부장이라는 소리를 듣고 그제야 국장이 알려준 좌표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운이 좋다면, 테러리스트 세 명과 부장을 한 번에 잡을 기회였다.


프랑수아 박사도 부장의 함선에 같이 있을지는 의문이었지만, 일단 부장을 잡고 나서 생각해도 될 문제였다.


“무전부터 먼저 한다. 공간도약으로 도망칠 수 있으니, 언제든 사격 준비는 하도록.”


툴리아는 그렇게 명령한 후 옆에 있던 함장을 쳐다보았다.

세부적인 사항은 함장이 단말기를 통해 전달할 것이다.


툴리아의 함대가 바둑판 형태로 정렬하며 서서히 부장의 함선을 향해 전진하였다.


“전방에 보이는 행성에서도 움직임이 포착됩니다! 탐사정을 보내겠습니다.”


부장의 함선으로 향하는 와중에도 속속들이 들어오는 정보들은 옆에 있는 함장이 적당히 처리하였다.


툴리아의 관심은 오로지 눈앞에 보이는 부장의 함선에 집중되어 있었다.

대규모의 함대를 이끌고 온지라, 도우러 왔다고 접근하기는 무리가 있었다.


어리숙한 거짓말은 눈치 빠른 부장에게 금방 들킬 터였다.

어떻게 접근하여서 체포하는 것이 좋을지 툴리아가 고민하는 사이, 통신 관제관이 외쳤다.


“연결됐습니다!”


곧이어, 함교의 정중앙에 밝은 홀로그램이 펼쳐졌다.

툴리아는 고개를 살짝 치켜 올려보았다.


“넌 누구지?”


툴리아가 먼저 물었다.

홀로그램에 나타난 사람은 부장이 아니라, 웬 빨간색 베레모를 쓴 여자였기 때문이었다.


“아아, 연합군이군요. 늦었어요. 필요한 건 이미 다 챙겼거든요.”


약간의 비아냥이 섞인 말투를 하며, 나탈리 함장은 툴리아의 말을 무시했다.


“부장은 어디 있나?”

“잘 계시죠. 벌써 떠나셨어요.”

“그 사람이 부하를 버리고 갈 리가 없는 건 잘 알지 않나?”

“잘 아네요. 역시 부장님의 비서이자 정보부 1급 요원답네요. 아니지······ 비서면 딱 붙어있어야 하는데, 그동안 어디 갔길래 이제 나타난 걸까요?”


노골적인 조롱을 들은 툴리아는 팔짱을 꼈다.

그리고 자신의 붉은 머리끝을 살짝 당겼다.


“됐으니, 죽기 전에 부장과 이희진이 어디 있는지 말해.”


툴리아는 낮게 깐 목소리를 통해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드러냈다.

그리고 나탈리 함장도 웃음을 거두었다.


“궁금하면 잡아 봐요. 그럼.”


무심하게 몇 마디 던진 나탈리 함장은 곧바로 무전을 끊었다.

동시에, 부장의 함선은 연합군 함대를 뒤로한 채 전속력으로 행성 표면을 향해 돌진하였다.


“잡아!”


툴리아는 신경질적으로 소리치면서 주먹을 내리쳤다.

충격을 받은 전략 작전판이 일순간 버벅댔으나, 다행히 깨지지는 않았다.


분을 못 이겨 머리를 쓸어넘기면서 왔다 갔다 하는 툴리아의 마음을 대변하는지, 툴리아의 함대도 속도를 내기 시작하였다.


“리디늄 융합포의 사정거리에 들어옵니다, 결정을 내리십시오.”


무기 관제관이 레이더를 쳐다보며, 한 손으로 홀로그램 발사기를 쥔 채 소리쳤다.

툴리아는 마음 같아서는 전함 그대로 갖다 박아서, 부장의 함선을 으스러트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 정도로 쉽게 흐트러질 사람은 아니었다.

숨을 몇 번 내쉰 툴리아는 단호하게 말하였다.


“아니, 박살 내면 안 돼. 어디까지나 부장을 찾는 것이 목표다.”


이 명령은 곧 함대 전체에 전송되었다.


그리하여, 수십 척의 함선이 에너지를 몽땅 엔진에만 쏟아부은 채, 서로 쫓고 쫓기는 풍경이 정체불명의 행성 위에서 펼쳐졌다.


몇 번의 융합포 광선과 미사일이 경고 사격을 겸해서 발사되었지만, 부장의 함선은 그 크기만큼이나 민첩하게 움직여서 번번이 실패로 이어졌다.


툴리아는 함교의 난간을 잡고, 생쥐처럼 도망가는 부장의 함선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부장의 함선이 기수를 급격히 꺾어가며 지표면에 스칠 정도로 하강하였을 때, 툴리아 함대의 테로라급 함선들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잡아!”


테로라급 함선들이 리디늄 융합포와 체인건을 도망치는 부장의 함선에 뿌려대었다.

그중 몇 발이 부장의 함선 뒤에 있는 엔진부를 긁고 지나갔다.


엔진을 감싸고 있던 부분이 뜯겨나가며, 순식간에 부장의 함선은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다.

그리고 툴리아의 전함은 뒤에서 따라가며 이를 감상하고 있었다.


“착륙시키면 바로 체포할 테니 준비하라고 해.”


툴리아는 여전히 진지하였지만, 어느 정도 평정심을 되찾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 평정심은 오래가지 않았다.


부장의 함선을 착륙시키기 위해 접근하던 테로라급 함선 하나가 폭발했다.


“뭐야?”


툴리아의 물음에 대답한 것은 당황하는 함장도, 옆에서 단말기를 보고 있던 통신 관제관도 아니었다.


순식간에 녹아버린 테로라급 함선 잔해를 가로지르며 지나가는 드론 떼였다.


“많이 안 늦었어요?”


진욱은 PSC에 손을 얹고 물었다.

부장의 함선은 여전히 지표면을 향해 곤두박질치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진욱이 봤을 때 그렇게 나쁘진 않았다.


“조금만 늦었으면 큰일 날 뻔했어요. 드론은 혹시?”


나탈리 함장의 목소리가 들리자, 옆에 앉아 리디늄 융합포의 발사 버튼을 신나게 누르고 있던 빅토리아가 끼어들었다.


“남아있던 것 싹싹 긁어모았어! 7천 기라니 어마어마하던데?”

“다행이군요.”


진욱은 멀리 보이는 툴리아의 연합군 함대를 보았다.

생각보다 전력이 만만치 않았다.


눈을 살짝 찌푸리던 진욱의 고개 뒤로 흥분한 남녀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진욱 씨, 뭐가 있대요? 툴론을 발견했대요?”

“부장님은 괜찮습니까?”


둘의 질문에 대답을 받은 것은 파샤의 물음이었다.


“부장님은 현재 저 행성에 내려가 있습니다. 지금 바로 구출하러 갈 생각입니다.”


나탈리 함장의 간단명료한 대답에, 파샤는 옆에 있는 창으로 보이는 황갈색의 행성을 내려다보았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동안 저희가 상대하도록 할게요.”

“부탁하겠습니다.”


나탈리 함장과 진욱은 서로의 목표를 확인하자 통신을 끊었다.


작가의말

읽어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온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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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11) 21.03.04 85 0 12쪽
104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10) 21.03.03 96 0 7쪽
103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9) 21.03.02 97 0 7쪽
102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8) 21.03.01 77 0 7쪽
101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7) 21.02.28 84 0 7쪽
100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6) 21.02.28 80 0 7쪽
99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5) 21.02.27 74 0 7쪽
98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4) 21.02.27 82 0 7쪽
97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3) +2 21.02.26 83 0 7쪽
96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2) 21.02.25 81 0 8쪽
95 12장 죄가 없어지진 않아요. (1) 21.02.24 74 0 7쪽
94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11) 21.02.23 90 0 7쪽
93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10) 21.02.22 79 0 7쪽
92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9) 21.02.21 108 0 7쪽
91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8) 21.02.21 76 0 7쪽
90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7) +2 21.02.20 95 1 7쪽
»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6) 21.02.20 116 0 8쪽
88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5) 21.02.19 77 0 7쪽
87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4) 21.02.18 86 0 7쪽
86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3) 21.02.17 84 0 7쪽
85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2) +2 21.02.16 111 1 7쪽
84 11장 박사에게 할 말이 많군. (1) 21.02.15 93 0 7쪽
83 10장 본질적인 문제? (11) +2 21.02.14 94 1 7쪽
82 10장 본질적인 문제? (10) 21.02.14 90 0 7쪽
81 10장 본질적인 문제? (9) 21.02.13 121 1 7쪽
80 10장 본질적인 문제? (8) 21.02.13 84 1 7쪽
79 10장 본질적인 문제? (7) 21.02.12 95 1 8쪽
78 10장 본질적인 문제? (6) 21.02.11 102 1 7쪽
77 10장 본질적인 문제? (5) 21.02.10 101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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