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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gster 님의 서재입니다.

펠릭스전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夢ster
작품등록일 :
2014.12.22 00:00
최근연재일 :
2016.12.28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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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5.1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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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쪽

269

DUMMY

269


'채챙! 카카캉!'

검과 검이 마주 얽히며 요란한 소리를 내었다.


시작은 그렇게 역동적이지 않았다. 학교에서도 매년 대련을 했었고 검문소에서도 대련을 했었다. 펠릭스와 칼, 두 사람은 이미 서로의 검술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는 상태였다.

때문에 두 사람은 새로 익힌 서부기본검술로 대련을 시작했다. 서로 검을 마주 댄 채로 손목과 자세를 이용한 수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오전의 연속대련에서는 이 기술은 쓰지 않았네."

"서로 여유부릴 상황이 아니었잖아?"

"하긴 그렇긴 했지."

오전에 연속대련은 정신없이 파트너가 바뀌며 빠르게 진행된 탓이었다. 천천히 서로 관찰해가며 대련을 하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오러를 끌어올려 전력으로 부딪혔다.

검술대련이라기보다는 아침마다 단체로 하는 오러를 끌어올린 검형 훈련에 가까웠다. 거기에 실전의 위기감과 긴장감이 더해진 느낌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우리그냥 대련만 하는 건 좀 그렇잖아?"

"그럼?"

"내기라도 하지 않을래?"

"허-? 펠릭스 네가 내기를?"

뜬금없는 펠릭스의 제안에 칼은 놀란 눈으로 쳐다봤다.

"펠릭스, 넌 도박이나 내기 같은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 줄 알았는데."

"글쎄? 어쩌면 나도 맴피스 씨에게 물이든 건지도 모르지."

"뭐 좋아. 나야 거절 할 이유가 없지. 그래 어떤 내기를 하고 싶어?"

"지는 사람은 이기는 사람의 부탁하나 들어주기 같은 건 어때?"

"콜!!"

펠릭스의 제안에 대답을 하며 칼은 기습적으로 공격해 들어갔다.


칼은 펠릭스에게 달려들며 손목을 빠르게 반 시계방향으로 틀었다.

"엇!"

'차창!'

그러나 펠릭스도 쉽게 당하지는 않았다. 재빨리 물러서며 손목을 시계방향으로 꺾어 칼의 공격을 무산시켰다.

"기습이라니 비겁한데?"

"하하! 무슨 소리! 실전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잖아? 방심한 녀석이 잘못한 거야!"

"그래? 그렇게 나온단 말이지! 그렇다면!!"

칼의 대답에 펠릭스도 같은 공격으로 대답했다. 손목을 다시 반대방향으로 꺾어 칼의 검을 옭아매며 밀어붙였다. 대신 몸에 오러를 끌어올려 힘과 속도를 강화했다.

"엇! 잠깐! 펠릭스 잠깐만!"

칼은 자신도 오러를 끌어올리며 대응은 했지만 당혹스러운 표정이었다.

"하하! 왜? 실전에선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며?"

"너!"

두 사람은 잠시 웃으며 서로 바라보다가 서서히 몸에 오러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하앗!"

"이얏!"

'카캉!'

오러를 이용하자 두 사람의 손목과 발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몸과 검에서 서서히 오러의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칼과 펠릭스 모두 제식검술을 바탕으로 하는 검술을 익혔지만 서부기초검술을 쓰고 있었다. 단순히 서로에게 익숙한 검술을 피하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검문소나 개별 훈련에서 한 번씩 경험해본 뒤 본능적으로 느꼈던 것이다.

이쪽이 훨씬 정교하다는 것을.


서부검술의 기초인 손목자세의 수 싸움과 흐름에 따라 대화하듯 움직이는 것은 남부나 동부의 검술에도 어렵지 않게 적용이 가능했다. 거기서 서로의 지역 색이 섞인 제식검술 자세로의 전환도 어렵지 않았다.


먼저 변화를 시도한 것은 칼이었다. 아니 변화라기보다는 진화였다.

'쉬익! 탱!'

"억!"

'태탱!'

"우왓!"

검이 부딪히자 펠릭스는 깜짝 놀라 서둘러 검을 빼고는 한발 물러섰다. 그리곤 검을 쥐고 있던 손목을 부여잡고 칼에게 물었다.

"방금 그건?!!"

"흐흥~ 놀랐지?"

손목이 시큰거려왔다. 하마터면 검을 놓칠 뻔했다.

칼은 펠릭스에게 대답하는 대신 장난스럽게 씩 웃어만 보일 뿐이었다.


기술 자체는 지금까지와 별 다를 게 없었다. 단지 칼의 검의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하더니 펠릭스가 채 반응하기도 전에 손목의 움직임이 변했다.

칼은 손목을 시계방향으로 완전히 틀었다가 펠릭스가 대응하려는 순간 바로 몸을 빼면서 검을 반 시계방향으로 다시 틀었다.

펠릭스가 순간 손목에 통증을 느끼고 몸을 뺀 것은 바로 그 때였다. 잠시였지만 칼의 검이 마치 뱀이나 밧줄처럼 휘어진 듯 느껴졌다. 하마터면 검을 놓칠 뻔했던 것이다.


펠릭스도 이미 당해본적이 있던 기술이었다. 중계진에서 안드레아 경과 대련연습을 할 때였다. 서부 검술의 손목을 이용한 기술의 진화형태였다.

단지 다른 것은 안드레아는 저 기술로 펠릭스의 움직임을 봉쇄하고 펠릭스의 힘을 역이용했지만 칼은 펠릭스의 손목에 충격에 준 것이 달랐다.

아마도 칼이 익힌 남부의 공격적인 검술의 영향을 받은 게 아닌가 싶었다.

"어떻게 된 거야? 설마 안드레아 경에게서 배운 거야?"

"아니! 혼자서 연습한 거야."

"혼자서?"

"그래, 너 기억 안 나?"

"뭘?"

"우리 여기오기 전에 검문소에서 대련했을 때 한말. 이기면 자세히 가르쳐 준다고 했잖아?"

"그런 일이 있었나?"

펠릭스는 가물가물한 기억을 되짚었다.


검문소에서 대련을 한날은 펠릭스가 어둠의 안내자를 만났던 날이었다. 그날 펠릭스는 고램 대련과 검술대련을 연속해서 칼에게 패했었다.


"아무튼 네가 안 가르쳐 주니 혼자서 어떻게 해 볼 밖에. 그래서 나름 연습방법을 궁리했지. 그런데 우리 두 달간 전선에 나가있을 때는 개인연습을 하기가 좀 어려웠잖아? 그래서 생각 끝에 중계진 침상 끝에 줄을 묶었지. 그리곤 매일저녁에 자기 전에 그 줄 끝을 손목에 묶고 이렇게!"

칼은 검을 든 자신의 손을 빙글빙글 돌리는 흉내를 냈다.

"그게 한 달 혼자서 연습해서 된단 말이야?"

펠릭스는 그저 어이없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그러자 칼이 황당한 답변을 했다.

"되던데? 지금 봤잖아."

"쳇! 내가 바보였지."

펠릭스는 대련을 하기 전 자신이 했던 생각을 후회했다.

칼의 대단한 실력도 노력을 거듭한 끝에 이룬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지금 보니 그게 아니었다.

이 녀석은 그냥 '노력도 하는 천재'였던 것이다.


펠릭스는 물러난 자리에서 다리를 넓게 벌렸다. 자신에게 익숙한 동부검술로 돌아온 것이다. 서부기초검술의 수 싸움으로는 자신이 이기기 힘들다는 판단에서였다.

"자! 간다!"

'챙!'

펠릭스는 다가오는 칼의 검을 쳐냈다. 가능하면 검을 얽힌 채 수 싸움으로 넘어가지 않는 게 좋았다. 반면 칼은 펠릭스의 주변을 돌면서 어떻게든 다시 펠릭스와 검을 얽으려고 하고 있었다.


정과 동, 움직이는 칼과 멈춰있는 펠릭스였다. 칼과 달리 펠릭스는 자신이 유리한 상황으로 칼을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이대로 진행되면 펠릭스가 불리했다.

반면 칼의 발과 손은 서서히 빨라지고 있었다. 어떻게든 펠릭스를 꾀어내려고 점차 찌르기 위주의 공격으로 바뀌고 있었다. 마치 오전에 대련을 할 때 레논이 쓰던 검술과 비슷했다.

'채채챙!'

"크윽!"

펠릭스는 칼의 찌르기를 겨우겨우 막아내고 있었다. 오전의 레논과 달리 칼은 펠릭스가 강력하게 쳐 낼 여지를 주지 않았다. 찌르는 속도만큼 빠르게 검을 빼내버린 것이다.

'이대로 가면 어차피 불리할거'

"에잇!"

'챙!'

잠시 궁리하던 펠릭스는 오전의 대련을 떠올렸다. 앞으로 한발 나서며 검을 휘둘러 칼의 검과 마주쳤다. 바인딩이 되자 칼은 드디어 걸렸다는 표정을 지었다. 바로 펠릭스의 검을 다시 옭아매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곧 당황하기 시작했다.

"흐압!"

"엇! 어엇!"

검이 바운딩되자 펠릭스가 몸을 크게 비틀며 재차 힘으로 칼의 검을 눌렀다.

피셔가 쓰던 이단 밀어붙이기였다.


오전에 피셔가 사용했을 때는 펠릭스의 동부 검술의 방어적인 자세에 막혀 본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 칼은 레논의 검술을 흉내 낸 서부검술을 쓰고 있었다.

칼의 자세는 이런 식의 힘을 위주로 하는 검을 받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더구나 레논의 서부검술을 완벽하게 흉내 내지 못하고 있었다. 레논과 비교하면 발놀림이나 몸놀림이 그리 빠르지 못했다.

칼은 한순간 휘청하며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됐어!"

"우왓!"

'부웅~'

펠릭스는 내리 누르던 검을 칼의 상체를 노리고 반대방향위로 휘둘렀다. 바람소리가 크게 일었다.

칼은 다급한 김에 고개를 숙이며 앞구르기를 해서 벗어났다. 때문에 펠릭스의 우위는 계속되고 있었다.

"아직 이야!"

칼이 미처 일어서서 균형을 잡지 못하고 있는 동안 펠릭스는 그대로 계속 밀어붙일 생각이었다.

'챙!'

"우와아~ 잠깐만! 펠릭스 잠깐만!"

"잠깐은 무슨! 하하! 자!"

펠릭스는 신이 나서 검을 좌우로 휘둘렀다. 칼이 개인 대련에서 여기까지 몰린 것은 펠릭스가 아는 한 처음이었다. 그것도 상대는 펠릭스 자신이었다.

드디어 칼을 이기는 날이 온 것처럼 보였다.


반면 칼은 당황하며 펠릭스가 휘두르는 검을 뒷걸음치며 맞받아쳤다. 이런 불안한 자세에서 계속해서 강력한 공격을 받으면 검을 놓치거나 엉덩방아를 찧을 가능성이 컸다. 패색이 짙어 보일 무렵이었다.

'탱! 카캉! 태탱!'

"엇?!"

날카로운 소리가 아니라 둔탁한 마찰음이 울렸다. 칼이 검면으로 펠릭스의 공격을 받기 시작했다. 칼의 특기인 흘리기였다.


칼은 펠릭스의 공격의 힘을 역이용했다. 좌우로 이어지는 펠릭스의 공격을 검으로 흘리면서 힘의 반대 방향으로 몸을 비틀어 균형을 맞추며 일어선 것이다.

"휴~ 큰일 날 뻔했네."

"쳇! 좋은 기회였는데."

펠릭스는 아쉬워하며 한걸음 물러섰다. 대련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있었다.


두 사람은 이제 자신의 특기대로 자세를 잡고 있었다. 펠릭스는 발을 옆으로 넓게 벌린 방어적인 동부제식검술 자세였다. 반면 칼은 앞쪽으로 발을 길게 벌린 공격적인 남부제식검술 자세였다.

그러나 공격은 펠릭스가 먼저였다.

"하앗!"

'챙! 채챙!'

좌 상단 우 상단으로 두 사람의 검이 X자 형으로 번갈아 부딪혔다. 펠릭스는 검을 오래 바인딩하지 않았다. 자신도 나름 바인딩 된 상태에서의 기술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상대가 좋지 못했다.

칼의 서부검술의 손목기술이 한 단계 앞선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간격을 더 멀리 두고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도 자제해야했다. 그러다간 칼의 흘리기 기술에 당할 가능성이 컸던 것이다.

그러나 이대로 계속 이어가기도 곤란했다.

'쳇! 괜한 짓을 했어!'

펠릭스는 자신이 먼저 오러를 끌어올리기 시작한 것을 후회했다. 이대로 가면 검문소에서의 대련의 반복이 될게 뻔했다.


어느 정도 수준의 대련을 할 지 미리 구두약속을 하지 않은 대련이었다. 일반적인 연습관행대로라면 일반 검술에서 서서히 오러의 사용수준을 높여가며 결국에는 엑스퍼트급의 대련이 될 가능성이 컸다.

그러면 당연히 펠릭스에게 불리했다.


이제 펠릭스도 오러가 아닌 검술만이라면 칼과 서로 비슷할지도 모르는 단계였다. 오러 유저급의 대련도 지금 정도라면 대등하다고할 만했다.

하지만 이 단계를 넘어 본격적인 엑스퍼트 급의 대결이 된다면 당연히 펠릭스의 패배였다. 오전부터 이어져온 훈련 대부분이 오러를 써야만했던 것이다. 지금도 펠릭스의 오러는 간당간당한 상태였다.

어떻게든 다른 방법을 생각해 내야했다.

"어때? 슬슬 끝을 내볼까? 써볼만한 기술은 다 나온 거 아니야?"

"글쎄? 하지만 아직은 포기하고 싶지 않은걸?"

"그래? 그럼 하는 수 없지. 내가 먼저 간다!"

말을 마친 칼은 본격적으로 펠릭스의 검을 흘리기 시작했다.

'탱! 츠츠층!'

"웃!"

자신의 공격이 칼의 검면을 따라 미끄러지듯 흘러들어갈 때마다 펠릭스는 서둘러 검을 빼면서 물러섰다. 그대로 흐름에 따라 밀려갔다간 행여 칼의 검은 피하더라도 발이나 손이 날아올 가능성이 컸다.

그렇게 지게 되면 패배한 충격보다 꼴사납게 뒹굴어 떨어지는 모습이 더 창피했다. 가슴의 방어구나 어딘가에 칼의 발자국이 선명하게 새겨졌기 때문이었다. 학창시절 레온이 칼에게 당했던 것처럼.


'텅!'

"허엇!"

펠릭스의 몸이 한순간 크게 비틀거렸다. 칼의 흘리기에 제대로 걸렸다가 겨우 중심을 되찾았던 것이다.

"어때? 더 버틸 수 있겠어?"

"아! 아직은 더 할 수 있어!"

펠릭스는 검을 고쳐지며 자신만만하게 소리쳤다. 그러나 사실은 거의 한계에 도달해 있었다.

'제길! 오러만 충분했어도!'

펠릭스는 속으로 분통을 터트렸다. 또 자신의 부족한 오러가 대련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그러다 펠릭스는 문득 무언가 깨달았다.

'가만! 오러?'

펠릭스는 슬쩍 한걸음 물러서서 자신의 검과 칼의 자세를 살폈다. 칼은 펠릭스의 다음 공격도 흘리기 위해 아예 검면을 펠릭스를 향하고 있었다.

'그래! 그런 수가 있었지!'

펠릭스는 회심의 미소를 띠고는 남은 오러를 모두 자신의 검에 담았다. 그리고는 칼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앗!"

"오! 이제야 끝낼 마음이 든 거야?"

칼은 반색을 하며 펠릭스의 공격을 반겼다. 칼의 흘리기는 상대가 빠르게 달려들거나 강하게 쳐 올수록 효과를 보는 기술이었다.

'탱! 촤아악~!'

펠릭스와 칼의 검이 부딪혔다. 검이 마찰하며 불꽃이 튀는 상황에서 두 사람은 속으로 같은 소리를 외쳤다.

'걸렸다!!'


칼은 펠릭스의 상단 공격을 받아서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오른쪽 하단으로 검을 흘려 내렸다. 칼의 오른손이 오른쪽 허리 아래로 뻗었다.

칼의 검면을 따라 흘려 내려간 펠릭스는 순간 자신이 공격한 힘을 못 이겨 균형을 잃어버릴 듯 보였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에 의외의 일이 벌어졌다.


서로 마주한 검끝이 전혀 다른 양상을 보였다. 칼은 자연스럽게 검에 힘을 빼며 몸을 돌려 반격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반면 펠릭스의 검 끝에는 잔뜩 힘이 들어가 있었다. 거기다 오러도 집중되어 있었다.

"이얏!"

"하압!"

'스릉~!!'

"허엇?!"

서로의 기합이 울렸다. 그 직후 두 사람의 반응은 극명하게 달라졌다.


펠릭스는 마지막 순간에 마주한 칼의 검 끝을 채어서는 힘껏 쳐 올렸다. 사냥을 갔을 때 화살을 되돌렸던 그 수법이었다.


검형만을 이용한 게 아니었다. 오러도 섬세하게 검의 흐름에 따라 운용해야 하는 기술이었다. 마침 연습용 검이라 오러의 전도율이 그다지 높지 않았다. 때문에 펠릭스는 사냥 때처럼 자신의 오러를 세세하게 조절할 필요도 없었다. 오히려 자신의 남은 오러를 아무걱정 없이 최대한 쏟아 넣을 수 있었다.

아직 미완성의 기술이었지만 이 상황에 아낄 필요가 없었다.


"어어엇?!"

칼의 몸이 왼쪽으로 크게 비틀거렸다. 그러더니 확 몸이 뒤집어 지면서 양손을 바닥에 짚었다. 펠릭스를 상대하며 오늘 저녁에만 벌써 두 번째 중심을 잃어버린 것이었다.

"좋았어!"

펠릭스는 쾌재를 부르며 재빨리 달려들었다.

"아앗! 자 잠깐! 잠깐만! 타임아웃! 타임아웃!"

칼은 양손과 양발로 뒤로 기어가며 필사적으로 펠릭스의 검을 피했다.

"잠깐은 무슨! 자! 얌전히 패배를 인정하라고! 하하!"

펠릭스는 뒷걸음질 하는 칼을 따라가며 흥분하고 있었다. 학창시절 대련에서 한 번도 중심을 잃은 적 없던 칼을 넘어트렸다. 승리가 눈앞에 보였던 것이다.


펠릭스가 한 번의 페이크를 섞은 후 검을 휘두르려 하는 순간이었다. 칼은 몸을 뒤집어 일으키는 반동을 이용해 그대로 뒤로 뛰어오르며 나비검을 펼쳤다.

"핫!"

'쉬익!'

'챙!'

두 사람의 검이 가볍게 허공에서 마주쳤다. 칼의 자세를 보며 나비검을 예측했던 펠릭스는 추격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쳇! 아까워라!"

"휴~ 위험했어!"

칼은 크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반면 펠릭스는 한발 떨어진 곳에서 다시 자세를 잡았다. 벌어진 간격을 순간적으로 따라잡을 오러가 남아있지 않았던 것이다.




그 후로 대결은 흐지부지 멈추고 말았다. 그대로 이어지면 엑스퍼트급의 대련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었으나 더 이상 펠릭스에게 그럴만한 오러가 남아있지 않았다.


펠릭스는 대자로 뻗어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칼은 혼자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방금 펠릭스와의 대련을 복기하는 중이었다. 그러면서 마치 몸에 남아있는 오러를 마저 다 쓰기라도 하려는 듯 오러를 집중하고 있었다.

"이봐 칼!"

"응?"

"설마 봐준 건 아니지?"

"그렇게 생각해?"

"···."

펠릭스는 답을 하지 못했다.


지난겨울 이후로 자신의 검술이 상당히 나아진 것은 사실이었다. 서부검술과 오러의 세세한 운용을 익힌 덕분이었다. 거기다 분명 검문소에서의 대련도 검술만큼은 칼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본격적인 엑스퍼트급의 오러를 이용한 대련에서만 칼에게 크게 밀렸을 뿐이었다.

그날도 오늘도 오전나절 오러를 대부분 사용한 뒤라서 당연한 결과이긴 했다. 아마 앞으로 오러의 격차는 더더욱 커질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오러의 차이 외에도 검술에서도 칼이 봐준 걸로 생각되는 부분은 있었다.

펠릭스가 마지막에 쓴 기술은 분명 효과가 있었다. 중계진에서 드비어스와 안드레아의 개인 훈련 후 나름 자신이 깨달은 결과였다.

그러나 그날 칼도 압축기와 비슷한 기술을 쓰는 것을 자신도 보았다. 안드레아와의 개인 훈련 후 칼도 무언가 깨달은 게 분명했다. 칼은 오늘 대련에서 그 기술을 쓰지 않았던 것이다.


펠릭스는 나름 심란한 생각에 빠져있었다.

"이봐 펠릭스, 생각해봤는데 말이야."

"뭘?"

"네가 얘기했던 그거. 오러의 운용에 중점을 두고 다른 검술을 합친다는 거."

"그게 왜? 다들 안 된다고 했잖아?"

"내 생각엔 될 것도 같아서 말이야."

"뭐?"

칼의 말에 펠릭스는 벌떡 몸을 일으켜 앉았다.

"무슨 소리야?"

"우리 대련을 봐. 우리 지금 어차피 필요하면 남부건 동부건 서부건 되는대로 기술을 가져다 쓰잖아?"

"그거야 칼, 네가 주로 그러는 거지. 나야 겨우 어떻게 흉내만 내는 수준이고."

"그런가?"

펠릭스의 말에 칼은 머리를 긁었다. 하지만 펠릭스도 칼의 말을 전적으로 반박하지는 못했다.


다른 사람의 검술을 곧잘 흉내 내는 것은 분명 칼의 특기 중 하나였다. 방금 대련에서도 레논의 검술을 어렴풋이 흉내 냈었다.

하지만 펠릭스도 남 말할 처지는 못 되었다.


펠릭스도 서부 검술의 기초를 익히기 전부터 세비안의 나비검을 흉내 낸 것이 사실이었다. 겨울 볼거와 훈련을 할 때에는 학교에서 대련을 했던 다른 친구들의 검술에 심지어 암살범의 검술도 흉내 냈었다.

방금 대련에서도 낮에 경험했던 피셔의 검술을 가져다 썼던 것이다.


"아무튼 말이야. 그런 이유로 지금 생각해봤는데. 기존의 검술이 아니라 아예 새로 만들면 어때?"

"검술을?"

"그래. 각 검술의 장점을 가져와서 제식검술도 서부검술도 아닌 전혀 새로운 중간 형태로 말이야. 생각해봐. 옛날에는 제식검술이 지금처럼 널리 쓰이진 않았어. 다들 자기 가문만의 검술이 있었다고. 서부검술도 제식검술도 그리고 다른 각 가문의 검술들도 누군가 처음에 만든 사람이 있다는 거잖아?"

"흐음···."

칼의 말에 펠릭스는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지난겨울 볼거와 헨리가 하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제식검술은 누가 만들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고램의 등장하고 지금으로부터 대략 50여 년 전부터 보급되기 시작해 지금은 각 가문의 고유 검형을 제치고 지역색과 합쳐져 널리 퍼져있었다.


일리아드 가문의 기사장인 페로우 경은 가문의 고유 검술만 익히고 있었다. 제식검술은 익히지 않은 세대였다. 선임기사급인 헨리나 헥터의 세대는 제식검술과 가문의 고유 검술을 같이 익혔다고 했다.

반면 펠릭스는 동부 스타일의 제식검형 만을 익힌 세대였다.

고램이라는 실전 무기 때문에 서부검술을 제외하고는 각 가문의 고유 검형은 사장되어가는 추세였다.


"칼, 제식검술은 누가 만든 걸까?"

"누군가 그러던데···. 원래는 크로비스군의 누군가가 만든 거라고 하더라고."

"크로비스가?"

"펠릭스, 기억 안나? 고램으로 처음 마주쳤던 녀석들 말이야."

"아, 그러고 보니."

펠릭스는 그제야 고램으로 마주쳤던 적들이 쓰던 검술이 떠올랐다.

처음 마주하는 적들이었으나 어쩐지 검을 대하는 게 어색하지 않았다. 긴장하고 떨려서 그때는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지만 적의 고램이 쓰던 검술도 분명 제식검술과 닮아있었다.

"지금 휴페리온 대륙에서 고램 조종실력이 가장 뛰어난 이들이 크로비스의 기사들이잖아. 제식검술도 녀석들이 만들었다고 하더라고."

"그런데 어떻게 우리도 익히고 있는 거지?"

"그동안 잡혔던 포로들이라든지 다른 여러 경로로 전해졌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어."


의외의 사실이었다. 잠시 생각하던 펠릭스는 문득 궁금한 점이 떠올랐다.

전쟁터인 이곳에서 그것도 최전선에서 비록 고램을 타고 있어 서로 얼굴을 보지는 못했지만 불과 얼마전만해도 서로 죽이기 위해 검을 휘둘렀던 사람들이었다.

비록 자신이 원해서 온 전쟁터는 아니었다. 물론 학교에서 크로비스에 대해서 배우긴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적에 대해서 너무나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지금까지 펠릭스는 한 번도 크로비스인을 직접 본적이 없었다.

"칼, 너 혹시 크로비스인을 본적이 있니?"

"응, 왜?"

"어떻게 생겼어? 그러니까 내말은 적이잖아?"

펠릭스는 자신의 생각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몰랐다.


한 번도 사람을 베어본적이 없었다. 자신은 딱히 에덜라드에 애국심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크로비스를 미워할 이유가 없었다. 때문에 직접 마주쳤을 경우 벨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

최소한 몬스터인 오크처럼 적이라고 바로 인식이 될 정도로 이질감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다행이 칼은 펠릭스가 한 말의 뜻을 이해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칼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슬펐어."

"···?"

"포로로 잡혀왔다가 노예로 남부에 팔려온 크로비스의 노기사였거든. 겨울에 영지인근 몬스터를 상대할 때 가끔 보는 기사였는데···. 우울하고 늘 수심에 잠겨있고 시간이 날 때면 북쪽을 바라보곤 하더라고."

칼의 대답에 두 사람은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초창기 크로비스와 에덜라드의 전쟁에는 발생하는 포로가 상당했다. 당시만 해도 서로 직간접적으로 대화 창구가 있었다.

전장을 통해 직접적으로 혹은 서부제국을 통해 간접적으로 포로교환이 이루어졌다. 기사가문이나 귀족가의 자제들은 몸값을 주고 서로 되사는 게 가능했다.


그러나 고램이 등장하면서 전쟁의 판도가 바뀌었다. 더 이상 대규모 일반 병사들을 동원한 전투는 무의미했다. 때문에 투입되던 병사들의 질과 양이 달라졌다. 전쟁의 주력이 고램으로 바뀌자 발생하는 포로도 대부분 기사들이었다.


고램의 등장은 국제적인 마찰도 가져왔다.

그동안 서부 웨스터랜드 제국이 그나마 에덜라드와 크로비스의 대화 창구가 되어왔었다. 그러나 웨스터랜드 제국이 에덜라드에 백기사를 제공하기 시작하자 얼마 후 크로비스는 웨스터랜드와 정식으로 국교를 단절했다.

거기다 전쟁의 주도권이 귀족 가문에서 왕가로 넘어가자 직접적인 포로교환도 없었다. 이후로 전장에서 잡히는 포로들은 모두 에덜라드 왕가에 귀속되었다.


포로로 잡히면 우선 마법으로 노예의 인장이 찍혔다. 인장은 기사들이 마음대로 오러를 발휘하지 못하도록 하는 힘이 있었다. 크로비스에 잡힌 에덜라드의 포로들도 아마 사정은 비슷할 것이었다.


그 후에 그들이 주로 팔려가는 곳은 몬스터와 싸워야 하는 개척지였다. 주 고객은 새로 귀족이 되는 신흥 군인귀족들이었다.


귀족 가문에서 분가해서 귀족이 되는 이들은 새로 영지를 받으면 본가에서 상당한 지원을 받았다. 그러나 신흥 군인귀족들은 지원해줄 가문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 이들은 왕가에 빚을 내어 이런 포로들을 사갔다.


아마 남부도 이런 포로들을 상당수 구매했을 것이다. 칼이 본 포로는 그런 이들 중의 한사람이었으리라.



두 사람은 어느새 나란히 앉아있었다. 해는 이미 져서 주위는 어두워져 있었다. 우울한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펠릭스가 먼저 말을 꺼냈다.

"대련하기 전에 한 내기 말이야."

"내기? 무슨 내기?"

"지는 사람이 이긴 사람의 부탁을 하나 들어주기로 했잖아?"

"아! 하지만 오늘 대련은 누가 이겼다고 하기가 좀 그렇지 않나? 그래 무슨 부탁을 하려고 했던 거야?"

"우리 졸업식 전날에 말이야. 로버트 씨네 가게에서 하던 얘기."

"글쎄? 뭐였지?"

"그 왜 있잖아. 너랑 아이샤 영애와의 관계."

"아~ 그런데 갑자기 그게 왜 궁금한 거야?"

"네가 좀 전에 포로얘기 하면서 지난겨울 이야기를 했잖아. 그때 아이샤 영애가 이틀간 머물렀다며? 왜 너 그날 졸업식 전날 로버트씨 가게에서 내가 물어봤을 때에도 슬그머니 말을 피했잖아."

"뭐야. 그동안 그게 그렇게 궁금했단 말이야?"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왜 갑자기 남부의 희망 같은 거창한 별명이 붙었던 거야?"

"음~ 그러니까 그게 말이지···."

칼은 짐짓 대답하기 곤란한 듯 망설였다. 자꾸만 손을 머리로 가져갔다. 그러면서 펠릭스의 표정을 얼핏 살폈다.


졸업식 사건 이후로 펠릭스가 듣는 곳에서는 가능하면 졸업식 관련 이야기는 꺼내지 않으려고 노력하던 칼이었다. 펠릭스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펠릭스가 지금은 먼저 그 얘기를 꺼낸 것이었다.

다행이 칼이 보기에 펠릭스는 괜찮아보였다. 이틀 전 무의 수련을 할 때 길버트 경이 했던 말대로 이제 어느 정도 그때 이야기로는 흔들리지 않을 모양이었다.

펠릭스가 먼저 그 이야기를 꺼낸 이유도 아마 칼에게 그런 사정을 알리기 위해서인 듯 했다.


펠릭스의 얼굴을 확인한 칼은 문득 시선을 하늘로 향했다.

"그러고 보니 그날도 오늘처럼 달이 무척 크고 밝았네."

칼의 말에 펠릭스의 눈도 하늘을 향했다. 만월이 밤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우리 저택 발코니는 전망이 별로 좋지 않거든. 볼거리라곤 밤에 저 달 뿐이지."

"그래서?"

"그날 저녁을 먹은 후 둘이서만 발코니로 나갔지. 그리고 한동안 말없이 달만 바라보다가···."

"바라보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도 모르게 손을 아이샤 영애의 허리로 가져가고 있더라니까."

"그 그래서?"

펠릭스는 잔뜩 몰입해서 칼에게 물었다. 그러나 그 순간 칼이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거기까지!"

일어선 칼은 막사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어? 왜?"

덩달아 일어선 펠릭스도 칼을 따라가며 물었다.

"내기 조건은 이기면 이었잖아? 오늘 우리 대결은 아무리 좋게 봐줘도 서로 비긴 셈이니 이야기도 반만 들어."

"그게 뭐야? 치사하게!"

"치사하긴, 당연한 거지. 그보다 나도 부탁이 있어."

"뭐? 어째서?"

"말했잖아? 우리 서로 비긴 셈이니 너도 나도 반반씩 부탁을 들어주면 맞잖아?"

"억지야! 그래 무슨 부탁인데?"

"우리 같이 만들기로 한 새 검술 이름말이야! 칼 검술로 하자고!"

"자 잠깐만! 그거 네가 혼자 만들기로 한 거 아니었어? 왜 갑자기 우리가 만드는 걸로 된 거야? 그리고 같이 만들기로 했다면서 왜 네 이름만 붙이는 건데?"

"그야 펠릭스, 네 아이디어잖아? 싫어? 좋아 그럼 칼, 펠릭스 검술은 어때?"

"내 아이디어라니? 그보다 내 아이디어라면서 왜 칼, 네 이름이 먼저 오는 건데? 당연히 펠릭스, 칼 검술이라고 해야지!"

"칼, 펠릭스 검술이 어감이 더 좋잖아?"

"그럴 거면 그냥 펠릭스 검술이라고 하는 게 훨씬 멋지게 들리는 걸?"

"하는 수 없지. 이름은 내일 대결에서 이기는 쪽이 짓는 걸로 하지."

"뭐야? 이걸 내일도 할 거란 말이야?"

"당연하잖아? 앞으로 매일매일 할 거야. 그래야 하루 빨리 새 검술을 만들지."

"누구 맘대로?"

"걱정 말고 펠릭스, 넌 나만 믿고 따라와!"

"뭐? 녀석 허세는!"

"하하하하!"

두 사람은 티격태격 장난을 치면서 빠르게 막사로 향했다. 이미 상당히 늦은 밤이었다.

하늘에는 달빛이 유난히도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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