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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gster 님의 서재입니다.

펠릭스전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夢ster
작품등록일 :
2014.12.22 00:00
최근연재일 :
2016.12.28 16:59
연재수 :
29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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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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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6.04.22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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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263

DUMMY

263


"제길, 어쩐지 내내 뭔가 꺼림직 하다 했더니···."

엔필드는 고개를 좌우로 바쁘게 돌려 주변을 살펴보며 투덜거렸다.

두 사람은 조금 전 엔필드가 망을 보던 나무를 방패삼아 서로 바짝 붙어 앉아있었다.

"괜찮은가?"

"예? 아 예."

펠릭스의 심장이 쿵쾅쿵쾅 뛰고 있었다. 아직 정신이 없었다. 방금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아직도 이해를 못하고 있었다. 엔필드가 저격이라고 외치는 소리를 듣고서야 날아온 것이 화살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정도였다.

고개를 들어 나무 위를 보니 두 번째로 날아온 화살이 보였다. 나무에 박힌 화살은 뒷부분만 반쯤 보였다. 펠릭스를 노린 건지 엔필드를 노린 건지 알 수 없는 그 화살은 나무둥치에서 아직도 떨리고 있었다.


"엔필드 씨~"

"무사합니까?"

아래쪽에서 캠핑 준비를 하던 다른 궁수들이었다. 엔필드의 경고성을 들었는지 모습은 드러내지 않았다.

"오지 마! 위험해! 함정이다!"

엔필드가 다시 다급하게 소리쳤다. 알아들었는지 이후로 다른 궁수들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함정이라니 무슨 말입니까?"

"오래된 수법이야. 아군이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을 녀석은 없지."

"우릴 인질로 다른 사람들을 유인하려는 겁니까?"

엔필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사냥할 때 쓰던 방법이야. 암컷이나 새끼들을 먼저 사냥해서 그걸로 유인하면 아무리 영악한 녀석이라도 걸리지 않을 수 없거든."

"어쩌죠?"

"음, 다행이 우리 궁수들은 이런 일에 경험이 있어. 중계진도 그리 멀지 않고. 그러니 아군이 올 때까지 버티며 기다리면 돼! 라고 말하고 싶지만··· 이래서야 어디 버틸 수 있을지."

엔필드는 자신의 양 손을 들어 보였다. 엔필드의 손은 빈손이었다.

"떨어질 때 활을 어딘가 떨어트린 모양이야."

엔필드의 말에 펠릭스는 슬그머니 나무 위쪽을 쳐다봤다. 엔필드의 활은 보이지 않았다. 엔필드가 원래 앉아있던 가지는 지금 펠릭스들이 숨어있는 곳의 반대방향이었다. 아마 펠릭스를 구하려고 뛰어내리다 그쪽 어디에 활이 걸린 모양이었다.

"자네 활은?"

엔필드의 물음에 펠릭스는 고개를 저었다.

"하긴, 그렇겠지."

엔필드는 씁쓸하게 웃었다.


일단 사냥이라 펠릭스도 활을 들고 나오긴 했지만 사용 하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지금도 엔필드에게 차를 전해주러 왔을 뿐이었다. 당연히 활은 야숙지에 배낭과 함께 놓여있을 것이었다.

상대의 활 공격에 저항할 수단이 없다는 뜻이었다.

"하다못해 적의 수나 위치라도 알면 좋겠는데."

엔필드는 불안한 듯 다시 주변으로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자네 혹시 뭐라도 봤나?"

"아뇨. 처음 날아온 활도 엉겁결에 막았습니다. 저도 어디서 날아왔는지 위치를 확인하려던 참이었습니다."

대답을 하면서 펠릭스는 화살이 날아온 곳을 살펴보기 위해 슬그머니 나무 뒤에서 머리를 내밀려고했다.

"안 돼!"

엔필드는 재빨리 펠릭스를 잡아당겼다.

"미쳤나? 겁도 없이!"

"예?"

엔필드의 노성에 펠릭스는 움찔 고개를 움츠렸다.

"쳇, 초보들이란. 죽을지도 모르고 아무데나 고개를 내민다니까! 이래서 피셔 녀석을 데려오려고 한 건데. 만약을 위해서 기사 한명쯤 대동해야 한다고 그렇게 말해··· 음?!"

투덜거리던 엔필드는 거기서 갑자기 말을 멈췄다. 그리고 펠릭스를 바라봤다. 펠릭스는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고 있었다.

"저기, 저도 일단은 기사입니다만···."

"···그랬지. 자네도 기사였지."

두 사람은 서로 쳐다보며 실소를 흘리고 있었다. 갑작스럽고 당황스러운 상황에 그만 깜빡 잊고 있었던 것이다.




날아오는 화살 따위, 중급 오러 유저만 되도 두려워 할 수준이 아니었다. 거리만 충분하면 보통 화살은 쳐 내는 정도가 아니라 손으로 잡을 수도 있었다.

하물며 펠릭스는 지금 엑스퍼트였다.


"경험은 있나?"

"글쎄요? 있다고 해야 할지. 어떨지."

펠릭스는 2학년 때 스펜서와의 일을 떠올렸다.

당시 오러 유저였던 펠릭스는 역시나 오러 유저였던 스펜서의 단검을 피할 엄두를 내지 못했었다.


가끔 스펜서처럼 오러를 담은 투척무기를 사용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활이나 단검은 시전자의 몸에서 떨어지면 오러는 금방 사라졌다.

스펜서의 경우는 손이 빠르고 기술이 능숙하기도 했지만 단검의 특성상 단거리에서 투척했기에 오러가 살아있었다. 하지만 재질이 나무로 된 화살의 경우는 오러가 거의 통하지 않았기에 오러 사용자들은 활을 거의 쓰지 않았다.


오러를 사용하면 신체능력이 비약적으로 올라갔다. 궁수가 수십 명 수백 명이라 해도 엑스퍼트급 기사 한사람을 어떻게 하지 못하는 이유였다.

하지만 기사에게 활이 통하지 않는 것은 어디까지나 기사가 오러를 끌어올려 주의를 하고 있을 때의 얘기였다. 방금 펠릭스처럼 방심하고 있는 경우에는 기사도 일반인이나 별 다를 바가 없었다.


기사들은 투척무기, 특히나 활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정정당당히 라는 기사도에 어긋난다는 면도 있었지만 천한 무기라는 인식도 있었다.

활은 평민, 천민으로 구성된 영지민들의 기본무기였기 때문이었다. 몬스터 대비책이기도 했고 만약의 경우 영지 방어를 위해서였다. 때문에 영주들은 매년 수확제를 열면 무술대회를 열어 상을 주며 활쏘기를 장려했다.

하지만 아직도 기사들은 그런 이유로 천한 무기라며 활을 경시했다. 때문에 어느 해는 전선에서 적의 궁수에게 당한 라이더가 고램간의 대결에서 사망한 라이더 수보다 많은 해도 있었던 것이다.



"단정하지는 못하지만 상대는 아마 오러를 쓸 줄 모를 겁니다."

펠릭스는 일어나며 말했다.

기사라면 활을 쓰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 그럼에도 스펜서와 같은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서 한 얘기였다.

때문에 문제는 쉽게 해결될 것 같았다. 그저 펠릭스가 나서서 오러를 끌어올려 돌진해서 끝장을 내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금방 해결하고 오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펠릭스는 자신만만하게 일어서며 말했다. 조금 전 가슴이 쿵덕거리던 심정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오히려 자만심에 가까운 용기가 솟아올랐다. 사냥을 나온 동안 내내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을 만회할 기회라고 느껴졌다.

그러나 막 나서려는 펠릭스를 엔필드가 잠시 세웠다.

"기다리게. 이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야."

"예?"

"적이 바로 덮쳐오지 않은 것은 아마도 우리보다 숫자가 적은걸 테지. 하지만 몇 명이지? 어디에 있지? 방금 궁수는 미끼라면? 그래서 자네가 그 궁수를 덮치는 순간을 적의 기사가 매복하고 기다리고 있다면? 아니면 지금 이 상황을 이용해 우리 궁수들을 노린 다른 녀석이 움직이고 있다면?"

"예? 어··· 그러니까."

엔필드의 말에 펠릭스는 당황하며 생각하기 시작했다.

"자네는 사관이야. 상황을 단편적으로 판단하면 곤란해. 그렇게 금방 기고만장해서야 어쩌나? 잊지 말게 자네들 기사들의 지휘에 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걸려있다네."

"그 그렇죠. 죄송합니다."

펠릭스는 금방 얼굴이 붉어졌다.

비록 군무가 아닌 사냥이라 사실상 엔필드가 리더 역할을 하고 있었지만 계급으로는 기사인 펠릭스가 제일 위였다. 더구나 자신은 중앙기사학교와 후기 훈련소에서 사관으로서의 교육까지 받은 몸이었다.

그러나 정작 마주친 실전상황에서 냉정하게 사관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엔필드였다. 자신은 그저 타고난 오러 덕에 기사라고 특별취급을 받는 병사처럼 느껴졌다.

이래서야 집안이 귀족이라 능력과 상관없이 임관하자마자 바로 지휘관이나 중요 자리에 떨어지는 이들과 별 다를 게 없이 느껴졌다.

그제야 펠릭스는 왜 소대의 병사들이 엔필드나 에스턴 병대장을 기사들과 동급, 혹은 그 이상으로 따르는지 알 것 같았다.

"그럼 어쩌죠?"

"일단 작전을 세워야지."

"작전이라면?"

"이럴 때는 보통 역으로 미끼를 쓴다네. 한 사람이 적의 주의를 돌리는 거야. 그러면 다른 한사람이 적의 수, 위치를 확인해서 역으로 저격을 하는 거지."

"음, 하지만 엔필드씨 활은 저기 나무 위 어디에 있고 그걸 찾아서 적을 확인하고 역으로 저격을 하려면 미끼는 상당히 오래 노출되어야 하겠군요."

"그래, 상당히 위험할거야."

엔필드는 펠릭스를 보며 웃으며 말했다.

"어때? 할 수 있겠나? 햇병아리 기사님?"

펠릭스 더러 그 미끼가 되라는 얘기였다.

"음~ 그냥 우리 궁수들이 원군을 불러올 때까지 기다린다는 선택은 안 될까요?"

"분명 그런 수도 있지. 아마 별 일 없다면 하루 정도 걸릴 테고 그동안 어두워질 테니 적의 궁수도 우리를 노리기 힘들어 질 거라는 기대도 했을 테지."

"적의 정확한 수나 구성을 모르는 상태에서 모험을 하는 것보다는 그편이 나을 것 같은데."

그러나 대답을 하면서 펠릭스는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엔필드의 답을 듣지 않아도 결론은 이미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애석하게도 그 선택은 기각하도록 하지. 궁수는 대부분 밤눈이 좋거든. 거기다 우리를 여기 묶어두고 다른 궁수들을 노린다는 적의 선택지도 여전히 남아있으니 말이야."

"역시 이런 일은 빠르게 처리하는 게 좋겠죠?"

"그래, 가서 최대한 적의 시선을 끌어보게나."

"예! 그럼!"

막 나무 뒤에서 펠리스가 나서려 하자 엔필드가 다시 잡았다.

"아참! 적의 위치가 확인된 후에 말일세."

"예."

"적의 화살이 날아와도 절대 왼쪽으로는 피하지 말게. 명심하게! 항상 오른쪽으로 움직여야 해!"

"알겠습니다."

대답을 한 후 펠릭스는 숨을 크게 들이켰다. 그리고 대담하게 나무 앞으로 나섰다.


몸을 다 들어냈으나 의외로 화살은 날아오지 않았다. 숲은 고요했다. 풀벌레소리하나 들리지 않았다.

펠릭스는 만약을 대비해 슬쩍 오러를 끌어올리고는 있었지만 몸 밖이나 검으로는 오러의 빛이 들어나지 않도록 하고 있었다.

자신의 역할은 적의 위치를 확인하고 혹시나 숨어있을지 모르는 또 다른 적을 유인하는 미끼였다. 그리고 엔필드가 다시 활을 찾도록 시간을 끄는 것이었다.

그러니 자신이 기사라는 사실을 최대한 숨겨야했다.

'흐음. 적도 이미 내가 미끼라는 걸 눈치 채고 있다는 건가? 그렇다면!'

화살이 날아오지 않자 펠릭스는 더 대담하게 행동했다. 어디 쏠 테면 쏴 보라는 듯 한발씩 앞으로 나서며 팔을 벌렸다. 거기다 더 대담하게 아예 눈도 감아버렸다.


신기한 기분이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나무 뒤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었던 펠릭스였다. 그런데 자신이 적 보다 훨씬 우위의 실력자라는 확신이 드는 순간 이렇게나 담대해진 자신을 발견한 것이었다.

물론 적이 한명이 아닐지도 몰랐다. 가능성은 낮지만 오러를 사용할 줄 아는 기사급 인물이 숨어있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런 인물이 있었다면 애초에 먼저 공격해왔을 가능성이 컸다.

실력이 부족하거나 없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 결론이었다.


머릿속으로 지금의 상황이 냉정하게 정리가 되자 두려움은커녕 시원함이 느껴졌다. 단순히 산에 부는 밤바람 때문은 아니었다. 거기다 처음 나설 때 솟아오르던 오만함이나 자만심도 어느새 사라졌다.

"이게 길버트 경이 말한 무의 경지, 관조라는 걸까?"

펠릭스는 평정심을 찾은 상태였다. 차분하게 마음이 가라앉아있었다.


'쉬익~'

그 순간 낮은 소음이 들렸다. 펠릭스는 눈을 반쯤 뜬 채로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몸을 틀었다.

화살이었다. 펠릭스와 엔필드가 숨어있던 나무에서 1시 방향이었다. 펠릭스는 바로 코앞까지 화살이 날아왔음에도 천천히 검을 들었다.

'오러는 최소한! 동작은 자연스럽게! 그저 화살만 비켜가게 만들면 돼!'

검을 세웠다가 오른쪽 겨드랑이 쪽으로 비스듬히 당기며 눕혔다.

'땅!'

화살이 펠릭스가 세운 검의 오른쪽 면에 접촉하는 것이 손에 생생하게 느껴졌다.

'치지직!'

화살촉은 검의 면을 따라 마찰하기 시작했다. 펠릭스는 접촉면에만 세밀하게 조금만 자신의 오러를 주입했다. 화살은 잠시 면을 따라 이동하며 불꽃을 튀더니 튕겨나갔다.

'챙~'


아직 정확히 적이 숨어있는 곳은 찾지 못했다. 그러나 펠릭스에게는 더 이상 적은 중요하지 않았다.

마음은 고요한 채로 온 신경은 오러의 세밀한 조절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화살이 날아온 1시 방향으로 몸을 돌린 펠릭스는 다시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마치 야밤에 산길을 산책이라도 하는 모양새였다.

'한창 전투 중일 때도 이렇게 마음이 평온할 수 있을까?'

펠릭스가 생각을 하는 순간 또 화살이 한발 날아왔다.

'쉬익!'

이번에는 펠릭스는 검 끝에만 살짝 오러를 입혔다. 단검을 이용해 나무에 구멍을 뚫던 오러의 응용이었다. 무형의 오러를 집중해 검 끝으로 화살을 막을 생각이었다.

"웃! 이런!"

'챙!'

화살은 간단히 두 동강이 나며 튕겨나갔다. 펠릭스의 의도는 실패하고 말았다. 장검에 과하게 오러가 집중한 탓이었다.

"역시 단검과 장검은 다른가? 그나저나 이걸로 미끼 역할은 끝인가?"

지금 오러의 빛으로 상대도 펠릭스가 오러를 사용하는 기사라는 것을 알아차렸을 것이었다.

그러나 펠릭스도 적의 위치를 알아차리긴 마찬가지였다. 화살 두 발이 같은 위치의 덤불에서 날아왔고 다른 움직임이나 매복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제는 사정 봐줄 필요가 없었다.

"자 그럼! 사양 않고 간다!"

펠릭스는 몸에 오러를 끌어올려 번개처럼 달렸다.

'쉬익!'

다시 화살이 날아왔다. 역시 같은 방향이었다.

펠릭스는 검에 오러를 주입해 날아온 화살을 향해 내밀었다.

더 이상 오러를 제한할 필요가 없었다. 검에 잔뜩 오러를 주입했다. 그러자 화살은 펠릭스의 검 면의 오러를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펠릭스는 그 상태에서 검을 머리위로 크게 휘둘러 다시 화살이 날아온 방향으로 내질렀다. 그러자 펠릭스의 검 면을 타고 흐르던 화살은 다시 날아온 덤불로 날아갔다.

검술과 오러의 운용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 탓이었다.


그 순간 덤불에서 다시 화살이 발사되었지만 조준이 엉망이었다. 받아칠 필요도 없었다. 아마도 펠릭스가 뜻하지 않게 되던진 화살 탓에 상당히 당황한 듯했다.


'쉬익!'

그때였다. 펠릭스의 왼쪽 등 뒤에서 화살 소리가 들렸다. 펠릭스는 돌아보지 않았다. 보지 않아도 엔필드가 쏜 화살이라는 알 것 같았다. 드디어 엔필드가 자신의 활을 찾은 것이었다.

'쉬릭!'

화살은 펠릭스의 왼쪽 어깨 위를 아슬아슬하게 통과해 덤불 속으로 사라졌다.

"허업!"

나지막한 비명 소리가 들렸다. 어딘가 맞은 게 분명했다. 펠릭스는 엔필드가 왼쪽으로 움직이지 말라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덤불에 거의 접근한 펠릭스는 90도로 몸을 눕혀 주변의 나무둥치를 밟아 타고는 덤불너머로 뛰어들었다.

만약에 있을지도 모르는 적의 또 다른 매복을 대비해서였다.



덤불 너머에는 아무도 없었다. 끝은 절벽이었다. 밧줄 하나가 절벽에서 이어져있었다. 밧줄은 아마도 적의 저격수가 숨어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나무의 아랫단에 묶여있었다. 그 주변에는 화살 몇 대가 바닥에 꽂혀있었다.

펠릭스는 조심스럽게 절벽으로 다가가 아래쪽을 내려다봤다.

밧줄은 중간에 끊어져 있었다. 아마도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서 인 듯했다. 절벽 아래에는 길이 나 있었다.

적은 이미 모습을 감춘 모양이었다.

"펠릭스 경, 괜찮은가?"

"적은?"

잠시 후 엔필드를 비롯해 궁수들이 몰려왔다. 펠릭스는 고개를 저으며 손으로 절벽 아래로 이어진 밧줄을 가리켰다.

"쳇! 놓쳤군!"

"어쩌죠? 대장?"

궁수들은 엔필드를 보며 물었다.

"여긴 방어선 뒤쪽인데. 이러면 곤란한데."

최전방에 매복하고 있는 소대의 뒤로 적이 넘어온 셈이었다. 그것도 저격병이었다. 걱정하는 게 당연했다.

"역시 전방에 매복하는 녀석들에게 알려야 하지 않을까?"

"응?"

그러나 대원들의 질문에 엔필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엔필드의 시선은 오로지 적이 나무 둥치 주변에 꽂아둔 화살에 집중되어 있었다.

화살을 조금이라도 빨리 시위에 걸기위해 살대에서 뽑아서 꽂아놓은 것들이었다.

"뭐야 대장?"

"예비화살? 뭐 이상한 거라도 있어?"

"어?!"

엔필드에게 다가가던 궁수들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거 검은 화살!"

"뭐야?"

"어디?"

"어? 진짜네?"

꽂혀있던 화살을 확인한 궁수들은 모두 심각한 표정으로 엔필드를 바라봤다. 엔필드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화살 하나를 뽑아들고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작가의말


일단 한마디 끊음...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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