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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gster 님의 서재입니다.

펠릭스전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夢ster
작품등록일 :
2014.12.22 00:00
최근연재일 :
2016.12.28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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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5.01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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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266

DUMMY

266


미들사이드 요새에 도착한 것은 저녁 무렵이었다. 저녁을 먹기 전에 사람들은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둘러라! 고램과 야크들부터 옮겨! 뒤에 들어오는 다른 소대들에게 길을 터줘! 맴피스, 고램과 야크는 자네가 맡아서 정리하게! 펠릭스, 칼, 레논, 드비어스 경도 함께 가게!"

"예!"

"에스턴 병대장은 마차와 짐을 정리하고 신병들을 데려오게! 피셔! 자네도 따라가!"

"옛!"

"리차드슨 경, 자네는 나와 같이 사령부로 가세나."

"예!"

"우리가 없는 동안 병사들 지휘는 안드레아 경, 자네가 맡게나."

"알겠습니다."

길버트 경은 각각 명령을 내린 후 서둘러 리차드슨 경과 함께 신고를 하기위해 사령부로 향했다. 두 사람의 손에는 그동안 전선에서의 활동 내역을 기록한 서류들이 양손 가득 들려있었다. 펠릭스들이 중계진에 도착한 첫 주에 정신없이 작성하던 그 서류들도 포함된 서류였다.

"자! 다들 들었지? 빨리 저녁을 먹으려면 조금이라도 서둘러!"

남은 안드레아 경이 병사들을 독려했다.


펠릭스들은 고램 주기고로 향했다.

그곳에서 고램과 맴피스 마법사 드비어스 경을 내려놓고는 야크를 축사로 몰고 갔다. 야크 축사나 고램 주기고 앞은 먼저 도착한 사람들로 대만원이었다. 오늘 저녁은 아마도 꽤나 바빠질 듯했다.


미들사이드 요새에 머무르는 동안 주요 일정은 훈련이었다. 그동안 각 고램들은 오버홀 정비를 받을 예정이었다. 고램을 이용한 훈련에는 오랜만에 연습용 고램을 사용하게 될 것이다.

그 외에도 소대 단체훈련, 개인훈련, 소대 간 대전, 부대 합동 훈련 등 한 달 일정이 부족할 정도로 빽빽하게 채워져 있었다.




"아~ 젠장! 설마 설마 했는데 여기는 아주 그냥 지긋지긋 하다!"

식당에 들어선 피셔는 메뉴를 보고는 투정을 부렸다. 고기 메뉴가 있었음에도 그랬다. 펠릭스를 비롯해 다른 소대원들은 언제나의 피셔의 음식 투정에 그저 피식 웃을 뿐이었다.


세 곳의 중계진 중에서 중앙 중계진을 제외하면 미들사이드 요새의 메뉴가 제일 나빴다. 정량정식을 지키고 있음에도 그랬다. 오늘의 메뉴는 가장 일반적인 빈즈 콩죽에 저장소시지 하나와 빵이었다. 슬슬 후방에서 새로 수확된 밀들이 올라올 시기였기에 밀로 만든 음식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난 나쁘지 않은 거 같은데?"

"사실 이정도면 보통 아닌가요?"

"내버려둬! 피셔 경은 제대로 된 고기가 없으면 매번 저러니까."

칼과 펠릭스 레논 외에도 소대원들 모두가 그러려니 하고 있었다.

그래도 다행히 피셔의 불평이 오래가지 않은 것은 오늘 테이블에 맥주가 올라와 있었던 탓이었다. 임무를 마치고 온 직후나 기념일, 축제나 행사가 있으면 약간의 음주도 허가되었다.


각 소대원들이 한꺼번에 모이자 식당 내부만으로는 자리가 부족했다. 때문에 식당 앞에 기다란 테이블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소대별로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처음으로 소대원 모두가 식사를 위해 한자리에 모인 것이었다.

"다들 모였나?"

"예. 대장님."

사람들이 모두 모인 잠시 후 길버트와 리차드슨도 돌아와 상석에 앉았다.

모두 준비가 되자 길버트가 맥주잔을 들고 일어섰다.

"자, 두 달간 고생들 많이 했다. 약간의 사고도 있었고 약간의 전과도 있었지만 아무튼 이번에도 모두 무사히 살아 돌아올 수 있었다. 다들 열심히 노력해 준 결과라고 본다. 내일부터 시작 될 훈련에 부상들 주의하고 최선을 다하도록!"

"자! 다들 잔들 들어!"

"길버트 소대를 위하여!"

"길버트 소대를 위하여!!"

길버트 경의 짧은 연설이 끝나자 다들 잔을 들고 건배를 했다. 그리고는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길버트 경은 식사를 하면서 기사들과 소대의 정비정돈상황에 대해 간략하게 물었다.

"피셔 경, 신병들은?"

"예, 일반병사 다섯이 새로 배속됐는데···."

피셔는 좌석 제일 끝머리를 눈으로 가리켰다. 그곳에는 바짝 굳어서 식사를 하고 있는 신병들의 모습이 보였다.

"대장님도 내일부터 에스턴 병대장과 함께 개인면접을 하실 테지만 잠시 물어보니 군 경력자나 다른 재주가 있는 녀석들은 없는 것 같더군요. 다들 농사일 하다가 왔다고 합니다."

"그런가? 좀 아쉽군. 리차드슨 경. 이번에 우리 소대에는 제대 신청한 사람이 없다고?"

"예. 아직은 없습니다. 가을이 지나고 나면 신청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서부 내전도 끝났고 남부는 작년에 대이주 건도 그렇고 올해 몬스터 대 침공문제도 있고 하니 혼란이 잠잠해 질 동안은 남는 게 좋다는 생각들이더군요."

"하긴 지금 제대해봐야 서부 용병자리는 어려울 테고 남부는 혼란하고 위험하기만 할 테니."

그러자 피셔가 투덜대며 끼어들었다.

"쳇! 역시 작년에 제대했어야 했어. 그러면 지금쯤 나도 프라이스 용병단처럼 남부에서 셀베이지 사업으로 한몫 단단히 건졌을지도 모르는데."

그러자 레논이 피식 웃으며 끼어들었다.

"하이고! 언제는 귀족가의 기사가 되고 싶으시다면 서요? 이번에는 남부 용병입니까? 그러지 말고 내년에 저랑 같이 제대해서 일전에 얘기한 돼지 농장으로 가자니까요? 거기 가시면 매일 고기를 먹을 수 있을 겁니다."

"레논! 말도 안 되는 소리 자꾸 할래? 이래 뵈도 기산데 나더러 돼지농장 수비나 되라고?!"

"아! 삼시세끼 고기를 준 다잖습니까? 고기 좋아하시잖아요!"

"야! 너 진짜!"

"푸훗!"

"하하하!"

두 사람의 대화에 다른 기사들이 낄낄거렸다. 영문을 모르는 칼과 펠릭스는 옆의 맴피스 마법사에게 물었다.

"레논 경의 장원 주변에 가축, 특히 돼지농장을 크게 하는 서부 귀족이 있거든. 그 귀족은 영지남쪽에 서부산맥이 있으니 매년 몬스터가 걱정인거지. 고램은 구하기 어렵고. 그래서 기사들로 된 용병들을 불러다 방어를 하고 있지. 하지만 보다시피 기사들이라고 그런 곳에 상주하고 싶겠나?"

"그렇군요."

사정을 알게 된 두 사람도 소리죽여 웃었다.


잠시 소동이 지나가자 길버트는 다시 소대 정돈 사항을 묻기 시작했다.

"맴피스, 고램들은 어떤가?"

"딱히 오버홀까지 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만 일단 내일 자세히 살펴보면 견적이 나올 겁니다."

"그래? 알겠네. 펠릭스 경, 칼 경, 그리고 레논 경과 드비어스 경도 같이 수고 좀 하게나."

"예!"

"안드레아 경, 무기나 다른 보급은?"

"일단 신청서를 보급계에 내 놓았습니다만. 이번에 크게 전투를 치르진 않았으니 당장 부족할 건 없습니다."

"음!"

안드레아의 대답에 길버트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길버트 소대는 전체적으로 문제가 없어보였다. 정비정돈상황의 체크를 끝내자 이번에는 기사들 개인의 일들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기사들의 수련 중 어려움 이라든지 개인적인 문제가 있는지 체크하는 것이었다.

길버트 경은 안드레아나 드비어스 경에게는 검술에 대한 질문은 하지 않았다. 아마도 두 사람의 검술 실력이 길버트 경 보다 우수하다는 소문은 어쩌면 사실인 듯했다. 때문에 두 사람과의 대화의 내용은 주로 무의 수련에 대해서였다.



최전방과 중계진에 있을 때는 초반을 제외하고 별달리 지휘나 보고를 듣지 않던 길버트 경이었다.

소대원들은 다른 소대에 비해 상당히 자유로웠다. 밤에 병사들이 하는 도박판도 훈련이나 생활에 지장만 주지 않는다면 별로 관여하지 않았다.

소대는 전체적으로 병사들의 자율에 맡겨져 있었다.


"자! 칼 경, 펠릭스 경, 그동안 두 사람에게는 별로 신경을 써 주지 못해서 미안하게 생각하네. 그래 두 사람 수련이나 생활을 하는데 별다른 애로사항은 없었나?"


드디어 차례는 칼과 펠릭스 두 사람에게로 왔다.

펠릭스와 칼이 처음 길버트 소대에 배속 받아 미들사이드 요새로 이동할 당시에는 서로 많은 대화를 나눴었다. 부대에 와서는 길버트 경의 바쁜 사정으로 잠시 소원해진 듯 해 섭섭해 했었으나 지금은 그 사정을 이해 할 수 있었다.

길버트 경이 바빴던 이유 중에 하나는 바로 펠릭스를 위한 구명운동 때문이었던 것이다.


먼저 칼이 대답했다.

"저는 별달리 문제가 없습니다. 새로 시작한 무의 수련은 아직 기초 단계라 문제없이 따라가고 있고 검술이나 오러의 수련은 얼마 전 안드레아 경의 도움으로 돌파구를 마련한 거 같습니다."

"흐음, 그거 다행이군. 그래 안드레아 경, 자네의 의견은?"

"뭐라고 따로 조언할게 없더군요. 칼 경은 정말 십여 년에 한명 나올까 말까한 재능입니다. 뭔가 계기만 제대로 생긴다면 제대하기 전에 엑스퍼트 중급에, 아니 어쩌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는 중급에 도달할거라고 봅니다."

"호오~ 재능이 뛰어난 줄은 알았지만 그 정도인가?"

"예. 가능하다면 제 주군에게 연락해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스카웃 해가고 싶을 정도입니다."

안드레아 경의 칭찬에 칼은 쑥스러운 듯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래 열심히 정진하게. 조만간 한번 점검해 보도록 하지. 그래 펠릭스 경은 어떠하던가?"

길버트는 우선 펠릭스를 가르쳤던 드비어스에게 눈길을 줬다.

"오러의 재능은 많이 미약합니다. 하지만 고램 조종이나 제식검술은 나름 괜찮습니다. 손재주나 몸을 쓰는 쪽에 제법 재능이 있는 듯 하니 꾸준히 제식검술에 집중하면 좀 오래 걸리더라도 중급에 도달 할 수도 있을 겁니다만···."

"왜? 다른 문제가 있나?"

"제가보기에 펠릭스 경의 문제는 타고난 재능보다는 마음이 여린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둠의 오러 문제도 그렇지만 먼저 마음을 다스리지 못한다면 엑스퍼트 중급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가?"

두 사람의 대화에 펠릭스는 칼과 달리 조금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듣고 있던 안드레아가 끼어들어 덧붙였다.

"제가 보기에 타고난 오러력은 약하지만 오러를 운용하는 감각은 제법이더군요. 그리고 서부 검술에 대한 기초도 어느 정도 있었습니다. 제식검술 말고 서부검술을 익혀보면 오히려 다음 단계로 올라가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더군요."

"흐음, 그래?"

두 사람의 대답에 길버트는 곤란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흥, 말도 안 되는 소리! 펠릭스 경의 지금보직은 고램 라이더인데 서부검술이라고? 펠릭스 경이 무슨 검술의 천재도 아니고 서부검술과 제식검술을 병행할 수야 없는 노릇 아닌가?"

안드레아의 의견에 드비어스가 강하게 반론을 제기했다.

"아! 물론 나도 라이더인 펠릭스 경이 제식검술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에는 자네 말에 공감하네. 하지만 그렇다고 서부검술을 익히지 못할 것도 없지 않나? 딱히 서부검술에 달인이 되라는 것도 아닌데. 아니지, 그것도 모를 일 아닌가? 펠릭스 경이 열심히 노력해서 언젠가 서부검술과 제식검술 모두에 달인이 되는 최초의 인물이 될지. 거기다 고램 라이더로서도 이름을 떨치고 말이야."

"헛소리!"

"그건 아니지. 드비어스, 자네는 너무 생각하는 게 딱딱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누가 알겠나? 안 그래?"

안드레아의 말에 드비어스는 잔뜩 인상을 쓰고 쳐다봤다. 반면 안드레아는 조용히 웃는 얼굴로 슬쩍 드비어스의 뜨거운 시선을 피했다.


이제는 슬슬 칼이나 펠릭스도 눈치를 채고 있었다. 두 사람의 분위기는 언제나 이랬던 것이다. 다른 소대원들도 딱히 긴장하지 않았다. 피셔는 또 시작이냐는 얼굴로 콧방귀를 뀌더니 고개를 돌리고 턱을 괴었다. 레논은 그저 작게 한숨을 쉬고는 먹던 음식에 집중했다.

"자, 자! 두 사람 그쯤하고. 그래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나?"

이제 사람들의 시선이 펠릭스에게로 향했다.

"저- 그렇지 않아도 마침 그 문제로 질문을 하고 싶은 게 있었습니다."

"응?"

의외의 펠릭스의 대답에 사람들의 펠릭스에게 주목하기 시작했다.


펠릭스는 사냥 나갔을 당시 느꼈던 점을 사람들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오러에 중점을 두고 서부검술과 제식검술, 두 검술의 장점을 합치거나 오러의 운용을 바꿔 사용할 수는 없는가에 대한 의문이었다.

"제 타고난 오러의 재능이 약하고 고램 조종에 집중해야 하는 점도 있으니 제식검술에 집중하되 서부검술도 배우면서 서부검술의 오러 운용법을 접합하면 어떨까합니다. 그리고 잘만 한다면 그 운용법을 제식검술에 도입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제식검술에는 서부검술처럼 오러에 대해 따로 수련법이 없지 않습니까?"

펠릭스의 말에 대답은 즉각 나왔다.

"안됐지만 기각하지!"

"예?"

"이봐 펠릭스 경, 그동안 얼마나 많은 검사들이 그런 생각을 했을 거 같아?"

"에덜라드나 다른 나라의 이름 있는 많은 검사들이 이미 그런 방법이 없을까하고 고민하지 않았을 거 같아? 지금의 검술들은 그런 사람들이 연구한 결과야. 그런데 펠릭스 경이 생각하는 그런 유형의 검술은 없잖아? 그 유명한 검사들도 결국 방법을 찾지 못했다는 뜻이야."

서로 대립하던 드비어스와 안드레아가 의외로 의견을 같이해서 반대를 표시했다.

"검술의 형과 오러의 운용은 둘이면서도 하나야. 제식 검술이나 다른 대부분의 검술에 따로 오러의 운용에 대한 세세한 수련법이 없는 이유는 검술의 형의 훈련 속에 그게 포함되어있기 때문이지. 지금의 각 검술의 오러 운용은 그 검술에 가장 적합한 형태가 굳어진 것이네."

"그래, 비록 제식검술의 오러의 운용법이 상세한 수준에는 서부검술에 미치지 못할지 모르지만 결코 수준이 낮은 오러 운용법은 아니야."

가만히 듣고 있던 길버트 경의 의견도 같았다.

"두 검술의 오러 운용법을 바꾸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어. 제식검술과 서부검술을 모두 배우는 건 반대하지 않겠지만 자네가 생각하는 그 방법은 나도 위험하다고 생각되는군. 그러니 그 생각은 고쳐먹게나."

"그렇습니까?"

다른 사람들의 말에 펠릭스는 살짝 실망한 듯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펠릭스 경, 어쩌다 그런 생각을 했나?"

"그게 사냥을 가서 단검에 오러를 주입해 쓸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문득 생각해보니 검은 그저 오러를 주입하는 도구에 불과하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유형의 검이나 검술, 무형의 오러, 육체라는 고정된 형태에도 우리는 오러를 다양한 형태로 조절하고 발출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검이나 검술도 오러를 운용하기 위한 단순한 도구일수 있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으음~"

"흐음~ 분명 아주 틀린 생각은 아니지만···."

펠릭스의 대답에 기사들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가만히 듣고만 있던 리차드슨 경이 펠릭스에게 물었다.

"펠릭스 경, 자네는 오러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이전에는 생명에너지라고 알고 있었는데 저 생각이 들고났더니 갑자기 다른 생각이 들더군요."

"어떤?"

"흔히 엑스퍼트가 되면 검에 마음을 담는다는 말을 듣잖습니까? 무의 수련에서 어둠의 오러를 다스리기 위해 집중하는 것은 의식, 즉 마음의 흐름이고. 제가 후기 훈련소에서 어둠의 오러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도 동료의 측은함을 느꼈던 덕이고. 엑스퍼트로 올라설 때 열쇠가 된 것도 우정이라는 마음이었고.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제 경우에 한정된 이야기 일 수도 있습니다만. 아무튼 그러니 오러는 마음이 아닐까요?"

펠릭스의 말에 모두들 말이 없었다. 다들 입을 다물고 깊은 생각에 빠져들었다.

한동안 그 상태가 지속되자 펠릭스는 슬그머니 불안한 생각이 들어 주변을 둘러봤다. 그때 레논이 반론을 하려고 입을 열었다.

"하지만 무의 수련은 오러의 수련과 관련이 없다고···."

그러나 레논의 말은 안드레아와 드비어스의 손에 의해 막혀버렸다.



마법과 달리 엑스퍼트로의 오러나 검술 훈련 체계는 표준화, 일반화 된 것이 없었다. 때문에 각 가문이나 검술 유파에 따라 제각각으로 정립되어 있었다.

그러나 나름 어느 정도 수준이 있는 검사라면 자신만의 검술에 대한 사상이나 이념 같은 형이상학적 부분에 체계를 세우게 마련이었다.

오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깨달음이나 오러에 대한 의미도 한번쯤은 고민하고 깊이 사색하지 않고서는 진정한 엑스퍼트 중급이라 하기 어려웠다.


소대의 기사 중 현재 칼과 펠릭스, 그리고 레논 세 사람만이 엑스퍼트 초급이었다. 나머지 기사들은 모두 엑스퍼트 중급이상이었다.


피셔와 레논은 지금은 하고 있지 않지만 예전에는 무의수련을 했던 이들이었다. 그리고 여기 있는 모두 한때 무의 수련을 하면서 길버트 경에게 방금 레논이 했던 그 이야기를 들었었다.

무의 수련은 오러의 수련과 관계없는 명상법이라고.


"어떻게 생각하나?"

길버트 경이 안드레아와 드비어스에게 물었다. 드비어스는 긍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안드레아는 잠시 더 생각하고는 입을 열었다.

"분명 서부 검술의 유파 중에도 그렇게 생각하는 유파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펠릭스 경의 말대로라면 어느 정도 납득이 가지 않습니까? 처음에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지만 아직도 저나 드비어스 경이 무의 수련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점이 말입니다."

"확실히 그렇군."

세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펠릭스가 조심스럽게 다시 물었다.

"저- 이번에도 제가 잘못 생각한 걸까요? 저는 제 경험을 나름 정리했던 것인데."

그러자 길버트 경을 비롯해 상석의 네 사람이 웃으며 펠릭스를 바라봤다.

"아니, 이번 생각은 훌륭해!"

"직접적인 관계는 좀 더 정리를 해 봐야겠지만 상당히 가능성이 있는 얘기라고 생각하네."

"그렇습니까?"

펠릭스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그러자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던 피셔가 테이블위로 올라설 듯 벌떡 일어섰다.

"잠깐만! 잠깐만! 그 말은 지금 무의 수련이 오러의 증진이나 수련에 도움이 된다는 얘깁니까?"

"아니, 그러니까 길버트 경이 말씀하시잖아. 둘의 직접적인 관계는 좀 더 지켜봐야 안다고···."

그러나 피셔는 이미 안드레아의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아악! 나는 무의 수련을 관둔지 오래됐단 말이야! 에스턴 병대장!"

피셔는 소리를 지르더니 병사들과 함께 앉아있는 에스턴 병대장을 찾아가서는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

"무의 수련 좀 다시 가르쳐 줘! 나 다시 배울래!"

그 모습을 보며 길버트 경과 다른 기사들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절래 절래 저었다.

"하여튼 못 말린다니까!"

칼은 피식 웃으며 펠릭스의 어깨를 감쌌다. 두 사람은 서로 마주보며 밝게 웃었다.


미들 사이드 요새에서의 첫날은 왠지 좋은 느낌으로 시작되고 있었다.


작가의말


약속 보다 또 하루 늦었습니다.

뭐라 사과의 말씀 드려야 할지....


저녁이나 새벽에 한편 더 올리도록 노력 해 보겠습니다.


부족한 글 봐 주시는 독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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