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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gster 님의 서재입니다.

펠릭스전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夢ster
작품등록일 :
2014.12.22 00:00
최근연재일 :
2016.12.28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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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4.02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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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쪽

258

DUMMY

258


부담스런 눈빛들이 펠릭스에게 집중되었다.

"자~"

병사들의 눈빛에 떠밀린 펠릭스는 침상으로 다가갔다.

맴피스 마법사는 뒤집어진 쇠로된 컵을 잡고 있었다. 또 한사람은 맴피스 마법사의 그 손을 누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 손을 잡은 채로 펠릭스를 바라봤다. 펠릭스는 두 사람과 주변 병사들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봤다.

그러자 병사들이 펠릭스를 재촉했다.

"어서요!"

"어쩌라는 겁니까? 설마 이걸로 두 사람의 손목이라도 자르라는 겁니까?"

펠릭스의 말에 침상 위의 두 사람을 비롯해 모여든 병사들은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모두 대기 숙소가 떠나가라 웃기 시작했다.

"으하하하하!"

"와하하하!"

"손목을 자르다뇨?"

"하여간 펠릭스 경은 순한 얼굴을 하고서 어울리지 않게 엄청난 말이나 행동을 서슴없이 하시는 군요. 하하하!"

"아닙니까? 하지만 지금 이건···."

"기사님도, 이런 일이 한두 번도 아니고. 그때마다 누군가의 손목을 잘랐다면 여기 병사들 중에 손목이 남아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하하!"

"하물며 소대 마법사인 맴피스씨의 손목을 이런 일로 자르다니. 큰일 날 소리죠. 하하하!"

"그렇습니까?"

펠릭스는 내심 안도의 숨을 내쉬며 등 뒤의 맴피스 마법사를 돌아봤다. 다들 펠릭스의 황당한 발언에 웃고 있음에도 맴피스 마법사의 얼굴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 펠릭스는 힐끗 스쳐 지나면서 그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

"그래, 그럼 저더러 이걸로 뭘 하라는 겁니까?"

펠릭스는 건네받은 라운드 대거를 들어 병사들에게 보이며 물었다.

"음, 아무래도 우리 신임 기사님은 도박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모양이군요."

펠릭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맴피스 마법사가 주사위에 뭔가 한 것 같습니다. 기사님이 오러로 주사위를 갈라서 확인해 주셨으면 해서요."

"아, 그렇습니까?"

펠릭스는 몸을 돌려 침상의 맴피스 마법사와 또 한사람을 바라봤다. 주사위는 두 사람이 맞잡고 있는 손아래 쇠로된 컵 속이었다.

"흠~ 이것 참."


펠릭스는 좀 전 맴피스 마법사의 표정을 살피며 이미 눈치를 챈 상황이었다. 맴피스 마법사의 반응으로 보건데 아마 병사들의 말대로 뭔가 부정한 수를 쓴 게 분명했다.

아마 이대로 병사들의 말대로 펠릭스가 주사위를 갈라보면 틀림없이 맴피스 마법사가 곤욕을 치를게 분명했다.


문제는 펠릭스의 입장이었다.

당장 막사 내에 지휘사관은 펠릭스 뿐이었다. 가능하면 누군가 피해를 입거나 감정이 상하는 일 없이 사건을 마무리 하고 싶었다.

거기다 펠릭스는 맴피스 마법사에게 빚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첫 고램 전투에서 맴피스 마법사의 통신이 없었다면 자신이 그렇게 용기를 내 앞으로 나서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면 아마 소대에 큰 피해를 입혔을 지도 몰랐다.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었던 것이다.


"큼! 알겠습니다. 일단 두 사람은 컵에서 손을 떼 보세요. 그리고 맴피스 마법사님은 잠시 저를 좀 보시죠."

상황을 파악하고 마음을 정한 펠릭스는 표정을 고쳐지었다. 그리고 일부러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살짝 오러도 실었다. 책임자의 입장에서 조금은 고압적으로 보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였다.

사람들은 펠릭스의 말에 순순히 따랐다


펠릭스는 맴피스 마법사만 한쪽 구석으로 조용히 데려갔다.

"만약 부정한 일이 있으면, 손목이 잘리는 게 아니라면, 어떻게 처리됩니까?"

펠릭스는 다른 병사들이 듣지 못하도록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

"음. 뭐, 심하지 않다면 보통은 판돈을 몰수당하고 한동안 판에 끼지 못하는 것 정도지."

"그 심하다는 정도는 어떻게 판단합니까?"

"판돈의 크기, 부정이 있었다면 그 수단의 종류나 정도 같은 걸로 판단하지."

"그럼 지금 걸려있는 판돈은 어느 정도 입니까?"

"음~ 그게 좀 많아. 거의 병사들 서넛의 한 달 월급에 가깝지."

"그렇습니까? 그럼 꽤 심한 정도이겠군요."

맴피스 마법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펠릭스는 다시 힐끗 침상의 판돈으로 쌓여있는 전표들을 돌아보았다.


병사들 서넛의 한 달 월급이라고 하지만 펠릭스의 입장에선 그리 큰돈이 아니었다. 입대한지 3개월이 지난 펠릭스와 칼도 석 달 치 월급이 나와 있었다. 그러나 판돈에 그 돈을 합쳐도 학창시절 펠릭스가 받아쓰던 한 달 용돈 쪽이 훨씬 많았다.

기사들의 월급이 병사들 월급보다 훨씬 많았음에도 그랬다.


전선에서는 돈 쓸 곳이 거의 없는 병사들이나 기사들이었다. 그러니 사실상 퇴역후의 퇴직금 같은 돈이었다. 그러나 대다수의 병사들은 이렇게 매번 한 달도 가기 전에 도박 등으로 탕진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그만큼 얼마 되지 않는 돈이었던 것이다.


"많이 잃었습니까?"

펠릭스는 잠시 뜸을 들인 후 맴피스 마법사를 빤히 보며 물었다.

"응? 뭐야? 자네도 나를 의심하는건가?"

"그런 얘기는 하지 않았습니다만."

"흥! 뭐든 할 테면 해 보게! 난 떳떳해!"

맴피스 마법사는 당당했다. 하지만 고개를 돌린 채 펠리스와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목소리도 크게 내지 못했다.

"휴~, 맴피스 씨,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맴피스 씨를 도와주려고 그러는 겁니다."

그 말에 맴피스는 살그머니 샛눈을 뜨고는 펠릭스를 쳐다봤다.

"판돈이야 아쉽겠지만 결국 버티면 더 불리해지는 건 맴피스 씹니다. 생각해 보세요."

펠릭스는 일부러 대거에 오러를 살짝 씌워 흔들어 보였다.

"저도 어떻게든 무마해 드리고 싶지만 당장 아무 방법도 떠오르지를 않는단 말입니다. 이대로 자꾸만 시간이 가면 결국 다른 병사들이 시키는 대로 저도 손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아니면 결국 소대 분위기를 해칠 겁니다. 이대로 가면 싸움이 날 수도 있다는 거 잘 아시잖습니까? 그러면 저도 길버트 경이나 리차드슨 경에게 보고를 해야 되고 그랬다간 진짜로 소대에 도박 금지 명령이, 그것도 영구히 내려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여기서 그냥 물러나시는 게 어떻습니까? 저까짓 거 다음에 다시 따면 되잖습니까?"

"나도 그랬으면 좋겠지만···."

펠릭스의 협박성 간언에도 맴피스 마법사는 쉽게 포기하지 못했다.

"저기 판돈에 걸려있는 돈이 내 이 번달 마지막 월급이라고."

"예? 그 돈을 벌써 다 썼단 말입니까? 고작 2주 만에요?"

펠릭스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맴피스를 쳐다봤다. 그나마 기사들 보다 수가 적은 마법사들의 월급이 훨씬 더 많았던 것이다.


펠릭스는 다시 판돈이 있는 침상 위를 한번 본 후 잠시 생각하다가 맴피스 마법사를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역시 포기하라는 뜻이었다.

"휴~ 하는 수 없지···."

결국 맴피스도 별 수가 없었던지 포기하고는 고개를 떨어트렸다.

"젠장! 알았네! 내가 진 걸로 하지! 마음대로 해!"

맴피스가 잔뜩 토라져서는 소리쳤다. 그러자 맴피스 마법사의 손을 잡고 버텼던 병사가 소리를 질렀다.

"예~!!"

"와하하하!"

남자가 판돈을 챙기자 분위기가 겨우 풀렸다. 그제야 다시 소대 막사에 웃음이 돌아왔다.


펠릭스는 라운드 대거를 다시 병사에게 돌려줬다. 그동안 방금 판돈을 쓸어 모은 병사는 다시 주사위 판을 벌렸다.

"자! 걸어! 다들 걸어보라고!"

다시 도박판 분위기가 타오르기 시작했다.


펠릭스는 사관실로 돌아가려다 주사위판 앞에 잠시 멈췄다. 사관실문 옆에는 잔뜩 삐져 입이 한발이나 나온 맴피스 마법사가 팔짱을 끼고 주사위판을 응시하고 있었다.

"더 걸사람 없어? 이제 없는 거야?"

펠릭스는 문득 자신의 손에 쥐어져있는 책을 바라봤다. 방금 사관실에서 '남부 몬스터 도감'을 그대로 들고 나왔던 것이었다.

"혹시 판돈에 현물도 됩니까?"

"엥? 그야 되기는 됩니다만, 어떤 물건이냐에 달렸지요."

"그렇습니까?"

대답을 듣자 펠릭스는 '남부 몬스터 도감'을 판돈이 쌓여있는 곳에 내려놓았다.

"응? 뭐야? 책이잖아?"

"이게 돈이 되려나?"

"글쎄? 우리가 가져봐야 글도 모르는데."

"잠시만, 이거 안에 그림이 많은데?"

판돈위에 내려놓은 책에 사람들의 관심이 몰렸다.

"아마 은화 한 닢 값어치는 될 겁니다."

"으 은화?"

펠릭스의 말에 사람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하지만 여기는 보시다시피 글을 읽을 줄 아는 사람도 별로 없고, 그러니 그 값어치 그대로 쳐 드리긴 어렵습니다만."

그 대답에 펠릭스는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었다. 가격을 후려쳐서 깎아내리려는 심산이었다.


새로운 책의 출판이 멈춘 지 오래된 에덜라드였다. 읽는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오히려 그 점 때문에 희소성이 있었다. 책을 모으는 귀족들에게 가져가면 본래 가격보다 훨씬 높은 값을 받을 수 있는 게 책이었다.

거기다 에이드리안의 말대로라면 '남부 몬스터 도감'은 가장 최근에 에덜라드에서 발행된 최신 서적이었다. 기존의 책들과 달리 도판이 절반이라 꽤나 화려했다. 반대로 말하자면 만드는 입장에선 상당히 고생해서 만들었다는 뜻이었다. 즉 만들어진 부수가 많지 않았다.

펠릭스도 형인 에이드리안의 심부름으로 책을 구하면서 꽤 고생을 했었던 것이다. 구매자만 잘 만나면 원 가격에 배는 받을 수 있었다.

"뭐, 어쩔 수 없지요. 당장 여기서 팔수도 없을 테니."

펠릭스는 쓰게 웃으며 포기했다. 어차피 그동안 제대로 읽지도 못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자, 동의 하셨으니, 그러면 여기로 오슈!"

주사위판의 남자들이 자리를 비워 펠릭스를 불렀다. 그러나 펠릭스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저는 도박을 할 줄 모릅니다. 그러니 저 대신···."

펠릭스는 사관실문 옆에 있던 맴피스 마법사를 쳐다보며 고갯짓으로 불렀다.

"응?"

"어? 이래도 되는 건가?"

남자들은 살짝 당황하는 표정들이었다. 아무리 도박판이었지만 나름 규칙이 있었다. 부정행위를 인정한 맴피스를 바로 도박판에 끼워주기가 뭣했던 것이다.

"아니면 그 판돈은 없던 걸로 할 수밖에요."

펠릭스가 책을 도로 회수하려하자 남자들은 서둘러 책을 막아섰다.

"아니! 아니! 안 될 거 없지! 안 그런가?"

"그 그럼! 맴피스씨가 무슨 부정행위를 저질렀는지 확실히 확인해 본 것도 아니고 말이야!"

"그렇지! 암! 되고말고!"

사람들의 반응에 펠릭스는 속으로 웃었다. 1실버는 평민들이나 서민들에게 상당히 큰돈이었던 것이다.

"자! 맴피스씨! 오시오!"

주사위판의 남자들이 맴피스를 손짓해 불렀다.


다가온 맴피스가 펠릭스를 보며 의아해하며 물었다.

"정말 내가 해도 괜찮은가? 질지도 모르는데?"

"예! 잃으셔도 됩니다!"

"왜?"

"말했잖습니까? 돕고 싶다고."

"하지만 이유가 뭔가?"

"음~ 이렇게 하죠. 이기시면 알려드리죠!"

펠릭스의 말에 맴피스는 씩 웃었다. 이것도 하나의 도박으로 받아드린 모양이었다.

"좋아! 어디 해 보자고!"

맴피스는 팔을 걷어붙이고는 침상으로 다시 올라갔다. 맴피스와 교대한 펠릭스는 사관실벽으로 가려다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돌아서서 말했다.

"아! 맴피스씨!"

"응? 왜!"

"속임수는 없이 하시는 겁니다."

"흐흐흐! 그렇게 하지!"

말을 마친 펠릭스는 맴피스 마법사가 팔짱을 끼고 있던 벽으로 가 같은 자세로 팔짱을 끼고는 벽에 기대에 섰다.


"자! 그럼 어디 다시 해보자고!"

"헹~ 맴피스씨, 요즘은 아무래도 운이 바닥난 거 같던데 괜히 무리하지 않는 게 어떻겠습니까?"

"어림없는 소리! 두고 봐! 오늘 자네들 주머니를 몽땅 털어줄 테니!"

"하하! 그래, 어디 두고 봅시다."

소대 막사의 사람들이 구경을 하기위해 모두 몰려들었다. 주사위들이 쇠 컵 속으로 들어갔다.

막 게임이 시작되려는 순간이었다.

"어라? 이게 웬 책인가?"

갑자기 인파를 헤치고 판돈위의 책으로 손이 불쑥 나타났다.

"남부 몬스터 도감이라···. 설마 자네들이 갑자기 글을 읽을 줄 알게 된 건 아닐 테고. 맴피스 마법사, 자네 책인가?"

"어? 대 대장!"

나타난 사람은 길버트 경이었다.

"아니, 저기 그게 맞다고 해야 할지 아니라고 해야 할지···."

맴피스는 펠릭스 쪽을 힐끗 쳐다봤다. 길버트 경도 맴피스의 시선을 따라 펠릭스를 힐끗 쳐다봤다.

"흠~ 그래? 아무튼 판돈이란 말이지?"

"예!"

"알겠네. 그런데 내가 가져가서 좀 보고 있어도 되겠지?"

길버트 경은 주사위판의 좌중을 슥 둘러보며 물었다.

"그럼요! 물론입니다!"

"고맙네! 그럼 게임의 승자는 나중에 책을 찾으러 오게나."

"예!"

길버트 경은 책을 들고는 사관실문으로 향했다. 그러다 책을 살짝 들어 옆에 서있던 펠릭스에게도 허락을 구했다. 펠릭스는 허가 겸 인사로 고개를 끄덕였다.

문을 닫고 들어가려던 길버트 경이 갑자기 다시 나오더니 소대원들에게 말했다.

"아! 너무 늦게 까진 하지 말게! 그리고 목소리들 좀 낮추라고! 밖에까지 다 들려!"

"하하! 예! 대장님!"


길버트 경이 사관실로 들어가고 나서야 판이 시작되었다. 세 개의 주사위를 가지고 하는 놀이였다. 무언가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수도 있는 것 같았지만 대충 보기에 작은 숫자가 나오는 쪽이 이기는 게임으로 보였다.


몇 번 순번이 돌자 결국 최후에 남은 것은 또다시 맴피스 마법사와 맴피스 마법사의 속임수를 간파했던 예의 그 병사였다.

"이번에는 어림없을 걸세!"

"글쎄요. 기술을 쓰지 않으면 맴피스씨가 저한테 몇 번이나 졌는지 벌써 잊으신 건 아니시죠?"

두 사람의 눈빛이 부딪혔다. 주변에는 어느새 병사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펠릭스의 책 때문에 소대 최대의 판돈이 걸린 한판이 된 탓이었다.

"자 그럼!"

'땡그렁!'

남자가 먼저 나섰다. 주사위를 넣고 컵을 바닥에 대고 돌리자 요란한 소리가 났다.

'촤라락~'

이윽고 남자가 컵을 들어 올리자 주사위 세 개가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회전했다.

"자~ 나와라! 삼! 삼! 삼!"

남자가 목소리에 힘을 주어 외쳤다. 좀 전에 목소리 좀 낮추라던 길버트 경의 주의는 이미 잊어먹은 지 오래였다.

"1, 2, 4, 7이다! 와하하!"

"오~ 이겼네. 이겼어!"

남자의 뒤에 서있던 병사들이 환호하기 시작했다. 세 개의 주사위로 하는 놀이였다. 10이하의 숫자가 나올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았다. 7이면 상당히 낮은 숫자였다.

"흥! 그 정도로 안심하긴 이르지!"

이번에는 맴피스가 나섰다. 맴피스가 컵을 들어 주사위를 모아들이자 모두의 눈이 맴피스의 손목으로 향했다. 혹시 이번에도 나쁜 기술을 쓸까봐 감시하려는 목적이었다.

"자! 간다!"

'땡그렁~'

다시 주사위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돌기 시작했다.

"자! 삼! 삼! 삼!"

맴피스도 주문을 외듯 삼을 외쳤다. 세 개의 주사위로 하는 놀이에서 나올 수 있는 가장 작은 숫자였다.

'챠라락~'

맴피스가 컵을 들자 이번에도 주사위들이 제자리에서 회전하기 시작했다.

"1, 2, 3, 그렇지! 스트레이트 6이다!!"

숫자를 확인하자 맴피스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주먹으로 허공을 쳤다.

"와~ 맴피스씨가 이겼어!"

"와하하!"

"그렇지! 바로 이거야! 어때!"

맴피스는 상대를 내려다보며 신나게 고함을 질렀다. 상대는 듣기 싫다는 표정으로 귀를 막고 고개를 돌려버렸다.

펠릭스는 행여나 길버트 경이 나올까봐 걱정이되 문 쪽을 바라봤으나 다행이 사관실은 조용했다.


한바탕 광란의 판이 끝나자 사람들은 다시 삼삼오오 자리를 잡고 새로 판을 벌렸다. 하지만 주사위판은 이것으로 마지막이었다. 판돈을 잔뜩 챙긴 맴피스는 싱글벙글 웃으며 펠릭스에게 다가왔다.

"어때? 내 실력이!"

"축하합니다."

"하하하! 이게 다 자네 덕이야! 요 며칠 운이 영 없었는데 자네가 그 책을 판돈으로 걸면서 내 운이 살아난 거야!"

"그렇습니까? 그거 다행이군요."

"그래서 말인데 자! 받게나."

"뭡니까?"

"자네 몫이야! 자네 덕에 다시 판에도 끼고 땄으니 절반은 자네 몫이지!"

"하하! 아뇨. 됐습니다. 맴피스씨 다 가지세요."

펠릭스는 피식 웃으며 거절했다.

"정말인가? 그래도 되겠나?"

"예."

"나중에 딴말하기 없기야! 달라고 해도 난 안줄 거야!"

"예!"

맴피스는 두 번 세 번 펠릭스에게 다짐을 받았다.


"자! 그건 그렇고 이제 자네 차례네!"

"뭘 말입니까?"

"이유! 내가 이기면 날 도와준 이유를 말해 준다며? 이래봬도 빚은 지지 않는 성격이야!"

"그렇습니까?"


맴피스 마법사의 끈질긴 질문에 펠릭스는 결국 설명을 해 주었다. 첫 전투에서 무사할 수 있었던 것은 맴피스 마법사의 통신 덕분이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하하! 난 또, 뭐라고."

"하지만 정말 고마웠습니다."

"아니, 오히려 여기 있는 모두가 고마워해야지. 그때 자네가 뚫렸다면 잘못했으면 우리 모두 전멸했을 수도 있어. 물론 별일 없었을 가능성도 있었겠지만. 사실 새로 온 고램 라이더들은 어떻게든 한번은 실수를 하거든. 보통 첫 전투에서 어이없는 실수를 하는 경우가 많지. 레논의 경우도 고램을 타고 벌인 첫 전투에서 황당한 실수를 저지른 경력이 있고 말이야."

"그렇습니까?"

펠릭스는 구태여 레논의 실수가 무엇인지 묻지 않았다. 그 결과 토했다는 이야기를 피셔 경이 놀리듯 하던 것을 들었던 것이다.


"그렇지! 나도 빚을 지고 그냥 있을 수는 없지. 어때? 자네 나한테서 도박을 배워보지 않겠나?"

"예?"

뜬금없는 맴피스의 제안에 펠릭스는 황당하게 쳐다보다 고개를 저었다.

"하하! 아뇨! 됐습니다. 전 도박은 정말 관심 없습니다."

"어허! 그러지 말고. 자네 친구는 꽤 관심이 있어 보이던데 말이야."

"예. 뭐 칼이야 어떨지 모르지만 전 도박은 별로군요."

"흠~ 귀족들은 다 어느 정도 도박을 하는 줄 알았는데 희한하군 그래."

"저야 귀족이 아니라··· 서자니까요."

펠릭스는 '버림받은'이라는 단어를 넣으려다 그대로 삼켰다. 그러나 펠릭스의 표정에는 그대로 나타나 보였다.

이제는 소대원들 모두 펠릭스의 사정을 알고 있었다. 측은하게 쳐다보던 맴피스가 갑자기 큰소리로 말했다.

"흠~ 좋았어! 그럼 도박대신 내가 재미있는 걸 알려주지!"

"예? 재미있는 거라뇨?"

"자 보게!"

맴피스는 갑자기 양손을 들어 펴보였다. 손바닥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것도 없지?"

"예."

펠릭스가 대답하자 맴피스는 손을 한번 쥐었다가 폈다. 그러자 양 손의 집게손가락과 중지 사이에 주사위가 하나씩 끼어있었다.

"엇? 대체 어디서 나타난 겁니까?"

그러나 맴피스는 그저 웃어보였다.

맴피스가 다시 손바닥을 한번 쥐었다가 피자 이번에는 중지와 약지 사이에 또 다른 주사위가 나타났다. 다시 한 번 하자 약지와 새끼손가락 사이에까지, 한쪽에 3개씩 총 6개의 주사위가 양 손가락 사이에 끼어있었다.

"오~ 대단하시군요. 마법사시면서 마술도 하시는 겁니까?"

"후후! 별거 아닌 손재주지. 하지만 가끔 유용하거든."

펠릭스는 손뼉을 치며 감탄했다.

"자! 받아보게나!"

"예? 엇!"

맴피스는 각 손의 주사위를 하나씩 펠릭스에게 던졌다. 펠릭스는 양손에 하나씩 주사위를 쥐었다.

"어때? 뭔가 다른 게 느껴지나?"

"글쎄요? 둘 다 그냥 주사위 아닌가요?"

가만히 주사위를 만지던 펠릭스는 갑자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가만, 이건?"

펠릭스는 왼손에 받아든 주사위를 가만히 들어올렸다.

"과연, 기사라 그런가? 감이 좋군! 그게 오늘 사건의 원인이라네. 어때 알아보겠나?"

"예? 이게요?"

맴피스의 말에 펠릭스는 주사위를 가만히 살펴봤다.

겉보기에는 양손의 주사위는 별 차이가 없었다. 다만 왼손의 주사위에서는 움직일 때마다 뭔가 미묘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가만히 살펴보니 모서리가 깎인 모양도 두 주사위가 약간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미묘한 느낌의 주사위는 모서리가 약간 둥글게 깎여 있었던 것이다.

"알아차린 모양이군. 그 주사위 속에는 수은이 들어가 있다네. 사기 도박사들이 몰래 쓰는 주사위이지. 연습만 하면 원하는 숫자를 마음대로 뽑아낼 수 있거든."

"아하! 그래서 주사위를 갈라보라고 저한테 그런 거였군요."

그제야 펠릭스는 소동의 원인을 알아차렸다.

아마도 맴피스 마법사가 방금 전의 그 화려한 손기술로 자신의 주사위를 바꿔치기 했으리라. 그러다 들통이 났던 모양이었다.


맴피스는 펠릭스에게서 주사위를 돌려받았다. 그리고는 펠릭스를 데리고 침상 구석으로 가서 마주 앉았다.

"방금 주사위게임을 봤지?"

"예."

"룰을 알겠던가?"

"음~ 작은 수가 나오면 유리한 거 아닌가요?"

"그래 일단은 그렇지. 그러면 방금 주사위 게임에서 나올 수 있는 가장 작은 수는 몇이겠나?"

"그야 3이잖습니까?"

펠릭스는 별걸 다 물어본다는 듯 대답했다. 그러자 맴피스는 품에서 쇠 컵을 꺼내고는 수은 주사위를 던져 넣었다.

"확실한가?"

"맴피스씨도. 주사위 세 개에 가장 작은 눈이 모이면 삼이지 다른 게 있습니까?"

펠릭스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그러나 맴피스는 상당히 진지한 표정이었다.

"나는 지금부터 속임수를 써서 이 주사위로 뽑을 수 있는 가장 작은 수를 뽑을 거야. 그 숫자가 삼이라는데 자네는 무얼 걸 수 있겠나?"

"걸 다뇨?"

"만약에 내기를 한다면 말일세."

"글쎄요?"

"목숨을 걸라면 걸겠나?"

"예?!"

펠릭스는 무슨 소리냐는 듯 놀라서 맴피스를 쳐다봤다.

맴피스는 방금 전까지 웃던 표정이 아니었다. 진지하다 못해 상당히 차가운 표정이었다.

'챠라랑~'

어느새 두 사람 사이에서 주사위를 넣은 컵이 돌고 있었다.

"삼이라고?"

"예."

"다시 묻지. 이 주사위들의 최소 숫자가 삼이라는데 자네의 목숨을, 아니 전부를 걸 수 있겠나?"

"어, 그게···."

맴피스의 어투는 장난이 아니었다. 펠릭스는 쉽게 답을 할 수가 없었다.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맴피스 마법사의 갑자기 차갑게 변한 태도며 행동에 자신의 결정이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자! 시간이 없네. 어서!"

맴피스가 거칠게 펠릭스의 답변을 재촉했다. 그러나 펠릭스는 마른침만 꼴깍 삼킬 뿐이었다.


작가의말


끊기가 애매하네요.

토요일에는 올라갈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군요.


도서관에 콘센트 자리가 남아 있으면 좋을텐데...


부족한 글 계속 읽어 주시는 독자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 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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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릭스전기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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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7 276 +16 16.06.16 4,058 133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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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5 274 +16 16.06.11 4,170 148 20쪽
274 273 레드숄더. +22 16.06.02 4,799 129 25쪽
273 272 +32 16.05.31 4,452 137 34쪽
272 271 +30 16.05.23 4,771 136 36쪽
271 270 +18 16.05.14 4,524 128 25쪽
270 269 +30 16.05.11 4,579 124 28쪽
269 268 +22 16.05.07 4,458 135 22쪽
268 267 +22 16.05.02 4,286 143 21쪽
267 266 +18 16.05.01 4,328 149 19쪽
266 265 스승과 가족. +14 16.04.29 4,451 141 17쪽
265 264 +14 16.04.23 4,098 150 19쪽
264 263 +12 16.04.22 3,980 147 17쪽
263 262 +16 16.04.18 4,187 154 26쪽
262 261 +26 16.04.13 4,276 157 38쪽
261 260 +14 16.04.08 4,244 144 17쪽
260 259 +12 16.04.07 4,299 155 27쪽
» 258 +20 16.04.02 4,380 142 22쪽
258 257 오명과 명성. +14 16.04.01 4,635 139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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