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mongster 님의 서재입니다.

펠릭스전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夢ster
작품등록일 :
2014.12.22 00:00
최근연재일 :
2016.12.28 16:59
연재수 :
292 회
조회수 :
2,567,395
추천수 :
63,526
글자수 :
1,813,839

작성
16.04.07 03:23
조회
4,298
추천
155
글자
27쪽

259

DUMMY

259


'척!'

맴피스 마법사의 손이 멈췄다.

"여기까지! 시간 종료!"

맴피스는 컵에서 손을 떼며 펠릭스를 바라봤다. 펠릭스는 결국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맴피스 마법사의 얼굴에는 옅은 미소가 돌아와 있었다.

"자네도 결국 전형적인 동부인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군."

"예? 동부인의 틀 요?"

맴피스는 손을 들어 컵을 가리켰다. 펠릭스에게 직접 열어보라는 뜻이었다. 펠릭스는 살짝 망설이다 조심조심 컵을 들었다.

"아~ 역시···. 그냥 삼이었군요."

펠릭스는 허탈한 한숨을 쉬었다. 주사위의 눈알은 세 개가 각각 1인 그냥 삼이었던 것이다.

"그럼, 뭐겠나? 돌리기 전에 미리 말하지 않았었나?"

맴피스는 씩 웃으며 다시 주사위와 컵을 챙겼다. 그리곤 다시 주사위를 돌리기 시작했다.

"자네를 포함해서 내가 지금까지 만나본 동부인은 같은 듯 다른 두 부류의 성격을 가지고 있더군. 난 그 두 부류를 각각 위험한 폭군, 황당한 몽상가라고 부르지."

"위험한 폭군? 황당한 몽상가? 같은 듯 다르다? 무슨 얘깁니까?"

"예를 들자면 지금 같은 불확실한 상황에 당면하면 말이야. 동부인들은 대부분 바로 답을 하질 못하더군. 자네처럼 우물쭈물 우유부단한 성격을 드러내거나 아니면 그냥 말없이 입을 다물고 혼자 생각에 잠겨버리지."

"그게 같은 점이란 말입니까?"

"적어도 생각을 오래 한다는 점에서는 말이지. 신중하다면 신중하다고 하겠지만 쓸데없이 고민을 많이 한다고 볼 수도 있고."

펠릭스는 잠시 방금 자신의 태도를 떠올렸다. 확실히 자신이 즉답을 하지 못하고 망설인 것은 사실이었다.

"그럼 위험한 폭군이니 몽상가는 뭡니까? 그리고 저는 어느 쪽이죠?"

"그게 말이야···. 나도 그 점이 애매하단 말이야. 자네가 고램 전투에서 보여준 행동이나 좀 전에 문제를 해결한 방식을 보자면 전자 같기도 하고, 내 사기놀음에 놀아나는 걸 보면 후자 같기도 하단 말이지. 어쩌면 어느 쪽인지 아직 자신도 정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고 말이야."

"저도 정하지 못했다니, 아니 맴피스씨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그 두 부류의 사람을 구분하는 겁니까?"

"당연히 그 사람이 생각한 후에 하는 행동을 보고서지. 두 부류 다 남들이 생각하지 않은 방향으로 움직이거든. 예를 들면 위험한 폭군은 극단적으로 자기중심적이고 폭력적이지. 고심 끝에 내 놓는 결론들도 하나같이 과격하거든. 반면 황당한 몽상가는 그야말로 엉뚱하네. 어쩔 때는 이제까지 사람들이 전혀 생각지도 못한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하지만 어쩔 때는 어처구니없는 바보 같은 결론을 내린단 말이야."

"바보 같다니, 설마 저보고 그러시는 건 이겠죠? 제가 그 두 번째 전투에서 그런 행동을 한 것은···."

펠릭스는 바보 같은 결론이란 맴피스의 말에 자신의 두 번째 고램 전투를 떠올렸다. 그 전투의 결과 때문에 길버트 경의 고램 소대는 철부지 도련님 소대라는 별명을 얻었다. 때문에 맴피스가 자신을 놀리려고 꺼낸 말인 줄 알았다. 그러나 그런 건 아닌 모양이었다.

"아~ 아! 알아! 알고 있네! 어둠의 오러의 영향이란 말이지? 자네가 벌을 받을 동안 나도 들었네. 그렇지 않아도 그때 길버트 경과 리차드슨 경 그리고 에스턴 병대장이 며칠간 꽤 걱정하며 그 문제를 토론 했었네. 앞으로의 훈련 방향이라던 지 말이야."

"그랬습니까?"

발끈 하려던 펠릭스는 그 소리에 슬그머니 목소리를 낮췄다. 괜스레 미안한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이건 말이야."

맴피스는 다시 주사위가 든 쇠 컵을 돌리다 멈췄다. 이번에는 모든 주사위가 6을 가리키고 있었다.

"얼핏 보면 신기해 보이지만 별로 대단한 기술이 아니야. 그리고 방금 우리가 한 내기도 그렇게 심사숙고해야 할 만큼 중요한 게 아니야. 그런데 자네가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그렇게 고민한 이유가 뭘까?"

"그야 갑자기 목숨이니 전부를 걸라고 하니 그렇지 않습니까?"

"그렇지. 그게 바로 도박의 첫 번째 비결이야. 블러핑! 최대한 허풍을 떠는 거지. 그러면서 상대에게 부담을 주는 거야. 판돈이 크면 클수록, 부담이 크면 클수록, 상대는 점점 더 이성을 잃고 결정하기를 망설이게 되지. 그러면 머릿속에서 어느새 의심이 자라기 시작하는 거야. 방금 자네처럼 말이야."

"흐음~"

"생각해보게. 나올 수가 뻔 하잖은가? 그리고 설령 자네가 틀렸다한들 정식으로 자네 목숨을 건 것도 아니고 말이야. 그리고 설마 내가 정말로 자네 목을 자르기라도 하겠나? 또 그렇더라도 내가 무슨 수로 자네 같은 기사를 쓰러트리겠나? 안 그런가? 하하하!"

"하긴 그렇긴 하군요···. 하하."

대답을 하면서 펠릭스는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이곳으로 오면서 레논이 했던 말이 생각났던 것이다. 맴피스는 수틀리면 사기에다가 궁지에 몰리면 마법을 써서라도 판을 뒤엎어 버린다는 얘기를 벌써 들었던 것이다.

"방금 내기는 자네의 그 아직은 알 수 없는 동부 특유의 우유부단함?에 한번 걸어본 것뿐이라네."

"흐음~ 왠지 당한 거 같아서 분한걸요?"

"하하! 그렇지? 그게 도박의 두 번째 비결이라네. 항상 당한 상대가 분해하며 본전 생각이 나게 할 것! 그러니 당하지 않으려면 자신도 알아야하지 않겠나? 어때? 아직도 배워볼 생각 없나?"

"으음~"

맴피스는 다시 자신의 주사위와 컵을 내밀었다. 펠릭스는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팔짱을 낀 채로 망설였다.

"자! 자! 딱히 자네더러 도박을 하라는 게 아니야. 방금 내 기술을 봤잖은가? 그냥 마술 배우는 셈 치고 한번 해보게나."

"마술이라···."

펠릭스는 마지못해 맴피스가 내민 주사위와 컵을 받았다.

"그래, 나도 아무에게나 권하지는 않아. 자네 덕에 돈도 따고 했으니 빚 갚는 셈 치고 하는 거야. 그러니 그냥 재미삼아서 오늘만 한번 해보게나."

"그럼 그냥 재미삼아서 한번만···."

맴피스는 펠릭스가 주사위와 컵을 받아들자 씩 웃었다. 그리고는 곧 아주 친절하고 자세하게 수은이 들어간 주사위를 굴리는 법을 가르쳐주기 시작했다.

"그렇지. 처음 주사위를 넣을 때는 방향에 주의하고. 주사위 안의 수은은 반 액체니까 원심력을 이용하는 거야. 그렇지. 오~ 자네 손재주가 좋은걸? 과연 고램 조종 실력이 뛰어나다고 하더니 헛말이 아니었어? 허허허!"


맴피스는 연신 펠릭스를 칭찬하며 자꾸만 다시 굴려보라고 부추겼다. 그 모습을 뒤에서 슬쩍 살펴보던 다른 소대원들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휴~ 이렇게 또 신입 도박꾼이 늘어나는군."

"맴피스씨도 참. 매년 신입이 올 때마다 저렇게 슬금슬금 꼬드기니···."

"펠릭스 경도 불쌍하게도 참."

"자네도 남 말할 처지가 아니지 않은가? 신병들 올 때마다 같이 꾀고서는."

"아, 저도 여기 처음 왔을 때 맴피스 씨에게 당했었단 말입니다! 본전은 따고 나가야죠!"

"끌끌끌, 다들 그렇게 잃은 돈 핑계로 호구를 끌어들이려고만 하니···."

카드를 하고 있던 병사들은 잠시 펠릭스에게 동정의 눈빛을 보냈다.

"이크! 쉿~ 자! 저쪽은 알아서 하겠죠! 다들 신경 끄고, 우린 패나 돌립시다."

병사들은 서둘러 맴피스 마법사와 펠릭스에게서 눈을 돌렸다.

사람들의 목소리가 커지자 맴피스가 매서운 눈빛으로 노려보며 주의를 준 것이다. 거기다 슬그머니 등 뒤로 돌린 맴피스의 손은 마나로 빛나고 있었다.

조용히 하라는 말없는 협박이었던 것이다.




한참 연습을 한 후였다. 맴피스는 여전히 펠릭스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야~ 자네 정말 재능이 있어! 어때? 이참에 한번 제대로 해 보는 게?"

"예? 맴피스씨도 참! 그냥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하하!"

"아니야! 입에 발린 칭찬이 아닐세. 이건 정말 1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재주야!"

맴피스의 말은 헛말이 아닌 듯했다. 아닌 게 아니라 펠릭스도 은근 재미를 붙이고 있었다. 처음 몇 번 요령을 익히자 제법 원하는 숫자를 마음대로 뽑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수은이 들어간 사기 주사위라지만 펠릭스 자신이 생각해도 신기할 정도였다.

"어때? 다음번엔 이 정상인 주사위로 한번 해 보는 건?"

"글쎄요? 그럴까요? 그럼."

펠릭스가 망설임 없이 주사위를 받아들자 맴피스는 기뻐하며 얼른 주사위를 넘겼다.


그렇게 한참 주사위에 빠져있던 두 사람이 다른 곳으로 주의를 돌린 것은 잠시 뒤였다.

대기소 문이 열리며 피셔와 엔필드가 같이 들어왔다. 피셔는 들어오자마자 목소리를 높였다.

"이보게 엔필드!"

피셔는 엔필드를 뒤따라가며 애원조로 말했다.

"이번 한번만 봐 주게나! 제발!"

그러나 엔필드는 반응이 없었다.

아마도 중계진의 저격타워 어디서 경계근무를 마치고 온 듯 했다. 성큼성큼 자신의 자리로 찾아가더니 신발을 벗었다. 그리곤 침상에 올라가 활과 화살통을 내려놓고는 자리를 펴고 그냥 눈을 감고 누워버렸다.

그럼에도 피셔는 옆으로 가 앉더니 낮은 목소리로 달래듯 무언가 엔필드에게 계속해서 애원했다.


기사 계급인 피셔가 일반 병사에게 상당히 이례적인 저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엔필드는 반응이 없었다. 나머지 병사들은 언제나 있는 일이라는 듯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원래 책임자로 소대에 남아있었어야 할 피셔였다. 피셔가 자리를 마음대로 뜨는 바람에 괜히 도박중재 소동에 휘말린 펠릭스는 속으로 불만이었다.

하지만 저자세로 애처롭게 부탁하는 피셔의 모습을 보자니 어느새 그 마음도 사그라져 버렸다.


궁금해진 펠릭스가 맴피스에게 물었다.

"왜 저러는 겁니까?"

"흐흐, 뻔 하지. 고기 때문이지 고기."

"고기라뇨?"

"자네도 전선에서 먹었잖아? 피셔가 주방에서 훔쳐온 고기. 빼온 건 다시 채워 넣어야 하는 게 규칙 아니겠어?"

"그러니까 엔필드씨에게 사냥을 가자고 부탁하는 겁니까?"

"그래, 매번 저런다네. 피셔는 사냥은 영 젬병이거든? 반면 엔필드는 산에 대해서나 사냥 솜씨만큼은 최고니 말이야."

"흐음~"

펠릭스는 잠시 손을 멈추고 두 사람을 바라봤다.


펠릭스도 경계를 서면서 서쪽 익시투스 산맥으로 사냥을 가는 사람들을 제법 보았었다. 식량 조달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당연히 정식으로 허가를 받고 떠나야 했던 것이다.


대여섯으로 구성된 각 소대의 사수들이 이삼일 사냥을 떠났다가 돌아오는 것이었다. 이들은 때로는 큰 사냥물을 잡아올 때도 있었지만 고작 토끼 같은 것을 몇 마리 잡아오거나 빈손으로 오는 경우도 있었다.


사냥뿐만이 아니었다. 중계진 남쪽에는 밭도 있었다. 병사들 대부분이 농노들이나 평민 출신들이었다. 당연히 전쟁보다는 논밭을 가꾸고 사냥을 하거나 가축을 기르는 일에 능숙했기에 수확이 상당히 괜찮았다.


이 모든 게 전쟁이 길어지면서 생긴 폐해이자 이점이었다. 저장식이나 맛없는 전투식량을 먹는 것보다 직접 기르거나 잡아서 요리하는 음식이 훨씬 나았던 것이다. 때문에 공식 비공식 적으로 각 부대마다 이런 일이 용인되고 있었다.


"그런데 엔필드씨는 원래 저렇게 말수가 없습니까?"

"응? 아~ 저 친구는 원래 어디 귀족의 사냥터 지기였나봐. 사냥터 지기들은 산이나 숲에서 혼자, 혹은 많아봐야 둘이서 지내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 그러면 보통은 말수가 적어진다더군."

"그렇습니까?"

"왜? 사냥터 지기 출신은 처음 보나? 자네도 귀족이라며? 자네 가문에는 사냥터가 없었나?"

"흠~ 동부는 동부 산맥 속에 있으니. 숲이나 산으로 둘러싸여 있기는 하죠. 오크나 고블린도 사냥물이라면 분명 사냥터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놈들을 관리하자고 따로 사냥터 지기를 두기는 좀 그렇잖습니까? 왜 흔히 그러잖습니까? 몬스터는 인간이 어찌하지 못하기 때문에 몬스터라고."

"으하하! 자네 말이 맞아! 확실히 그렇긴 하지."

한바탕 웃어재낀 두 사람은 다시 주사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맴피스씨. 좀 전에 동부인의 틀이라고 하셨죠?"

"그랬지. 왜?"

"그럼 다른 지역 사람들은 어떻습니까? 타 지역 사람들도 그런 특징이 있나요?"

"흠~"

펠릭스의 질문에 맴피스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었다.

"자네 꽤 예리하군, 첫날부터 내 밑천을 다 거덜 낼 심산인가?"

"예? 밑천이라뇨?"

"도박사는 뭐니 뭐니 해도 사람을 잘 파악해야 하거든. 뭐, 좋아! 알려 주지. 어디보자. 서부부터 시작할까?"

맴피스는 잠시 손을 멈추고 손으로 턱을 긁으며 생각에 잠겼다.

"최근엔 서부 출신 사람들도 남부인 만큼이나 꽤 많이 오지. 우리 소대에는 대표적인 서부 출신 인물이 안드레아 경과 드비어스 경인데. 보다시피 두 사람은 여기 도박판에는 끼지 않아."

"왜 그렇죠? 지역 색과 관련이 있는 겁니까?"

"음~ 조금 예외 일수도 있겠군. 서부나 남부나 공통점은 이익에 민감하다는 점이야. 그 중 서부는 귀족적이고 화려하고 방탕한 특색이 있지. 그런데 두 사람은 그런 것 치고는 상당히 수수하지. 도박에도 참가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멋을 부리거나하는 허영 끼도 없어. 전형적인 검소하고 엄격한 생활을 하는 기사 같다고 할까?"

"왜죠? 단지 기사라서 그럴까요?"

"나도 처음에는 그런가 싶었는데···."

갑자기 맴피스가 목소리를 낮추더니 펠릭스를 빤히 보며 말했다..

"자네도 하고 있는 그 무의수련인가 하는 거 말이야. 그거 때문이 아닌가 싶어. 안드레아 경이 도박을 끊은 것도 가만히 돌이켜보면 그걸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한 다음부터 같거든?"

"음, 그렇습니까?"

펠릭스는 그 말을 듣자 손을 멈추고 들고 있던 주사위와 쇠 컵을 바라봤다. 행여 도박이 무의 수련에 방해되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던 것이다.


"아무튼 그 두 사람은 좀 특별한 경우라고 보면 될 거야. 그리고 서부 출신과 다르게 남부인은 말이야. 뭐 따로 말할 필요도 없이 여기 바보들을 보면 바로 특징을 알 수 있을 거야."

맴피스는 자신의 뒤에 있는 소대원들을 가리키며 손을 휘둘렀다.

"예?"

"아니, 누구더라 바보라고 하시는 겁니까?"

맴피스의 말과 행동에 한창 도박을 하고 있던 소대원들이 발끈해 소리쳤다. 그러나 정말로 화가 난 것은 아니었다. 다들 장난스런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맴피스는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둘러본 후 펠릭스에게 말했다.

"봤지? 하하하! 여기 병사들 대부분은 남부인이야. 내가 파악한 남부인의 성격은 일단 저질러 놓고 보지. 뭔가 흥미를 유발하거나 모험을 해야 할 상황이면 동부인들과 다르게 물불 가리지 않고 일단 뛰어들고 보는 멍청이들이야. 기본적으로 장난스럽고 유쾌한 성격이지."

"그렇군요. 그러고 보니 학교의 남부 친구들도 그랬던 거 같군요."

맴피스의 설명에 펠릭스도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학교의 친구들을 떠올려보면 반발할 여지가 없어보였다.


그때 다시 소대 대기소의 문이 열렸다. 이번에는 칼과 레논이 들어왔다. 두 사람은 뭔가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얘기를 나누며 안쪽으로 다가왔다.

그러자 두 사람을 발견한 맴피스가 갑자기 펠릭스를 보며 말했다.

"그렇지 칼 경이 남부인 이랬지?"

"예."

"어때? 한번 실험해 볼 텐가?"

"예? 뭘요?"

"이거 말이야."

맴피스는 펠릭스에게서 수은이 든 주사위와 컵을 넘겨받으며 말했다.

"자네와 똑같은 조건의 내기를 하면 남부인은 어떻게 반응할거 같은가?"

"흐음~ 그거 재미있겠는데요?"

"흐흐, 그렇지?"

의견의 합의를 본 두 사람은 서둘러 판을 준비했다. 맴피스는 다시 수은이 든 주사위를 들고 칼과 레논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맴피스가 막 두 사람을 부르려는 순간이었다.


"앗! 펠릭스 경! 안 돼!"

"예?!"

레논이 갑자기 놀란 표정으로 서둘러 펠릭스에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맴피스를 노려보며 말했다.

"맴피스씨! 설마 벌써 펠릭스 경을 꼬인 건 아니겠죠?"

"응? 글쎄? 무슨 소린지 난 도통 모르겠는데?"

갑작스런 레논의 개입에 당황한 맴피스가 딴청을 부렸다. 준비한 내기를 칼에게 보일 틈도 없었다.

"왜 그러시는 겁니까?"

무슨 일로 그러는지 알 리 없는 펠릭스와 칼이 레논을 보며 물었다.

"펠릭스 경, 혹시 맴피스씨가 주사위 기술을 가르쳐 준다고 하지 않던가?"

"예. 재미있어 보였어 조금 배웠습니다만 그게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하~ 내 이럴 줄 알았지. 미리 경고했어야 했는데."

레논은 심각한 표정으로 펠릭스와 칼을 보며 말했다.

"두 사람 다 잘 들어! 맴피스씨나 여기 다른 병사들이 앞으로 카드나 주사위를 가르쳐 주겠다고 접근하면 절대 배우면 안 돼!"

"예?"

"왜요?"

"이 사람들 신입이 올 때마다 매번 그렇게 살금살금 꾀어서는 도박에 빠지게 만든다고. 그렇게 자네들 돈을 따려는 속셈이야! 새로 도박을 배우는 사람만큼 호구가 없거든."

두 사람에게 말을 마친 레논은 비난의 눈빛으로 맴피스를 노려봤다.

"정말입니까? 맴피스씨?"

펠릭스도 불신의 표정으로 맴피스를 바라봤다. 그러나 맴피스는 능청스럽게 웃으며 대답했다.

"말도 안 돼! 펠릭스 경에게는 좀 전에 신세를 좀 져서 그 보답으로 기술을 조금 가르쳐준 것뿐이야. 난 한 번도 타인에게 도박을 하라거나 말라고 억지로 권하거나 협박한 적은 없다고."

맴피스의 말이 끝나자 가만히 듣고 있던 주변 병사들이 낄낄거리기 시작했다.

"흐흐흐. 하긴, 확실히 그런 적은 없죠."

"사기를 치거나 도박판을 날려버린 적은 있어도. 크크!"

"하지만 이상하게도 다들 맴피스씨와 며칠 붙어있다 보면 이렇게 된단 말이지. 히히히."

답변을 들을 필요도 없을 듯했다. 사람들의 반응에 레논은 거 보라는 듯 팔짱을 끼고 칼과 펠릭스를 보며 고개 짓을 했다. 맴피스 마법사도 달리 변명을 하지 않았다. 그저 멋쩍게 웃어 보일 뿐이었다.

"두 사람 다 이제 대충 이곳 분위기를 알 테니 미리 알아 두는 게 좋을 거야. 여기서는 사람들이 즐길만한 게 별로 없어. 그래도 도박은 안 돼! 기사로서 그것보다 집중해야 할 게 있잖아? 안 그래?"

레논의 말에 펠릭스는 부끄러워 고개를 숙였다. 주사위 기술에 빠져 맴피스의 칭찬에 놀아났던 자신이 부끄러웠던 것이다.

그러나 칼은 레논의 말을 별로 귀담아 듣지 않는 표정이었다. 멋쩍은 표정으로 뒤통수를 긁적이더니 앞으로 나섰다. 그리곤 레논에게 미안한 표정을 지어보이더니 맴피스 마법사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전 별로 상관없습니다만. 어차피 조만간 한판 할 생각이었기도 하고 말이죠. 그런데 주사위판은 벌써 끝난 겁니까? 아쉬운데요?"

칼의 발언에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모였다.

"칼 경?!"

"칼?!"

레논과 펠릭스는 의외라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펠릭스, 뭘 이제 와서 새삼스레 그런 표정을 짓는 거야? 너도 알잖아. 내가 그렇게 모범생은 아니라는 거."

"크하하하!! 이거야! 이거! 그렇게 나와야지!"

칼의 반응에 맴피스 마법사가 소대 대기소가 떠나가라 웃어젖히기 시작했다. 덕분에 덩달아 다른 대원들도 웃기 시작했다.

"들었지? 들었지? 내가 뭐랬어! 이게 바로 남부인 이라니까!"

맴피스는 특히 펠릭스를 보며 큰소리를 쳤다.

"그래, 판도 끝난 마당에 펠릭스에게 대체 뭘 가르쳐주고 있었던 겁니까?"

칼은 맴피스가 있는 침상으로 가 앉으며 물었다. 그 모습을 보고 레논은 허탈한 표정을 짓더니 알아서 하라는 듯 손짓을 하고는 사관실로 들어가 버렸다. 맴피스는 그런 레논에게 장난스럽게 잘 가라며 손을 흔들었다.

"별거 아니야. 수은 주사위를 사용한 기술을 좀 배웠지. 그리고 도박의 비결 같은 거 하고."

펠릭스가 칼의 뒤에서며 말했다.

"도박의 비법? 헤~ 그런 걸 벌써 초보에게 가르쳐 주시는 겁니까?"

"그게, 자네 친구가 생각보다 손재주가 좋더란 말이지. 아! 펠릭스 경! 이건 진심이야! 자네 손재주가 제법 있어! 하하하!"

맴피스의 칭찬에도 펠릭스는 이제 들뜨지 않았다. 오히려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그래, 기왕 거기 앉은 김에 자네도 한번 똑같이 걸어보겠나?"

"예? 걸다니요? 뭘 말입니까?"

"아! 맴피스씨, 설마 그걸 진짜 하실 겁니까? 이제 확인했으니 됐잖습니까?"

"자! 자! 그러지 말고 그냥 재미삼아 해보자고. 하하!"

맴피스는 펠릭스가 뭐라고 말을 꺼내기도 전에 주사위를 돌리기 시작했다. 칼도 펠릭스가 말리려하자 손을 들어 막았다. 두 사람은 어느새 진지한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 뭘 어떻게 하면 됩니까?"

칼이 묻자 맴피스는 펠릭스에게 눈을 돌렸다. 펠릭스더러 설명을 해 주라는 뜻이었다. 펠릭스는 별 수 없이 칼에게 맴피스가 하려는 행동을 설명했다.

"룰은 알고 있어?"

"작은 수가 나오면 이기는 거지?"

"그래, 맴피스씨가 지금 돌리는 주사위는 수은이 들어간 주사위야. 맴피스씨는 저걸 자유자재로 조종할 수 있어. 그리고 지금부터 기술을 써서 저 주사위로 뽑을 수 있는 가장 작은 수인 삼을 뽑을 거야."

"뭐야? 그게 다야?"

칼은 싱겁다는 표정으로 맴피스를 바라봤다. 그러자 맴피스는 주사위를 돌리면서 칼에게 말했다.

"훗! 너무 쉽게 보는 거 아냐? 좋아! 이번 판으로 나는 앞으로 자네를 우리 주사위 판에 끼워줄지 말지를 결정하는 걸로 하지. 어때? 자네는 무얼 걸 수 있겠나?"

"아무거나 걸면 되는 겁니까?"

"글쎄? 목숨을 걸라면 걸겠나?"

"예?"

"자네 친구는 주사위 숫자가 삼이라는데 목숨을 걸었었네."

맴피스의 말에 칼이 진짜냐는 듯 펠릭스를 돌아봤다. 그러나 펠릭스는 대답 없이 눈을 돌렸다. 자신은 사실 망설이느라 아무것도 걸지 못했다는 것을 들키기 싫었던 것이다.

"어때? 이제 부담이 좀 느껴지나?"

맴피스의 재촉하는 말에도 칼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흠~ 좋습니다! 단 거는 건 맴피스씨가 그 컵에서 손을 땐 후에 걸도록 하죠!"

"오~ 역시!"

맴피스는 시원시원한 칼의 대답이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하하! 봤지? 자네 친구는 전형적인 남부인이야!"

맴피스는 펠릭스를 보고 대답한 후 쇠 컵에서 손을 땠다.

"자! 난 손을 땠네. 걸어 보게!"

맴피스가 팔을 들어 쇠 컵을 가리키며 칼에게 말했다. 그러자 칼은 펠릭스를 보며 물었다.

"펠릭스, 맴피스 씨에게 도박의 비결을 배웠다고 했지?"

"응."

"그래, 뭐라고 하시던?"

"음~ 첫 번째는 블러핑, 두 번째는 상대가 본전 생각이 나도록 하라던가?"

"그래? 그럼 이번엔 내가 남부인들 사이에 알려진 도박의 비결을 하나 알려주지!"

"오~ 그런 게 있나? 나도 듣고 싶군."

칼의 말에 맴피스가 웃으며 대답했다.

"도박이나 대련이나 기본요령은 같아. 기술이 아니라 사람 대 사람이 하는 거야. 그러니 절대 상대에게서 눈을 때지 말 것!"

칼은 자신의 말대로 맴피스의 눈을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그거 그럴듯하군 그래. 흐흐흐. 그래 이제는 걸어야지?"

맴피스는 다시 컵 쪽으로 손을 내밀며 재촉했다.

"아뇨! 그러니 전 여기에 아무것도 걸지 않겠습니다!"

"응?"

"뭐야?"

칼의 대답에 맴피스나 펠릭스는 의외라는 듯 쳐다봤다.

"왜냐하면 이건 삼이 아니기 때문이죠!"

칼은 대답을 하면서 재빨리 컵을 들어올렸다.

"엇?!"

들어난 주사위를 보고 펠릭스는 깜짝 놀라 맴피스와 칼을 번갈아 쳐다봤다.

주사위는 탑처럼 쌓여있었던 것이다.



"이게 대체?"

놀란 사람은 펠릭스 혼자인 듯했다. 칼과 맴피스는 서로 미소를 띤 채로 바라보고 있었다.

"으하하하! 이거 들켰구먼!"

맴피스 마법사는 칼에게 컵을 받아들고는 탑처럼 쌓여있는 주사위를 다시 컵에 담았다.

"맴피스씨 방금 그건 뭡니까? 저한테 가르쳐 주신 기술 중에는 없었잖습니까?"

"당연하지! 마지막 비장의 한수는 항상 숨겨둬야 하는 법이야!"

맴피스는 다시 주사위를 돌리기 시작했다.

"방금 건 타워라고 하네. 이건 숨겨진 기술들이지!"

맴피스가 다시 컵을 멈추자 이번에는 하나의 주사위만 다른 주사위 위에 올라가 있었다. 눈알은 각각 1로 합이 2였다.

"이건 스네이크아이라고 하지. 칼 경, 자네 혹시 알고 있었나?"

"아뇨. 하지만 의심은 했죠.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는 주사위로 컵을 돌리고 있는 가운데 판돈을 걸라고 하면 십중팔구는 사기 아니겠습니까?"

"아!!"

칼의 말에 펠릭스는 맴피스를 매섭게 노려봤다. 자신과 처음 내기를 할 때도 주사위를 돌리면서 판돈을 걸라고 했던 것이 생각났던 것이다.

"저랑 할 때도 이 수를 쓰려고 했던 겁니까? 제가 전부를 걸겠다고 말했으면 삼이 아니라 방금 그 타워니 스네이크아이 같은 기술로 바꿔치려고 하신 거죠?"

"하하하! 글쎄? 이제는 알 도리가 없지 않나?"

"치사합니다!"

"훗! 펠릭스 경. 도박의 비결 마지막이 뭔지 알겠나?"

"아뇨! 하지만 다시는 맴피스씨랑은 주사위 놀이는 안할 겁니다. 아니 도박은 이걸로 끝입니다."

"바로 그거라네."

"예?"

"도박의 최후의 비결은 바로 도박장에 있는 자는 아무도 믿지 말라는 거네."

맴피스는 주섬주섬 주사위와 컵을 챙겨 품으로 넣었다. 그리고는 조용히 일어나며 펠릭스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방금 자네 친구가 한 말대로야. 도박이나 전투나 같은 거라네. 내가 오늘 자네나 칼 경에게 했듯 우리는 지금 목숨을 건 인생이라는 도박을 하고 있는 지도 모르지 않나? 자네는 너무 순하다고 할까? 전투에 나서면 때로는 상대에게 블러핑도 하고 속임수도 써야한다네. 인정사정없이 상대를 벗겨먹지 않으면 자네가 당하는 거야."

"어? 예···."

갑작스럽게 진지한 어투로 바꾼 맴피스에게 펠릭스는 아무 대꾸도 할 수 없었다.

"자! 그럼!"

맴피스 마법사가 떠나려하자 칼이 등 뒤에서 장난스럽게 물었다.

"그냥 가시면 어떡합니까? 저는 이제 판에 껴도 되는 겁니까?"

그러자 맴피스가 칼을 돌아보며 혀를 찼다.

"멍청하긴! 사람들을 봐!"

칼과 펠릭스가 대기소를 돌아보자 대원들이 모두 자신들을 보고 있었다. 사람들과 시선이 마주치자 칼이 웃으며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앞으로 자신도 판에 끼어도 되냐는 뜻이었다. 그러나 소대원들은 모두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끌끌, 자네는 처음부터 너무 튀어버렸어. 여기 녀석들 모두 신입 호구를 원하지 누가 자네 같은 고수랑 판을 두려고 하겠나?"

말을 마친 맴피스 마법사는 문을 열고 소대 대기소를 나가버렸다.

"이런, 3년간 용돈이나 좀 벌어보려고 했더니 틀렸나?"

맴피스 마법사의 뒷모습을 보며 칼이 장난스럽게 내뱉었다. 그러나 펠릭스는 별로 유쾌한 기분이 들지 않았다.


레논은 멤피스 마법사가 펠릭스를 도박판에 끌어들이려는 의도였다고 했지만 펠릭스는 다른 생각이 들었다.


정말로 자신을 도와준 보답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펠릭스의 처지가 측은해서 그랬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결국 맴피스 마법사는 펠릭스에게 충고를 해주려는 의도였던 것 같았다.

펠릭스는 문 쪽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는 사관실로 향했다.


작가의말


개인 사정으로 많이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가능하면 목요일은 연참을 해 보겠습니다.



드디어 선작수가 +에서 -로 돌아섰군요.

매편 올리면 조금씩 + 였는데 3600선에서 더는 올라가지 않을 모양입니다.

뭔가 허수가 빠진거 같아 시원섭섭하군요.


부족한 글 계속 읽어주시는 독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펠릭스전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77 276 +16 16.06.16 4,058 133 20쪽
276 275 +16 16.06.12 4,308 131 21쪽
275 274 +16 16.06.11 4,170 148 20쪽
274 273 레드숄더. +22 16.06.02 4,799 129 25쪽
273 272 +32 16.05.31 4,452 137 34쪽
272 271 +30 16.05.23 4,771 136 36쪽
271 270 +18 16.05.14 4,524 128 25쪽
270 269 +30 16.05.11 4,579 124 28쪽
269 268 +22 16.05.07 4,458 135 22쪽
268 267 +22 16.05.02 4,286 143 21쪽
267 266 +18 16.05.01 4,327 149 19쪽
266 265 스승과 가족. +14 16.04.29 4,451 141 17쪽
265 264 +14 16.04.23 4,098 150 19쪽
264 263 +12 16.04.22 3,979 147 17쪽
263 262 +16 16.04.18 4,187 154 26쪽
262 261 +26 16.04.13 4,276 157 38쪽
261 260 +14 16.04.08 4,244 144 17쪽
» 259 +12 16.04.07 4,299 155 27쪽
259 258 +20 16.04.02 4,379 142 22쪽
258 257 오명과 명성. +14 16.04.01 4,635 139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