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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9,450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1.06.29 14:05
조회
1,347
추천
48
글자
21쪽

58화. 영웅(英雄)이 되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스물아홉 살의 진이문은 같이 검을 쓰는 무사인데 매우 실전 경험이 풍부하고 가전의 비약(秘藥)을 먹었는지 내공도 일 갑자를 넘어섰다.


구자룬 총대장은 화문수 때문에 당한 망신을 진이문이 우승하여 만회(挽回)시켜 줄 것이라고 철썩같이 믿었다.


두 사람이 기수식을 취하며 서로를 바라보는데 후배가 먼저 들어오라고 진이문이 손짓을 했다. 그 손짓 하나에도 자신감이 배어 있었다.


쥬맥이 당연히 후배로서 예의를 갖추어 태을현천검법의 열네 초식 중에서 첫 번째 초식 유운회류(流雲回流)를 펼치며 가볍게 선공을 가하니, 진이문도 이화접목으로 가볍게 흘리면서 접전이 시작되었다.


비무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진이문의 검에서 한 자가 넘는 검사 여러 가닥이 금빛 실처럼 넘실거렸다.


“역시 천령대는 다르군. 저 검사(劍絲) 좀 보게. 우승이 틀림없어.”


“저 나이에 벌써 검사라니 대단하군. 가문에 비전되는 영약(靈藥)을 먹은 게 틀림없어. 우리 같은 사람은 평생 가도 쉽지 않을 텐데 말이야.”


“그런데 저 쥬맥이라는 청년도 대단하지 않은가? 검기도 맺히지 않은 검으로 어떻게 대적을 하고 있지?”


“누구한테 들으니까 진짜 고수는 겉으로 티를 내지 않는다고 하더군. 모르지 또 저 쥬맥이 진짜 엄청난 고수일지도······.”


“나이가 있는데 설마? 그럼 저 친구도 영약을 먹었나?”


서로 좋아하는 무사를 응원하면서 수군거리는 사이에 접전은 점점 더 치열 해졌다. 관중은 눈을 떼지 못했고······.


실전 경험이 풍부한 진이문은 맞부딪치지 않고 공격을 대부분 흘리면서, 허점(虛點)이 보이면 순식간에 치고 들어와서 번개처럼 휘둘러 대니, 잠깐 사이에 수십 초가 오갔다.


쥬맥이 태을현천검법을 유운회류부터 마지막 만마일참(萬魔一斬)까지 열네 초식을 시전하며 맞섰지만 승부가 쉽게 나지 않았다. 지금 사용하는 검법이 누구나 사용하는 삼류라 한계가 있는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혼원은하무량신공을 쓰는 수밖에. 마침내 신공으로 진기를 운용하며 보법도 바꾸어 나갔다.


무량혼원보(無量混元步)를 펼치기 시작하여 팔괘구궁의 원리를 바탕으로 민첩하게 보법을 밟았다.


또한 자신의 내공 중에서 특히 강한 양(陽)의 기운인 화(火)기를 내뿜으니, 주변에 열기가 들끓기 시작했다. 이어서 그 기운이 자연의 음양의 기운과 어우러지니 붉은 안개 같은 운무가 주변으로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쥬맥이 자주색 경장차림으로 그 속에 은신하자 모습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 구경하는 사람들이 넋을 잃고 바라보는데 그래도 당황하지 않는 진이문.


차분하게 눈에 진기를 모아서 운무를 꿰뚫어 보며, 허초와 실초를 모두 구분해서 여유 있게 대응하는 모습이 과연 백전노장다웠다. 그러면서 순식간에 이십여 초가 흘렀다.


그런데 진이문의 검법도 쥬맥의 혼원은하무량검법에 따라서 점차 바뀌기 시작했다.


나선형의 은하가 맴도는 듯한 검초를 현란하게 뿌리며 쥬맥의 주변을 맴돌고, 실상과 허상의 무수한 검흔(劍痕)이 시야를 아름답게 수놓았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 검흔이 점차 뭉쳐지며 수많은 검사가 넘실대는 커다란 검처럼 바뀌어서, 닿는 것은 모두 부수어 버릴 것만 같은 막대한 거력(巨力)을 품고 다가오기 시작했다.


실제의 검은 작은데 무수한 검적으로 거대한 검을 만들고 그 뒤에 숨으니, 마치 신검합일(身劍合一)인 검즉아(劍卽我) 아즉검(我卽劍)의 경지(검이 곧 나요, 내가 곧 검이 되는 경지)에 다다른 것처럼 보였다.


쥬맥은 최대한 실력을 감추고자 하였으나 그렇다고 무사의 자존심에 비무에서 지고 싶지도 않았다.


그리고 보돈타 대족장의 비웃음이 자신도 모르게 오기를 불러일으켰고···.


그래서 삼 갑자 내공으로 진기를 내뿜어서 붉은 연무를 더욱 짙게 하여 영역을 구축하고, 상대의 움직임을 억제시키며 검에 진기를 밀어 넣었다.


그러자 검으로부터 반 장에 이르는 붉은 검강(劍罡)이 불쑥 튀어나오는 것이 아닌가? 마치 불타는 기둥처럼.


그 모습에 사람들이 모두 놀랐다.


“우와~ 설마 검강이라니! 내 평생에 검강은 오늘 처음 보네.”


“말도 안 돼! 어떻게 이십 대밖에 안 된 나이에 검강이라니!”


“혹시 저거 사술 아녀? 설마 진짜 검강이겄어? 저건 눈속임이야.”


온갖 말이 난무하는 가운데 쥬맥이 요기나 사기가 강한 적을 상대할 때 주로 사용하는 혼원은하무량검법 네 번째 초식을 시전했다.


원래 제요제사(制妖制邪)는 사기가 강한 적이나 요수 또는 요귀를 처단할 때 시전하면 효과가 큰데, 지금 진이문을 제압하기 위해서 다섯 번째 초식 제마마천(制魔魔天)을 사용하면 너무 위험하니 네 번째 초식을 펼치기로 한 것.


검신에서 붉은빛 초열의 검강이 발현되자 검과 함께 뜨거운 불길이 삿된 기운을 태우며 주변을 휩쓸었다.


과연 내공이 최소한 삼 갑자 이상은 되어야 제대로 된 검강을 발현할 수 있고 시전도 가능하다는 검초다웠다.


쥬맥이 양강의 불길을 머금은 검으로 신검합일처럼 거대하게 뭉쳐진 검의 중심을 마치 뇌전이 번쩍거리듯이 내리쳤다. 그러자 일검에 거대화된 검이 싹둑 잘려 사라지고 ‘챙강’하는 소리와 함께 잘린 검날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러자 천령대 무사들은 ‘아!’ 하면서 탄식을 내뱉았고, 진이문은 피를 토하면서도 질 수 없다는 듯이 검을 버리고 이제는 권강(拳罡)이 맺힌 주먹을 번개처럼 난사하며 공격해 왔다.


영역에서 번지는 열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전신에 진기를 두르고, 내지르는 권에는 푸른 권강이 맺혀 있었다.


그러나 순식간에 넘실대는 불길 속으로 몸을 감추는 쥬맥! 그 속에서 금빛이 찬란한 손을 내저으며 주먹을 흘리고 피하면서 귀신처럼 다가섰다.


이형환위의 수법으로 이동하여 오른손으로 순식간에 목뒤의 천주혈을 점혈하니 순간적으로 진이문은 전신이 마비되어 움직이지를 못했다. 그러나,


체면을 생각해서 다른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잽싸게 해혈을 해 주었다.


“내가 졌네. 참으로 대단하군.”


진이문이 순순히 패배를 인정했다.


“양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승패가 결정되자 사방에서 이름을 부르며 환호하는 소리가 물결쳤다.


“와아아아아아~~”


“쥬맥! 쥬맥! 쥬맥! ······.”


심판관이 웃으며 걸어 나와서 쥬맥의 손을 번쩍 들어올리며 힘차게 외쳤다.


“쥬맥 승이오!”


그러자 또 한 번 함성이 물결치고 비율신 대족장은 입이 귀에 걸리게 웃는 반면에 구자룬 총대장과 보돈타 대족장은 얼굴이 일그러지고 말았다.


한울은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는 듯이 밑에 있는 사람들의 희비가 엇갈린 얼굴을 살펴보며 파안대소했다.


“하하하하! 내 그럴 줄 알았어. 저 녀석이 벌써 괴물이 다 되었군.”


그 말을 들은 천사장이 혀를 쯧쯧 차면서 작은 목소리로 혼자 중얼거렸다.


“빨리 꽃피면 시기와 질투로 시들기 쉬운데 좀 참지, 그 녀석도 참!”



이렇게 1차전이 끝나고 약 두 식경을 쉰 다음에 2차전이 진행되었다.


진이문은 한 번 싸워서 약간 불리한 입장이었으나 이미 한 번 져서 편하게 마음을 비웠는지 태연한 표정이고, 안명이 오히려 더 긴장한 표정이었다.


진이문이 약간 내상을 입고 지쳐서 아직 완전히 회복이 안 된 상태라 질 줄 알았으나, 백전노장(百戰老將)처럼 능숙하게 받아넘기며 새로 가지고 나온 검으로 쥬맥과 비무 시 했던 검초를 똑같이 시전했다.


안명은 실전 경험과 공력 부족으로 결국 그 검초를 받아내지 못하고 피를 토하며 승복하고 말았다.


그리고 쥬맥과의 대결도 내상을 핑계로 패배를 인정하니 별다른 싸움 없이 순위가 결정되었다.


결국 이번 영웅대회의 우승은 쥬맥이 차지하게 되었다!



비무대를 다시 정리하고 시상식이 거행되는데, 심판관이 앞으로 나서서 목소리에 내력을 싣고 군중들을 향해 소리치니, 그 소리가 멀리까지 똑똑하게 울려 퍼졌다.


“지금부터 이번 영웅대회 최종 결승에 오른 세 사람에 대하여 한울님께서 직접 시상을 하시겠습니다. 먼저 차차석에 오른 안명은 앞으로 나오시오.”


그러자 안명이 앞으로 나와서 한울 앞에 서는데 우승을 못 해서 죄송한지 할아버지의 눈길을 피했다.


그래도 한울은 따뜻하게 어깨를 두들겨 주며 ‘잘했다’고 격려하였다.


“차차석은 상으로 태을현철을 섞은 검과 백령이 백 개입니다.”


이어서 차석을 시상했다.


“차석에 오른 진이문은 앞으로 나오시오. 상으로 태을현철을 섞은 검과 적령이 백 개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쥬맥의 차례가 왔다.


“수석에 오른 이번 영웅대회의 영웅 쥬맥은 앞으로 나오시오. 상으로 태을현철로만 만든 신검(神劍) 백호제마검(白虎制魔劍)과 금령이 백 개입니다.”


쥬맥이 한울께 두 손을 모으고 허리를 깊게 숙여 인사를 한 뒤에 상을 받고 뒤돌아서서 관중석을 향했다.


“감사합니다. 모두 열심히 응원해 주신 여러분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감사의 인사를 마치자 다시 한 번 모두 ‘쥬맥! 쥬맥!’을 외치며 환호하였다.


특히 친구 수르가 마치 자기 일인 양 제일 좋아했으나 보유린은 어디로 갔는지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로써 사흘간의 영웅대회가 모두 끝나고 쥬맥은 천인족 젊은이들의 영웅(英雄)이 되었다. 그리고 백호제마검(白虎制魔劍)은 쥬맥의 평생 애병이 되었고 말이다.


이 검은 천인족의 5대 신검 중의 하나였다. 지구로 이주하는 과정에서 사차원의 균열로 떨어져 분실되었으나, 가지고 온 태을현철로 청룡과 백호 신수의 도움을 받아서 새로 제작한 것.


강력한 절대고수나 마수, 요수의 무리를 제압할 때 강대한 힘을 발휘하는데, 백호 신수의 신통(神通)이 깃들어 있었다.


숨겨진 신통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천인족에게는 항상 외세와 맞서 싸운 용맹의 표상이 되는 검이었다.


검신은 태을현철 고유의 암녹색을 띠고 있었고, 이십팔수 중에서 서쪽을 지키는 규(奎), 누(婁), 위(胃), 묘(昴), 필(畢), 자(觜), 삼(參)의 일곱 별자리가 황금으로 멋지게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힘찬 필체로 백호제마(白虎制魔)라는 검명이 세로로 쓰여 있고.


검수는 백호의 두상을 닮았다. 두 눈에는 붉은 피독주와 피수주가 박혀 있으며, 백호의 입에는 마정단이 물려 있어서 마기에 대항하기 쉽도록 제작된 검이었다.


검병과 수술은 신수 백호의 붉은 갈기털을 꼬아서 감거나 묶은 것으로, 손으로 검을 잡았을 때 미끄러지지 않고 삿된 기운의 침투를 막아 주는 역할을 했다.


특히 검날의 끝부분은 백금(白金)처럼 하얗게 빛나고 있어서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서늘하고 눈이 부셨다.


그런데 검집은 의외로 수수해 보였다. 빛나지 않고 표면이 약간 거친 묵빛인데 전혀 광채가 없었으니 말이다.


이 검집의 입구 쪽에는 몇 개의 돌기가 있는데 그것이 무엇 때문에 있는지는 기밀 사항인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태을현철과 묵철을 섞어서 만든 검집은 야간이나 이동 시 검집이 반사되어 적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일부러 무광을 취한 것이었다.


이 검집 자체로도 하나의 보물이라고 알려졌고 말이다. 하여간 이제 쥬맥이 이 신검의 주인이 된 것이다.


옛날 같았으면 이런 신검의 출현에 온 무림이 출렁이고 쟁탈전이 벌어졌겠으나, 지금은 종족수가 줄어서 주인이 누군지 뻔히 알고 있으니 모두 자신이 주인이 되지 못한 것을 애석해하는 눈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쥬맥의 우승으로 비율신 대족장 부족은 경사가 났고, 다른 경쟁자들의 소속에서는 애석해했다.


비 대족장은 기분이 좋아서 쥬맥을 불러 치하(致賀)하고, 상금과는 별도로 소부족의 동료들과 술이라도 한잔 하라며 금령을 열 개나 내주었다.


비원견 소족장도 기분이 좋아서 휘하에 있는 무사들 삼백여 명 전원을 데리고, 가장 큰 주루를 통째로 빌려서 축하연(祝賀宴)을 벌였다. 마치 영웅대회에서 자신이 우승이라도 한 것처럼.


비 소족장이 쥬맥에게 제일 먼저 술을 한 잔 따라 주며 축하해 주었다.


“자~ 우리의 영웅! 한 잔 받아라!”


자기가 맡은 소족에서 우승을 하니 기분이 좋은지 얼굴에 함박꽃이 피었다. 뭐 당연한 것이겠지만······.


“감사합니다.”


분위기가 무르익고 이리저리 술잔이 오갔다. 쥬맥의 앞에는 술잔이 수없이 쌓였고···.


“정말 잘했다! 대족장님이 무척 기뻐하시더라. 너 이제 출세는 따 놓은 당상이다. 아마 네가 고참들보다 가장 먼저 소족장에 오를 걸. 야! 너희들도 앞으로 쥬맥한테 잘 보여!”


술에 취한 소족장은 큰 소리로 떠들며 여기저기에 술을 따라 주고, 또 수하들이 따라 주는 술을 사양(辭讓)하지 않고 벌컥벌컥 마셔 댔다.


소족장은 기분이 좋아서 떠들고 있었지만 사실 나이가 많은 고참들 몇몇은 별로 얼굴빛이 좋지 않았다.


이러다가는 후배인 쥬맥이 자신들을 앞서갈 것 같으니 인간적인 고뇌가 시작된 것 아니겠는가?


“쥬맥! 내 술도 한 잔 받아라.”


“내 술도 한 잔.”


“앞으로 잘 부탁한다. 내 술도.”


쥬맥과 수르는 고주망태가 되도록 술을 마셨고 삼경이 끝날 무렵(1시경)에야 축하연이 끝났다.


대족장이 준 금령 열 개로는 모자라서 상금에서 보태고, 일부는 비원견 소족장이 충당하니 그 아내는 또 울상을 지었다. 자식들은 어떻게 키우라고 그러느냐고.



이렇게 해서 영웅대회의 영웅이 되니 더 행복한 나날이 이어질 줄 알았으나 현실(現實)은 그와 정반대였다.


수르를 빼고는 모든 선배가 쥬맥을 멀리하기 시작했다. 너무 뛰어나니 가까이하기가 어렵고 또 먼저 출세해서 후배가 자기의 위로 올라가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비 소족장은 항상 웃으며 사람 좋게 대해 주었지만 수르 외의 사람들과는 거의 대화가 없었다.


보유린도 아버지 보돈타 대족장의 간섭이 심한지 그 이후로는 얼굴을 볼 수 없었다. 몇 번 집을 찾아가 근처를 기웃거려 보았지만 보 대족장의 눈에 띄어서 혼만 나고 돌아왔으니 말이다.


영웅대회의 우승을 하였고 등 뒤에는 그 징표인 백호제마검을 멋지게 메고 있었지만, 주위에 사람이 없으니 외롭고 우울했다. 마치 대중 속의 고독이랄까.


산에서 혼자 생활할 때는 점박이하고 별이와 어울리며 무공을 연습하느라 시간 가는 줄을 몰라서 외로움도 잘 몰랐다. 더구나 이성이 주변에 없었으니 한눈을 팔 일도 없었던 것.


그런데 성인이 되어서 이제 막 이성에 눈을 뜨는데···, 마음을 주려고 했던 사람은 바람결에 왔다가 뜬구름처럼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마치 손에 잡았다고 생각한 파랑새를 눈앞에서 놓쳐 버린 기분이랄까.


철들어 느낀 첫사랑의 가슴 두근거림이 아직도 이렇게 남아 있건만······.


나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


무엇을 해야 하나?


갈 길을 잃은 마음이 방향을 잡지 못하고 정처없이 방황하기 시작했다.


오늘도 근무를 하러 나왔으나 모두 아무것도 시키지 않았고, 수르와 몇 마디를 나눈 것 외에는 모두 자신을 피하는 눈치라 우울하기 그지없었다.


그저 할 일이 없으니 운기조식과 무공 수련에만 묵묵히 매달릴 뿐······.


그러자 수르가 기분을 풀어 주려고 저녁에 주루에서 술 한잔 하자고 하였다. 그래서 술로 허전한 마음이나 달래 볼까 하여 따라 나선 길.


요즘 인기가 있다는 취선루(醉仙樓)라는 주루에 도착하니, 점원도 쥬맥을 알아보고 깍듯이 인사를 하며 이 층의 가장 좋은 자리로 안내를 했다.


쥬맥이 고맙다고 백령을 하나 꺼내 주며 요리에 대해서 물었다.


“오늘은 무슨 요리가 가장 좋은가?”


그러자 백령을 받은 점원의 표정이 활짝 피어났다. 며칠분 급료에 해당하는 큰돈이기 때문이다. 속으로 ‘역시 영웅이시네’ 하면서 얼른 답했다.


“오늘은 우르대연어 찜과 아이엘사슴 볶음 요리가 좋습니다.”


“그것 두 가지 하고, 음~ 술은 어떤 것이 있지?”


“금령주는 너무 비싸서 취급하지 않고요, 적령주가 세 병이 남아 있는데 가장 비싼 술입니다. 나머지는 백령주와 곡주, 과실주들이 있습니다. 적령과 백령은 비싸서 주로 곡주와 과실주를 마십니다.”


“그럼 적령주 세 병을 다 가지고 와.”


“너무 비싼데 차라리 백령주를······.”


“술값은 걱정하지 말고 그냥 가지고 와. 그만한 돈은 있으니까 말이야.”


“그럼 잠시만 기다리세요. 제가 금방 준비해 올리겠습니다.”


비싼 술과 요리를 시켜서 그런지 금방 커다란 나무 쟁반에 술과 요리를 들고 나왔다.


요리 냄새만으로도 군침이 돌았다. 술을 따서 수르와 몇 잔 나누니 취기가 오르며 기분이 한결 나았다.


따돌림을 당한다는 생각도 잊었고.


“크! 와~ 맥이 덕분에 비싼 술을 마셔 보네. 향기와 맛이 일품이다.”


“화끈하게 넘어가면서도 뒤끝은 상큼한 것이 그래도 돈값은 하네.”


“이 술은 아침에 일어나도 숙취가 거의 없대. 정제를 많이 했나 봐.”


“종종 애용해서 마셔야겠는데.”


“임마, 한 병에 금령이 하나면 태을미가 한 가마니다. 너무 비싸!”


“혼자서 사는데 돈 쓸 곳도 없잖아?”


한창 기분이 알딸딸해지고 얼굴이 불콰하게 술기운에 취하는데, 이 층으로 네 사람이 올라오더니 점원의 안내로 둘의 옆 식탁에 자리를 잡았다.


사십 대 한 명과 삼십 대 후반 세 명이었다. 모두 무기를 소지(所持)하고 예리한 눈빛으로 보아서 그래도 제법 고수 축에 드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


그들은 자리에 앉자마자 쥬맥네 식탁을 힐끗 보더니 두 사람을 위아래로 훑었다. 아마 젊은 무사들이 과분하게 비싼 술을 마시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러다가 쥬맥이 메고 있는 백호제마검을 보고 알겠다는 듯이 서로 눈짓을 하면서 안내한 점원에게 주문을 했다.


“오늘 제일 좋은 요리로 세 가지 하고 제일 좋은 술로 두 병을 줘.”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점원이 내려가더니 잠시 뒤에 음식과 술을 내왔다. 연어 찜과 사슴고기 볶음, 실비오닭 숯불 구이였다.


“잠깐, 이 술은 뭐야? 적령주 없어?”


“적령주는 다 팔리고 지금은 백령주밖에 없습니다.”


“저기 젊은 녀석들이 먹고 있는 것은 적령주가 아니냐? 없다면서?”


그러면서 쥬맥과 수르가 있는 식탁을 보란듯이 거만하게 턱짓으로 가리켰다.


“저 세 병이 마지막인데요.”


“임마! 젊은 사람들한테는 좋은 술을 팔고 어른들은 싸구려나 마시라고? 장사 잘한다 응? 알았어. 꺼져 임마!”


사십대가 불쾌하다는 듯이 점원를 사납게 노려보며 거칠게 쏘아붙였다.


그러자 아무런 죄도 없이 욕설을 들은 점원이 그래도 무인들이라 무서워서 말대꾸도 못 하고 황급히 아래층으로 내려가 버렸다.


기분이 나쁘다는 얼굴로 소리가 들리지 않게 혼자 구시렁거리면서 말이다. - 58화 끝


**********************************************************************



안녕하세요? 설련하입니다.

주변 몇 분이 주인공의 이름 설정과 이 작품을 쓰게 된 배경에 대하여 궁금해하셔서 간단히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 주인공의 이름을 쥬맥으로 정한 것은

나중에 천인족이 우리 한민족의 모태가 되는 쥬신족(朝鮮族 = 珠申族 = 주신족)과 맥족(貊族)으로 분열하는 과정을 그리기 위한 것입니다. 쥬맥의 무공을 기원으로 분열하니 그 첫머리를 따서 쥬맥으로 설정하였습니다.


* 이 작품을 쓰게 된 배경은

천인족의 선인과 무인 사상을 우리 민족의 옛 고대 국가인 환국(BC 7,197년~) - 배달국(BC 3,897년~) - 단군조선(BC 2,333~)을 거쳐(* 환단고기(桓檀古記) 참조) 고구려의 조의선인과 신라의 화랑, 백제의 싸울아비 정신으로 계승시키고자 함입니다. 긴 시간이 되겠지만 언젠가는 이루고자 하는 제 꿈입니다.


대륙을 주름잡았던 14대 천황인 치우천황(현재 우리나라 축구 응원단 붉은악마의 상징)과 고구려 광개토대제를 생각하면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가슴이 설레일 것입니다.


우리의 옛 선인과 무인들은 나라가 어려울 때 몸바쳐 싸우고, 뒤에서 백성의 삶을 지켜 주기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어느 민족처럼 무조건 죽이고 뺏고 사리사욕에 눈먼 사람들이 아니었죠.


지금까지의 정통 무협 소설들이 사실 중국인 한족 영웅을 내세우고, 우리 민족과 옛 이웃이었던 몽골이나 거란 말갈 여진 돌궐 묘족 흉노 등 형제국은 오랑캐나 변두리 국가 취급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로부터 벗어나고자 함입니다.


이는 결코 기존 무협을 비하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중에는 정말 의와 협을 행하는 피가 끓는 훌륭한 소설도 많으니까요. 그러나 비록 소설이지만 우리 자신도 모르게 중국 사대사상에 젖는 것을 우려함입니다. 부족하지만 앞을 향해 열심히 달려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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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3 53화. 거인족과 야차족의 전투 21.06.29 1,358 47 19쪽
52 52화. 거인족과 반인족의 전투 21.06.29 1,357 47 18쪽
51 51화. 쥬맥이 맥쮸~ 되다 21.06.29 1,351 47 19쪽
50 50화. 구원(舊怨)과 비무 21.06.29 1,339 47 19쪽
49 49화. 재회 그리고 새로운 출발 21.06.29 1,353 48 19쪽
48 48화. 친구를 찾아서 천인족으로 21.06.29 1,351 48 18쪽
47 47화. 회상(回想) 21.06.29 1,354 48 18쪽
46 46화. 복수 준비와 떠날 준비 21.06.29 1,383 47 20쪽
45 45화. 비월족의 패전 대책 21.06.29 1,387 48 19쪽
44 44화. 주작이 준 기연(奇緣) 21.06.29 1,398 48 18쪽
43 43화. 청룡(靑龍) 출현 +1 21.06.29 1,387 48 19쪽
42 42화. 비월족의 습격(襲擊) 21.06.29 1,402 48 18쪽
41 41화. 반인족 울트의 계략 21.06.29 1,431 48 18쪽
40 40화. 또 하나의 경지를 넘다 21.06.29 1,417 48 19쪽
39 39화. 무공(武功) 수련과 첫 전투 +1 21.06.29 1,417 48 19쪽
38 38화. 친구들의 동태 21.06.29 1,412 47 19쪽
37 37화. 생사현관(生死玄關)을 뚫다 +1 21.06.29 1,444 48 20쪽
36 36화. 친구의 선물(膳物) 21.06.29 1,404 48 18쪽
35 35화. 비월족(飛月族) 금령월 21.06.29 1,422 48 18쪽
34 34화. 거인족 사절단(使節團) 21.06.29 1,420 48 20쪽
33 33화. 새로운 신공(神功) 수련 21.06.29 1,447 48 18쪽
32 32화. 태을 선인과의 조우 21.06.29 1,422 48 18쪽
31 31화. 선인(仙人)의 연신기 21.06.29 1,438 50 19쪽
30 30화. 자식을 잘못 가르친 죄 21.06.29 1,432 46 38쪽
29 29화. 복수는 또 다른 피를 부른다 21.06.29 1,413 49 18쪽
28 28화. 적소인의 복수전(復讐戰) +1 21.06.29 1,455 50 18쪽
27 27화. 새 친구 미라챠 +1 21.06.29 1,449 49 18쪽
26 26화. 야차족과의 조우 +1 21.06.29 1,435 49 18쪽
25 25화. 소인족 포로들 +1 21.06.29 1,453 49 18쪽
24 24화. 정보전(情報戰) +1 21.06.29 1,498 49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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