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 장 영웅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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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미쿠스의 영웅
“침공 예정시각 1시간 전입니다.”
“방어 마법진은 얼마나 버틸 수 있나?”
보좌관인 콜론 자작이 대답했다. 칼 리츠 백작도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주위를 환기시키기 위한 그의 습관이었다. 전투가 시작되기 전, 처해진 상황을 모두와 공유하는 것, 그것이 사령관 이하 모든 대원들이 하나로 합심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고 그는 생각했다.
“적의 공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주포(主砲)만 아니라면 한나절 정도는 버틸 수 있습니다.”
주포, 달리 불리는 말은 대광선 포(砲). 광량자포보다 수십 배에 달하는 위력을 가진 대량살상무기로 거대한 에너지 덩어리라고 보면 된다. 거대한 섬광, 그것에 휩싸인 수 km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삐익~, 삑]
사령관실 아래에 있는 상황실의 통신구가 정보들이 담긴 종이를 연신 토해내며 비명을 질러댔고, 그 정보들이 반영된 실시간 상황들이 대형스크린에 반영되고 있었다.
“적 모함에만 달려있는 주포가 등장할 리는 없으니 최대 한나절은 버티겠군. 적들의 규모는?”
“방금 들어 온 정보에 따르면 적 모함에서 이륙 준비 중인 함선이 총 10척입니다. 황성(皇城)과 저희 쪽, 동시에 침공할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10척? 그럼 거의 모든 함선이 이번에 침공해 온다는 건가?”
대기권 밖, 프로토의 모함에서 10척의 함선이 출발 준비 중인 모습이 대형스크린을 가득 채웠다.
“네, 프로토 놈들도 이번을 총공격으로 상정한 듯합니다.”
“흠, 그럼 이번만 막으면 어느 정도 시간을 버는 건가.”
모여 있던 모든 이들의 눈이 칼 리츠 백작에게 몰려있었다. 지난 수십 년간의 전투에서 살아남은 노장들과 전사한 이들의 자리를 대신한 젊은 초급장교들, 그리고 리사 황녀의 모습도 보였다.
좌중을 훑어보던 칼 리츠 백작의 시선이 잠시나마 리사 황녀의 얼굴에 머물렀다. 짧은 눈 맞춤, 하지만 그의 눈엔 복잡한 심정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제군들, 황성이 버티는 데는 길어야 한나절이다. 이곳에서 황성까지 거리를 생각한다면 한 시간 안에 모든 전투를 마무리해야 한다.”
“......”
“적 함선은 모두 10척, 대공포의 지원을 받아 콜론 자작이 공중전을 이끈다. 이번전투의 승패는 적 함선이 지상전에 개입하는 걸 최대한 막는 데 달려있다.”
“......”
“최대 30분, 30분만 막아다오. 그러면 승리는 우리의 것이다.”
“......”
칼 리츠 백작의 음성엔 비장함과 감출 수 없는 초조함이 묻어있었다. 전력분석결과 공중전과 지상전, 모든 면이 부족했던 것이다.
“제군들, 우리가 언제 전력의 우위에서 전투를 치른 적이 있었던가, 언제나 부족했다. 포탄도 부족했고 무기의 성능도 항상 부족했다. 하지만!”
“.......”
“우리는 언제나 승리했다. 제국민들의 모습을 떠올려라, 그들의 심장에서 승리의 고동을 듣고 그들의 눈빛에서 승리의 굳은 약속을 보아라. 가라, 제군들이여, 그대들의 일보(一步)가 우리 후손들에게 전설처럼 이야기 되리라. 아미쿠스여 나의 조국이여!”
“아미쿠스여 나의 조국이여!”
“적들의 심장에 분노의 칼을!”
“적들의 심장에 분노의 칼을!”
선창하는 칼 리츠 백작을 따라 모여 있던 초급장교들과 노장들이 구호를 제창했다. 그리고 굳게 닫힌 입술에 승리의 각오를 가지고 뿔뿔이 그들의 전장을 찾아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이제 리사 황녀와 콜론 자작만이 남았다.
“각하, 공중전은 대공포의 지원이 있다면 해볼 만 합니다. 하지만 지상전은 다릅니다. 아무리 각하가 계시지만,”
“콜론 자작, 자네가 무엇을 염려하는 지 잘 알고 있네. 하지만 내가 프로토 놈들이라면 양동작전은 펼치지 않겠지.”
“그 말씀은.......”
“그래, 정보교란, 그들은 분명 10척 모두를 끌고 이곳으로 올 게야.”
“......, 흐음, 그렇다면 더욱 위험합니다. 10척 모두에서 탈로스들이 쏟아진다면,”
“현재까지 파악한 적들의 탈로스 규모가 어떻게 되나?”
칼 리츠 백작의 물음에 콜론 자작이 계단 아래에 있는 상황병에게 무언가를 소리치자 대형스크린에 탈로스의 형상이 띄워졌다.
“지난 전투에서 파괴한 것과 수리에 필요한 시간 등을 모두 고려할 때, 골드급 5기와 실버급 30기, 그리고 브론즈급 1,000여기 정도로 예상됩니다.”
“우리 타이탄 기사단이 나를 포함해 45기, 문제는 브론즈급 1,000기인가.”
“네, 브론즈급이 성능에선 떨어지지만 1,000여기라면 무시 못 할 전력입니다.”
“흐음,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 말고 공중전만 신경 쓰게, 아까 말한 대로 30분만 버텨주면 무운(武運)이 우릴 따를 걸세.”
“.......”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 칼 리츠 백작을 어느 누구보다 신뢰하는 콜론 자작이었지만 쉽사리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얼마 남지 않은 침공예정시각, 그도 나름대로 준비할 것이 많았다. 그렇게 콜론 자작이 사령실 문을 나서 밖으로 나가자 리사 황녀가 칼 리츠에게 다가왔다. 상황실의 대형스크린을 향해 탁 트인 사령실, 이제 둘만 남았다.
“카알~”
“리사, 너무 걱정 마시오. 예전처럼 우린 승리할 테니.”
“그래요. 믿어요. 하지만......, 후~ 우린 언제쯤 평범한 이들처럼 지낼 수 있을까요?”
“하하, 나름대로 이것도 재밌지 않소, 당신의 배웅을 받으며 전장에 나갈 수 있어 난 행복하다오.”
“치~ 그렇게 말씀 안하셔도 알아요. 날 황성으로 진작 보내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있다는 걸.”
“별 말씀을, 간다고 해도 내가 말렸을 거요. 얼마나 좋소. 아름다운 그대가 여기 있으니 힘도 더 나는 것 같소.”
황녀의 눈에선 어느 틈엔가 방울방울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자신을 아끼는 칼 리츠 백작의 진심이 느껴졌던 것이다. 자신의 안위를 누구보다 염려하는 그이기에 지난밤에 황성으로 보내지 않은 걸 후회하고 있으리라. 하지만 황녀의 고집으로 남게 된 사실을 이제와 따져본다 한들 어쩔 수 없는 일, 핀잔이나 원망대신 아무렇지 않은 모습을 보이려 애쓰는 백작의 넉넉한 웃음이 더욱 서글퍼 보이는 황녀였다.
[와락]
황녀가 칼 리츠 백작을 힘주어 안았다. 단단한 칼 리츠 백작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리고 소리 없이 굵은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가늘게 떨리는 황녀의 어깨를 감싸 안아주던 칼 리츠의 팔이 서서히 풀렸다.
“리사, 오늘 전투가 끝나면 어느 정도 시간을 벌 수 있을 게요. 그땐 그대와 나, 같이 많은 걸 할 수 있을 게요. 무엇을 하고 싶소?”
“......, 별 것 없어요. 전 당신과 평범하게 지내고 싶어요. 황녀라는 신분을 떠나 평범한 사람처럼 시장도 같이 가고, 연극도 같이 보고, 피크닉도 가고.”
“피크닉? 그래, 피크닉을 가도록 합시다. 이 영지에 소개하고 싶은 좋은 곳들이 많소. 내일이라도 갑시다.”
“네, 꼭 데리고 가주세요.”
“금방 끝내고 오겠소. 리사는 이곳 사령실에 남아 전황을 살펴주시오. 그리고 내가 얼마나 잘 싸우는 지 구경도하고, 후후”
“네, 꼭 볼게요. 키스해 줘요.”
얼굴을 내밀며 눈을 감는 리사 황녀, 칼 리츠의 머리가 서서히 굽혀지던 그때였다.
[엥~엥~엥~엥~]
“으득, 프로토 놈들, 내가 이래서 너 네들이 싫은 거야.”
“호호, 어서 가 봐요.”
짧은 입맞춤의 여운이 남았는지 칼 리츠 백작이 입술을 우물거리며 돌아섰다. 그가 있어야 할 곳, 그곳은 상황실이 내려다보이는 사령관실 난간, 기다란 등받이가 있는 사령관 석이었다.
“그럼 좀 있다 봅시다. 리사.”
“네, 빨리 돌아와요.”
[사령관님, 적 함대 10척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대형스크린에 적 함대 10척의 모습이 보였고 스피커에서 다급한 정보가 들려왔다.
“방어막 가동, 전 함대 출격!”
[전 함대 출격]
스피커를 통해 콜론 자작의 복창이 들려왔다.
“대공포 준비, 각자의 자율에 맡긴다. 무운을 빈다. 제군들.”
그렇게 아미쿠스 제국의 영웅, 칼 리츠의 또 하나의 전설이 시작되었다.
- 작가의말
아~ 정말 글이 너무 안써져서 무지 무지 엄청 오랜만에 왔네요.
물론 요즘 비 폭탄을 맞아 스키장을 못가서 좀 시간이 난 것도 ^^
의지를 다시 불태워봐야죠. (날씨가 도와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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