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 장 맨해튼 프로젝트 - 착용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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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착용 로봇
“지니, 주말에 뭐할 거예요? 우리 어디 놀러가요?”
“수잔, 할 일 많잖아. 당분간 눈코 뜰 새 없어.”
“피~ 쉴 땐 쉬어야 한다고요.”
“그래도 안 돼.”
“에휴~ 일만 좋아하는 당신을 왜 사랑해 가지고.”
뉴스를 틀었다. 세계대전소식이 뉴스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아스카 제국은 체키아 왕국 점령 후 우라늄 광산의 생산만을 늘린 채 웅크리고 있었고, 연합군도 섣불리 움직이지 못한 채 일진일퇴를 거듭하며 지루한 국지전을 펼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다음 뉴습니다. 리만 제국에서 새로운 전략무기를 선보였습니다. 아이언 골램이라 이름 붙여진.......”]
홀로그램에서 아이언 골램이라는 전략무기가 소개되었다.
“거미형 로봇이군.”
골램이란 거창한 이름이 붙었지만 저급 로봇이다. 고대인의 지능이 없는 2세대 형(形) 로봇정도, 그 뿐이었다. 신화 속에 나오는 괴물, 골램이란 이름을 사용했지만 산업용 일반로봇이라는 단어가 더 알맞을 것이다.
“탱크 수준이지만, 대단한데요. 로봇을 저 정도로 부드럽게 제어하다니.”
“응, 탱크와 로봇을 결합했군. 탱크보단 활동성을 더 강화하는 걸로.”
무한궤도를 가진 탱크가 다닐 수 없는 길을 자유롭게 오가기 위해 특별하게 고안된 거미다리 모양의 하체를 덧붙였다. 포격보단 사격을 주로 하는 지 총신이 서너기 달려 있고, 포클레인과 같은 팔도 달려있었다. 서대륙 남부의 복잡한 밀림에서의 전투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것 같았다.
“꽤 대처하기 까다롭겠어. 웬만한 포격으론 파괴될 것 같지 않아.”
“네, 저런 게 100여대 밀림으로 진격하면 막기 힘들 거예요.”
“응, 베르딘 제국이 아르카만 신경 쓸 수 있었던 이유가 남부 밀림 때문인데, 이렇게 되면 베르딘 제국도 바빠지겠군. 아르카에겐 희소식이야.”
“오빠, 뭐예요. 저만 일 시켜 놓고 언니랑 노닥거리기만 하고.”
제니가 팔을 허리에 올리며 쌍심지를 킨다. 제 딴에는 화난 걸 표현하고 싶었겠지만, 오히려 귀엽다. 세계대전이 한창이지만, 이곳 남대륙까진 직접적인 영향이 없다. 그렇기에 제니에겐 아직 먼 나라 얘기였고 우리도 다소 여유로운 태도로 각자의 전력을 분석하는 것이다.
“제니야, 아직 우리에겐 먼 나라 얘기지만 세계대전이 어떻게 진행될지 잘 봐두어야 돼. 우리 지니 때문이라도 말이야. 안타깝게도 시대가 우리 지니를 ‘정치인’으로 만드니 어쩔 수 없잖아. 후~”
한숨까지 내쉬며 ‘정치인’이란 얘길 한다. 빈정거리는 말투도 아닌데 정치인이란 말에 강한 거부감이 든다. 하지만 맞는 얘기였다. 연구가 아닌 다른 일에 더 신경 쓰고 있고 왕국 아니 대륙 전체의 운명에 관계된 일을 진행하고 있으니 정치인이라고 봐도 할 말이 없었다. 그때 갑자기 머리에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닥터 수잔, 자동차에 사용하는 브레이크 유압 시스템 알지?”
“에이, 정색해서 또 그렇게 부르시네. 거리감 생기잖아요! 물론 알죠. 파스칼 원리(주. 9)잖아요. 왜요?”
“하긴 당신 전공이 역학이니 모르는 게 더 이상하군. 그걸 응용해서 말이야. 이렇게......”
유압 기기에 대한 서로의 의견을 교환했다. 앤드류를 구출 할 방법이 항상 머리 한쪽을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다 리만 제국의 ‘골램’을 보며 로봇도 괜찮은 방법이란 생각이 언뜻 든 것이다. 아직 이 세계엔 구현되지 못한 인체형인 휴머노이드나 안드로이드 같은 것을 당장 만들 순 없지만 입는 로봇 같이 옷처럼 착용했을 때 인간을 보조하는 장치로서의 로봇이라면 접근이 쉬울 것 같았다. (물론 다른 것에 비해 접근이 쉽다는 것이지 개발하기 쉽다는 얘긴 아니다.)
“와후, 아이디어 좋은데요. 그걸 입으면 아이언 맨이 되겠어요.”
“아이언 맨 정도 만들려면 개발비도 그렇고 연구할 게 대단히 많아. 하지만 프로토 타입으로 1회용 정도로 만들면 괜찮을 거 같은데 어때?”
아이언 맨은 고대 어린이들이 즐겨 본 만화 주인공으로, 그걸 영화로 만들어 얼마 전 상영하기도 했었다. 물론 고대의 원작과 달리 마법적 요소가 꽤 많이 들어간 것으로 조금만 더 연구한다면 미래에 실현가능할 것도 같았다. 그때 마법적인 면만 비판적으로 보다 보니 영화 줄거리를 놓쳤던 기억도 난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봐야겠지만, 불가능 할 것 같진 않아요. 단지 근육의 힘만 이용한다면 가능할 듯도 한데, 부가적으로 속도를 낸다든지 힘을 유압의 한계 이상으로 낸다든지 하려면 연료시스템이 있어야 해요. 그건 마나석으로 가능하죠?”
“가능하긴 한데 2차원 평면 마법진으론 그 부피에 그런 기능을 다 새기는 건 불가능해. 3차원으로 해야 하는데, 아이디어는 있어도 그걸 구현하려면 1년 꼬박 마법진만 그려도 힘들 거야. 일단, 1회용이니 근육 힘만 강화하는 걸로 하자고.”
“그 정도만 되도 일반인보다 열배이상 힘 센 사람이 탄생하는 거예요. 반응 속도가 문제인데......, 음 생각할 게 계속 나오네.”
“반응속도는 가능한 빠르면 좋겠지만, 아까도 말했듯 1회용이야. 프로토 타입을 먼저 만들어 보고 수정할 게 있으면 고치는 걸로 해.”
“근데 어디 쓰려고요. 설마 병사들에게?”
“병사들에게 입히려면 더 개량해야지. 프로토 타입으로 전투에 투입되긴 힘들어. 시험해 볼게 있어서 그래, 수고스럽지만 도와줘.”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우리 사이에, 요즘 내가 얼마나 소외당한지 알아요? 제니하고만 일하니. 이제 내 할 일이 생겨서 좋은데요. 호호.”
“IAEA엔 당분간......”
“비밀이다.”
“비밀이다.”
수잔과 제니가 내가 뒤에 할 말을 합창하듯 외친다. 우리 셋, 언제부턴지 호흡이 잘 맞는 것 같다. 그녀들도 합창하듯 말한 게 우스운 듯 서로를 보며 깔깔거린다. 이런 분위기, 싫지 않다. 아니 좋다. 그녀들에게 전염된 것이다. 아마 그녀들이 없었다면 지금도 아카데미 연구실에 틀어박혀 마법수식이나 해석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저만 빼고 뭐가 그렇게 좋습니까? 부러운데요.”
알폰소 왕자가 어디서 만났는지 마크와 함께 들어왔다.
“아~ 오셨습니까? 가셨던 일은?”
“서류를 가져왔습니다. 검토해보시죠.”
알폰소 왕자는 정보국에 들렀다 온다고 했다. 아마 맨해튼 프로젝트의 경과를 보고받기 위해서 일 것이다. 모두가 거실에 모여 서류를 검토했다.
“원자로 부지를 앨러모스 강으로 정한 것 같군요. 보안에 문제가 없겠습니까?”
앨러모스 강은 제네리아 왕국 남쪽을 관통하는 강으로 수량이 많기로 유명한 곳이다.
“정보국에서 노력을 많이 한 모양입니다. 그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앨러모스 강이 관통하는 천혜의 험지가 있더군요. 접근 방법은 육로는 험준한 산이 가로막혀 힘들고 배로 밖에 접근 못한다 하더군요. 수량도 충분하고 면적도 괜찮을 듯 보입니다.
구불구불 굽이치며 왕국 남부를 관통하는 앨러모스 강이 두 줄기로 나눠져 흐르는 부분이 있다. 그중 한쪽을 통제하여 부지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괜찮군요. 그때도 설명 드렸지만 강가에 길게 늘어진 형태로 건설되면 됩니다. 지진 문제는 없겠습니까?”
“저도 그것이 우려되어 물어봤습니다만, 수십 년간 관측 자료로 봐선 지진 문제는 없다고 합니다. 우리 왕국이 지진이 많은 곳인데 다행이라면 다행이죠.”
“건설하는데 얼마나 걸린답니까?”
“부지가 확정되면 토목공사에 3개월, 원자로 건설까지 하면 넉넉잡아 1년 안에 가능하다고 하네요.”
“음, 그럼 책임자만 선정하면 되겠군요. 제가 한분을 초청했으니 조만간 여기로 올 겁니다. 그때 다시 말씀드리기로 하고 토목공사는 바로 시작하는 것으로 하죠.”
내가 염두에 둔 사람은 마법가문인 히스토 가문 사람이었다. TCD에는 핵무기 개발계획에 대해 통보를 한 상태였다. 우려를 표하긴 했지만 내가 의도한 바를 충분히 이해한다며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했다. 그래서 이번 원자로 건설을 히스토 가문에 부탁할 생각이었다.
“마크, 연락은 왔어?”
“배로 온다고 하시더군요. 두 분이랍니다.”
“둘?”
“네, 요청하신 원자로 건설 책임자 한분과 시치리스 섬 마법진 때문에 한분 더 오신다고 하네요.”
시치리스의 비밀에 대해선 아직 알폰소 왕자에게 말하지 않았었다. 내가 별 설명이 없자 알폰소 왕자도 굳이 캐묻지 않는다. 그의 진중한 성격이 마음에 들었다.
“아~ 왕자님은 잘 모르시겠군요. 이건 프로이트 박사 문제도 있으니 제니가 설명 드리는 게 낫겠군. 제니야 네가 설명해 드리렴.”
제니가 프로이트 박사의 연구결과와 시치리스 마법진에 대해 설명을 하는 걸 보며 마크와 따로 서재로 들어갔다. 마크에게 부탁한 자이젠 왕국 던전에 대한 정보 때문이었다. 그와의 대화는 모두 메시지 마법으로 진행되었다.
[“흐음, 그럼 10일 남았군. 그때 어디서 접선하기로 한 거지?”]
[“일단, 본가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했습니다.”]
[“총 소요 시간은?”]
[“던전에 머무는 시간을 제외하고 던전까지 이동하는데 3일, 다시 빠져나오는 데 일주일 정도 예상하고 있답니다.”]
[“그럼 보름정도는 자릴 비워야 하는군. 제니와 수잔의 협조를 받으면 마크 자네가 내 역할을 하는 덴 무리가 없을 거야.”]
[“알폰소 왕자는 어쩌실 겁니까?”]
[“아직 생각중이야. 그건 내가 알아서 할게.”]
앞으로 10일 후 엔 자이젠 왕국으로 떠나 던전을 발굴해야 한다. 어떤 자료가 남아 있을지 알 수 없지만 그것을 아르카 제국에게 빼앗길 순 없다. 그것이 가문의 존재이유고 TCD가 결성된 원인이기 때문이다.
주. 9) 파스칼 원리
1653년 파스칼에 의해 정리된 원리로, 닫힌계(밀폐된 공간)에서 유체(액체나 기체 등)에 가해진 압력은 유체의 내부로 전달되어 밀폐된 공간의 각 면에 동일한 압력으로 작용한다는 원리다. 언뜻 보기엔 당연하고 단순한 것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압력이 부피와 힘의 비라는 것을 생각하면 응용할 부분이 많다. 압력이 작용되는 단면적을 변화시키면 적은 힘을 사용하더라도 많은 힘을 낼 수 있는 원리가 이 안에 숨어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유압 브레이크도 이런 원리를 이용해 살짝 가한(발로 밟은) 힘으로도 자동차를 멈춰 세울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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