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 장 E=mc^2 - 2차 타격
(6) 2차 타격 (주. 6)
D-day
2차 타격대가 조직되었다. 이번에는 특수부대 대신 노르딘 레지스탕스 출신인원으로 채워졌다. 베르딘의 책임자 체이서 백작은 이번에도 실패할 것으로 예상하며 그들을 보내야만 했다. 난공불락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베모르크 중수공장. 핵무기가 개발된다면 수십 배 아니 수백 배 많은 희생을 감수해야 하기에 실패를 염두에 두더라도 할 수밖에 없는 작전이다.
이번엔 1차 작전의 실패를 거울삼아 육상으로 침투하기로 결정했다.
체이서 백작은 어느 산속에 있는 안가에 모인 2차 타격 대원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간단하고 짧은 명령이었다.
“제군들, 여러분의 어께에 수십만의 노르딘인과 대륙인의 목숨이 달려있습니다. 우리는 저 간악한 아르카가 시도하고 있는 대량 살상무기를 저지해야 합니다.”
모여 있던 노르딘 레지스탕스 출신 대원 여섯 명의 얼굴에도 비장한 각오가 맴돈다. 그들은 이번 임무가 얼마나 어려운 지 안다. 그리고 돌아오지 못할 것도 알고 있다.
“목숨을 바쳐 반드시 완수하겠습니다.”
“부탁드리겠소. 제군들의 건투를 빕니다.”
작전 명령이 하달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베르덴 제국의 어느 산속에서 모습을 감췄다. 그들이 모습을 나타낸 것은 노르딘의 한 지방 도시 근처였다. 제국을 출발한지 3일이 지난 후였다.
“각자 무기를 점검하고 휴식을 취하기 바란다. 난 정보를 취합하고 오겠다.”
2차 타격대 책임자가 말했다.
“대장, 올 때 술 한 병도 사오시구려. 이거 긴장되어 잠이 올 거 같지 않소.”
노동자 출신의 한 대원이 말하자 여기저기서 휘파람소릴 내며 동조한다.
대장은 도시의 외곽으로 이동했다. 속내는 바짝바짝 침이 마를 정도로 긴장했지만, 태연하게 한참을 목적지 없이 여기저길 기웃거리며 걸었다. 누가 봐도 아무런 볼일 없이 기웃거리는 한량의 모습이다. 그때 한 아이가 다가와서 어깨를 살짝 부딪친다. 일순 소매치기를 걱정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태연하게 걸었다. 그때 그 아이가 천연덕스럽게 말을 걸어왔다.
“스티브스 아저씨죠?”
[흠짓]
“그래, 내가 스티브스다. 여기 사니?”
“네, 저를 따라오세요.”
아이가 안내한 곳은 변두리에서도 더 멀리 떨어진 허름한 술집이었다. 그 곳에 들어가자 몇 명이 먼저 자리를 잡고 앉아있었다.
“어서 오시게 스티브스, 오랜만이야.”
“아~ 한스 아저씨, 여기 계셨군요.”
“그래, 자네들 얘기는 들었네. 시간이 없으니 용건부터 말하지. 여기 지도일세. 이 근방 레지스탕스 전원이 지난 보름간 직접 걸어 작성한 지도일세.”
건네 준 지도를 바라보자 레지스탕스의 노력이 전해져 온다. 안전한 루트를 찾기 위해 헤맸을 그들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이건 크로스컨트리 용 스키와 눈신발,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이 루트로 가게 되면 스키나 눈신발이 없인 움직이지 못하네. 눈이 2~3미터 이상 쌓여 있거든. 안내는 이들이 할 것이네.”
3명의 요원이 더 합류했다. 2차 타격대는 이제 9명이 되었다.
“특이 사항은 없습니까?”
“1차 공습이후 경비가 강화되긴 했지만, 별다른 건 없네. 조심해야 할 것은 아르카 제국에 기생하는 족속들이지.”
“네, 1차 공습 때 얘긴 들었습니다. 그들의 밀고로 모두 체포 되었다고 하더군요.”
“그래, 그 족속들은 한줌도 되지 않지만 누가 그런 놈인지 알지 못하니 조심해야하네.”
“네, 염려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고맙긴, 자네 아버지가 늘 자넬 자랑스러워했다네. 우리도 같은 생각이고. 탈출 루트는 아직 생각하지 못했지만, 임무가 끝나거든 무조건 침투 경로 쪽으로 움직이게. 우리도 대비하고 있을 테니 말이야. 그리고 베모르크에 도착하거든 파란 리본이 걸려있는 집을 찾게.”
그러면서 헤어질 시간이라며 악수를 청해온다. 굳게 잡은 두 손에 온기가 전해져와 가슴이 달아올랐다.
그들이 모습을 다시 나타낸 건 베모르크 중수공장이 내려다보이는 산속이었다. 출발하고 약 한주가 지난 후였다. 노르딘 레지스탕스 출신 아홉 명은 크로스컨트리용 산악 스키로 산을 타고 넘는 일주일 동안의 악전고투 끝에 중수공장을 내려다 볼 수 있었다. 중수공장은 거대한 건물이 중세의 성처럼 세워져 있고 수많은 절벽과 강으로 둘러싸여 절대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 철옹성으로 다가왔다. 안으로 들어가는 방법은 오직 하나 현수교 밖에 없었다.
“이거 방법이 없어 보입니다.”
대원하나가 난감해 하며 말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잖아. 반드시 성공시켜야 돼. 일단 자넨 저 마을로 내려가서 파란 리본이 달린 집을 찾게. 그곳에서 계획을 다시 점검한다.”
베모르크 중수공장 현수교 앞쪽엔 공장 노동자들이 기거하는 마을이 있었다. 중수공장 직원이 300명이 넘다보니 자연스레 형성된 마을이다. 마을이라고 하지만 그들은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채 살아가야만 했다. 직원들의 가족들이 꽤 있긴 했지만, 그들에게 공수되는 생필품은 한 달에 한번 정도였고 직원들은 하루 종일 공장으로 들어가면 나오질 못했다. 한마디로 고립된 마을, 울창한 베모르크의 산이 햇볕도 용납하지 않은 채 둘러쳐 있었다.
파란 리본이 달린 집에 대원들이 모였다.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파란리본 집 주인인 노부부에게 물었다.
“직원들이 죽을 맛이네. 거의 20시간 이상의 중노동에 내 몰리고 있네. 아마 자네들이 이 공장을 폭파한다고 하면 춤을 출 사람들도 꽤 있을 거야.”
“밀고자는 없겠습니까?”
“밀고자에 대한 건 나도 들었네. 허나 내가 알기론 이 마을엔 없네. 직원들도 마찬가지고.”
“그래도 1차 땐 밀고자 때문에.......”
“그건 저 산 아래 마을에서 생긴 일이지. 여긴 다 죽어나가는 곳이네. 자네도 생각해봐. 이 공장이 없어지길 바라는 사람들인데 밀고하라고 해도 안 할 걸세.”
“그건 다행이네요.”
“그래, 그러니 그건 안심하고, 침투 방법을 생각해보게. 그렇다고 해도 밖엔 나가지 말게. 외부인원이 들어온 건 바로 표가 나는 법이니까.”
그렇게 노인부부 포함 십여 명은 침투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고 밤에만 밖으로 나가 정찰을 계속했다. 그렇게 또 사흘이 지났다.
“대장, 이 방법은 어떻겠소?”
대원하나가 항공 정찰 사진을 보며 말했다. 베르딘 정보국에서 겨우 입수할 수 있었던 몇 장 안 되는 사진이었다.
“이 협곡을 보시오. 이 협곡 밑은 물이 아니고 나무가 있소. 나무가 있으면 어떻게든 침투할 수 있지 않겠소?
한 대원이 의견을 제시했다. 계곡으로 둘러싸여 섬처럼 떠있는 중수공장. 유심히 사진을 살펴보니 나무들이 간간히 보이는 게 침투가 가능할 것도 같았다.
“그럴 듯해 보이지만, 폭탄을 가득 실은 무거운 배낭을 메고 여길 내려가서 다시 절벽을 타고 올라가야해. 가능하겠는가?”
“방법이 없잖소. 돌아갈 수도 없고. 현수교 말고는 접근방법이 없소.”
일단, 자세한 정찰을 먼저 해보기로 했다. 내려갈 수 있는지, 또 접근할 수 있는지를. 그리고 암벽타기에 능숙한 대원 하나가 그날 밤 몰래 아지트를 빠져나갔다.
“모두 장비 점검 철저히 다시하게. 강행군이 될 거야. 모두 체력소모에 주의하고.”
“아 ~ 이럴 때 블링크 마법으로 번쩍하고 들어가면 좋을 텐데 말이야.”
“그걸 누가 모르나? 안티 매직 필드가 있으니 바로 발각되니 문제지.”
“흐음, 우리 살아 돌아 갈 수나 있나몰라.”
누군가의 자조어린 읊조림이 들린다. 모두가 각오하고 떠나온 길이지만, 막상 작전에 투입하려 하자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있었던 주제가 나온 것이다.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사명감에 의지를 불태우려 노력했지만, 인간의 본성이 그들 가슴을 싸하게 만들었다.
“재수 없는 소리 말고 잠이나 자둬. 밤에 움직인다니까.”
누군가 퉁명스럽게 말한다. 아마 긴장감을 다소나마 풀어보고자 자신에게 하는 말이리라.
정찰대원이 돌아오고 상황을 파악한 뒤 작전 계획이 수립되었다. 실행 시기는 오늘 밤 새벽 1시, 5시까지 절벽 아래에 도착 비트를 만들어 매복, 낮을 그 속에서 보낸 후 밤이 되면 비트에서 나와 맞은 편 절벽으로 오르기로 했다. 새벽 1시, 9명의 그림자가 조용히 마을을 빠져나갔다.
주. 6) 이 작전은 1943년 2월, 2차대전 당시 독일의 점령지 중 하나였던 노르웨이의 베모르크 중수공장에서 실재로 전개되었던 작전을 약간 각색해서 옮긴다. 2차대전 막바지 당시 최고의 물리학자였던 독일의 하이젠베르크가 진두지휘한 원자탄 개발 계획을 막아내기 위한 연합군 측 작전 중 하나였다. (당시 원자탄은 연합군(미국)보다 1~2년 빨리 개발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때 이 계획을 막지 못했다면 원자탄은 히로시마가 아니라 워싱턴이나 런던에 투하되었을지도 모른다.)
Comment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