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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렘팩토리 님의 서재입니다.

라이프 크라이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게임

성상영
작품등록일 :
2015.11.05 00:16
최근연재일 :
2016.10.18 23:00
연재수 :
348 회
조회수 :
2,379,041
추천수 :
59,962
글자수 :
1,084,750

작성
16.04.16 23:00
조회
5,820
추천
147
글자
7쪽

비사

DUMMY

그 약간은 음습한 정원의 길을 걸으며 그녀가 낮게 말했다.

“아버지께서는 어머니를 사랑하셨다.”

나는 그저 침묵했다.

아버지라면 센슨 스승님 말이군.

“하지만 어머니께서는 몸이 약하셔서 나를 낳으시고 곧 생을 마감하셨지.”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이었다.

“그리고는 아버지께서 곧 떠나셨다. 나의 얼굴을 보지도 않으시고.”

음… 믿기 어려운데? 센슨 스승님은 그렇게 모진 분으로는 보이지 않았었는데 말이야.

“알고 있겠지만, 어머니께서는 하이몰 백작 가문의 장녀이시다. 그래서 갑자기 아버지께서 사라지고 나서 본가와 외가는 추문에 휩싸이게 되었지. 내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해주는지 아는가?”

“글쎄요.”

“네놈만이 아버지께서 계신 곳에 가장 빠르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음… 그럴 수도 있겠군.

“부탁한다. 찾아다오. 더 이상은…….”

그녀는 쥐어짜내듯 말을 이으려고 했다. 하지만 더 이상은 말하지 않았다. 일그러진 얼굴에는 고통과 분노, 그리고 짙은 그리움과 애증이 서려 있었다.

아비를 증오하는가? 태어나게 하고서 얼굴조차 보지 않고 떠나간 아비를 증오하는 건가? 아니면 그런 아비라도 보고 싶은 건가?

사랑받지 못한 인간은 사랑을 갈구한다. 보편적인 일이지.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그런 그녀에게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나는 허락해버렸다.

이런, 이런. 돈도 되지 않는 일에 또 끼어들어버린 건가.

“그때의 그 눈… 잊지 않고 있다. 그런 눈을 한 너라면… 찾아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녀는 나에게서 시선을 피하면서 조용히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런가. 그때 내 눈이 그만큼 인상 깊었나 보군. 참 나, 얼토당토않게 얻어버린 신뢰로군.

“맡겨 주시기를.”

나는 그렇게 말하고 그녀를 에스코트하여 정원을 빠져나왔다. 이제는 정말로 이 공작가에는 볼일이 끝났다.

원래는 이 반지의 다른 짝들을 찾을 생각이었는데 계획 변경이군. 우선은 센슨 스승님부터 찾아야겠어.

“오늘의 일은 불문이다. 발설한다면 내 검이 너를 용서치 않을 것이다.”

“하하! 그런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아리엔에게 제 별명을 물어보시죠. 그녀는 그래도 저에 대해서 제법 알고 있거든요.”

나는 그렇게 말하며 그녀를 향해 웃어주었다.

“그리고 공녀님, 너무 우거지상만 하고 있으면 속이 곪아서 병이 듭니다. 그러니 가끔은 웃으시죠.”

“뭐라?”

“하하! 제가 강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그럼 다시 뵙죠, 공녀님.”

공녀에게 예를 취했다. 그러자 공녀는 그 붉은 눈동자로 나를 노려보다가 흥! 하고는 고개를 돌려 가버렸다.

흠… 독특한 아가씨로군. 하여튼 이놈의 ‘라이프 크라이’는 NPC를 참 잘 만들었단 말이야. 이 인공지능 기술은 정말 놀라울 지경이야.

“그럼 레나를 불러들여 볼까나.”

레나하고 같이 움직여야겠지? 조사를 하다 보면 무력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까.

“잠시만 시간 되시나요?”

생각을 정리하면서 걸어가는 내 앞에 갑자기 한 명의 여인이 나타났다. 바로 아리엔!

내가 ‘라이프 크라이’에서 숫한 미녀들을 봐왔지만, 아리엔처럼 조용하면서도 청초한 미녀는 아직까지 본 적이 없다.

그녀의 양옆에는 예의 그 쌍둥이 소녀인 아린, 아란이 서 있었다. 두 소녀는 무표정한 얼굴과 무감정한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았다.

“시간은 있습니다. 가시죠.”

내 말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앞장섰다.

우리는 저택 내부의 통로를 지나 어느 방에 도착했다. 침대 3개가 놓여 있는 곳이었다. 집무실이나 그런 곳이 아닌 손님이 머무는 손님방 같은 곳인 듯했다.

“오랜만이에요. 현실 시간으로 거의 한 달 정도는 안 보이셨는데, 어디 가 계셨나요?”

“추격이 귀찮아질까 봐 외국으로 도피했죠. 이 게임 시간으로 다섯 달 정도 소모했습니다.”

“아, 고생이시네요.”

“저는 남에게 신세 지는 것은 그리 안 좋아하기 때문이죠.”

내가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여 이그젝션에 들어갔었더라면 그럴 필요까지는 없었을 테지만 나는 그녀의 제안을 거절했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갈게요.”

“좋죠.”

“제가 속한 이그젝션 길드는 현재 어떤 계획 중에 있어요. 그리고 그를 위해서 작위를 얻으려고 노력 중이죠. 일전의 그 던전에서 본 유저들 역시 저희 길드원들이에요.”

“아아, 그 사람들 말이군요.”

확실히 그들은 강했다.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자들인데도 말이다.

보통 다크 게이머 짓을 하다 보면 동종업자나 유명 게이머들은 대부분 알게 된다. 나도 그런 유명인 중 하나니까.

하지만 그들을 비롯해 아리엔까지, 전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자들이다.

그러나 능숙하고, 익숙하게 싸웠지. 그 말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강자들이란 말이다.

“현재 저희는 잘카르탄 공작가의 용병사단에 속한 몸이죠. 몇 가지 공적을 이룬다면 저희 길드원 전부가 준귀족이 될 수 있어요.”

“호오! 그거 구미가 당기는 일이군요.”

“준귀족이라고 해도 영지를 가질 수 있죠. 일단은 그것이 저희의 목표예요. 그 후의 목표도 물론 존재하고 있죠.”

“그래서 하실 말씀은 뭡니까?”

내 말에 그녀는 부드럽게 웃었다. 하지만 어쩐지 나는 그 미소가 가면 같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그 미소는 분명 멋진 미소이지만 왠지 그렇게 느껴졌다.

나도 자의식 과잉인가? 문제로군.

“이번에 겔크론의 던전을 공략하면서 얻은 정보가 있습니다. 겔크론은 단지 혼자서 그런 던전을 만든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그녀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겔크론이 대단한 마법사였지만, 그런 대규모의 던전을 혼자서 만들었을 리는 없다. 그 배후가 있었다는 추측은 그리 놀라울 것은 없지.

그녀의 말은 그런 배후에 대한 정보가 나왔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 말씀은?”

“그 배후를 추적하기 위해서 몇 명이 파견될 예정이에요. 그 일원으로 같이해주시겠어요?”

“흠…….”

“그리고 이 일에는 공작의 행방불명된 아들이 연루되어 있다는 것이 저희의 판단이에요.”

“에?”

아니, 갑자기 거기서 센슨 스승님 이야기는 왜 나와?

“그건 또 무슨 이야기입니까?”

“저희가 얻은 여러 가지 정보와 문서들에 의하면, 공작의 아들인 센슨 헥투리아 밀튼 잘카르탄은 아내의 부활을 위해 모종의 조직과 손을 잡았다고 합니다.”

나는 잠시 말을 하지 않았다.

이건 또 어디에서 튀어나온 이야기야?

“그거 정확한 겁니까?”

“부정확하지만 확인해볼 가치는 있으니까요. 그리고 공녀에게 의뢰를 받으시지 않았나요?”

“그렇기는 하죠.”

“그러니 저희와 함께하시는 게 어떤가요?”

그녀의 물음에 나는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녀의 양옆에 있는 두 소녀를 보았다.

왜 이들은 굳이 나를 영입하려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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