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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도래하다.

히어로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판타지

Cainless
그림/삽화
용아(龍兒)
작품등록일 :
2012.12.17 22:37
최근연재일 :
2013.10.30 19:22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16,017
추천수 :
114
글자수 :
161,588

작성
13.03.20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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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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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9쪽

히어로 Chapter6 황제와의 대면 - 2

DUMMY

"알베르노 공작의 반역을 잡아내는데 그대들의 공이 컸다고 들었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카인 일행이 본 황제는 상상처럼 살만 찌고 무능한 돼지 황제가 아니라 키는 앉아있어서 잘 모르겠지만 적당한 체격과 황제다운 위압감을 풍기며 다른 사람도 아닌 공작의 사형 집행을 증거만 확실하다면 당일에라도 처리시킬 수 있는 결단력 있는 황제였다.


"아닐세. 짐은 그대들이 없었다면 알베르노 공작이 어쌔신들로만 구성된 기사단을 가졌단 사실조차 몰랐을걸세."

"과분한 말씀이십니다."

"그래, 청룡님의 가호를 받았다지? 짐도 베인 경에게 들을 때만 해도 반신반의했지만 직접 보고나니 믿을 수밖에 없게 되었네. 그래, 원하는 게 뭔가?"

"예?"

"알베르노 전 공작에게 가서 이걸 빌미로 뭔가를 얻어낼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지 않고 내게 알린 건 나에게서만 얻을 수 있는 무언가를 바라기 때문이 아닌가? 설마 이방인인 자네들이 이 제국에 애국심이 있어 그런 건 아닐 테고 말이야."


'제길, 이방인이란 건 어떻게 알았지? 이거 힘센 놈보다는 머리 쓰는 놈이 잡기 힘든데 말이야. 아무래도 잡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리겠어.'


카인이 벌써 황제를 잡을 생각을 하고 있던 이때, 한순간 좌중을 침묵시키는 황제의 말이 이어졌다.


"게다가 카인, 자네는 살수인 걸로 알고 있는데 그런 자네가 반역을 꾀하던 알베르노를 고발했다는 것은 분명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기 때문이겠지. 안 그런가?"

"!"

"!"


'젠장, 역시 베인이 말한 건가.'


카인은 대충 상황을 이해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에 따라 카인의 약간 뒤쪽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있던 레인과 켄도 따라 일어났다.


"거기까지 알고 있다면 더 이상의 예는 필요 없겠군."


채앵!


카인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 자리에 있던 베인을 포함한 기사들의 검이 일제히 뽑혔다.


"무엄하다! 황제 폐하께 예를 갖추어라!"

"무엄? 지금 누구보고 무엄하다는 거지? 누구에게 예를 갖추라는 건가? 나는 신의 뜻을 따라 직접 청룡을 뵙고 그의 가호를 받았다. 그리고 나는 청룡을 대변한다. 자, 다시 한 번 묻지. 지금 무엄한 건 누구인가? 신의 대리인인 나인가, 아니면 한낱 인간일 뿐인 너희들인가?"


카인의 나지막한, 그러나 확실하게 귀에 들어오는 그 말에 맨 처음 소리를 질렀던 기사를 포함한 전원이 움찔했다.


"지금 당장 칼을 거두지 못하겠는가!"


스릉.


카인이 고함을 치자 먼저 베인의 칼이 검집에 들어갔고, 잠시 머뭇거리던 기사들도 마저 검을 거두었다.


"카인군, 미안하게 됐네. 사실..."

"아니, 됐습니다. 베인 경. 아니, 베인. 지금의 나는 그 어떤 인간보다 위에 있는 사람이다. 이런 내가 고작 황제 따위에게 예를 갖추어야 하는가? 내가 아직 나이가 어리고 잠깐이지만 제국에 살고 있어 존중해주는 의미로 존대해 주었는데, 그런 내가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 건가? 대답해 봐."

"아닙니다."


카인은 베인에게 말했지만, 뜻밖에도 황제가 바닥에 엎드리며 답을 했다.


"황제여, 너는 내가 알베르노를 처리하지 못해 제국에 넘겼다고 생각하나?"

"그렇지 않습니다."

"뻥 치시네."


황제는 조금의 떨림도 없이 아니라고 했지만, 독심술 스킬로 황제의 마음을 꿰뚫어 본 켄이 그의 거짓말을 간파했다.


"것봐, 거짓말이잖아. 우리가 사람의 마음도 못 읽을 거라고 생각하나 봐? 잘 생각하고 대답해. 우릴 속이는 건 청룡을 속이는 거야. 잘 생각해 봐. 우린 알베르노의 비밀 기사단을 모두 죽였어. 그리고 알베르노와도 싸웠고. 그런데 우리가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한 거 보면 뭐 느껴지는 거 없어?"

"!"

"말해 봐."

"혹시, 알베르노에 버금가는 실력을 가졌다는 소리입니까?"

"아니, 더 위야. 나만 놓고 보면 알베르노 정도겠지만 우리 셋이 있으면 여기 있는 베인도 우릴 이길 순 없어. 우릴 고작 청룡의 가호를 받았을 뿐인 애송이들로 보면 곤란하지."

"!"


베인은 친위대장이라는 중요 직책을 맡을 정도로 제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실력자이다.

그런 베인조차 이길 수 없는 실력자들이라니.

믿기지 않았지만, 청룡의 가호를 받은 카인의 말을 의심할 수는 없었다.

물론 사실은 전부 카인의 농락 작전이었지만.


"원하시는 게 뭡니까?"

"이해가 빨라서 좋군. 내가 원하는 건 간단해. 제국에는 공작이 3명 있다고 들었다. 그런데 알베르노가 죽어 공석이 하나 생겼지?"

"그렇습니다."

"공작위를 내게 다오."

"그건..."

"왜? 내가 귀족이나 황족이 아니라서? 그게 문제가 되나? 난 청룡의 가호를 받았다. 여기 있는 그 누구보다도 고귀한 존재란 거지. 게다가 검으로 따져도 알베르노에 뒤지지 않는다. 그리고 아무리 쉬쉬한다고 해도 곧 알베르노의 부재가 주변 왕국에 알려질 테고, 혼란한 틈을 타 연합해서 공격해오겠지. 물론 막아낼 수야 있겠지만 각 왕국의 전력도 만만치는 않을 테니 피해는 적지 않을 거야. 그런데 알베르노의 빈자리를 메운 사람이 갑자기 나타났다고 한다면 섣부른 공격은 못하겠지. 우선 나를 알아봐야 할 테니까. 어때? 그리 손해 보는 일은 아닐 거야."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내가 청룡의 가호를 받았다는 사실은 알리지 않았으면 해. 여러모로 귀찮아 질 테니까."

"예."

"그리고 그렇게까지 예의를 차릴 필요는 없어. 그냥 나한테 존댓말 하는 걸로 족해. 일어나."

"예."


황제가 일어나 다시 옥좌에 앉자, 황제를 따라 무릎을 꿇었던 신하들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지막으로 하나 만 더 부탁하지."

"말씀하십시오."

"우리들의 길드인 흑월단과 청월단, 그리고 적월단의 활동에 제재를 가하지 말 것. 그리고 도움을 요청하면 반드시 지원해 줄 것. 그리고 우리의 길드를 모방한 길드들이 나오면 바로 제재를 가할 것. 어렵진 않지?"

"예."


마지막 부탁은 카인이 그동안 유명세를 얻으면서 가장 귀찮아했던 부분이었다.

슬레이어즈로서 조금만 유명해지면 곧바로 사이비들이 나타나 사기를 치고 다니는 것을 자주 봐 왔던 탓에 아예 황제에게 맡겨버린 것이다.


"알겠습니다."

"대충 간단히 하고 끝내지. 최대한 약식으로 해. 5분 이내로 끝내면 더 좋고. 아, 공작령은 시튼 마을이 있는 레이블이 좋겠군. 직접 다스리거나 하진 않겠지만 내 영지로 만들었으면 좋겠어. 레이블의 영주에게는 전 알베르노 공작령을 주도록 하고."

"알겠습니다."

"시작해."


황제는 카인의 말에 다시 옥좌에서 일어나 카인의 앞으로 와서 황제의 홀을 들고 어느새 다시 한쪽 무릎을 꿇고 앉은 카인에게 성호를 그려주며 말했다.


"나 카일리아 제국의 황제 벨몽 드 카일리아의 이름으로 그대, 카인에게 공작의 작위를 내리며 '폰'이라는 중간 이름과 '아세시노'의 성을 하사하며 공작령으로 레이블시를 하사하는 바이다."

"감사히 받지."


카인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레인과 켄을 향해 돌아섰다.


"너희는 뭐 필요한 거 없냐?"

"없을 리가."

"당연히 있지."

"지금 말해 둬. 나중에 찾아오려면 귀찮으니까."

"그래야겠네. 난 황실의 정보망을 좀 이용했으면 좋겠는데. 물론 내가 취급할 수 없는 정보는 없다는 전제하에."

"난 황실의 금고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여기 재물을 쌓아두는 곳 있지? 거길 마음대로 이용했으면 해. 그렇다고 아무거나 막 가져가지는 않을 테니까 걱정 말고."

"알겠습니다."

"그럼 우린 이만 가 보지. 아, 신분패라고 하는 것도 있다던데 가능한 빨리 내 공작패를 만들어 뒀으면 좋겠군. 그리고 만약 우리보다 전령이 늦게 가서 레이블에 대한 인수인계가 늦어지면 아주 재밌는 일이 벌어질 거야. 기대해."

"여기서 제일 빠른 전령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그리고 베인. 잠시 필요해서 그러니 좀 따라 와. 개인적으로 할 말도 있고. 어차피 황제를 지키는 건 근위기사들이 알아서 할 거니까 문제 없잖아?"

"알겠습니다. 폐하, 잠시 다녀와도 괜찮겠습니까?"

"다녀오게, 베인 경."

"감사합니다."


황제의 허락을 받은 베인은 이미 몸을 돌려 나가고 있는 카인 일행을 따라 성 밖으로 나섰다.


"미안하게 됐습니다, 베인 경."

"무슨 말씀이십니까?"

"우리끼리 있을 때는 말을 편히 하셔도 됩니다. 그리고 저희의 계획은 이미 눈치채신 것 같던데요?"

"말을 편히 하라고 했으니 편히 하겠네. 그래, 대강은 눈치챘네. 그런 허세를 부린 이유가 뭔가?"

"허세라. 알베르노를 능히 당해낼 수 있다는 허세를 말하시는 거라면 맞습니다만 저희 계획은 아직 모르시는 것 같군요."

"무슨 말인가?"

"알베르노를 처형한 건 계획적이었지만 황제를 만난 건 우연한 기회였습니다. 황제가 부르지 않았다면 그냥 돌아갈 생각이었죠. 하지만 황제가 저희를 불렀고, 저의 계획은 다시 급가동 되었습니다. 원래의 플랜이 앞당겨 진 거죠. 그리고 처음에는 말로 적당히 풀어가려고 했는데 황제가 제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더군요. 뭐, 마침 문신도 있겠다 한 번 도박을 걸어본 겁니다. 어차피 살수라는 게 알려진 이상, 멀쩡히 돌아가긴 힘들 것 같았으니까요. 그리고 운 좋게도 그 도박은 성공했죠."

"그럼 처음부터 공작위를 받고 레이블을 얻을 계획이었단 건가?"

"네. 이렇게 빨리 일이 풀릴 줄은 몰랐지만요."

"그렇군. 그런데 나에게 이런 말을 해주는 이유가 뭔가? 당연히 내게는 비밀로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이 제국에서 제 편이라고는 이 두 녀석밖에 없으니까요. 아무래도 신의 사도라는 타이틀 하나만으로는 버티기 어렵지 않겠습니까? 지금은 이 타이틀이 그럭저럭 효과를 보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점점 무력해 질 테니까요. 그러니 제가 그 타이틀을 대신할 힘을 기르는 동안 제 편을 한 명 정도는 만들어 둬야죠."

"왜 하필 나인가?"

"그야 당연히 아는 사람이 베인 경밖에 없기도 하고, 왠지는 모르겠지만, 신뢰감이 가거든요."

"감이라, 자네의 감을 믿는가?"

"당연하죠. 저는 그저 느낌 일지라도 저를 믿습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저에게 맞는 선택을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후회 될 때도 있었지만 그게 틀렸다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습니다. 설령 베인 경이 배신을 하더라도 제 선택은 틀리지 않습니다."

"어째서? 내가 배신을 한다면 자네의 선택은 틀린 게 아닌가?"

"아닙니다. 제가 항상 옳은 선택을 했던 것은 틀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틀렸을지 몰라도 저는 항상 그걸 옳게 만들거든요."

"나의 배신을 옳게 만들 수 있다는 건가?"

"그렇죠. 사람들이 배신하는 이유가 뭔지 아십니까? 바로 자신의 이득 때문입니다. 이득은 때론 돈이 될 수도 있고, 명예 같은 것도 될 수 있죠. 아니면 신념 때문일 수도 있고요. 베인 경은 제가 볼 때 재물에 대한 욕심은 없어 보이고, 명예도 배신하던 안 하던 간에 지켜질 수 있으니 배제하면 남은 건 신념 뿐이군요. 이번에 제가 묻죠. 베인 경의 신념은 뭡니까?"

"주군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과 복종일세."

"한 가지만 더 묻겠습니다. 베인 경에게는 신의 말이 더 중요합니까, 아니면 주군의 말이 중요합니까?"

"...신의 말이 더 중요하네. 주군도 신의 말씀을 따르니까."

"그럼 배신할 이유가 없으시군요. 저의 말은 곧 신의 말이니까요."

"그건 내 질문에 대한 답이 되지 못하네만."

"굳이 답을 드리자면 베인 경이 배신한 순간, 제가 베인 경의 주군이 되면 되겠군요. 경의 신념은 주군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과 복종이니까요."

"내가 자네를 주군으로 모실 것 같아 보이는가?"

"아까 제가 황궁에서 한 말은 잊으셨습니까? 저희 셋이 있는 한 베인 경은 절대로 저희를 이길 수 없습니다."

"좀 전에 분명히 허세라고 한 말을 들었던 것 같네만?"

"알베르노를 감당해 낸 다는 건 허세가 맞지만, 베인 경에 대한 말은 허세가 아닙니다. 저 혼자와 저희 셋이 뭉쳤을 때의 차이죠. 그리고 제가 신의 이름으로 말한다면 경은 절대로 어길 수 없는 명령을 내릴 수도 있습니다."

"별 수 없구만. 어린 나이에 머리가 좋군."

"뭐, 저는 나름대로 경을 믿기 때문에 말씀 드린 겁니다."

"그래, 일단 그렇다고 해 두세."

"아, 그러고 보니 이방인이라는 말은 어디서 배우셨습니까? 아까 황제가 저희에게 이방인이라고 하던데요. 보통은 외국인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청룡 님의 전언이 있었네. 두 달 쯤 전에 신탁이 내려오며 이계에서 이방인들이 올 것이라고 하셨지."

"그랬군요."

'역시 더블S는 철저하군. 그래서 내가 이쪽 게임만 한다니까.'


"아, 마침 다 도착한 것 같네요."

"여긴..."

"네. 거깁니다."


카인 일행이 도착한 곳은 바로 전 알베르노 공작성이었다.

알베르노의 사형이 집행된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이미 그의 가족들과 식솔들은 잡혀간 후 인지 모습이 보이지 않았지만, 많은 수의 병사들이 성 주위에 포진하며 일반인의 출입을 제한하고 있었고, 일부는 성 안에서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성 안으로 일행이 진입하려 하자 병사 한 명이 들고 있던 창을 내세워 앞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잠시 일이 생겨 이 주변은 출입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이건가? 내가 필요하단 일이."

"네. 아무래도 아직 제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으니까요."

"알겠네."


눈치가 빠른 베인이 병사가 말을 마치자마자 카인에게 속삭이듯 낮은 목소리로 물었고 그에 카인 역시 낮은 목소리로 답을 했다.


"수고가 많군. 베인이라고 하네. 잠시 안에 들어가도 되겠나?"

"아, 베, 베인 경! 몰라봬서 죄송합니다. 당연히 들어가셔도 됩니다."

"고맙군."

"그런데 이분들은 누굽니까?"

"말하셔도 됩니다."

"그래, 여기 이 청년은 알베르노의 빈자리를 대신할 사람이네. 아직 패는 안 나왔지만 이미 황제 폐하께 서임을 받았네. 다른 두 친구는 가신 정도로만 생각해 두게. 인사하게."


카인은 베인이 잠시 머뭇거리는 기색을 보이자 얼른 베인에게 말했고 베인은 카인을 대신해 일행을 소개해 주었다.


"공작님이셨군요.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반갑네."

"아, 카인 경은 알베르노에게도 뒤지지 않는 검술 실력을 가졌다네. 폐하께서는 미리 알베르노에 대한 준비를 해 두신 거지."

"아, 그러셨군요. 다시 한 번 영광입니다."


그는 비록 얼굴의 절반을 가리고는 있었지만, 목소리나 카인과 베인을 제외한 일행의 모습으로 보아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카인이 그 나이에 알베르노 대신 공작의 자리를, 그것도 알베르노가 잡혀간 지 몇 시간도 채 안 된 시간에 꿰찼다는 것에 불만스런 표정으로 억지로 카인과 악수를 청하는 듯 했지만, 뒤에 이어진 베인의 말을 듣고는 다시 진심 어린 표정으로 인사했다.

그의 처지에서는 자신보다 어린 나이에 소드 마스터에 비견되는(사실은 익스퍼트지만) 경지를 이룬 것이 대단해 보였고, 지금은 창을 들고 있지만 먼저 검을 든 선배의 입장에서 대견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수억의 인구가 사는 제국에도 소드 마스터의 숫자는 겨우 20명을 살짝 웃도는 것에 불과했기에 살짝은 의심스러웠지만, 황실 친위대장인 베인의 말이니 믿을 수밖에 없었다.


"뭘 이 정도로. 그나저나 안쪽에 볼일이 있어서 그런데 들어가도 되겠지?"

"물론입니다.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아니, 그냥 우리가 알아서 하지."

"네. 알겠습니다."


그는 카인의 단호한 거절에 일언반구도 않고 일행을 안으로 보내주었다.

그의 신분으로는 공작위와 소드 마스터의 실력을 가지고 있는 카인에게 감히 말대답할 배짱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카인은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공작 성내의 모든 병사를 밖으로 내보냈다.


"베인 경도 잠시 이 자리에 계셔주십시오. 금방 처리하고 오겠습니다."

"무슨 일인가?"

"그건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만약 알게 된다면 자신의 기사도를 의심해야 할 테니까요. 저희는 좀 급해서 빨리 다녀와야겠습니다. 딱 10분 정도만 기다려주십시오. 레인, 신속!"

"오케이. 블러드 컨트롤-도핑"

"우왁!"


카인은 베인이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캔의 한 쪽 팔을 붙잡고 달려나갔고, 자신을 부르며 먼저 출발한 카인을 따라 레인 역시 속도는 좀 떨어지지만 비교적 시전이 쉬운 도핑 스킬로 캔의 반대쪽 팔을 채가듯 잡아 이동했다.

물론 당사자인 캔은 비명을 질렀지만.


"나의 기사도를 의심해야 할 일이라...도둑질이라도 하려는 건가? 일단은 기다려 보는 수밖에 없겠군."


베인은 이미 병사들이 쓸어갈 대로 쓸어갔을 이 성에 훔쳐갈 것 따위가 뭐 있겠냐고 생각하며 혼잣말을 했을 뿐이지만 그는 이 성의 대부분의 물품은 이미 카인 일행이 쓸어간 이후라는 것과 자신의 예상이 정확히 들어맞았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야, 카인. 여기가 확실해?"

"확실해. 배낭은 잘 챙겼지?"

"물론이지."

"그럼 됐어. 남은 양이 좀 많긴 하지만 우리가 못 들고 갈 정도는 아니니까. 여차하면 베인 경에게 부탁하면 되고."

"그것 때문에 데려온 거냐?"

"아니지. 내가 말했잖아. 내 편으로 만들기 위해서라고. 반란 때 우릴 돕진 못하더라도 막지도 못하게 해야 할 사람으로는 만들어 둬야지."

"그나저나 너 아까 아슬아슬했어. 그런 도박이 통할 줄이야."

"그런 것 만도 아니야. 아까 황제가 바라는 게 있어 고발했다고 했을 때, 그는 자신을 짐이 아니라 '나'라고 표현했어. 황제로서는 입에 밴 습관이었을 텐데 그걸 번복하고 나라고 표현했다는 것은 자신이 그 질문을 한순간, 무의식적으로 내가 자기보다 높은 사람이라는 걸 인식했다는 뜻이지. 난 그걸 파고든 거고."

"너 카인이 아니라 켄이냐?"

"무슨 그런 섭한 소릴해? 아, 마침 다 왔네."

"우욱! 나 토할 것 같아. 살려 줘."


카인은 켄이 들었으면 또 다시 투닥거릴 소리를 했지만 멀미로 어지러웠던 켄은 그 말을 미처 듣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져 카인이 문을 여는 것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대강 다 들어갈 것 같은데?"

"알았으면 빨리 챙기기나 해."


그리고 약 20분 후, 가져온 배낭과 인벤토리에 창고 안의 모든 것들을 담은 일행은 그곳을 빠져나와 베인이 있는 곳으로 갔다.


"족히 30분은 걸린 듯하네만."

"예상보다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아서요. 죄송합니다."

"아니, 괜찮네."

"그럼 이만 갈까요?"

"또 어디로? 아직 갈 곳이 남았는가?"

"이제 저의 땅이 된 레이블로 가야죠. 개인적으로 부탁드릴 게 있기도 하고요."

"부탁이라, 너무 어려운 부탁은 사양이네."

"걱정 마십시오. 그리 어려운 부탁은 아닐 테니까요."

"그러길 바라지."

"그럼 출발하죠."


그 말을 끝으로 카인 일행은 발을 빠르게 놀려 레이블시에 도착했다.


작가의말

이, 이게 뭐지?

뜬금없이 황제한테 반말하고 뜬금포 날림.

그러나 본문에서 설명함. 저는 이런 전개를 선호합니다.

일단 막나가고 나중에 설명하는 거.

아, 그나저나 비축분이 다 떨어졌습니다. 더 열심히 쓰는 수 밖에 없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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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히어로 Chapter5 반격 - 1 13.03.01 694 7 20쪽
11 히어로 Chapter4 알베르노 - 2 13.02.25 811 7 24쪽
10 히어로 Chapter4 알베르노 - 1 13.02.25 599 5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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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히어로 Chapter3 결투 - 2 13.02.22 751 4 17쪽
7 히어로 Chapter3 결투 - 1 13.02.20 869 8 15쪽
6 히어로 Chapter2 살수 - 4(6화) +2 13.02.13 1,248 7 21쪽
5 히어로 Chapter2 살수 - 3(5화) +2 13.02.06 854 5 23쪽
4 히어로 Chapter2 살수 - 2(4화) +2 12.12.28 993 7 17쪽
3 히어로 Chapter2 살수 - 1(3화) +2 12.12.21 912 7 21쪽
2 히어로 Chapter1 시작 - 2화 +6 12.12.18 1,149 9 17쪽
1 히어로 Chapter1 시작 - 1화 +4 12.12.17 1,862 9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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