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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도래하다.

히어로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판타지

Cainless
그림/삽화
용아(龍兒)
작품등록일 :
2012.12.17 22:37
최근연재일 :
2013.10.30 19:22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16,023
추천수 :
114
글자수 :
161,588

작성
12.12.21 17:01
조회
912
추천
7
글자
21쪽

히어로 Chapter2 살수 - 1(3화)

DUMMY

-에픽 클래스의 전직을 위해 전직 장소인 '살수들의 지하 밀실'로 이동합니다.


안내음이 꺼지자 갑자기 눈앞이 환해지며 어느새 카인은 전혀 다른 곳에 와 있었다.

중간 정도 크기의 직사각형 모양의 방.

그리고 그곳에 있던 십여 명의 사람 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특이한 복장의 중년 남성이 카인에게 물어왔다.


"그대가 우리의 뒤를 잇고 싶어하는 자인가?"


당연히 처음 보는 얼굴이었지만, 카인은 남자가 자신이 더블 S의 본사에서 상상했던 '살수'의 모습과 똑같았기 때문에 그가 살수라는 걸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네. 카인이라고 합니다."

"난 듀란이라고 한다. 살수의 길은 네 생각보다 어려운 길이 될 것이다. 그래도 이 길을 걷겠느냐?"

"네."

"좋다. 우선 살수가 되기 전에 우리들에 대해서 얘기해 주마. 일단 우린 이 시대 마지막 남은 살수다. 원래부터 그 수는 적었지만, 개개인의 힘은 익스퍼트 중, 상급이라 할지라도 우릴 제외하고 이제 제국에 20명도 남지 않은 소드 마스터에 버금갈 정도였다."


듀란은 카인이 이방인인 것을 알고 소드 마스터의 강함을 알려주기 위해 굳이 그 수를 거론하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우린 제국에서 여러 일을 하며 제국에 많은 보탬이 되었지. 그러나 우리들의 힘을 두려워한 황제가 다른 대륙에서까지 많은 수의 용병들을 끌어들여 우리 살수들을 전멸시키려 했다."

"용병들로요?"

"말이 용병이지 대부분 익스퍼트 최상급에서 다른 대륙이나 왕국에서 온 걸로 추정되는 소드 마스터들도 몇몇 섞여 있었다."

"그래서 수가 이 정도밖에 남지 않은 겁니까?"

"그래, 그나마도 우리의 저항도 만만치 않아서 이 정도라도 살 수 있었지. 그리고 그 이후 우린 복수의 칼날을 갈며 이곳에서 우리 살수의 마지막 후계자를 기다려왔다."

"그런데……. 대체 왜 지금까지 복수하지 않으셨던 겁니까? 분명 소드 마스터 세 명 정도의 힘이 있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 정도의 힘이라면 황제를 암살하는 것쯤이야 식은 죽 먹기 였을 텐데요?"


카인의 생각으론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던 부분이었다.

분명 살수라는 직업이 가지는 기본적인 강함 때문에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진짜 특기는 '암살'이었기 때문이다.


"신탁 때문이다."

"신탁이요?"

"그렇다. 그때 살아남은 살수들은 이곳으로 왔다. 이곳은 신전 지하에 있는 비밀 밀실이기 때문에 우리가 지금까지 안전할 수 있었지. 그 누구도 신전 아래에 이런 공간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거든. 아무튼, 잠시 얘기가 곁으로 샜지만 그래서 우리는 이곳에서 신탁을 받을 수 있었다. 그날 청룡께서 말씀하시길 우리의 뒤를 이을 이방인 후계자가 바로 오늘 이곳으로 온다고 하셨다. 그가 아니고서는 절대 황제를 암살할 수 없을 거라는 말씀도 함께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네가 나타나길 기다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저기, 죄송하지만 신이나 신탁이라는 게 그렇게 중요한 겁니까?"

"그렇다. 네가 이방인이라 잘 모르겠지만, 이 세계에서는 그 누구도 신탁을 따르지 않는 자가 없다."

"만약 신탁을 따르지 않는다면 어떻게 됩니까?"

"반신죄로 취급되어 죽게 된다."

"반신죄요?"

"신에게 반하기에 생기는 죄다. 반신죄를 저지른 자들은 얼마 안 가 돌연사 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에는 그 누구도 예외가 없다."

"……. 알겠습니다."

"그리고 너는 이제 앞으로 최소 세 달간 이곳에서 수련을 해야 한다."

"네? 그건 안 됩니다!"


세 달이면 현실 시간으로 베타 테스터들이 이곳에 막 들어올 시점이다.

스페셜 테스터의 이점이 이곳에서 베타 테스터들 보다도 게임 시간으로 3달이나 먼저 이곳을 탐험할 수 있다는 데 있었다.

따라서 이곳에서 3달간 수련이라는 명목하에 갇혀 있어야 한다는 것은 그 이점을 포기하라는 말과 다르지 않았다.


"너는 지금 살수로서의 준비조차 안 돼 있다. 살수로서 활동하려면 기본적인 소양은 갖추고 나가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다행히 지금 네 상태를 보니 마나 로드가 어느 정도 뚫려있고, 작긴 하지만 마나 오션까지 있구나. 이 정도라면 세 달 안에 소드 유저 상급에서 잘만하면 익스퍼트 초급에까지도 있을 테니 걱정 말거라."


소드 익스퍼트? 절대 쉬운 길은 아니다.

아니, 어려운 길이다.

더블S에서 만든 다른 온라인 게임에서도 소드 익스퍼트에 이르려면 평균적으로 최소 1년에서 최대 3년은 걸린다.

게다가 가상 현실인 '히어로' 에서라면 아마 더 오래 걸릴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걸 단 세 달 만에 이루게 해준다니.

너무 허황되게 들리는 말에 카인은 반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게 가능은 한 겁니까?"

"믿기 힘들겠지만 가능하다. 익스퍼트란 게 마나 오션을 생성하는 게 힘들지 사실 마나를 주입하는 건 우리에게는 비교적 쉬운 일이다. 물론 지금의 너는 마나 오션이 텅 비어 있기 때문에 마나를 사용해서는 3달이면 잘해야 소드 유저 초급정도 밖에 안 되겠지만 말이다."

"지금 이 말은 상당히 모순되는 것 같은데요?"

"난 익스퍼트에 이르게 해 준다고 했지, 마나를 사용하는 익스퍼트라고는 한 적 없다."

"그럼 무엇으로 절 익스퍼트로 만들어 주시겠다는 겁니까?"

"아직은 말해줄 수 없지만 확실한 방법이 있으니 믿고 따라와라."


듀란의 확고함에도 카인은 의문이 생겼지만 아마 살수만의 비전이 있거나 더블S가 도움을 준다고 했으니 그 일부일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에 그러려니 하고 듀란에게 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수련은 언제부터 시작합니까?"

"지금부터다. 앞장설 테니 따라오거라."

"네."


듀란은 카인을 이끌고 바닥에 숨겨져 있던 문을 열어 아래로 내려갔다.

한참 후, 카인이 듀란의 뒤를 따라 도착한 곳은 목각 인형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지하 수련장이었다.


"여기서 뭘 하면 됩니까?"

"일단은 처음이니 저기 있는 목각 인형을 쳐 보거라."

"그냥 치기만 하면 됩니까?"

"아니다. 내가 하는 것을 잘 보고 따라하거라."


말을 마친 듀란은 옆에 떨어져 있던 목검을 쥐고 자세를 잡고는 목각 인형을 수평으로 베었다.

간결해 보이는 동작이었지만, 그 한방의 충격이 꽤 컸던 듯 단단해 보이던 목각 인형이 단번에 부러져버렸다.


"이런, 오랜만이라 그런지 힘이 너무 들어갔군."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듀란이었지만 카인은 이 한방으로 그의 힘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게 수평베기다. 저건 부러졌으니 옆에 있는 것을 한 번 베어보거라."

"네."


카인은 곧장 목검을 주워들고는 그의 앞에 있는 목각 인형을 수평으로 베었다.

그러나 큰 소리가 나긴 했지만, 듀란처럼 목각 인형이 부러지기는커녕 작은 흠집 정도 밖에 생기지 않았다..


"하체가 흔들리면 파괴력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하체를 고정하고 중심을 단단히 해라."

"네."


카인은 듀란의 말대로 이번에는 하체를 단단히 고장하고 목각인형을 다시 한 번 쳐보았다.

물론 이번에도 목각인형이 부러지는 일은 없었지만 아까보다는 제법 큰 소리가 들렸다.


"자세가 좋구나. 혹시 어디서 검을 배운 적이 있느냐?"

"네?"

"검을 배운 적이 있냐고 물었다."

"네. 저희 세계에서 몇 년간 배운 적이 있습니다."

"그 밖에 다른 것도 배운 것이 있느냐?"

"네. 태권도라고 하는 근접 격투술을 배웠었습니다."


아무래도 원거리나 중, 장거리는 아니니 근접 격투술이겠지만 굳이 격투술이라거나 근접이라는 말을 붙여 말을 하려니 왜 이리 어색한지.

카인이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좋구나. 그럼 검술이나 격투술은 자세만 좀 다듬어 줄 테니 우선 수직 베기부터 해보거라."


'생각보다 일이 빨라졌군. 조금만 더 빡세게 굴리면 진짜로 익스퍼트에 오를 수도 있겠어.'


사실 듀란이 익스퍼트를 언급한 건 카인에게 동기를 심어주기 위해서였을 뿐, 별 기대는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뜻밖에도 카인이 이미 검술과 격투술을 배운 상태여서 꽤 많은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 같으니 이 정도 속도라면 진짜로 세 달 안에 카인이 익스퍼트에 오를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렇다고 하더라도 카인이 자신들의 복수를 위해 움직여야 한다는 건 변함이 없었지만, 어느새 듀란은 카인이 더 성장하길 바라고 있었다.


"네."


이번에도 카인은 짧은 대답과 함께 곧장 목각 인형을 향해 검을 내리쳤다.


"괜찮구나. 사선 베기와 찌르기도 해보거라"

"네."


이번에는 카인이 목각 인형을 향해 사선 베기와 찌르기를 연속으로 했다.

그러자 카인의 귀에 안내음이 들려왔다.


-스킬 '기본 검술'이 추가되었습니다.


'벌써 스킬인가? 조금 빠른 것 같은데?'


물론 기본적인 스킬인 검술 스킬이라고는 해도 이렇게 빠르게 스킬을 습득할 수 있었던 건 NPC가 가르치고 있어 붙은 보너스와 이전에 받은 청룡의 가호 덕분이었지만, 카인은 그걸 눈치채지 못했다.

그런 카인이 첫 스킬에 기뻐할 틈도 없이 듀란의 말이 들려왔다.


"나쁘지 않구나. 검술은 이쯤이면 됐다. 이제 네가 말한 태권도라는 걸 보자꾸나."

"네."


카인은 말을 마치자마자 검을 내려놓고 앞의 목각 인형을 향해 돌려차기를 했다.


"괜찮구나. 더 해보거라."


듀란의 그 말에 카인은 다시 자세를 잡았고, '히어로'에서의 첫 날밤은 그렇게 깊어만 갔다.

그리고 다음 날, 3시간밖에 잠을 자지 못한 카인에게 듀란은 목검을 두 개 건네주었다.


"이번엔 이도류를 배워야 한다. 이도를 써 본 적이 있느냐?"

"이도는 아직 써 본 적이 없습니다."


현실에서의 검도에서도 이도류가 있긴 하지만, 카인은 배우지 않은 상태였다.


"그럼 배워라."

"네."


지금까지 둘의 대화는 이런 식이었다.

듀란이 가르치면 카인이 배울 뿐.


"이도를 쓰는 것은 검 하나를 쓸 때와는 다르다. 단순히 검 하나가 늘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이 두 검의 조화를 잘 생각해라."

"네."


원래의 이도류라면 일반적인 검 길이를 가진 대도와 비교적 짧은 소도를 이용하는 검술을 칭한다.

그러나 카인이 배우는 것은 두 개의 대도를 사용하는 이도류다.

따라서 이도를 쓰는 목적도 다를 수밖에 없다.

원래의 이도류가 소도로 상대의 검을 막고, 대도로 공격하는 공방이 잘 어우러져 있는 검술이었지만, 지금 카인이 배우는 이도류는 오로지 공격 위주의 검술이었다.


"우선 기본 자세는 오른발을 앞으로 50cm 정도 내밀고 한 손은 앞으로 한 손은 뒤로하는 것이다. 그리고 뒤로 내민 손으로 베면서 앞으로 뻗었던 손을 뒤로 당긴다. 이것이 이도의 기본이다."

"네."

"그리고 지금부터는 목각 인형은 치지 말고 나와 대련 형식으로 수련한다. 알겠나?"

"네."


카인의 대답과 함께 대련이 시작되었다.

카인은 대강 눈대중으로 확인해 본 결과 검폭이 3cm, 길이 1m 20cm의 목검을 두 자루 쥐고 있었고, 듀란은 검폭이 10cm 정도에 길이는 1m쯤 되는 목검을 양손으로 쥐고 있었다.


"간다."


듀란의 짧은 말과 함께 대련이 시작되었다.


"이도류는 쾌에 중점을 두고 있다. 더 빠르게 움직여라."

"찌르기를 할 때는 한 손이 찌르면 다른 손은 다시 뒤로 빠져서 찌를 준비를 해라."

"이도류는 두 검을 함께 쓸 줄도 알아야 한다. 수평 베기나 사선 베기를 할 때도 두 검을 같이 쓴다면 위력도 강해지고 상대가 막기 힘들어진다."

"상대가 장검이나 중검으로 베어 올 때는 한 개의 검으로만 막고 다른 검으로는 상대를 공격해라."

"상대가 대검을 쓰거나 강한 힘을 가졌을 때는 양 검을 교차해서 교차점으로 막아라. 검 하나로 막지 못할 것도 이도라면 막을 수 있다."

"장검이든 단검이든 찌르기가 들어올 땐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피해라. 그리고 나서 상대를 벤다."

"네가 왼쪽으로 피했으면 오른손으로 베고 오른쪽으로 피했으면 왼손으로 베라."

"찌르기를 하러 들어오는 상대에게 마주 찌르기를 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우선 피하고 그 후에 베라."


듀란은 대련을 하면서도 쉼 없이 카인에게 지도를 해주고 있었고, 카인은 듀란의 가르침을 스펀지처럼 흡수하며 듀란의 공격을 피하면서 간간이 반격도 하고 있었다.


'역시 재능이 있어. 이도류는 처음이라면서 잘 막으면서 회피도 빠르고 반격도 잘하는군.'


사실은 카인의 레벨 대비 높은 스텟과 몬스터병 때문에 그런 것이었지만, 듀란은 그것까지는 모르고 그저 카인이 대단하다고만 여겼다.

물론 카인이 기본적으로 뛰어난 부분도 있었다.


'회피와 방어의 조합이 적절하군. 본능적으로 막을 때와 피할 때를 알고 있어. 무엇보다 반격의 타이밍이 좋아. 아무리 나라도 자칫하면 맞을 수도 있겠어.'


물론 듀란이 카인보다 훨씬 높은 스텟과 경험을 가졌기에 그럴 일은 없겠지만, 카인의 실력이 좋은 것도 사실이었다.


'이거 점점 욕심이 생기는군.'


듀란은 처음에 카인을 그저 자신들의 복수를 위한 도구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카인이 처음 들어왔을 때 보여준 재능이나 하루에 최소 16시간씩 수련하는 노력과 검술에 대한 빠른 이해력.

이 '노력파 천재'를 보고 있자니 점점 더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자신의 모든 것을 전해주고 싶은 욕심.

일찍이 그는 살수들의 리더 역할을 했었다.

그리고 얼마 간의 시간이 흐른 뒤, 스승으로부터 둘을 제외한 그 누구도 모르게 리더에게만 전해지는 비전을 전해 받았다.

그런데 카인을 보고 있자니 자신이 초보 살수였던 시절이 떠올랐다.

그때는 지금의 카인처럼 많은 노력을 했었다.

스승에게 인정도 받았었다.

지금의 카인은 마치 자신의 과거를 비추는 거울 같은 모습이었다.

그때를 떠올리자 듀란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지어졌다.


"더 빠르게 공격해라."


카인에게 더 많은 걸 가르쳐 주고 싶어졌다.


"일검을 휘두른 후에는 곧바로 다음 공격을 가해야 한다."


카인을 더 강하게 만들어 주고 싶어졌다.


"더 날카롭게!"


카인을 자신을 뛰어넘는 살수로 만들고 싶어졌다.

카인을 그 누구보다 강하게 만들어 주고 싶어졌다.

이러한 생각으로 듀란은 카인과의 대련에 조금 더 진지하게 임했다.


'젠장, 더 강해졌잖아. 죽어도 못 이기겠어.'


물론 정작 당하는 처지인 카인은 죽을 맛 이었지만.

듀란 정도의 실력자가 봐 주면서 한다고 하지만 진지하게 임하니 더욱 힘이 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카인은 못 이기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듀란을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더욱 빠르고 강하게.

그렇게 2시간이 흘렀다.


"괜찮으냐?"


듀란은 완전히 녹초가 되어 쓰러진 카인을 보며 말했다.


"아니요."


'미친놈이군. 지쳐 쓰러질 때까지 공격하다니 말이야.'


생각은 미친놈이라고 하지만 팔 하나 뻗을 힘조차 없을 때까지 자신을 향해 덤벼들던 카인의 투지가 마음에 들었다.


"그럼 한 판 더 붙을까?"

"조금만 쉬고요."

"5분 준다."

"네."


'오늘은 죽어나겠구만. 5분밖에 안주다니.'


카인은 투덜거리면서도 시간을 더 달라고 하지는 않았다.


'더 달라고 하면 이번엔 진짜로 죽을지도 모르겠어.'


카인은 대자로 누워 쉬면서 과거를 회상했다.

때는 어젯밤, 카인이 태권도 스킬을 얻은 후였다.

스킬을 얻고 난 후에도 듀란은 카인에게 지독할 정도로 수련을 시켰다.

결국, 카인이 지쳐서 쓰러지자, 듀란은 잠시간의 휴식 시간을 줬다.


"10분 주마."


10분이라니.

10분이면 지금 미친 듯이 뛰고 있는 심장을 겨우 진정시킬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러고 나서 한 30분 정도는 쉬어 줘야 비로소 다시 훈련할 수 있을 정도의 체력이 회복되는 것이다.


"조금만 더 주시죠."

"흠, 얼마나?"

"30분. 그 정도는 쉬어줘야 비로소 훈련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총 40분을 쉬겠다는 말이냐?"

"네."


카인은 듀란의 순간적인 기세에 잠시 움찔했지만 당당하게 말했다.


"알겠다. 일어나라."

"네?"

"일어나라."

"네."


듀란의 말에 영문도 모르고 일어선 카인은 그 날, 듀란에 의해 지옥을 경험할 수 있었다.


"역시 그냥 쉬는 것보다는 맞으면서 쉬는 게 좋을 것 같구나."

"커헉!"


듀란이 한 대씩 때릴 때마다 카인의 HP가 무섭도록 떨어졌다.

단단한 나무로 만든 목각 인형도 목검으로 부러뜨리는 괴력으로 맞으니 그 고통이 지금껏 맞아 왔던 그 어떤 고통보다도 강렬했다.

현실에서의 몸으로 맞으면 한 방에 뼈가 몇 대씩이나 나갈 정도의 고통이었지만, 게임에서의 육체는 현실보다 더 단단해서 그런지 멍만 들어 고통을 더욱 증가 시켰다.

그와 더불어 미처 내리지 못한 70%의 동화율도 그 고통에 단단히 한 몫을 했다.

원래 동화율이 50%가 넘으면 고통제어장치가 있어도 그 고통이 조금 올라간다.

동화율 50%까지는 제어해 주지만, 그 이상은 그대로 고통이 느껴지는 것이다.

일반 유저들은 동화율을 40%까지 밖에 못올리므로 별 상관은 없지만, 현재 카인의 동화율은 70%.

원래 느낄 고통의 20%까지 밖에 못느끼는 정도지만, 듀란의 힘이 엄청나서 그런지 느껴지는 고통은 상상을 초월했다.

게다가 전투 중으로 인식되어 이제는 동화율을 내리지도 못하는 상황.

그러나 HP가 떨어질수록 카인의 미소는 더욱 짙어졌다.


'여기서 죽으면 그동안은 안 맞겠지.'


지금까지 시간을 중시하며 1분도 헛되이 쓰지 않았던 카인이지만, 지금의 고통은 차라리 그냥 죽고 나서 쉬는 게 낫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마침내 HP가 5% 이하로 떨어지며 카인의 미소를 짙어지게 하는 시스템 메시지가 들려왔다.


-HP가 5% 이하로 떨어져 '빈사' 상태에 빠집니다. 빈사 상태에서는 의식은 있지만 아무 행동도 취할 수 없습니다.


'됐다. 이제 조금만 더 맞으면 돼!'


그러나 카인의 예상과는 달리 듀란은 목검을 내려놓고 품 안에서 작은 병 같은 걸 꺼내더니 뚜껑을 따서 카인에게 강제로 먹였다.


'뭐야, 이거?'


듀란이 뭘 먹인 건지 궁금해하는 카인에게 친절하게 시스템 메시지가 들려왔다.


-상급 포션을 마셨습니다. HP가 최대치까지 회복됩니다.


'망했다!'


듀란이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다.


"아직 네가 말한 40분이 지나지 않았구나. 더 쉬어야지?"

"아닙니다! 지금 당장 수련에 정진하겠습니다!"

"굳이 그럴 필요 없다. 쉴 때는 쉬어야지."


듀란은 말을 마치고는 다시 카인을 죽기 직전까지 팼다.

그러고는 다시 포션을 먹여 HP를 최대치까지 만들기를 수십 번.

오죽하면 죽기 직전에 포션으로 HP를 풀까지 채우는 걸 반복하다 보니 '급속회복' 이라는 패시브 스킬까지 생길 정도였다.

말 그대로 비전투 상태에서 HP와 체력의 자연 회복량을 증가시켜주는 유용한 스킬이다.

물론 덕분에 더 오래 맞아야 했던 카인은 죽을 맛이었지만.

듀란은 정확하게 40분을 채우고서야 목검을 내려놓았다.

포션 덕분에 몸은 쌩쌩했지만, 정신이 죽을 맛이었다.

그 덕에 카인은 듀란에게 쫄아서 반강제적으로 새벽 5시까지 수련을 한 덕분에 잠은 3시간 정도 밖에 못 잤다.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고 생각된 적은 처음이었지'


카인이 어제의 일을 회상하고 있던 찰나에 듀란의 목소리가 들렸다.


"5분 됐다. 일어나라."

"네."


카인은 두 자루의 목검을 지지대로 삼아 일어났다.


"간다."

"네."


5분밖에 쉬지 못했지만, 급속회복 덕분에 이미 상당량의 체력을 회복한 카인이 다시 자세를 잡았다.

그렇게 다시 30분 정도가 흘렀을 무렵 카인의 귀에 안내음이 들려왔다.


-스킬 '이도류'를 습득했습니다.


'기본 검술은 3분 만에 배웠는데, 이렇게나 오래 걸리다니. 이도류가 그렇게 상급 스킬인가?'


히어로에서는 하급 스킬은 배우기 쉽고, 상급 스킬일수록 배우기가 어렵다.

기본 검술은 최하급에 속하는 스킬이고, 카인이 원래 검도를 배웠었기 때문에 배우기 쉬웠을 뿐이다.

반면에 이도류는 카인이 처음 접해본 것도 있고, 원래 중급 정도의 스킬이기 때문에 배우기 어려웠던 것이다.

그나마 카인은 청룡의 가호 덕에 빠르게 배운 편이었다.


'웃!'


그러나 듀란이 계속해서 공격을 해오고 있었기 때문에 스킬을 얻었다고 해서 방심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1시간 하고도 30분이 더 흐르자 카인은 또다시 바닥에 쓰러졌다.

이도류가 스킬화 된 덕분인지 검술이 스킬을 얻기 전보다 조금 더 다듬어져 다 회복되지 않은 몸으로도 이전과 비슷한 시간을 버틸 수 있었다.


"이제 이도류는 괜찮은 것 같구나. 좀 쉬어라."

"얼마나요?"

"한 30분 정도 쉬어라."

"30분이나요?"


듀란에게 맞으면서 수련한 지 얼마나 됐다고 카인은 듀란이 푹 쉬라고 하자 오히려 더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그래, 푹 쉬어라. 놓고 온 게 있어서 가지러 다녀와야겠다."

"휴, 알겠습니다."


듀란이 나름의 이유를 대자, 카인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편히 시작했다.

그리고 30분이 조금 안 된 시간, 듀란이 다시 돌아오자 카인의 시선은 자연스레 듀란에게 향했고, 그의 손에 들린 것을 보자 카인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작가의말

드디어 카인이 제대로 히어로에 입문했습니다.

그리고 안내음과 스텟창이 변경되었습니다.

[수정 완료]

수정전엔 3천자 였으나 수정 후에 9천자가 되는 매직...

[2차 수정 완료]

2차 수정 후에 500자가 더 늘어나는 매직...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61 ya**
    작성일
    13.03.27 23:51
    No. 1

    어떤 수정작업이셨길래 3천자가 9천자로... 현실이 판타지인가요~ㅋㅋ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 Cainless
    작성일
    13.03.28 00:01
    No. 2

    음, 부족한 설명을 보충하고 실수로 빼먹었던 부분을 추가하고 보니 그렇게 되버렸네요.
    아마도 앞으로 수정 작업이 있다면 분량이 늘면 늘었지 줄진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상하게 계속 확인을 하고 작업을 하는 데도 다시 보면 빠진 부분이 보여서 고치다보니 분량은 늘어만 나네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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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정말 죄송합니다. 13.08.05 496 0 -
공지 히어로 전체 내용 수정 공지입니다. 13.03.31 262 0 -
공지 히어로 연재 시작합니다 13.02.24 501 0 -
20 히어로 Chapter7 어둠의 숲 - 3 13.10.30 277 2 19쪽
19 히어로 Chapter7 어둠의 숲 - 2 +1 13.05.19 492 3 14쪽
18 히어로 Chapter7 어둠의 숲 - 1 13.04.03 472 4 10쪽
17 히어로 Chapter6 황제와의 대면 - 3 +4 13.03.28 606 6 15쪽
16 히어로 Chapter6 황제와의 대면 - 2 +3 13.03.20 573 4 19쪽
15 히어로 Chapter6 황제와의 대면 - 1 +2 13.03.13 599 6 23쪽
14 히어로 Chapter5 반격 - 3 13.03.09 471 4 15쪽
13 히어로 Chapter5 반격 - 2 +2 13.03.06 476 5 11쪽
12 히어로 Chapter5 반격 - 1 13.03.01 694 7 20쪽
11 히어로 Chapter4 알베르노 - 2 13.02.25 811 7 24쪽
10 히어로 Chapter4 알베르노 - 1 13.02.25 600 5 19쪽
9 히어로 Chapter3 결투 - 3 13.02.22 683 5 14쪽
8 히어로 Chapter3 결투 - 2 13.02.22 751 4 17쪽
7 히어로 Chapter3 결투 - 1 13.02.20 869 8 15쪽
6 히어로 Chapter2 살수 - 4(6화) +2 13.02.13 1,248 7 21쪽
5 히어로 Chapter2 살수 - 3(5화) +2 13.02.06 855 5 23쪽
4 히어로 Chapter2 살수 - 2(4화) +2 12.12.28 993 7 17쪽
» 히어로 Chapter2 살수 - 1(3화) +2 12.12.21 913 7 21쪽
2 히어로 Chapter1 시작 - 2화 +6 12.12.18 1,150 9 17쪽
1 히어로 Chapter1 시작 - 1화 +4 12.12.17 1,862 9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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