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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도래하다.

히어로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판타지

Cainless
그림/삽화
용아(龍兒)
작품등록일 :
2012.12.17 22:37
최근연재일 :
2013.10.30 19:22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16,021
추천수 :
114
글자수 :
161,588

작성
13.02.25 12:54
조회
599
추천
5
글자
19쪽

히어로 Chapter4 알베르노 - 1

DUMMY

"네. 빈 병 200개 여기 있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카인 일행은 3시간 동안 퀘스트를 하며 번 돈을 모두 털어 잡화점에서 빈 병을 200개나 샀다.

많지 않은 돈이었지만 빈 병을 200개나 살 수 있었던 건 대량구매 덕분에 할인 받은 것도 있었고, 빈 병 자체가 비교적 싼 물건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하였다.


"자, 둘은 65개씩 나는 70개 들면 딱 맞지? 1시간 후에 다시 여기로 집합이다. 물론 빈 병에 피는 다 채워서."


셋은 둘에게 빈 병을 나눠 갖고는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정확히 한 시간 후.


"다 채웠냐?"

"나 때문인데 당연히 다 채워와야지."

"나도 다 채웠다. 그냥 잡으면 알아서 병에 채워지던데? 가끔 큰 놈을 잡으면 2병씩 찰 때도 있고."

"그럼 가자. 아, 이 정도면 충분하긴 한 거냐?"

"충분해. 나중에 올 때는 트롤의 피를 담아서 오자고."

"자, 우리 건 넘겨줄 테니 알아서 쫓아와라."

"아, 카인. 잠깐만. 이것 좀 들고 가주면 안 되냐?"


켄이 카인에게 건넨 것은 한 장의 카드였다.


"아무래도 이게 제일 편할 것 같아서. 30분 정도만 지나면 알아서 체인지 할 테니까 그냥 들고 달려만 주면 돼. 30분 되면 적절한 곳에 버리고."

"알겠어. 레인, 준비는 됐지?"

"잠시만, 칼에 피 좀 먹이고."

"뭐?"

"이 칼은 블러드 블레이드라고 해서 피를 흡수했다가 뱉어낼 수 있는 칼이야. 잔월의 난아도 이 칼의 능력을 이용한 스킬이고. 200병 정도는 충분히 흡수할 수 있어."

"그럼 아까 몬스터 잡으면서 흡수시켜두지 그랬냐?"

"까먹었다."

"……."

"……."

"괜히 무안해지니까 농담인 거 알면서 정색하지 마라. 아무튼, 아까 흡수를 못 한 이유는 이 녀석이 아이템으로 등록된 피만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야. 그냥 몹 잡으면서 피를 흡수할 수는 없다는 거지."

"불편한 페널티네."

"불편하지만 일단 흡수하고 나면 나름 효율은 높다고. 아까 잔월의 난아도 피 50병으로 날린 거야. 200병으로 날리면 더 끝내줬겠지만, 그땐 돈이 없어서 피를 못 채웠었거든."

"아서라. 그거에 맞으면 진짜 끔찍하겠다."

"그렇겠지? 아, 다 채웠다. 가자."

"먼저 가라. 나도 천천히 따라 갈게. 아, 카인 중간에 카드 버려두는 거 잊지 말고. 너랑 키스하기는 싫으니까."

"어차피 난 지금 가면 쓰고 있거든?"

"어쨌든. 먼저 가 있어. 나도 일단은 날아서 쫓아 갈 테니까. 공중부양."


말을 마친 켄의 몸이 허공으로 2m가량 떠올랐다.

그러나 움직이는 속도를 보니 달리는 것보다 약간 느린 정도라 카인과 레인의 빠른 움직임을 따라가기엔 무리가 있어 보였다.


"알겠어. 우리 먼저 갈게. 블러드 로드."


레인이 대검을 땅에 꽂자 대검에서 흘러나온 피가 가늘게 이어져 빠른 속도로 앞으로 뻗어 나갔다.


"이건 뭐냐?"

"장거리용 이동 스킬. 속도로만 보면 네 신속보다 위일걸?"

"그러냐? 근데 난 신속 안 쓸거다. 켄, 일단 여기서 쭉 직선으로 가면 되는 거지?"

"응. 보통 유저라면 힘들겠지만 우린 이동기가 좀 특별하잖아? 길 잃을 걱정도 없고, 어딘가에 부딪히거나 절벽에 떨어질 이유도 없고, 길이 막혀 못 가는 경우는 없잖아?"

"그건 그렇지."

"야, 너 신속은 앞에 장애물 있으면 못 쓰는 거 아니었냐?"

"신속은 안 쓴다니까. 저 녀석은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쓸건 이거야. 그림자 이동술."


말을 마친 카인의 몸이 자신의 그림자로 스며들었다.


"먼저 간다."


카인은 그의 그림자에서 앞에 있는 나무의 그림자로 이동하면서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한 번만 이동할 수 있는 거 아니었냐?"

"저건 말 그대로 그림자에서 그림자로 이동할 수 있는 스킬. 거리에는 약간 제한이 있는 것 같지만, 마나만 충분하다면 횟수에는 제한이 없을 거야. 물론 그럴수록 마나 소모가 많겠지만, 퀘스트를 완료하면서 받은 포션이 있으니 아마 오늘 갈 거리는 충분할 거야. 아, 근데 너도 이제 가야지?"

"가야지. 근데 넌 네 스킬도 아니면서 어떻게 그렇게 잘 아냐?"

"카인에겐 아직 말 안 해줬지만, 마술사도 여러 종류가 있지. 물론 나는 모든 종류의 마술을 하지만. 아무튼, 마술에는 멘탈 매직이란 장르가 있어. 보통은 사람의 심리를 이용한 마술을 많이 하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거의 필연적으로 배울 수밖에 없는 게 심리학이야. 덕분에 여기서도 '독심술-스킬 간파'라는 스킬도 얻게 되서 간단한 정보는 알 수 있어. 그나저나 너도 빨리 가야지? 계속 그러고 있으면 나보다도 늦게 가게 생겼다."

"아, 가야지. 블러드 로드-이동."


땅에 꽂은 대검을 뽑지 않고 손에 쥔 채 말을 마친 레인은 좀 전의 카인과 같이 사라져버렸다.


"거 참. 평범한 나로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녀석들이라니까."


다른 유저들에 비해서 전혀 평범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둘에 비하면 나름 평범한 편인 켄은 자신이 평범하다고 생각하고는 그들이 향한 방향을 향해 천천히 날아갔다.


6시간 후.


"야, 좀 쉬었다 가자. 넌 지치지도 않냐?"

"별로. 레벨 노가다 하는 것보단 편한데? 아, 지하 밀실에서 수련했던 것보다도."

"피가 모자라. 조금만 쉬자."

"그럼 그러지 뭐. 켄 녀석도 오려면 아직 5분 정도 남았으니까."

"그래, 좀 쉬자. 정신적으로 많이 피곤하다."

"5분만이다. 켄이 오면 바로 출발이야."

"네, 네. 알아서 쉬겠습니다."


레인은 자리에 주저앉아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봤다.

카인은 그런 레인을 잠시 물끄러미 바라보다 문득 불길한 기분을 느껴 레인에게 말을 걸었다.


"야, 넌 뭔가 이상한 거 못 느끼겠냐?"

"글쎄. 피 냄새가 좀 나는 거? 여기가 숲 속이니까 아무래도 몬스터들이 좀 있겠지. 여기가 평범한 RPG는 아니니까 서로 잡아먹을 수도 있을 거고."

"아니, 뭔가 더 있는 것 같아. 이거 영 기분이 별론데? 일단 잠시만 있어봐. 살기감지."


카인의 말에 짙은 검은 기운이 넓게 퍼져 나가며 연하게 변했다.


"그거 넓게도 펼칠 수 있는 거였냐?"

"응. 대신 큼직한 살기밖에는 못 느껴. 인간이 최대한의 살기를 뿜을 때나 느낄 수 있는 정도라고 하면 이해되려나? 아무튼, 이렇게 넓게 펼치면 먹이 사슬에 의한 사냥으로 표출하는 살기는 느낄 수 없지."

"것도 대단하네."

"그런데 너는 피 냄새를 어떻게 맡냐? 난 그냥 왠지 불안해서 말한 것뿐인데."

"내 직업이 블러드 마스터인 건 벌써 잊었어? 블러드 마스터, 피의 지배자로서 혈향도 못 맡는 게 말이 되겠냐? 패시브 스킬, 피의 향기의 효과야."

"그렇군. 그나저나 여기서 동쪽으로 약 500m. 강한 살기가 느껴져. 아무래도 뭔 일이 있는 것 같아."

"급한 일인 것 같냐?"

"좀 많이. 살기가 점점 커지고 있어."

"카드는 여기에 두고 먼저 갔다 와. 켄이 오면 나중에 합류할게. 아, 빈 병 몇 개 챙겨가서 피 좀 챙겨와 주면 고맙고. 내 몫까지 135병, 부탁한다."

"알겠어.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빨리 와라."

"가 봐."

"그래. 일단 이거 받고. 먼저 가 볼게. 신속!"


카인은 켄의 카드를 두고 신속을 사용해 방향을 틀어 달려갔다.

어떤 상황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림자 이동술로 마나를 낭비하는 짓은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몇 초 후, 카인의 앞에는 30여 마리의 오크들에게 둘러싸여 고전을 면치 못하는 마차가 하나 보였다.

싸우고 있는 건 마차 호위를 위해 고용된 용병들인 것 같았는데, 몇 명은 이미 죽은 것처럼 보였고, 모두 오크들에게 상대도 되지 않는 실력으로 보였다.


'오크는 레벨 60 정도면 잡을 수 있다고 했으니까, 봉인을 풀어야만 잡을 수 있겠어.'

"봉인 해제"


카인의 말에 그를 구속하던 수갑들이 모두 풀어져 바닥에 떨어졌다.

카인은 떨어진 수갑을 주워 인벤토리에 넣는 대신 곧장 오크에게 달려들어 공격을 날렸다.


"만월-대검, 바람의 춤."

"쿠오오!"


바람의 춤에 직격당한 오크 한 마리가 여러 개의 목소리가 중첩된 듯한 괴성을 지르며 휘청거렸다.


"아직이다, 이 자식아!"


카인은 대검에 모인 바람을 앞으로 쏘아낸 후, 용솟음을 처음 배울 때처럼 무기에 살기를 밀어 넣었다.


서걱.

검에 살기를 밀어 넣자 오크의 가죽이 종이 베이듯 너무나도 쉽게 잘려나갔다.


"쿠오오오"


대검에 베인 오크는 이전과 같이 흉성을 지르며 덤벼들지 않고 오히려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그런 오크는 한 마리뿐.

처음에 바람의 춤으로 죽은 오크와 카인이 상대하고 있는 오크를 제외하고는 카인의 등장으로 멈칫했던 공격을 다시 마차에 집중하려고 하고 있었다.


"그렇겐 안 되지. 살기표출."


카인에게서 살기가 퍼져나오자 마차를 향해 공격하려던 오크들이 못에 박힌 듯 움직임을 멈칫했으나 곧 다시 움직일 기색을 보였다.


"거 참. 귀찮게 한다니까."


카인은 살력을 최대치로 사용해 오크들의 움직임을 강제했고, 강력한 살기 탓에 멈춰버린 오크들을 가운데를 비워둔 원의 형태로 모으기 시작했다.


"저, 저기 좀 도와드릴까요?"


좀 전까지 오크의 공격을 받던 용병 중 하나가 물어왔다.


"아, 그래 주면 고맙고."

"네, 알겠습니다."


그 용병은 카인의 답을 듣고는 다른 용병들과 힘을 합쳐 오크들을 한 곳으로 모으는 것을 도왔다.

오크들이 몰려서 공격을 했었기 때문에 오크들을 모아서 원으로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가까이서 보니 더 못 생겼네. 그나저나 얼마나 무거우면 100레벨의 스텟으로도 옮기기가 힘드냐."


카인은 나지막이 투덜대며 마지막 오크까지 옮겨서 기어코 원을 완성했다.

그러고 나서 그 원 바깥으로 대검을 땅에 끌고 다니며 하나의 원을 더 그렸다.


"이봐, 이 원 안으로 들어오지 말고 바깥에서 이 녀석들이 밀려 나오려고 하면 공격해서 못 나오게 해. 그 정도는 할 수 있겠지?"

"아, 네."


카인이 살기표출로 뿌린 살기를 아직 거두지 않은 상태여서 그런지 순식간에 오크를 제압하는 능력을 보여서 그런지는 몰라도 용병의 목소리엔 두려움이 담겨있었지만, 카인의 말대로 다른 용병들과 함께 원 밖에서 칼을 들고 대기하고 있었다.


"좋아. 다행히 살력이 좀 남았네. 이거 하고 살기 표출을 한번 쯤 더 사용할 수 있겠어. 만월-용조. 그림자 이동술."


카인의 몸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비워놓았던 아직 살기를 거두지 않아 몸을 움직일 수조차 없는 오크들의 원 안에서 나타났다.


"용솟음."


카인의 한 마디에 용조의 발톱들은 오크들이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 평소와 다름없이 퍼져 나가 카인을 중심으로 한 동심원을 만들어 내었고, 그 크기는 카인이 오크의 원 밖에 그려둔 또 하나의 원보다 약간 컸다.

그리고 원의 범위 안에 있는 오크들 전부를 향해 칼날이 솟아올라 오크들에게 큰 피해를 주고 넉백 효과를 주어 밖으로 밀려나게 했다.

용솟음을 사용함에 따라 자동으로 거두어진 살기는 오크들에게 자유로움을 주어 카인에게 달려들게 했지만, 오크들은 용솟음의 칼날 때문에 계속 뒤로 밀려 카인에게 다가가기조차 어려웠다.


"으악!"


아직 용솟음의 지속 시간이 끝나려면 한참이나 남았지만, 뒤쪽에서 오크가 아닌 사람의 비명이 들려왔다.

아무래도 뒤로 밀려난 오크를 막아내지 못하고 역으로 당한 것 같았다.


'제길. 잘 좀 막으라니까.'


뒤로 밀려난 오크를 다시 안으로 밀어 넣지 못하면 오크들을 용솟음의 범위 안에 가둬 지속적인 데미지를 입게 해 죽게 만든다는 카인의 계획이 무너지고 만다.

그런데 그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리스트릭션."


카인의 입가에 미소 한줄기가 걸렸다.


"이제야 왔냐?"

"켄이 늑장을 좀 부려서."

"레인이 방향을 잘 못 잡아서."

"야, 내가 언제?"

"야, 내가 언제?"


마침 용솟음이 끝난 순간, 둘은 누가 친구 아니랄까 봐 똑같이 말하고 똑같이 화를 냈다.


"아, 그쯤하고 늦었지만 일단 나름 나이스 타이밍이었으니 됐어. 그림자 이동술."


카인은 용솟음이 끝나자 그림자 이동술로 다시 뒤로 빠졌다.


"용솟음 스킬 레벨이 낮아서 그런가 잘 안 죽네. 마지막은 그걸로 콜?"

"콜!"

"콜."

"살기표출"

"허밍버드 카드"

"블러드 컨트롤"

"만월-대검. 바람의 춤"


이 셋의 스킬 사용이 끝나자 이들의 입에서 자동으로 스킬 이름이 터져 나왔다.


"합격기-혈풍난무!"


혈풍난무로 생성된 피바람은 HP가 절반 이하로 떨어진 오크들을 모두 죽이고서야 가라앉았다.


"이거 아무래도 굳이 우리가 안 멈춰도 주위의 피를 다 쓰면 알아서 멈추는 것 같은데?"

"그럼 아깐 왜 안 멈췄을까?"

"아무래도 유저와 몬스터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그런가?"

"정확한 건 나중에 본사에 연락해서 물어보면 되고."

"저, 저기……."

"응?"


카인이 갑자기 들려온 말에 고개를 돌려보니 처음 보는 중년의 남성이 서 있었는데, 옷차림이 좋은 걸로 보아 아마 마차 주인인 듯 했다.


"실력이 상당하신 것 같은데 마을까지 동행해 주실 수 있습니까? 사례는 충분히 하겠습니다. 이곳에는 오크나 고블린들이 너무 많아서 저런 용병들에게는 도저히 마차를 맡기지 못하겠습니다."

"싫은데? 우리가 갈 길이 바빠서 말이야."


한눈에 봐도 자신보다 나이가 두 배는 많아 보였지만 지금은 카인이 갑이고 마차 주인이 을인 상황.

게다가 무언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여기 있는 용병들은 겉으로 봐서는 모두 레벨이 많아야 4, 50 정도. 이 오크들을 포함해서 아까 느꼈던 만큼의 살기를 뿜을 수 있는 놈은 없었어. 아까 내가 느꼈던 살기는 이 용병들이 냈다고 하기에는 농도가 너무 짙었어. 마치 평범한 인간의 한계를 넘은 정도의 살기. 몬스터가 사냥할 때나 그에 맞서는 인간이 내기엔 지나칠 정도의 살기. 저 용병들이나 오크가 아니라고하면 당연히 범인은 이 녀석이겠지.'

"그보다 당신 정체가 뭐야?"

"예?"

"당신 정체가 뭐냐고. 오크들이 나타났을 때 강한 살기를 품었음에도 용병들을 돕지 않은 이유가 뭐지? 당신 정도의 실력이라면 오크 정도는 무리 없이 처리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야."

"……. 하, 하하하하하!"


카인의 대답을 들은 중년인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이거 참, 지난 세월 동안 자네 같이 빨리 내 정체를 꿰뚫어 본 사람은 처음이군."

"당신 누구야?"


중년인은 갑자기 카인에게 하대했지만 바뀐 분위기와 목소리 덕분에 전혀 위화감이 없었고 오히려 카인을 압박할 만큼 강한 위압감을 내뿜고 있었다.


"나는 카일리아 제국의 공작, 알베르노라고 하네. 제국의 기사단장도 겸하고 있고."

"그런 자가 어째서 이런 곳에 있지? 또 저들을 죽게 내버려둔 이유는 뭐고?"


카인은 마치 듀란에게서 살기 표출을 배울 때의 살기와 비슷한 수준의 위압감을 받고 있었지만 그때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해진 상태였기 때문에 그 위압감을 버티고 그를 똑바로 보며 대꾸할 수 있었다.


"저 들은 기사 지망생이네. 기사 지망생이라 해도 부모가 없는 고아 중에서 재능이 있고, 하고 싶어하는 녀석들을 뽑아 만든 것이지만 말이야. 그리고 지금은 실전 수련을 나온 참이었네. 여기서 살아남지 못한 녀석은 죽고 살아남는 녀석은 수련 기사가 된다. 어찌 보면 잔혹한 일이지만 이 정도 각오도 없이 기사가 되려는 마음을 품는다는 건 어불성설이야. 어쩔 수 없네."

"고아들을 기사로 만든다라…. 듣기에는 좋은 말이군."

"어째 말에 가시가 돋친 것 같군."

"어차피 저 들은 죽어도 알아줄 사람 하나 없는 고아 출신. 기사가 된다 해도 어차피 화살받이가 될 게 뻔하지 않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렇지만은 않네. 화살받이로 쓸 거라면 굳이 훈련 시킬 필요도 없고, 이런 실전을 해서 수를 줄일 필요도 없지 않은가? 실제로 제국에는 고아 출신 기사들이 많다네. 모두 내가 키워낸 자들이지."

"카인, 이건 사실이야. 이 제국의 기사들은 고아 출신들이 많다는 자료를 읽은 적이 있어. 이 영감님의 이름도 몇 번 읽어봤고."

"그래? 그렇다면 사실이겠지, 뭐."

"하하하, 내가 공작이란 걸 알고도 나를 영감님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처음이군. 그래, 자네 이름은 뭔가?"

"켄."

"좋은 이름이군."

"훗. 내가 작명 센스 하나는 죽여주지."

"……."

"……."

"……."

"다들 농담한 거 두고 분위기가 왜 이래? 웃어넘기라고."


'그럼 아까의 살기는 오크가 나타난 순간 이들을 위해 본능적으로 나왔던 살기였나? 아니야. 그 정도로는 절대 그런 살기를 낼 수 없을 텐데…….'

"일단은 믿어보지."

"이 친구의 한마디로 나를 완전히 믿을 수 있는가?"

"물론."

"좋군. 무조건적으로 믿어줄 수 있는 친구라는 건 말이야. 그러고 보니 아직 자네 이름만 모르는군. 그래, 자네는 이름이 뭔가?"

"레인."

"카인, 켄, 레인인가? 좋은 이름이군. 언젠가 제국에 큰바람을 불게 할 이름이야."

"더 할 말이 없으면 이만 가보겠다."

"아, 잠시 기다리게. 카인. 자네는 소드 익스퍼트의 경지에 올랐는가?"

"어."

"역시 아까 검에서 넘실거리는 기운은 내 착각이 아니었군. 그 나이에 그 정도 성취를 이루기란 어렵지. 그래, 레인군. 자네는 검에 마나를 담을 수 있는가?"


검에 마나를 담는다는 것.

그것은 곧 익스퍼트의 경지를 말한다.


"아직."

"그렇군. 켄, 자네는?"

"난 검사가 아니라서."

"마법사 계열인가 보군."

"이런 건 갑자기 왜 물어보는 거지?"

"자네들, 기사가 되고 싶은 생각 없나? 원한다면 내가 최고의 기사로 만들어주지."


-전직 퀘스트 [기사]

당신은 제국의 기사단장 알베르노의 제안을 받았습니다.

이 제안을 받아들이시면 현재의 직업 대신 기사의 직업을 얻을 수 있습니다.

단, 지금까지의 직업 스킬은 모두 초기화됩니다.


조건:알베르노의 인정

보상:기사로의 전직, 현재의 직업 초기화

거절 시 페널티:알베르노와의 친밀도 소폭 하락.

난이도:F


'기사라. 한 번쯤 해보고는 싶었지만, 그렇다고 이 직업을 포기할 순 없지.'

"거절한다."


-알베르노와의 친밀도가 소폭 하락합니다.


"무슨 이유에서인가?"

"난 기사도를 지키며 살아가는 답답한 생활은 싫거든.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금의 직업이 마음에 들기도 하고."

"나도 마찬가지."

"이하동문."

"아쉽군. 자네들 정도라면 가르칠 맛이 나겠는데 말이야."

"갈 길이 급해서 먼저 가지."

"아, 카인군. 자네는 잠시 기다리게."

"응?"

"제국의 공작으로서 제국의 공적, 살수인 자네를 그냥 보낼 수는 없지 않은가?"


그 한 마디와 함께 알베르노의 칼이 뽑혔다.


작가의말

알베르노의 라임에 주목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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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히어로 Chapter3 결투 - 2 13.02.22 751 4 17쪽
7 히어로 Chapter3 결투 - 1 13.02.20 869 8 15쪽
6 히어로 Chapter2 살수 - 4(6화) +2 13.02.13 1,248 7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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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히어로 Chapter2 살수 - 2(4화) +2 12.12.28 993 7 17쪽
3 히어로 Chapter2 살수 - 1(3화) +2 12.12.21 912 7 21쪽
2 히어로 Chapter1 시작 - 2화 +6 12.12.18 1,150 9 17쪽
1 히어로 Chapter1 시작 - 1화 +4 12.12.17 1,862 9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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