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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도래하다.

히어로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판타지

Cainless
그림/삽화
용아(龍兒)
작품등록일 :
2012.12.17 22:37
최근연재일 :
2013.10.30 19:22
연재수 :
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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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22
추천수 :
114
글자수 :
161,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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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3.13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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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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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23쪽

히어로 Chapter6 황제와의 대면 - 1

DUMMY

"염화의 구슬이라...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 염화는 아니겠지?"

"염화의 구슬? 그거 이름이 염화의 구슬이야?"

"어."

"그렇단 왠지 불길한데. 원래 살수의 시초가 됐던 미르의 전설에서도 가장 쓸모없는 스킬 중 하나 아니었냐?"

"그렇지."


아무리 미르의 전설에서 모티브를 따왔다지만, 그곳에서의 스킬이 모두 쓸모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 효용성이나 마나의 소모로 미루어 볼 때 사장되다시피 한 스킬들이 있긴 있었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염화란 스킬이다.

처음에는 나름 괜찮은 스킬로 사용되었지만, 캐릭터가 성장하면서 평타보다 조금 나은 수준의 데미지, 있으나 마나 한 도트데미지와 더불어 상당량의 마나를 소모하는 특성 때문에 처음 배울 때만 쓰고 후에는 쓰지 않는 스킬이 바로 염화였다.


"그래도 여긴 히어로잖아. 미르의 전설이 아니라고."

"그럴까?"

"그러길 바래야지. 일단 확인부터 해봐."

"왠지 겁나긴 하지만 그래도 확인은 해야겠지? 만월,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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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만월 - 용조

종류 : 무기, 용조

등급 : 매직

공격력 : 55-70

내구력 : 100/100

무게 : 50

제한 : 직업 '살수' 한정. 무기 '만월'이 주인으로 인정한 자.

설명 : 초대의 살수가 사용했다고 전해지는 무기.

에고가 잠들어 있으며 주인과 함께 성장한다.

전설로서 내려오는 하나밖에 없는 무기이다.

최대 레전드급까지 성장할 수 있다.

특수한 마법이 인챈트 되어 내구도가 떨어지지 않는다.

대검과 두 개의 도로 변화할 수 있다.

10개의 홈에 맞는 구슬을 채워 넣으면 그 구슬에 따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염화의 능력 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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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왜? 그 정도로 안 좋냐?"

"아니, 그게 아니라 이거 공격력이 2배나 올라갔는데?"

"헐? 그래서, 염화의 구슬 효과는 뭐냐?"

"잠깐만."


카인은 염화의 능력 각성이란 부분 옆에 있는 +부분에 손을 갖다 대었다.


-스킬 '염화'를 사용할 수 있다. 공격 시 일정 확률로 상대에게 '화상'을 입힌다.

화속성 친화력+10

-염화:무기에 불을 두를 수 있으며, 화속성 공격력이 추가된다.


"예상대로 염화라는 스킬이 있긴 한데, 능력이 좀 다른 것 같아."

"그래? 여기서 한 번 해봐."

"여관을 통째로 태워 먹을 일 있냐? 내일 보여줄게. 일단 마저 정리하고 자자. 내일은 좀 더 바쁠 것 같으니까."

"그것도 그러네. 그나저나 어디 유니크 아이템 없나?"

"그건 이미 따로 챙겨뒀으니까 걱정 말고 나눠 놓기나 해. 내일 일 다 끝나면 나눌 거니까."

"아, 그래야지."


켄의 대답을 끝으로 셋은 아무 말 없이 다시 아이템을 나누기 시작했고, 3시간이 지나서야 먼저 털어왔던 아이템을 포함한 모든 아이템의 정리가 끝났다.


"아, 다 끝났다. 템에 치어서 죽을 뻔한 건 처음이네."

"그러니까 말이야. 온라인 게임에서는 그냥 정렬 버튼 하나만 누르고 클릭으로 창고에 쌓아두면 되는데."

"너무 현실적이어서 더 불편한 점도 있구나."

"그러니까 말이야. 일단은 자자. 말했듯이 내일은 좀 바쁠 것 같으니까."

"그래. 켄, 너는 여기 남고 나랑 카인은 옆으로 갈게."

"오올~. 같이 자?"

"미쳤냐? 나는 네 바로 옆, 카인은 그 옆이야. 병to the신아."

"알고 있어, 임마. 자라."

"간다."


카인과 레인은 켄의 방에서 나와 각자의 방으로 들어간 후 잠을 청했다.

비록 게임 속이었지만 현실에서와 다름없는 침대의 푹신함이 하루 동안의 피곤함을 녹여주는 것 같아 편히 잠들 수 있었다.


다음 날 아침, 가장 먼저 일어난 카인은 레인과 켄을 깨우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


"여기엔 대련장이 없나?"

"대련장을 찾나?"


카인이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자, 웬 체구가 건장한 기사처럼 보이는 자가 서 있었다.

카인의 키가 180cm가 넘는 큰 키임에도 카인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클 정도로 키가 컸고, 갑옷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덩치도 꽤 있어 보였다.

나이는 50대 중, 후반 정도로 보였지만, 왠지 모르게 사람을 주눅들게 하는 위압감 같은 게 있었다.


"그렇습니다만, 누구시죠?"

"아, 나는 그냥 평범한 기사라네. 마침 나도 시험해 볼 기술이 있어서 대련장을 찾아가던 참이었는데 잘 됐군. 같이 가지."

"아, 네."


사실 카인으로선 매우 꺼림칙하고 내키지 않는 제안이었지만, 그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에게서는 뭔가 그의 말처럼 평범하지만은 않은 듯한, 무언가의 힘이 느껴지기 때문이었다.


"이곳일세."


잠시 후, 그와 함께 도착한 곳은 변방의 시튼 마을에서 봤던 것보다 조금 큰, 그러나 외형은 비슷한 대련장이었다.


"아, 감사합니다."

"뭘 이 정도로. 아, 그런데 여기까지 오면서 이름을 모르고 있었군. 자네 이름이 뭔가?"

"카인이라고 합니다."

"나는 베인이라고 하네. 들어가지. 자네 몫이라면 내가 내 줄 테니."

"네?"


자신을 베인이라고 소개한 기사는 카인의 반문을 듣지도 않고 곧장 카운터로 가서는 직원과 몇 마디 말을 나누더니 카인에게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그 손짓을 보고도 카인은 머뭇거리며 안으로 들어갔지만, 직원은 그를 제지하지 않았다.


"대체 어떻게 하신 겁니까?"

"뭘 말인가?"

"좀 전에는 돈을 건넨 것 같지도 않으신 것 같은데, 몇 마디 말로도 저 직원은 저를 군말 없이 들여보내 주더군요. 그래서 그럽니다."

"아, 내가 미처 말을 하진 않았네만 우리 기사들은 여기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네. 자랑은 아니네만 내 이름을 대면 웬만한 곳은 출입할 수 있다네."

"역시 전에 말씀하셨던 것처럼 평범한 기사는 아니시군요."

"그래서, 나에게 칼을 뽑을 건가?"

"아니오. 비록 저에게 거짓말을 하셨지만, 호의를 보여준 분에게 검을 들이댈 순 없지요. 게다가 저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정도의 실력자 같으신데요."

"하하하. 그 말도 맞는 말이로군. 그래, 자네 말처럼 나는 그저 그런 기사는 아니라네."

"그리고 저 같은 처음 보는 사람에게 이런 호의를 베풀어 주시는 이유가 뭡니까?"

"자네 같이 젊은, 아니, 어린 나이에 그 정도의 실력을 갖추긴 어렵거든. 대강 보아하니 최소 익스퍼트급은 된 것 같네만. 아닌가?"

"맞습니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닌 것 같은데요?"

"흠. 젊은 친구가 의심이 많군."

"아버지에게 그리 배워서요."

"크흠. 좋은 아버지군. 원래 이 거친 세상을 살아가려면 의심이 많은 것도 도움이 될 때가 있지."

"아직 제 질문에 대한 답을 해 주지 않으셨습니다."

"아, 사실은 자네 손등 때문에 그러네."

"네?"

"자네 손등의 그 문신 말이네. 그 문신은 청룡님께서 직접 인을 찍어주시지 않는 이상 새길 방법이 없거든. 이상하게도 똑같이 그렸음에도 전혀 다른 문신이 돼버리기 때문이네. 또 청룡님의 상징이기도 하고 말이야."


그 말에 카인은 왼손을 들어 자신의 문신을 바라보았다.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이었지만 지난밤, 아이템 정리를 할 때 켄과 했던 말이 떠올랐다.


'켄, 그래서 그 기사들을 데리고 가도 우리 말을 믿어줄까? 아까 네가 말한 대로 우리는 아무런 명성도 없는 그저 그런 사람인데 말이야.'

'그건 걱정 마. 너 청룡의 낙인 있지? 그건 청룡이 직접 찍어준 게 아니면 따로 못 새길 수 없대. 그리고 여기 사람들 신, 청룡의 말이라면 껌뻑 죽는 거 알지? 그것만 보여주면 만사형통이라는 말씀. 게다가 아까 들어보니 네가 제국의 공적이라고 하는 것 같던데 아무리 그렇더라도 이 문신만 보여주면 그 누구도 널 함부로 대하지 못할 거야.'

'그거 확실한 정보냐?'

'내가 이런 큰일에 불확실한 정보 들고 오는 거 봤어? 당연히 확실한 정보지.'

'일단 믿는다.'


카인은 못 믿겠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믿는다는 투로 말했지만, 켄은 그게 카인 나름 믿음을 표현한 거란 걸 알기에 그냥 웃고 넘어갔다.

그리고 카인이 잠시 생각에 빠져 있을 때 베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카인군, 도착했네."

"아, 네."


카인이 정신을 차리고 앞을 보자 1층의 허수아비가 늘어서 있는 수련장이 아닌 지하의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었다.


"여긴 어딥니까?"

"아, 자네가 잠시 생각에 빠져 있는 것 같아 그냥 데려오긴 했네만, 여긴 비밀 수련장이네. 허수아비로는 받아낼 수 없는 공격이나 범위가 넓은 공격을 시험할 때 사용하는 곳이지. 나가는 곳은 그냥 몸을 반대로 돌려 올라가기만 하면 되네."

"괜찮습니다. 저에게 딱 맞는 곳인 것 같네요."

"그런가? 잘 됐군. 미안하지만 잠시만 거기서 기다려 주게. 내가 실험하려고 하는 기술은 범위가 커서 자칫 말려들기가 쉽거든."

"아, 네. 알겠습니다."


베인은 카인의 답을 듣고 벽 쪽으로 이동해서 자세를 잡고 검을 들었다.


"해일!"


베인의 검에선 어느새 오러 블레이드가 솟아나 있었고, 그가 수평으로 베어낸 길을 따라 오러가 머무르고 있었다,.

그의 기술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아직 허공에 머무르고 있는 오러가 얇게 퍼져 나가며 마치 해일처럼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앞의 벽에 그런 공격이 제대로 명중하고 있음에도 약간의 소리만 날 뿐 벽은 멀쩡했다.


"우와."


마침내 오러의 해일이 끝나자 카인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역시 아직은 힘들군."


베인은 태연한 척 말했지만, 아무래도 힘이 많이 드는 기술인지 바닥에 칼을 꽂고 그걸 지지대로 삼아 헐떡거리고 있었다.


"괜찮으십니까?"

"괜찮네. 한 번에 너무 많은 오러를 뿜어내서 그렇지, 잠시 후면 괜찮아진다네."

"다행이군요."

"그나저나 자네는 안 하나?"

"네?"

"자네도 여기에 온 목적을 달성해야 하지 않겠나."

"아, 하지만..."


카인은 과연 이 기사에게 그 기술을 보여줘도 될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그 기술을 사용하면 자신이 살수라는 게 드러날 테고, 딱 봐도 알베르노보다 높은 경지의 검사로 보이는 이 기사가 제국에서 높은 자리에 있을 게 뻔한데, 과연 자신이 살수라는 걸 알고도 가만히 내버려 둘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하지만 카인의 그런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래, 손등의 문신이 있으니까. 어차피 죽어도 다시 살아나는데 뭐.'

"알겠습니다. 다만, 이 기술을 보신 후에 절 공격하지는 마십시오."

"그분의 낙인이 찍혀있는 그대를 내 어찌 공격하겠나."

"확실히 약속해 주십시오. 부탁입니다."

"그렇게까지 말하니 좀 미심쩍긴 하지만, 알겠네. 기사의 명예를 걸고 약속하지."

"감사합니다. 만월-용조."


카인은 몸을 돌려 만월을 용조의 형태로 변화시켰다.

뒤에서 베인이 움찔하는 것 같았지만, 카인은 그를 신경 쓰지 않고 만월의 칼날끼리 겹쳐 깍지를 꼈다.


"뇌전."


카인의 말에 왼손에서 발생한 전기가 왼손의 만월에 퍼지더니 곧 오른손에까지 옮겨갔다.


"염화."


카인이 깍지를 풀고, 염화를 발동하자, 붉은 구슬에서 잠시 빛이 일더니 곧 양손이 붉은 불에까지 휩싸였다.

카인이 거기서 그치지 않고 살기까지 두르자 만월에는 검은 불꽃에 검은 전기까지 번쩍였다.


"보름달 아래 굶주린 이리들이여."


카인은 거기에 더해 어제 트롤을 사냥하면서 새로 배운 스킬을 사용하며 팔을 교차하여 들어 올렸다.


"내 앞의 적을 살해해 그 굶주림을 달래라. 만월의 아랑."


카인이 교차했던 팔을 빠르게 풀어 내리며 스킬을 사용하자, 검은 불꽃과 번개를 두르고 있는 검은 이리들 10마리가 전방으로 뛰쳐나갔다.


콰앙! 콰앙! 쾅!


이리들이 한 마리씩 벽에 부딫힐 때마다 굉음을 내며 사라져갔다.

그러나 이렇게 무지막지한 공격에도 벽은 긁힌 흔적 하나 없이 건재했다.


"후, 힘드네요."


카인이 베인을 보며 엄살을 피우자 어느새 다시 기운을 차린 듯한 베인이 답을 하려 할 때, 카인의 귀에 안내음이 들려왔다.


-새로운 스킬을 만들어 내셨습니다. 이름을 정해 주십시오.


"음, 만월의 아랑-뇌화."


-새로운 스킬의 이름이 '만월의 아랑-뇌화'로 등록됩니다.


"그 스킬 이름이 만월의 아랑-뇌화라고 했나?"

"네? 네. 그렇습니다."

"자네가 살수였을 줄은 몰랐군. 그냥 옷을 좀 특이하게 입고 다니는 검사인 줄 알았지."

"뭐, 어차피 황제에 대한 복수심 같은 건 없습니다. 그때의 황제는 이미 죽어 버렸으니까요."

"그래, 그리 생각해주니 다행이네."

"저기, 혹시 알베르노 공작의 무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카인으로서는 당연하다면 당연한 질문이었다.

소드 마스터인 알베르노가 검의 끝인 줄 알았더니 여기 더 강한 검사가 있어 혼란이 왔기 때문이다.


"그는 반쪽짜리 소드 마스터일세."

"예?"

"말 그대로 반쪽짜리지. 오러 블레이드만 뽑아낸다고 해서 누구나 다 소드 마스터가 되는 건 아니라네. 그는 익스퍼트급의 검사보다 약간 뛰어난 기감에 오러 블레이드만 뽑아낼 수 있는, 반쪽짜리라네."

"그래도 대단해 보이던데요."

"그를 만나본 적이 있나? 아무튼, 익스퍼트급 보다는 뛰어난 게 사실이지. 반쪽짜리라고는 해도 소드 마스터니까. 그러나 그의 오러 블레이드는 익스퍼트급 기사의 오러 소드보다 약간 강할 뿐, 진짜 오러 블레이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약하네. 더구나 자네같이 마나가 아닌 더 강한 기운을 오러화 시킨 오러 소드라면 오히려 그 힘을 약간 압도하거나 비슷한 수준이네. 그는 혈통으로 공작의 자리로 올랐을 뿐, 무로써 그 자리에 오른 게 아니네."

"저, 죄송하지만 잠시 저와 동행해 주시겠습니까?"

"무슨 일로?"

"알베르노의 반역입니다."

"뭐라고 했나? 반역?!"


반역이란 말에 베인의 음성이 커졌다.

아무래도 기사인 만큼 제국에 대한 충성심이 남달랐던 탓 인듯, 그는 심하게 분노한 표정을 지었지만, 카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그렇습니다. 증거는 저희가 잡아놨으니 그저 조금만 도와주시면 됩니다."

"걱정 말게. 내 있는 힘을 다해 주지. 내가 뭘 하면 되겠나?"

"처음엔 저희와 함께 황성에 가주셨으면 했지만, 알베르노가 도망치지 못하게 미리 그를 붙잡아 황성으로 가주셨으면 합니다."

"자네의 말에 거짓은 없겠지?"

"제 손등의 문신을 걸고 맹세합니다."

"알겠네. 자네는 얼른 황성으로 오게. 내 미리 말을 해 둘 테니 바로 올 수 있을 게야."

"감사합니다. 저는 먼저 가보겠습니다."


카인은 그에게 짧은 인사를 하고 신속과 그림자 이동술로 빠르게 전날 묵었던 여관으로 달려갔다.

거기엔 마침 잠에서 깬 켄과 레인이 방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켄, 레인. 일이 좀 더 쉬워졌다. 빨리 증거 다 챙겨서 튀어 와!"

"왜? 무슨 일인데 그래?"

"알베르노보다 윗줄의 실력으로 보이는 기사가 우릴 돕기로 했어. 모르긴 몰라도 한자리하고 있는 사람이겠지. 아, 이 문신 효과 좋더라. 이걸 보여주니까 내 말을 믿더라고. 자세한 건 가면서 설명할게. 일단 증거부터 챙겨."

"증거는 이미 어제 자기 전부터 챙겨뒀다고. 일단 가자."


켄의 말에 카인의 몸을 돌려 밖으로 나왔고, 뒤이어 나온 켄은 카인과 레인 사이에서 둘에게 팔을 둘렀고 둘은 켄의 손목을 잡아 마치 켄을 부축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거 안전한 거냐?"

"몰라. 설마 죽기보다 더 하겠냐? 블러드 로드."


레인의 말에 땅에 꽂은 대검에서부터 피의 길이 길게 늘어져 지평선 너머까지 뻗어 나갔다.


"너무 걱정하지는 마. 우리도 너라는 혹이 달려 있기 때문에 원래의 속도는 못 낼 거야. 레인도 내 신속의 속도에 맞춰야 해서 그리 빠르게는 못 달릴 거고. 중간에 우리가 놓치지만 않으면 죽진 않을 거야. 그래도 무서우면 눈 감고 있어도 되고."

"됐어, 임마. 그 정도는 아냐."

"그러냐? 카인, 알지? 하나, 둘, 셋! 블러드 로드-이동"

"신속"


카인과 레인이 켄의 팔을 붙잡은 채 이동기를 쓰자 개인적으로 쓸 때보다 속력이 느려지긴 했지만 그래도 빠른 속도로 황궁으로 향했다.

아직 이른 새벽이라 그런지 길가엔 사람들이 별로 없어 사람들이나 장애물에 부딪히지 않고 달려갈 수 있었다.


'역시 알베르노의 소드 마스터 행세는, 더는 적수가 없다고 했던 말은 허세였던 건가?'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카인이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 세 사람은 드디어 황궁 앞에 도착했다.


"진짜 크기는 더럽게 크네."

"그러니까 말이야."

"야, 나 잠시만. 우욱!"


카인과 레인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지만 켄은 너무 빠른 속도에 현기증이 났는지 헛구역질을 하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어우, 토 나와. 너희는 이것보다 빠른 속도로 달릴 텐데 괜찮냐?"

"난 괜찮은데?"

"나도."

"역시 너희는 괴물이야. 미친놈들."

"난 원래 괴물 맞는데? 몬스터병에 걸렸으니까."

"아, 넌 원래 괴물 맞구나. 그럼 레인이는 후천성 괴물인가?"

"난 노력파야."

"아, 그럼 노력파 괴물이구나. 야, 가자. 이제 좀 덜 어지러운 것 같아."

"그래, 가야지."


황궁 앞에서 노닥거리던 일행은 원래의 목적이었던 황궁을 향해 걸음을 옮겼고, 그 앞의 경비병이 일행의 앞을 막았다.


"누구냐? 이곳은 아무나 출입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니 돌아가라."

"아, 잠깐. 자네 베인 경을 알고 있나?"

"친위대장님을 말씀하시는 거라면 알고 있습니다."


경비병의 말투가 베인을 언급하자 갑자기 존대로 변했는데 아마 베인에게 무언가의 언질을 받은 것 같았다.


"지금쯤 도착 하셨을 텐데, 아직 안 오셨나?"

"몇 분 전에 알베르노 경과 함께 오셨습니다. 누구십니까?"


카인은 그 말에 왼손을 들어 손등을 보여주었다.


"내 이름은 카인. 청룡의 가호를 받았다. 아마 베인경이 미리 말씀해 두셨을 텐데 들어가도 되겠나?"


경비병은 그 말에 카인의 손등을 자세히 살펴보더니 곧 답을 했다.


"네. 안쪽으로 쭉 걸어가시면 베인 경이 기다리고 계실 겁니다."

"고맙네. 이들은 내 일행이자 이번 사건과 관련된 중요 인물들이니 같이 들어가도 되겠지?"

"네. 베인 경이 미리 말씀해 두셨습니다. 단, 무기는 안쪽의 병사에게 내고 가셔야 합니다."

"알겠네."


카인은 짧게 대답하고 두 사람과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경비병이 말한 것처럼 병사 한 명이 서 있었는데, 무기를 보관해야 하는 일의 특성상 상당한 실력자임이 분명해 보였다.


"무기는 저에게 내고 들어가시기 바랍니다."

"미안하지만 그건 안 되겠는데?"

"무기를 내지 않으시면 폐하의 명이 아닌 이상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아, 이건 귀속 무기라서 말이야. 원한다면 시험해 봐도 좋고."


그 말에 경비병은 대검으로 변해있는 만월과 레인의 블러드 블레이드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나 그의 손은 무언가에 막힌 듯 일정 거리를 유지한 채 더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가 손을 강제로 앞으로 뻗으려 하자 블레드 블레이드에선 피가 튀어져 나와 그의 손을 휘감았고, 만월은 불길에 휩싸여 그의 손길을 저지했다.

그리고 그가 손을 뒤로 물리자 언제 그랬냐는 듯 피가 다시 대검으로 들어가고 불길이 사그라졌다.


"맞는 것 같군요. 그쪽 분은 마법사이십니까?"


켄은 원래의 마술사 복장 위로 모자를 벗고 로브를 입고 있었고, 검을 차고 있지는 않았기에 누가 봐도 마법사로 보였기 때문에 그가 마법사냐고 묻는 것도 당연했다.


"비슷합니다."

"알겠습니다. 이 길로 계속 걸어가시면 됩니다."

"그러지."


어차피 마법사는 마나를 동결시키지 않는 이상 막을 방법이 없으므로 그는 켄의 몸을 형식적으로 수색하더니 별다른 무기가 없음을 알고는 그냥 들여보냈다.


"야, 카인. 저 사람들이 적이냐?"

"왜?"

"넌 적이 아닌 이상 너보다 나이 많은 사람에게 반말하진 않잖아."

"...아직은 아니지만, 곧 적이 될 사람들이야."

"왜?"

"내 직업 퀘스트가 뭔 줄 아냐?"

"아니, 뭔데?"

"황제의 암살."

"미쳤네."

"미쳤지. 강제 퀘스트라 거부할 수도 없었어. 어차피 황제를 죽이고 나면 모두 적이 될 사람들이야. 아니, 그전까지도 적이지."

"그러냐?"

"내 최종 목적은 반란이야. 아니, 혁명이지. 성공하면 혁명이고 실패하면 반란이라고 한다잖아?"

"그래, 도움이 필요하면 말해. 언제든 도와줄게."

"그래, 마침 저기 베인이 보이네. 마무리 지어야지, 알베르노도."

"그래야지."


켄과 카인은 베인의 지척까지 다가왔지만, 귓속말로 대화하고 있었기에 그에게 대화 내용을 들키지 않을 수 있었다.


"왔는가."

"네. 알베르노 공작은 뭐라고 합니까?"

"끝까지 부인하고 있네. 증거는 확실한 거겠지?"

"물론입니다."

"아, 자네들은 누군가?"

"레인이라고 합니다."

"전 켄입니다."

"그렇군, 이들이 자네가 말한 친구들인가?"

"네. 일단 가시죠."


켄과 레인은 간단한 소개를 하고 베인과 카인을 따라 이동했다.

그곳에 묶여있던 알베르노는 끝까지 반란 사실을 부인하다가 켄이 꺼낸 기사들의 시체와 그들에게서 나온 자신의 문양(켄이 날조한 거지만)을 보고는 주춤했는데 카인 일행에게 아무런 명성이 없다고 생각하고는 '누군지도 모르는 평민들의 말을 믿느냐 내 말을 믿느냐'고 말했다가 카인의 손등에 새겨진 청룡의 낙인을 보고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이후에 나온 증거들도 알베르노의 반역을 확실시해주었는데, 황제에게 알리지 않은 기사단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과 그 기사단이 전원 어쌔신으로 구성되었다는 사실이 크게 작용하였다.

알베르노는


"내 죽어서도 잊지 않겠다!"


라고 카인 일행에게 소리쳤지만, 곧 형장으로 끌려갔다.

알베르노의 사형은 상당히 빨리 집행되었는데, 제국의 공작이 반역했다는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 이 기회를 틈타 주변 왕국이 공격해 올 수 있기 때문인 것 같았다.


"드디어 끝났네."

"그러게. 시간으로는 이틀도 안 됐는데 벌써 몇 달은 흐른 것 같다."

"아직 마지막 할 일이 남았으니까 마저 털자고."

"그래야지."


그때, 형 집행이 끝나고 밖으로 나오며 대화하고 있던 일행에게 황제의 신하 한 명이 다가왔다.


"황제 폐하께서 잠시 보고 싶어 하십니다."

"폐하께서요?"

"네. 따라오시죠."


황제가 부른다는 말에 카인 일행은 어쩔 수 없이 그를 따라가 황제의 앞에 설 수밖에 없었다.


작가의말

이번엔 분량이 좀 괜찮죠?

비축분이라서 그래요. 그리고 중간에 어색한 부분이 있는데 이는 나중에 전체적으로 수정할 계획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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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히어로 Chapter6 황제와의 대면 - 2 +3 13.03.20 573 4 19쪽
» 히어로 Chapter6 황제와의 대면 - 1 +2 13.03.13 599 6 23쪽
14 히어로 Chapter5 반격 - 3 13.03.09 471 4 15쪽
13 히어로 Chapter5 반격 - 2 +2 13.03.06 476 5 11쪽
12 히어로 Chapter5 반격 - 1 13.03.01 694 7 20쪽
11 히어로 Chapter4 알베르노 - 2 13.02.25 811 7 24쪽
10 히어로 Chapter4 알베르노 - 1 13.02.25 600 5 19쪽
9 히어로 Chapter3 결투 - 3 13.02.22 683 5 14쪽
8 히어로 Chapter3 결투 - 2 13.02.22 751 4 17쪽
7 히어로 Chapter3 결투 - 1 13.02.20 869 8 15쪽
6 히어로 Chapter2 살수 - 4(6화) +2 13.02.13 1,248 7 21쪽
5 히어로 Chapter2 살수 - 3(5화) +2 13.02.06 855 5 23쪽
4 히어로 Chapter2 살수 - 2(4화) +2 12.12.28 993 7 17쪽
3 히어로 Chapter2 살수 - 1(3화) +2 12.12.21 912 7 21쪽
2 히어로 Chapter1 시작 - 2화 +6 12.12.18 1,150 9 17쪽
1 히어로 Chapter1 시작 - 1화 +4 12.12.17 1,862 9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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