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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도래하다.

히어로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판타지

Cainless
그림/삽화
용아(龍兒)
작품등록일 :
2012.12.17 22:37
최근연재일 :
2013.10.30 19:22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16,026
추천수 :
114
글자수 :
161,588

작성
13.02.25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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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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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24쪽

히어로 Chapter4 알베르노 - 2

DUMMY

"후, 나도 이미 들켰다고는 생각했어."

"살수들 특유의 기술과 용조. 이걸 보고도 살수임을 몰라본다면 눈먼 장님이나 다름없지."

"준비해. 살기표출."

"허밍버드 카드-쿼드러플"

"블러드 컨트롤"

"바람의 춤"

"합격기-혈풍난무!"

"아직은 많이 모자란 기술이군. 검무."


셋의 합격기로 혈풍난무가 발동되었지만, 알베르노 공작은 너무나도 여유롭게 검무를 추기 시작했다.


사아악.

그리고 그 검무에 의해 불기 시작했던 피바람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뭐냐, 이거?"

"최소한 나보다는 한참 윗줄이야. 못해도 소드마스터는 되겠지."

"그래? 역시 그 정도는 돼야 싸울 맛이 나지."

"아, 저기 알베르노 공작. 피가 좀 모자라서 그런데 저 녀석들 죽여도 되지?"

"할 수 있다면 해 보게."

"그러지. 피의 저주."

"크악!"

"아악!"


레인이 스킬을 사용하자 뒤에 있던 기사 지망생들이 비명을 지르며 하나, 둘 쓰러졌다.


"이건 내 피가 묻어있는 적들에게 피의 저주를 내려 출혈을 유도하는 스킬이지. 물론 죽을 가능성도 높고 말이야."

"이거 한 방 먹었군. 그래 자네는 그 피로 무엇을 할 텐가?"


자신이 데려온 기사 준비생들이 모두 쓰러졌지만, 아직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알베르노가 물었다.


"일루전."

"뭘 하기는. 담아야지. 블러드 컨트롤."


레인은 인벤토리에서 빈 병을 꺼내 블러드 컨트롤로 피를 담았다.


"이 검을 본 적 있나?"


레인은 대검에 피를 먹이며 알베르노에게 물었다.


"글쎄, 잘은 모르지만, 피를 흡수하는 걸 보니 약 1000년 전에 사라졌다던 블러드 블레이드 라는 게 생각나는군. 모조품인가?"

"아니, 미안하지만 이건 진짜라서 말이야. 새벽달 아래 어지러이 뒤섞여 나는 피의 까마귀들이여…."

"나도 간다. 사신이여, 나는 사람을 죽이는 살수로서 지금 내 앞의 적을 없애려 한다. 그러니…."

"내 앞의 적을 살해하라. 잔월의 난아."

"나에게 힘을 다오. 살력류-멸."

"공격이 눈에 보이는군. 내가 이 정도도 못 막아낼 것 같은가?"


알베르노는 검에 파란빛의 마나를 둘러 피의 까마귀들과 살기를 모두 베어버렸다.

아니, 베었다고 생각했지만, 피의 까마귀와 살기는 검을 그대로 통과하여 알베르노의 몸에 적중했다.


"크아악!"

"쳇, 더럽게 안 죽네. 이거 못해도 백 병은 들이부은 건데 말이야."

"그러게 말이다. 나도 내 살력을 전부 집중했는데 안 죽네."

"쿨럭! 내가 아무래도 자네들을 과소평가했나 보군. 이제부터 제대로 해 주지."

"맘대로 하시던가. 내가 살력은 다 썼지만 마나는 남아있거든. 켄, 지금…."

"말 안 해도 알아. 독심술 스킬이 있으니까. 오래는 못 간다. 길어야 2, 30분 정도일 거야."

"충분해."


딱!


켄이 손가락을 튕기자 주위가 온통 암흑으로 변했다.

자신들과 알베르노만이 이전과 다름없이 보일 뿐, 마치 어둠 속에 있는 것처럼 모든 게 검게 변했다.

땅도, 하늘도, 주위의 모든 것들도. 이 세상에 그들밖에 없는 것처럼.

마치 주위에 별 하나조차 없는 우주에 있는 기분이랄까.

물론 중세 시대 사람으로 설정된 알베르노에게는 굉장히 생소하고 공포스런 광경이었지만.


"이, 이게 무슨! 지금까지 이런 마법은 단 한 번도 본 적 없어! 대체 무슨 사술을 부린 게냐!"

"사술이라니. 이건 엄연히 내 능력이라고. 그리고 당연히 이런 마법을 본 적 없을 거야. 이건 마법이 아니고 난 마법사가 아니니까."

"대체 네 정체가 뭐냐?!"

"글쎄…. 뭐, 일단 이곳에서만큼은 신이라고 해두지. 그리고 날 신경 쓸 때가 아닐 텐데?"

"뭐라고?"


알베르노가 고개를 돌려 카인과 레인이 있던 쪽을 보니 어느새 카인은 사라지고 없었다.


"대체 어디에?"

"어디긴 네 뒤지. 스킬 합성-뇌전, 바람의 춤. 뇌풍무!"

"크악!"


카인은 소리도 없이 그의 뒤에 나타나 바람의 춤에 뇌전을 담아 그를 공격했다.


"아, 내가 이 스킬 쓸 때마다 하는 말이 있는데 그게 뭔지 아나?"


카인은 회전을 멈추고 뒤로 밀려난 알베르노를 향해 대검을 위로 올린 채 말했다.


"아직 안 끝났어, 인마."


알베르노는 전격이 담겨있는 바람이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것을 보면서도 스턴 상태에 빠져 대응할 수 없었다.


"으아악!"


전격이 담긴 바람을 맞은 알베르노는 스턴에서는 벗어났지만, 다시 마비에 걸려 움직일 수 없었다.


"석화발경!"


신속을 쓰지 않았는데도 순식간에 지척으로 다가온 카인이 그를 향해 석화 발경을 사용했고, 그는 큰 데미지를 받으며 뒤로 밀려났다.

그리고 뒤로 밀려난 곳에는 켄이 서 있었다.


"패닝 소드, 허밍버드 카드-쿼드러플."


켄은 그가 날아오는 타이밍에 맞춰 패닝소드로 그를 베고 뒤이어 허밍버드 카드가 한 번 더 베었다.


"이쪽도 이제 페널티가 풀렸다고. 블러드 컨트롤, 블러드 익스플로전!"


잔월의 난아의 페널티로 몸을 움직일 수 없었던 레인이 페널티의 지속시간이 지나자 곧바로 그에게 피를 붙여 폭발시켰다.


"카인, 알지?"

"물론. 만월-이도, 결박. 어둠 동화."


카인이 어둠 동화를 써서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다.


"블러드 로드-이동, 미친 전사의 폭주!"


레인은 이미 주위에 널려있는 피를 이용해 알베르노의 앞까지 다가가서 미친 전사의 폭주를 사용했다.

그리고,


"섬속연환충!"


뒤에서 카인이 여기까지 오는 도중에 쉬는 시간을 이용해 만든 (사실은 듀란에게서 배운 이도의 빠른 찌르기를 스킬화했을 뿐이지만.) 섬속연환충을 이용해 그를 향해 찌르기를 사용했다.

레인이 미친 전사의 폭주를 사용하기 직전, 결박을 사용한 지 1초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결박이 풀려버렸지만, 카인과 레인은 완벽한 타이밍에 그를 빠른 속도로 수십 차례 베고, 찔렀다.


"크악!"

"블러드 드레인"


레인은 스킬이 끝나가자 알베르노에게서 나온 피를 흡수해서 1%까지 떨어졌던 HP를 절반까지 회복했다.

알베르노는 칼이 하나뿐이라 카인에게 등을 내주는 대신 레인의 대검을 막는 걸 선택했지만, 최악의 선택이 되어버렸다.

레인의 대검은 대부분 그에게 막혔지만, 패시브 스킬인 출혈유도 때문에 계속해서 피가 흘렀다.

발동확률이 40%인 스킬이었지만 워낙에 많은 공격횟수 탓에 상당한 양의 피가 흘러나왔다.


"크윽. 내가 잠시 당황해서 이성을 잃었던 것 같군. 이런 마법쯤이야 해제시키면 되는 건데 말이야. 마나 억제."


알베르노는 카인과 레인이 공격을 마치고 뒤로 물러난 틈을 타 자신의 마나로 주위의 마나를 움직이지 못하게 통제시켰다.

검사들처럼 자신의 몸에서 마나를 끌어다 쓰기만 하면 되는 것과는 달리 마법은 그 이후에 주위의 마나를 모아서 마법을 완성해 발현한다.

마나가 움직이지 못하면 아무리 강력한 마법이라도 사용할 수 없고, 지속시간이 남아있어도 풀리게 된다. 하지만,


"아니, 어째서!"

"왜 안 풀리냐고? 말했잖아. 마법이 아니라니까. 게다가 난 마나를 쓰지 않으니 마나를 억제해도 소용없어."

"나는 알겠지만 살력을 쓰고,"

"난 혈력, 즉 피의 힘을 쓰기 때문에 넌 마나만 낭비한 거야."

"그런가? 이거 내가 진짜 힘을 발휘하게 될 줄이야. 근 7, 8년 만이군."


말을 마친 알베르노의 검에서 오러 블레이드가 솟아올랐다.


"제길. 역시 소드 마스터일 줄 알았어."

"튈까?"

"어차피 못 튈 거야. 이 검에는 내구도가 닳지 않는 마법이 걸려있다고 했으니 한 번 믿어보는 수밖에. 좀 도와줘라. 나 혼자는 죽어도 못 이긴다."

"그거야 언제라도 도와주지."

"잡담은 다 끝났나? 검무!"


알베르노가 그 들을 향해 오러 블레이드를 들고 검무를 사용했다.


"레인 넌 뒤쪽으로 가! 일단은 막아볼 테니."

"오케이."


레인은 카인의 말에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알베르노의 뒤쪽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말 그대로 검무, 검을 들고 춤을 추는 모양새였기 때문에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았다.


"만월-대검. 바람의 춤!"


카인은 만월에 살기를 주입하고는 바람의 춤을 사용해 알베르노의 대검을 막아갔다.

겉으로 보기에는 카인의 바람의 춤이 검무보다 훨씬 빨랐지만, 왜인지 카인은 검무를 뚫지 못하고 오히려 검무에 의한 상처가 늘어가고 있었다.


"제길!"


바람의 춤의 마지막 순간, 유일하게 빈틈이 생기는 동작이었지만 그동안은 상대를 넉백과 스턴에 빠지게 했기에 안전했었다.

하지만 알베르노는 마지막 회전을 막고도 뒤로 밀려나거나 스턴에 빠지지도 않고 그대로 카인을 향해 검무를 추며 돌진해왔다.


"리스트릭션!"


그러나 다행히도 알베르노의 검이 카인에게 닿지 직전, 레인의 도움으로 잠깐이지만 알베르노가 멈칫했고, 카인은 그 틈을 이용해 바람을 날리고는 뒤로 빠져나왔다.


"잔재주를 부리는군. 풍참!"


알베르노는 검무가 끝나자 바로 검을 휘둘러 앞에 있는 카인과 뒤에 있는 레인을 동시에 베었지만 어째서인지 오러에 둘러싸인 검은 그 들을 베지 못하고 통과했다.


"그 정도로는 우릴 베진 못해."

"그리고 아직 안 끝났다고. 블러드 컨트롤-도핑."

"어둠 동화."


레인은 블러드 컨트롤로 자신의 피를 조종해서 혈액의 순환 속도를 빠르게 해서 자신의 신체적 능력을 강화시켰고, 카인은 어둠 동화로 어둠 그 자체가 되어버린 자신의 몸에 살력을 밀어 넣어 어둠을 밀어내고 그 빈자리를 살력으로 대체했다.


"설마 진짜로 될 줄은 몰랐는데."

"대체 그건 뭐냐?"

"어둠 동화란 스킬은 말 그대로 나 자신이 어둠에 완벽하게 동화되는 스킬이지. 그리고 어둠에 완벽하게 녹아들려면 나 자신이 어둠이 되는 수밖에 없지. 물론 검은색의 무기와 옷, 어두운 곳에서밖에 사용하지 못하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그래서 나는 어둠이 된 다음 살력으로 어둠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대체시켰지. 지금의 나는 겉모습만 사람이지 속은 살력과 어둠으로 가득 차 있어. 즉, 몸이 매우 가벼워 졌다는 거지. 게다가 공격력도 빠른 공속과 살력을 두른 검 덕분에 오히려 강화됐지."

"검을 들 힘은 남아 있는 거냐?"

"아니. 겉의 피부를 제외하고 모두 살력으로 바꿔버렸으니 검을 들 근육도 없어서 살력으로 고정해 놓은 게 전부야. 물론 이 정도만 해도 공격하는 도중에 칼을 떨어뜨리거나 하진 않을 거니까 걱정 말고."

"그래, 가자. 아, 거기 아저씨. 어차피 안 베이니까 헛수고는 안 해도 돼."


알베르노는 둘이 대화하는 도중에도 끊임없이 검을 휘둘러 둘을 베고 있었지만, 검은 그들을 통과하기만 할 뿐 조금의 피해도 입히지 못했다.


"그리고 이젠 우리 차례야. 미친 전사의 폭주."

"섬속연환충."


이번에도 카인이 알베르노의 뒤에서 그를 향해 찌르기를 시도했고, 레인은 대검으로 빠른 연속베기를 시도했다.

좀 전에 시도했던 것과 다른 점이라면 그 속도가 검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엄청나게 빠르다는 것뿐.


"으아악!"


알베르노는 이번엔 몸을 돌려 카인의 찌르기를 막으려 했지만 안 그래도 빠른 이도에 신체를 가볍게 해 더욱 빨라진 카인의 만월을 미처 막지 못하고 전신이 꿰뚫릴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등은 처음에 레인의 검을 막는 대신 카인에게 내주었던 탓에 성한 곳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상처투성이였는데, 거기에 재차 공격을 당하니 데미지가 더 많이 들어간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알베르노의 고통과는 무관한 시스템 메시지가 카인과 레인의 귓가에 들려왔다.


-합격기를 만들어 내셨습니다. (블러드 컨트롤-도핑+미친 전사의 폭주+어둠 동화-살력 대체+섬속연환충) 정식 스킬로 등록하시겠습니까?


"등록한다."

"등록한다."


카인과 레인은 동시에 대답하고는 서로에게 씨익 웃어 보였다.

물론 카인의 미소는 가면에 가려 보이지 않았지만.


-새로운 스킬로 등록됩니다. 이름을 정해 주십시오.


"이름은 뭐로 할래?"

"글쎄, 빛의 어둠은 어때?"

"무슨 뜻인데?"

"빛의 속도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스킬이란 뜻이지."

"좀 유치하지만 나쁘진 않네."

"이름은 빛의 어둠으로 하겠다."


-새로운 스킬(합격기) '빛의 어둠'이 등록되었습니다.


"좋았어. 아, 블러드 드레인. 까닥하다 한 번에 골로 갈 뻔했네."

"정신 차려. 아직 안 끝난 것 같다."

"거 참. 바퀴벌레도 아니고 더럽게 질기네."

"광속광폭참!"


무지막지한 공격을 당하고도 알베르노는 다시 일어나서 이 둘을 향해 미친듯한 속도로 쇄도해와서 공격을 날렸다.


콰앙!


눈을 뜨고도 볼 수 없을 정도의 속도에 그 주위까지 폭파시키는 엄청난 공격이었다.

하지만 그 공격은 이번에도 카인과 레인을 통과했다.


"대체 무슨 사술을 쓰는 거냐!"

"그건 비밀이고, 그나저나 이번 건 정말 위험했어. 그게 아니었다면."

"그러니까 말이야. 볼 수도 없는 공격이라니 말이야."

"저기, 말하는 도중에 미안한데 이제 곧 끝날 것 같다."

"벌써?"

"아까 말한 20분은 버텼잖아."

"수고했다. 만월-용조."

"블러드 컨트롤"


카인은 만월을 용조로 변화시키고는 알베르노를 향해 양손을 뻗어 발톱을 발사시켰다.


"그런 공격에 맞을 것 같은가?"

"맞으라고 한 거 아니야."

"뭐? 이런!"


알베르노는 자신이 피한 발톱들이 방향을 바꿔 다시 자신을 향해 날아오자 검으로 발톱들을 튕겨냈다.

분명히 오러 블레이드가 생성되어 있었지만, 만월의 발톱을 베어내지는 못했다.

그리고,


"큭!"


갑자기 그의 몸이 밧줄 같은 것에 묶인 듯 구속되어 그는 칼을 놓칠 수밖에 없었다.


"분명 용조는 쳐 냈을 텐데? 대체 뭘로 날 구속한 게냐?"


그의 말대로 그가 쳐낸 용조의 발톱들은 땅에 떨어져 있었다.

게다가 그는 겉으로 보기엔 그 무엇에도 구속되어 있지 않았다.


"물론 넌 용조를 쳐냈지. 네가 본 것은 말이야."

"뭐?"


그 순간, 어둠에 물들었던 세상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카인과 레인은 좀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앞에 있었지만, 지금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리고 자신의 몸에는 용조의 발톱과 사슬들이 감겨있어 그를 구속하고 있었다.


"미안하지만, 지금까지 당신이 본 건 환영이었어. 아, 물론 데미지는 진짜야. 그건 우리가 직접 공격한 거니까."

"환영이라고?"

"어땠나? 나의 마술이."


마지막 말은 그의 옆에서 들려왔다.


"마술?"

"그래, 마술. 나는 싸움이 시작되기 직전에 아주 조용히 영창을 하고 일루전이라는 마술을 펼쳤지. 이 일루전은 말 그대로 환영을 보여주는 마술이고. 즉, 지금까지 네가 봤던 카인과 레인, 검은 세상은 전부 환영이었단 뜻이야. 아직 스킬 레벨이 낮아서 많아야 3명까지에게만 환영을 보여줄 수 있지만 말이야."

"정말, 정말로 환영이었단 말인가?"

"그래. 모든 게 다 환영이었지. 당신이 카인과 레인을 벨 수 없었던 것도 애초에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벤 거니까 그런거고. 가끔 스킬을 쓸 때만 당신 가까이 와서 공격을 했을 뿐이야. 중간에 검은 세상을 카인과 레인에게도 투영시키는 바람에 지속시간이 확 줄어들긴 했지만."

"그 말은 역시 내 실력이 이 두 사람에게 모자라진 않았단 뜻이로군."

"일단은 그렇다고 해 두지."

"그래, 이제 날 어쩔 셈인가?"

"글쎄, 당신이 우릴 어쩔 셈인지를 먼저 물어야겠지?"

"소드 마스터의 힘이라면 이 정도 사슬을 푸는 건 일도 아닐 테니까. 게다가 사실은 별로 다치지도 않았잖아."

"이거 원. 눈치도 빠르군. 그건 어떻게 알았나?"

"소드 마스터가 아무 기운도 담지 않은 검을 막지 못했다는 건 말이 안 되니까. 분명히 전신에 마나를 둘러 방어했겠지. 안 그래?"

"바로 맞췄네. 그렇다면 이 사슬을 거둬주지 않겠나? 이거 영 불편해서 말이야."


'본인의 힘으로 못 풀 것도 없을 텐데? 뭔 속셈이지?'

"그러지."


카인은 살력을 사슬에 담아 그의 몸을 자유롭게 해준 뒤 검지의 고리를 당겨 발톱을 회수했다.


"배짱도 좋군. 내가 다시 공격하면 어쩌려고 이리 쉽게 사슬을 풀어주는 겐가?"

"그랬을 거면 처음에 내가 살수란 걸 알고도 기사를 권유하지 않았겠지."

"그래, 것도 그렇군. 그나저나 저 녀석들은 진짜로 죽은 건가?"

"누구? 저 기사 지망생들? 걱정 마. 그냥 과다출혈로 기절한 거야. 죽기 전에 지혈의 해뒀으니까 죽은 놈들은 없을 거야."

"처음에는 자네 피가 묻어있는 자들에게 피의 저주를 내려 출혈을 유도해 죽게 만드는 스킬이라고 하지 않았나?"

"아, 피의 저주? 신경 쓰지 마. 피의 저주는 무슨. 그냥 블러드 컨트롤로 저 녀석들이 입은 상처에서 피만 좀 뽑아내고 사기친 거야."

"그렇다면 멀쩡한 건가?"

"베인 상처는 있겠지만 아까 오크한테 죽은 녀석들 빼고는 멀쩡할 거야."

"다행이군."

"그건 그렇고 아까 그…. 광속광폭참? 그건 너무했잖아. 진짜였으면 죽을 뻔했다고."

"아, 그건 나도 모르게 너무 흥분해서 말이야. 미안하게 됐네."

"그럼 우리는 이만 가볼 테니 우릴 보내주는 걸로 퉁치자고."

"퉁?"

"없었던 걸로 하자고."

"아, 그래. 그러지."

"그럼 이만."

"켄, 잠깐만. 먼저 가고 있어. 잠시 이 영감에게 묻고 싶은 게 있어서 말이야."

"그래, 먼저 갈게. 적당히 따라와."


켄은 그 말을 하고 잠시 입술을 달싹이나 싶더니 레인과 함께 먼저 원래의 길로 돌아갔다.

잠시 후, 그들의 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알베르노가 카인에게 물었다.


"나에게 묻고 싶다는 게 뭔가?"

"분명 기사 제의를 했을 때는 내가 살수란 걸 알고도 그런 제의를 했을 텐데 왜 그런 거지? 그리고 그걸 거절하자 그제야 나와 싸우자고 한 이유는 뭐고?"

"아, 이야기가 좀 길어지겠군. 어차피 이 대륙에서 살수가 사라진 지도 벌써 40년이나 지난 일이야. 그날의 일부터 말해주자면 그땐 나도 귀족이긴 했지만, 지금의 성취는 미처 이루지 못해 겨우 익스퍼트에 발을 들인 정도였네. 그래서 살수 토벌 작전에는 갈 수 없었지. 그때의 황제는 살수들이 가진 힘을 두려워해 그 들을 모조리 없앨 계획을 세웠고, 익스퍼트급 이상의 용병들과 소드 마스터급의 귀족들을 주위의 왕국은 물론, 다른 대륙에서까지 거금을 들여 모집했네."

"잠깐만, 왜 익스퍼트급의 귀족들은 나서지 않은 거지?"

"말 그대로 그들은 귀족이기 때문이네. 원래는 귀족들 전원 나서지 않으려 했지만 살수란 존재는 소드 마스터 두셋이 달라붙어야 겨우 상대할 수 있는 존재라 부득이하게 소드 마스터급의 귀족이라도 나설 수밖에 없었네. 소드 마스터는 희귀하니까."

"그래서?"

"그래, 그리고 그 날밤, 전국의 살수들을 불러 모았네. 어차피 그 수가 많지 않았기에 살수들이 모이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어. 그날은 축제처럼 꾸며졌기 때문에 살수들은 무기를 모두 반납하고 안으로 들어왔네. 그리고 파티가 절반쯤 진행되었을 때, 토벌 작전에 참여한 자들이 갑자기 돌변해서 무기를 들고 살수들에게 공격을 감행했네. 그때 우리는 이제 갓 살수가 된 초보 살수 50을 죽였지만 우리는 5천이 죽었네. 그 과정에서 소드 마스터는 모두 죽고, 죽지 않은 익스퍼트급의 용병이나 기사들조차 치료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고 말았네. 사실상 전멸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피해였지. 아, 그리고 기사는 준귀족의 대우를 받지만 아무래도 귀족의 권위에는 미치지 못하기에 익스퍼트급이라 해도 모두 소집을 했었다네. 아무튼, 우린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었지만, 그것은 주위의 왕국도 마찬가지여서 간신히 제국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지. 그러나 어째서인지 이런 피해를 주고 도주한 살수들이 제국을 공격해 오는 일은 없었네. 피해는 우리 쪽이 훨씬 컸지만 따지고 보면 배신한 것도 우리 쪽이었거든. 그렇게 언제 공격해 올까 전전긍긍하던 황제는 얼마 못 가 죽고 황태자가 그 자리를 이었네. 그리고 그 후로 40년이 흘러 오늘에야 살수인 자네를 보게 된 것이네."

"그래서 결론은?"

"내가 자네에게 기사 제의를 했던 것은 아직 젊은데도 나이에 비해 놀라운 실력을 갖췄다는 것과 일면식도 없는 우리를 도와준 것과 살수인 자네에게 적이나 다름없는 내 정체를 알고도 증오하거나 싫어하는 기색 없이 오히려 오크들의 공격에 죽은 녀석들을 걱정하는 기사도. 그것 때문에 그런 제의를 했던 것이네."

"네 말대로 난 살수다. 제국의 공적이지. 그런데도 말인가?"

"그래. 오히려 제국의 입장에서는 살수들에게 미안한 일이 많으니까. 게다가 어차피 전대의 황제는 죽었고, 복수를 한다 해도 내가 뭐라 할 처지는 못 되지 않은가."

"그럼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나에게 칼을 뽑은 이유는 뭐지?"

"나는 그 일이 있기 전에도 살수들과 겨뤄본 적이 없네. 그 일이 있고 난 후에는 살수들이 자취를 감춰 겨룰 수 없었고 말이야. 내가 소드 마스터의 경지를 이루었지만, 감히 드래곤과는 상대할 엄두도 낼 수 없네. 일신으로 드래곤과도 견줄 수 있었다는 살수에는 많이 부족하지. 나이가 들수록 호승심은 더욱 짙어져 갔고, 대륙에 날 상대할 만한 인물은 같은 소드 마스터밖에 없지만, 그들과의 승부는 지루해져만 갔어. 그런데 마침 그 위명을 떨쳤던 살수. 즉, 자넬 보게 된 걸세."

"아, 그래서 결투를 신청하셨다? 그럼 처음에 비굴한 마차 주인 연기는 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그건 그냥 돌아가는 길에 실력이나 확인해볼까 해서 했던 거였네. 자네가 신출내기라면 내가 알던 살수와는 다를 수 있으니까. 물론 너무 일찍 들켜버렸지만 말이네."

"그래? 그럼 더 이상은 볼일이 없으니 이만 가보지."

"아, 이걸 갖고 가게."


알베르노는 카인에게 무언가가 들어있는 배낭을 던졌다.


"하급 포션일세. 내겐 필요 없지만, 자네에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게야. 그리고 나중에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 공작성을 찾아오게. 오늘은 기대했던 살수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간만에 상대할 만한 상대를 만나 주는 선물이네. 아, 그러고 보니 자네는 살수가 된 지 몇 년이나 되었는가?"

"하루."

"뭐?"

"하루라고. 오늘에서야 살수가 되어 밖으로 나온 거야. 원래 준비 과정이 힘들어서 막상 살수가 되고 나면 다 나 정도는 한다고 하니까 그리 놀라지는 말고. 포션은 고맙게 잘 쓰지. 그럼 이만."


카인은 알베르노가 던져준 배낭을 갖고 아직 챙기지 못한 수갑들을 다시 채우고는 그림자 이동술로 사라졌다.


"자네는 내게 반말을 하는군. 처음과는 다르게 말이야. 이제 그만 일어나도 된다."


알베르노의 말에 쓰러져 있던 기사 지망생들과 오크에게 당해 죽은 줄 알았던 기사 지망생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살수로선 아직 미숙하군. 내가 일으킨 살기가 진짠지 가짠지도 구분을 못 하다니 말이야. 서쪽으로 500m, 그다음엔 방향을 틀어 직진하는 걸 보니 트롤을 잡으러 가나 보군. 루칸."

"예."


처음 카인에게 말을 걸었던 자가 대답했다.


"그들을 쫓아간다. 내 듣기로 살수라는 존재는 언제나 위험하다고 했어. 아, 여차하면 켄이라는 자를 먼저 치도록. 알겠나?"

"예. 어쌔신 기사단의 명예를 걸고."


애초에 이들은 기사 지망생들이 아니라 알베르노가 비밀리에 키우고 있는 어쌔신 기사단의 정예멤버였다.

카인이 주변으로 다가오자 그 기척을 느끼고 그를 유인하기 위해 약한 척 연기했을 뿐.

이들의 실력은 카인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정도로 뛰어났다.


"그럼 가지."


알베르노는 재빠르게 몸을 날려 카인이 이동한 방향으로 몸을 날리자 어쌔신 기사단이 그 뒤를 따라 사라졌다.

그리고 그들이 모두 사라지자 한 명의 모습이 드러났다.


"역시 이럴 줄 알았어. 기사 지망생? 개소리하네. 절대 곱게 당해주진 않을 테니 기대하라고. 그림자 이동술. 너는 살수를 너무 얕잡아 봤어. 설마 내가 살기의 진위 따위를 구분하지 못하려고. 나를 얕잡아 본 것. 그게 네 패인이다."


잠시 모습을 드러냈던 카인은 다시 그림자 이동술로 사라졌고, 그곳에는 텅 빈 마차 외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작가의말

켄이 일루전을 사용한 내용은 위쪽에 있습니다.

 

P.S.OMG 분량 조절 실패했네요. 그래도 애초 계획보다 2900자 초과 된건 자랑. 이걸로 알베르노 챕터가 끝난 건 안자랑.

 

P.S.2 이렇게 분량이 초과된 건 챕터 5에 5천자짜리 내용이 있기 때문에 미리 초과해서 써 둔겁니다. 라는 말도 안 되는 변명이라도 하겠습니다. 실제로도 5천자 짜리 챕터가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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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히어로 Chapter6 황제와의 대면 - 2 +3 13.03.20 573 4 19쪽
15 히어로 Chapter6 황제와의 대면 - 1 +2 13.03.13 599 6 23쪽
14 히어로 Chapter5 반격 - 3 13.03.09 472 4 15쪽
13 히어로 Chapter5 반격 - 2 +2 13.03.06 477 5 11쪽
12 히어로 Chapter5 반격 - 1 13.03.01 694 7 20쪽
» 히어로 Chapter4 알베르노 - 2 13.02.25 812 7 24쪽
10 히어로 Chapter4 알베르노 - 1 13.02.25 600 5 19쪽
9 히어로 Chapter3 결투 - 3 13.02.22 683 5 14쪽
8 히어로 Chapter3 결투 - 2 13.02.22 751 4 17쪽
7 히어로 Chapter3 결투 - 1 13.02.20 869 8 15쪽
6 히어로 Chapter2 살수 - 4(6화) +2 13.02.13 1,248 7 21쪽
5 히어로 Chapter2 살수 - 3(5화) +2 13.02.06 855 5 23쪽
4 히어로 Chapter2 살수 - 2(4화) +2 12.12.28 993 7 17쪽
3 히어로 Chapter2 살수 - 1(3화) +2 12.12.21 913 7 21쪽
2 히어로 Chapter1 시작 - 2화 +6 12.12.18 1,150 9 17쪽
1 히어로 Chapter1 시작 - 1화 +4 12.12.17 1,862 9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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