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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원을 굴복시킨 영웅(반동북공정 시리즈 1- 중원무상)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Yourinn
작품등록일 :
2021.06.15 14:38
최근연재일 :
2022.03.04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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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6,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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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19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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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친정

DUMMY

장안의 황제 유방이 일단 전령을 꾸짖어 돌려 보낸 것은

한왕을 자극해 적극적으로 전쟁에 임하라는 독려였을 뿐 그 때까지만 해도 한왕을 버리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처음엔 변방 부족 하나도 처리 못하는 것에 심히 짜증이 났으나,

그 역시 차츰 백전노장인 한왕이 저렇게까지 계속 전령을 보내는 것에는 무슨 연유가 있을 것이라 여기고

그 때서야 상황을 자세히 알아보려는 참이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한왕이 투항했다는 소식이 들려오질 않은가.


처음에는 뭔가 잘못된 보고인 줄로만 알았다.

정통 중원의 왕가 자손인 한왕이 어떻게 변방 부족에게 투항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곧이어 한왕이 옛 조나라 땅인 태원 일대를 휩쓸고 있다는 말에 황제 유방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 자세한 내막을 몰랐던 유방과 그의 신하들은 필시

한왕이 딴 마음을 먹고 북방 부족을 끌어 들여 자신들에게 반란을 획책하는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


장안의 황제 유방은 직접 친정을 결의했고,

한왕의 배신에 격앙된 조정 신료들 모두 전쟁 준비에 몰두하고 있었다.



본토를 수비하는 입장에서 역으로 본토를 공략하는 것으로 전환해 버린 한왕의 초반 거사는 거칠 것이 없었다.


설마 한왕이 돌아서리라 예상치 못한 주위 일대가 그 휘하 장수들의 기습으로 일제히 무너지고 있었고,

옛 조나라 땅의 상당수가 한왕측 반란군에 의해 점령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었다.


한왕의 군사들이 중요한 거점이었던 진양까지 점령한 후 계속 남하한다는 동향이 들리자,

더 이상 전쟁을 미룰 수 없었던 황제 유방은 장안에서 30만 대군을 일으켜 결국 친정을 결행한다.

남하하던 한왕 일당들을 그대로 내버려 둘 경우 낙양까지 위험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장안을 출발해 동진하던 황제 유방과 남하하던 한왕 신은 결국 동제에서 맞닥뜨리게 된다.


한왕이 실제 반란군의 선두에 선 것을 보게 된 유방의 분노는 극에 달할 수밖에 없었다.


“한왕, 네 이놈! 내 너를 개국공신으로 삼아 땅까지 하사했거늘 어찌 이리 배신할 마음을 먹고 있었단 말이냐!”

막상 그 동안 충성했던 황제를 마주하고 나자

난처하긴 했으나 이미 상황은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갔으니 어찌 하겠는가.


“그 동안 부하들과 함께 죽을 각오를 하고 폐하께 충성을 다 바쳤거늘,

토사구팽이나 하실 생각밖에 없으시니 신인들 어찌 하겠소이까!”


실상은 그것이 유방의 진정한 속내이긴 했다.

“아니 뭐야! 저 배신자 놈을 당장 참하라!”


동제의 벌판에서 황제 유방이 이끄는 군사들과 한왕 신의 군사들 간에 한 판 전투가 벌어졌다.


거의 매번 항우에게 수세에 몰리곤 했고, 용병의 대가인 한신과 비교되는 이유 때문에

황제 유방의 군사적 능력에 대해 과소평가되곤 한다.


그러나 항우나 한신이라면 모를까 유방의 용병 능력도 결코 가벼이 볼 수 없는 수준이었다.

초한 전쟁 이전 항우보다 먼저 진나라를 공략해 장안에 입성한 일이나 이후 벌어지는 반란 진압 과정에서 보여준

그의 군사적 능력 또한 결코 만만치가 않았던 것이다.


거기다가 수하에 번쾌, 조참, 왕릉, 주발, 관영 등등..

전쟁터에서 잔뼈가 굵은 맹장들에다 진평 같은 모사까지 모두 대동한 상태이니 무엇이 두렵겠는가.


그러나 그 보다는 결정적으로 그 전투에서 상대인 한왕이 이미 패착을 두고 있었다.

원래 한왕의 군대는 진격하는 황제 유방의 군대와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 아니라 일단 방어만 하는 역할이 주어졌던 것이다.


한왕이 일단 유방의 대군을 막아 내며 동제에 붙잡아 놓기만 하면

그 기동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훈국의 기마대가 불현듯 나타나 협공할 경우,

황제의 군대를 충분히 격파할 수 있다는 계책을 한왕에게 내어 놓았던 것이다.


그렇게만 되었다면 황제 유방은 큰 타격을 입고 관중으로 돌아가 나올 수 없었을지도,

훈국의 지원을 받은 한왕이 동쪽 중원의 또 다른 황제로 등극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훈국에 귀순한 후 파죽지세로 그 일대를 유린한

한왕의 장수들이 그간의 손쉬운 승리와 점령한 지역에서 끌어 모은 병력들로 처음보다 눈에 띄게 불어난 자신들의 군세에 자만해

그만 황제의 군대와 정면 대결을 구사하고자 한 것이었다.


처음에는 진채를 견실히 세운 후 방어에만 몰두하며

훈국의 선우와 협의한 계책대로 유방의 군대를 협공할 태세였던 한왕은 부장들의 거듭되는 요청에

결국 황제의 군대와 정면으로 맞서게 되었다.


그 이면에는 그들의 자만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결정적인 큰 전공을 세울 경우

앞으로 있을 훈국 선우와의 동맹에서 유리한 입지를 다지려는 의도도 작용하고 있었다.


뜻대로만 되면 일거양득이겠으나, 모든 일은 결코 뜻대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황제 유방과 관중에서 동원된 장수와 병력들은 그리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고, 초한전쟁을 통해 단련된 강군이었다.


그 동안의 전과로 기세를 올린 한왕의 군대가 처음에는 승기를 잡는 듯했다.

그러나 황제 유방이 직접 칼을 들고 중군을 이끌고 나서면서 전세가 변하기 시작했다.

“네 이 놈들! 나는 너희들의 황제다

나에게 반역하는 것이 얼마나 큰 죄인지 모르겠느냐!”


막상 황제가 전면에 모습을 드러내자

원래부터 한왕을 따르던 군사들을 제외하고 새로이 편입된 병사들이 주춤하며 동요가 일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황제에 의해 버림받은 한왕의 직계 군사들에 비해 아직 황제에 대한 적대감이 그렇게 크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자 이편에서 그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하여 한왕의 부장 왕희가 중군을 향해 돌진했다.

황제와 직접 맞섬으로써 그 권위를 무너뜨리고 군사들의 동요를 잠재우려는 과감한 시도였고 성공만 하면 좋은 수였다.


그러나 그곳에는 번쾌가 있었다.

번쾌가 돌진하는 왕희를 가로막으며 두 장수간에 혈전이 벌어졌다.

왕희도 힌왕의 부장들 중에서는 내노라하는 맹장이었으나

항우를 제외하고는 그 용력이 둘째가라면 서러울 번쾌를 당해낼 수는 없었다.


왕희는 예리한 무예로 번쾌의 빈틈을 노렸으나

이를 모두 막아낸 백전노장 번쾌의 묵직한 일격에 그만 치명상을 입고 말에서 떨어졌다.


그러한 시도가 무산되며 한왕측 군사들의 사기가 떨어지는 것 같자 유방은 더욱 가열차게 상대를 압박했다.

“항복하라. 그리하면 너희들의 목숨은 온전할 것이다.”

이에 맞추어 중군의 왕릉, 주발을 비롯한 황제 진영의 맹장들까지 분발하고 나서자

한왕의 군대는 조금씩 무너지며 대세가 기울기 시작했다.


이대로라면 대패가 분명할 것을 직감했던 한왕이 일단 군사들을 물리고 진영으로 돌아가 수비에 임하려고 했지만,

이미 그마저도 여력을 상실한 후였다.


정면 대결을 펼치지만 않았어도 얼마든지 진채를 방어할 수 있었건만,

한왕의 군대는 고삐를 늦추지 않는 황제 유방의 공세에 여지없이 대패하며 군사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있었다.




한창 부하 장수들과 한왕의 군사를 지원해 협공을 펼칠 준비를 하고 있던 묵돌의 진영으로

한왕과 그의 측근들이 헐레벌떡 도망쳐 오는 모습을 본 묵돌은 절로 탄식소리가 나왔다.

“아하···”


그 장면만으로도 어떻게 된 일인지 묵돌의 머릿속에 선명하게 떠올랐다.


명백한 한왕의 전술적인 실패였다.

군사가 불어났다고는 하나 아직 완전히 결속력을 다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황제의 권위에 정면으로 맞선 것은 실로 섣부른 행동이었다.


며칠만 자신들의 기마대를 기다리며 시간을 끌기만 했어도 결과는 완전히 딴판이었을 것을.


각기 처한 입장이 다른 연합군측에서 일사불란한 작전에 차질을 빚는 경우가 왕왕 있기 마련이다.

자신의 직계 부하 장수들이었다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었건만, 선우 묵돌은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다.




한왕 신의 군대를 여지 없이 격파해 버린 황제 유방은

도망친 반란군들이 다시 모여 전열을 정비할 틈을 주지 않기 위해 곧바로 북상하기 시작했다.

이제 반란의 주력을 격파한 여세를 몰아 반란군의 점령 지역에 들이닥칠 경우

잃었던 지역들을 순조롭게 다시 수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황제 유방과 그 신하들이 아직 모르고 있는 사실이 있었다.

그들이 상대해야 할 진정한 주력은 그 때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옛 조나라의 진양으로 진군하던 황제 유방의 군사들 앞에 갑자기 한 떼의 군마가 앞을 가로막고 나섰다.


얼마 전 대패한 한왕 신과 그 패거리들이 벌써 이리 신속히 전열을 가다듬고 공세로 나올 리 만무했건만,

앞을 가로막고 있던 군사들은 정연한 대오를 갖춘 전원 기마대였다.


풍채가 좋고 이목구비가 시원하게 생긴 한 젊은 장수와 꽤 나이가 들어 보였으나 여전히 당당한 모습을 하고 있었던 한 노장이

각기 1만 정도되는 군대를 이끌고 선두에 서 있었다.


“황제 폐하, 이거 처음 뵙겠소이다.

나는 묵돌 선우의 아우이자 우현왕인 기환이라 하고 옆에 계신 이 분은 좌현왕이신 호연록 장군이시오.”

말 위에서 황제에게 공손하게 예를 올리는 그들은 북방 훈국의 번왕들이었던 것이다.


드디어 황제 유방의 군대가 저 먼 북방 훈국의 군사들과 처음으로 맞닥뜨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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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개국 공신들의 반격 22.02.07 85 0 13쪽
49 끝내 좌절된 복수, 그리고 또 다른 복수의 시작 22.02.04 78 0 13쪽
48 9부 태평성대의 마지막 불씨 - 앙심을 품은 악녀 22.02.02 84 0 14쪽
47 고래싸움 앞의 새우 22.01.31 95 0 12쪽
46 3대 악녀 여태후의 굴욕, 농서(弄書)의 치 22.01.28 135 0 12쪽
45 남방에 부는 피바람 22.01.26 94 0 13쪽
44 조선인들 22.01.24 109 0 12쪽
43 한나라에서 온 공주 22.01.21 93 0 12쪽
42 8부 대선우 묵돌과 동아시아의 태평성대 - 천하의 진정한 패자는 누구인가. 22.01.19 87 1 13쪽
41 승자와 패자, 그리고 마지막 점괘 22.01.17 82 0 13쪽
40 선우와 황제의 대면 22.01.15 85 1 13쪽
39 한족 최초의 치욕, 평성의 치 22.01.12 97 1 11쪽
38 모사 진평의 신묘한(?) 계책 22.01.11 77 1 10쪽
37 완벽한 패배 21.08.28 90 1 12쪽
36 한군의 연승과 북진 21.08.21 87 1 12쪽
» 황제의 친정 21.08.19 92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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