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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원을 굴복시킨 영웅(반동북공정 시리즈 1- 중원무상)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Yourinn
작품등록일 :
2021.06.15 14:38
최근연재일 :
2022.03.04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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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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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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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6,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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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31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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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고래싸움 앞의 새우

DUMMY

비록 한나라 황실 내부의 그러한 잔인한 일들에도 불구, 당시 동아시아 각 국은 태평성대를 맞이하고 있었다.


북방 대륙을 통일한 훈국의 묵돌이 한나라를 굴복시킨 후

동방의 강자 조선과 동맹을 맺자 동아시아는 더 이상의 큰 전쟁은 사라지고 안정기에 들어섰다.


훈국은 대선우 묵돌의 선정에다 한나라의 조공과 주변국들과의 무역으로 백성들의 생활이 이전에 비해 월등히 나아졌고,

그 속국 노릇을 하는 한나라라고 해서 결코 이전보다 나빠지지는 않았다.


황실 내부에서 일으킨 그런 끔찍한 일들로 미루어 여태후가 백성들에게도 폭정을 일삼았으리라 생각하기 쉽지만,

의외로 백성들의 입장에서 볼 때 여태후는 훌륭한 통치자였다.


황제 유방의 뒤를 이어 15년간 집권하면서 여태후는 비록 무소불위의 권력을 탐했을지언정

서민 출신이었던 관계로 사치나 허영을 부리지는 않았고,

이에 따라 백성들이 화려한 궁궐이나 기타 불필요한 노역에 동원되는 일이 거의 없었다.


또한 일반 백성들의 세금을 감면해 줌은 물론, 그들에게 토지를 적극 분배함으로써

오랜 전란으로 인해 피폐해진 나라의 기반 산업인 농업의 생산력을 고취시키기 위하여 노력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자신은 피비린내 나는 숙청을 감행한 반면,

연좌제에 해당하는 삼족형과 유언비어 날포죄에 해당하는 요언령 등을 폐지함으로써,

백성들의 형벌은 대폭 감해 준다.


전쟁과 노역과 과중한 세금에서 해방된 그야말로 ‘여민휴식’기 속에서 한나라 백성들은 마음껏 자신들의 생업에 종사하게 된다.


급속히 안정된 국제 질서와 백성들을 편안케 하는 군주들의 통치 기조는 그 이후로도 몇 대에 걸쳐 계속 이어지며

그야말로 동아시아 전체의 태평성대가 도래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태평성대의 시작에 마지막 분란이 되는 불씨가 아직 남아 있었으니,

그것은 같은 초원 대륙이라 하나 다소 결이 다른 알타이 산맥과 고비 사막 너머의 서방에서 피어 오르고 있었다.



이야기를 거슬러 올라가 묵돌의 대선우 즉위식 때였다.


자신의 대선우 즉위를 축하하기 위하여 찾은 만방의 사절들에게 영접하며

이제 천하의 패자가 되었음을 실감하고 있던 묵돌은 뜻하지 않은 인물이 즉위식에 참석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바로 월지국의 태자가 직접 참석하고 있었던 것이었고,

이렇게 상대국의 태자가 찾아왔기에 훈국에서도 그에 걸맞게 극진히 예우했다.

그런데 즉위식이 끝난 후,

고국으로 돌아가기 전 인사를 나누기 위해 찾은 줄로만 알았던

월지국의 태자가 또한 뜻밖에 월지왕의 전언을 전하는 것이 아닌가.


자신의 아들인 태자가 이곳 훈국에 남아

앞으로 양국의 우호를 위해 친목을 다지고 대선우에게 제국을 경영하는 법을 배우고 전수받게 해달라는 부탁이었다.

말은 그럴 듯하나 실상은 자신의 태자를 볼모로 보낸 것이었다.


실로 상전벽해였다.

불과 10여 년 전 자신이 부왕에 의해 볼모로 갔었던 나라에서 이제 그 나라의 왕이 아들을 볼모로 보내왔던 것이다.


대선우 묵돌은 이전의 은원도 있고 해서 월지를 여전히 조선과 같은 동맹국으로서 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월지왕은 현실적이고 눈치가 빠른 사람이었다.

이제 몽골초원 대륙을 통일하고 한나라까지 무릎을 꿇린

훈국은 기껏 하서주랑에 틀어 박혀 장사나 하는 자신들이 대적할만한 그런 나라가 아님을 알고 있었던 것이었고,

태자까지 볼모로 보내어 속국을 자청하고 나섰던 것이다.


월지국도 그 동안 훈국에 버금가는 강대국이 될 기회가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장사에 맛을 들여 상업국으로 변모한 월지는 예전의 기개를 잃고 눈 앞의 이익에 안주하고 있었고,

묵돌이 그 쟁쟁했던 북부의 부족들을 평정하고 몽골초원 대륙을 통일하는 동안, 그저 관망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후에도 월지는 그보다 더 결정적인 실기를 하고 만다.



남방의 초한대전을 예의주시하며 만전을 기하고 있던 훈국의 선우 묵돌이

이제 때가 무르익은 것 같으니,

이전에 주고받은 밀담대로 남방을 공략하자고 제안해 왔다.


자신들이 손 놓고 있던 몇 년 상간에

훈국의 선우 묵돌이 저 막강한 북부 부족 연합을 격파하고

요원할 것만 같았던 몽골초원 대륙의 통일을 거뜬히 이루어 내었다는 사실에 놀랄 수밖에 없었던,

월지국 조정은 다시 훈국의 장군 풍비가 그러한 남방공략을 위해 함께 연합하자는 묵돌의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사절단을 이끌고 도착하자

또다시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한낱 젊은 선우의 호기에 불과한 줄로만 알았던 일들이

불과 몇 년 만에 이제 눈앞에 현실로 다가와 있었던 것이다.



월지국 조정에서는 아무도 이렇다 할 제안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몽골초원을 통일한 훈국은 이미 예전의 훈국이 아니라 엄청난 강대국이 되어 있었고,

이제 월지는 곧 남방과 대전을 치룰 훈국에 대해 뭔가 입장을 내놓아야만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전 역사에서는 한 번도 겪어본 바 없었던 남방과의 전면전이라는 역사적인 사안 앞에서

다들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결국 월지왕은 귀상 가문의 지휴밀에게 의견을 구했다.

훈국 선우 묵돌의 저러한 웅비를 이전부터 정확히 내다보고 경계할 것을 주장한 유일한 신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휴밀의 입에서 또한 뜻밖의 주장이 나왔다.

“전하, 지금 당장 훈국의 사신을 물리치시고,

이 참에 남방의 한나라와 동맹을 맺으시오소서!”

지휴밀이 대 남방 공략이라는 훈국의 요청에 어떻게 답할 것인지는커녕,

아예 남방과 동맹을 맺으라 간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지도 않은 지휴밀의 제안에 월지국 조정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우리가 진정 경계해야 할 상대는 이제 남방의 한나라가 아닙니다.

저 묵돌의 훈국이 가장 큰 위협이니 차라리 남방의 한나라와 동맹을 맺어 저들을 견제하셔야 합니다.”


곧 다른 신하들의 반론이 쏟아졌다.

“아니 이보시오, 귀상 공.

아무리 그렇다 한들 우리가 어찌 저 남방과 동맹을 맺을 수가 있단 말이오?”

“그러하오이다. 저 남방은 우리를 야만시하며 못 잡아 먹어서 안달인 사람들이 아니오”


지휴밀의 반론은 간명했다.

“만약 묵돌이 한나라를 격파한다면 그 때는 어찌하겠소이까?”


갑자기 월지국 조정에 다시 침묵이 흘렀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영락없이 훈국의 속국 노릇이나 하고 말 것이오.”

지금까지 생각조차 하지 못한 일이었으나,

막상 그런 상황을 가정한다면 지휴밀의 말대로 될 것이 불을 보듯 했다.


그러나 또다시 다른 신하들의 반론이 쏟아지고 있었다.

“귀상 공, 공께서는 저 묵돌이 남방 한나라를 과연 이길 수 있다고 보신다는 말씀이시오?”

요행히 같은 초원 부족들인 북부연합을 격파하고 몽골초원 대륙을 통일할 수는 있었다 해도

북부의 저 부족들과 남방의 강대국 한나라를 어찌 비교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지휴밀의 생각은 달랐다.

한나라나 훈국 둘 모두 지난 10년간 통일 전쟁을 수행했으나,

황제 유방이 세운 한나라는 진나라 말기부터 이어져온 지리한 내전으로 인해 쇠약해져 있었던 반면,

선우 묵돌의 훈국은 큰 피해 없이 초원 대륙을 통일하며 오히려 그 세가 엄청나게 불어난 격이니

지금 바로 전쟁이 일어난다 해도 한나라가 불리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만약 한나라가 굴복이라도 하는 날이면 꼼짝 없이 월지는 훈국을 상전으로 모셔야 하니,

그런 상황을 피하려면 한나라와 동맹을 맺어야 할 것이오.”

월지가 한나라와 동맹을 맺을 경우,

후방에 걱정거리가 생긴 묵돌이 함부로 움직일 수 없을 것이니

남방과 북방, 그리고 월지가 있는 서방은 서로 균형을 이루게 될 것이고,

월지는 두 나라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치며 지금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지휴밀은 지금 천하의 최고 강자를 북방 묵돌의 훈국으로 상정하고,

이를 견제하기 위해 서방과 남방이 연합해서 천하 세력의 균형을 유지하자는 전략을 설파하고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다른 신하들은 한결 같이 그 주장을 일축하고 있었다.

다들 그런 상황까지 가정하는 것은 너무 멀리 나간 것이라 여기고 있었고,

월지왕의 생각도 별 다를 바 없었다.


아무리 천하의 묵돌이라 한들 어찌 저 남방의 황제까지 굴복시킬 수 있겠는가.

이전처럼 그저 변방에서 약탈 정도 하는 것에 그칠 것이다.


흔히 젊은 나이에 큰 성과를 이룬 수장들에게서 흔히 보여지듯,

젊은 묵돌이 뜻하지 않게 초원대륙을 통일한 것에 교만해져 무모하게 일을 벌이려 하는 것일 수도 있으리라.

그런 마당에 공연히 끼어들었다가 별 소득도 없이 남방 한나라와 척을 질 수는 없는 문제가 아닌가



“저 남방의 황제로 등극한 유방이란 사람은 어떤 사람이오?”

월지왕은 묵돌이 상대하고자 하는 저 남방의 황제가 어떤 사람인지 또한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월지국 내에서도 한나라 황제 유방이 초한대전의 그 무지막지한 무력의 항우를 이긴 사람이라는 소문은 널리 퍼져 있었다.


또한 도둑이 되어 망탕산에 숨어 있었을 때도

그가 있는 곳 위에는 늘 구름이 서려 있어 아내 여치가 찾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나

술에 취해 길을 가로막는 큰 뱀을 죽였는데

한 노파가 통곡하며 자신의 아들인 백제를 적제가 나타나 죽였다고 하는 이야기 등등,

그가 하늘에서 내린 사람이라는 다분히 의도적으로 퍼뜨린 것 같은 유언비어까지 듣게 된

월지왕은 한나라 황제 유방 역시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 되자 월지왕은 더욱이 판단을 내릴 수 없을 지경이 되어 버렸다.

그야말로 고래 싸움에 끼인 격이 아닌가.

초원 대륙을 순식간에 평정한 묵돌의 무용이 대단한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나,

남방 한나라의 유방이란 사람도 듣고 보니 만만치가 않은 사람이다.

어느 한쪽으로 줄을 잘못 섰다가는 자신들에게 어떤 불똥이 튈지도 모를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판국이 되었을 때 등장하는 것이 바로 대세 편승론이다.

아무에게도 유감을 사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처신하며 관망하다가 대세가 기우는 쪽에 붙는다는 것이었다.


쉬운 말로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는 얘기인데,

사실 구태여 말려들 필요 없이 굿이나 보고 떡이나 챙길 수 있는 방도만 있다면

그 보다 더 좋은 외교적 수완이 어디에 있겠는가.


“전하, 이것은 어디까지나 훈국과 한나라 간의 문제입니다.

구태여 우리 월지까지 말려들 필요는 없을 듯 합니다,”

“그렇사옵니다. 대선우 묵돌에게는 적당히 선심을 쓰셔서 회유하시고,

일단 관망하시오소서.”


대부분의 신하들이 앞다투어 대세편승론을 외치고 있었고,

이번에도 지휴밀만이 훈국이 한나라를 이기는 경우를 따져 보아야 한다고 극구 주장했지만,

월지왕은 지금까지 저 묵돌이란 자를 정확하게 보고 있었던 현명한 그라 할지라도 이번만큼은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 진나라의 뒤를 이어 중원으로 자처하는 한나라보다 훈국이 더 강력하다고까지 예상할 수 있다는 말인가.

요행히 선우 묵돌의 무용으로 남방과의 국지전에서 몇 차례 이길 수는 있다 해도

설마 훈국이 저 남방 대국을 속국이라도 삼을 것이란 말인가.


그러한 가정은 도무지 머리 속에 그려지지 않는다.

오히려 한나라가 이전의 진나라처럼 훈국을 대파하는 경우에는 또 어찌할 것인가.


결국 월지왕은 이번에도 역시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는 쪽으로 돌아서고 있었다.



그러나 월지왕이 이번 역시 자신이 실기를 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은,

이전보다도 훨씬 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 불현듯 바로 눈 앞의 현실로 다가와 버렸으며,

또한 이번의 판단 착오는 이전과는 성격이 달랐다.


그 결정적인 실기는 서방의 강국이었던 월지를 나락으로 떨어뜨렸고,

결국 돌이킬 수 없는 파탄지경으로까지 몰아 넣고야 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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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귀향 22.03.03 92 1 7쪽
60 북한화친, 그리고 영웅의 죽음 22.03.02 75 1 11쪽
59 남방에 당도한 기이한 서신 22.02.28 70 0 11쪽
58 대월지의 기사회생과 동아시아의 민족 대이동 22.02.25 65 1 13쪽
57 11부 다시 찾아온 평화 - 망국의 일격 22.02.23 61 1 12쪽
56 기원전 177년, 불타는 연지성과 월지국 최후의 날 22.02.21 72 1 12쪽
55 무너진 흑수 방어선 22.02.18 88 0 11쪽
54 뒤바뀐 전선, 그리고 역공 22.02.16 71 0 11쪽
53 남방으로 번지는 전쟁의 불길 22.02.14 72 0 12쪽
52 10부 마지막 전쟁, 대월지전 - 대전의 서막 22.02.11 81 0 11쪽
51 명군의 등장, 그러나 또다시 요동치는 천하 22.02.09 84 0 12쪽
50 개국 공신들의 반격 22.02.07 86 0 13쪽
49 끝내 좌절된 복수, 그리고 또 다른 복수의 시작 22.02.04 78 0 13쪽
48 9부 태평성대의 마지막 불씨 - 앙심을 품은 악녀 22.02.02 84 0 14쪽
» 고래싸움 앞의 새우 22.01.31 96 0 12쪽
46 3대 악녀 여태후의 굴욕, 농서(弄書)의 치 22.01.28 135 0 12쪽
45 남방에 부는 피바람 22.01.26 94 0 13쪽
44 조선인들 22.01.24 110 0 12쪽
43 한나라에서 온 공주 22.01.21 93 0 12쪽
42 8부 대선우 묵돌과 동아시아의 태평성대 - 천하의 진정한 패자는 누구인가. 22.01.19 88 1 13쪽
41 승자와 패자, 그리고 마지막 점괘 22.01.17 82 0 13쪽
40 선우와 황제의 대면 22.01.15 86 1 13쪽
39 한족 최초의 치욕, 평성의 치 22.01.12 97 1 11쪽
38 모사 진평의 신묘한(?) 계책 22.01.11 77 1 10쪽
37 완벽한 패배 21.08.28 90 1 12쪽
36 한군의 연승과 북진 21.08.21 88 1 12쪽
35 황제의 친정 21.08.19 92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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