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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rinn 님의 서재입니다.

중원을 굴복시킨 영웅(반동북공정 시리즈 1- 중원무상)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Yourinn
작품등록일 :
2021.06.15 14:38
최근연재일 :
2022.03.04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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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6,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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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2.28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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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남방에 당도한 기이한 서신

DUMMY

먼 서방의 월지국이 저런 참담한 지경을 당하고 있는 줄도 모른 채

남방 한나라의 문제 유항과 관영은 여전히 관중과 관동 방어선을 사수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원체 기동술과 기만술에 강했던 훈군이 언제 어디서 출물할 지 알수 없었기에

긴장을 끈을 놓을 수 없었던 그들에게,

난데 없이 월지국이 패망했다는 전언이 들려오지 않는가.


갑자기 국경 근처에 월지로부터의 난민이 속출하더니

그들에게서 수도 연지성이 불에 타 버리고,

월지후왕은 겨우 목숨만 부지한 채 북쪽 평원으로 도주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지고 있었다.


나름 유서깊은 역사와 함께 그 화려한 부와 사치를 자랑하던

서방의 강국 월지국이 하루 아침에 사라졌다는 사실을 완전히 확인하고 난 후에야

비로소 한나라 측에서는 자신들에 대한 훈국의 공세가

오히려 월지를 침공하기 위한 허장성세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알아 차렸다.



죽기 직전 훈국의 사신 풍비를 대면한

승상 진평이 훈국의 태도가 뭔가 이상하다고 한 예감이 맞았던 것이다.

훈국은 애초부터 자신들과 전쟁을 벌일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훈국과의 전면전을 피하게 된 것은 다행이었으나,

이 또한 무슨 참담한 상황이란 말인가.


저들에게 있어서는 남방의 대국이라 자처하던

자신들이 그저 다른 나라를 침략하기 위한 미끼에 불과했단 말이 아닌가.


한문제가 관동을 수비하느라 친히 태원에 주둔함에 따라

수도를 비우게 되자,

그 틈에 제북왕이 모반을 꾀하며 형양을 치는 바람에

급히 장안으로 회군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지기도 했었다.


겨우 다른 나라들의 전쟁에 들러리나 서기 위해 이 난리를 겪어야 했던

한나라 조정에서는 심한 모욕감이 들 수밖에 없었다.


어질기로 평판이 자자한 한문제 유항 역시

이번만큼은 그대로 있을 수가 없었던 관계로

당장 훈국의 선우정으로 사신단을 파견해 이에 항의했다.


계속 침묵으로만 일관하던 훈국에서는 이듬해인 기원전 176년 6월이 되어서야

지난 해 한나라를 침범한 것에 대한 유감의 뜻을 전달하기 위하여

훈국 대선우 묵돌의 서신을 지참한 사신단이 장안에 도착했다.


그 서신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고,

사과의 의미로 전달한 서신의 내용치고는

또한 한나라 황제의 심기를 여간 긁어대는 것이 아니었다.



'하늘이 세우신 훈의 대선우가 삼가 황제에게 문안하니, 그간 무양하시었소?

예전에 황제께서 화친에 관해 말씀하신 서한의 취지는 쌍방에게 합당했소이다.

그런데 한나라 변경의 관리들이 우현왕을 모멸해 영지를 침범하여

우현왕 또한 선우에게 상의함이 없이

휘하의 후의, 노후, 난지 등의 계책을 받아들여 한나라 관리들과 상쟁하여

두 나라 군주의 약속을 깨트리고 형제로서의 우애를 이간시키고 말았소.'


내용인 즉슨 오히려 한나라측 변방 관리들이 먼저 침범하여

우현왕이 상의도 없이 휘하 장수들을 동원하여 전쟁이 발발했다는 이야기였고,

그 많은 군사들을 동원해 난리를 쳐놓고도,

대선우인 자신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이었다.



'황제로부터 책망의 편지가 두 번이나 도착한지라

이 쪽에서도 사신을 보내 황제께 글로써 회답을 하였는데

그 사신은 돌아오지 않았고, 한나라의 사신 또한 오지 않았소.

이리하여 한나라도 우리와 화친을 꾀하지 않고

이웃인 우리도 한나라와 친할 수 없게 되었던 것이오.'


그러니까 그 동안 자신들도 한나라측의 항의에 답을 하려했으나

중간에 사신이 오고가는 것에 착오가 있었다는

말도 안되는 핑계를 대며 얼버무리는 것도 모자라,

그 다음 이어지는 내용은 더욱 가관이었다.



'지금 작은 관리가 두 나라의 약속을 깨트렸기 때문에

그 죄를 물어 이번에 우현왕에게 그 벌로써 서쪽으로 월지를 정벌하도록 하였소.'


이건 또 무슨 뚱단지 같은 소리란 말인가?

저들 말대로 나라간의 화친을 깬 분란의 당사자로 지목한 우현왕에게 벌을 내린 다는 것이,

생뚱맞게 우현왕에게 서방의 월지를 정벌하게 하는 것이란 말인가.

자신들 한나라와 분쟁을 일으킨 죄를 물어 벌을 내린다는 것이

월지와 전쟁을 일으키는 것이라니 도무지 말이 되지 않았다.



'다행히 하늘이 가호로 단련된 정예 병사와 강건한 말로써

월지국을 쳐부수어 이를 모조리 죽이거나 항복시키고,

누란, 오손, 호게 및 그 인접 26개국을 모두 평정해

이들을 모두 훈국의 백성으로 삼았소이다.

이리하여 각 유목민족은 합하여 한 집안이 되었소이다.


북쪽 지방은 이미 안정을 찾았으니

원컨대 우리는 휴전하여 병사들을 쉬게 하며 말을 길러

앞서의 오해를 잊고 이로써 변경의 백성들을 안정시키고

당초의 친선관계로 되돌아가

어린 아이들이 탈 없이 자라고 늙은이들이 안정된 생활을 보낼 수 있게 히여

대대로 태평한 세상을 만들었으면 하오.


그러나 황제의 의향이 어떤지 알지 못하는지라

낭중 계우천을 사신으로 보내 이 글을 받들어 올리는 바이며,

더불어 낙타 한 마리와 기마 두 필, 수레를 끄는 말 두 사를 드리는 바이오.


황제께서 만일 한나라 변방 요새에 우리가 접근하는 것을 바라지 않으신다면

관리와 백성들에게 영을 내려 변방에서 멀리 떨어져 살게 해주셨으면 하오이다.

그리고 이 사신이 도착하는 즉시 무사히 돌려보내주시기 바라오.'


더 나아가 그 전쟁을 일으켜 월지국을 멸하고 준가리아 평원과 서역 여러 나라를 정복했음을 과시하는 한편으로,

적당히 낙타와 말 몇 마리를 선물로 보내며

이전 일이야 어찌 되었던 자신들이 다시 도발하는 일이 없도록

관리와 백성들을 뒤로 물리고 본인들 처신이나 제대로 하라는

아주 거만하기 짝이 없는 내용이었다.



“아니, 이런 자들을 보았나!”

쓸데없이 남의 나라를 침범해 그 난리를 쳐놓고

사과라고 보낸 서신이 사과는커녕 이건 아주 염장을 저지르는 격이 아닐 수 없었다.


훈국과 되도록이면 인내하고 화친하려 했던

문제 유항 역시 결국 대노하여 조정 대신들을 모두 불러 모았다.


“저 북방의 대선우 묵돌이란 자가 짐과 우리 나라를 이리도 능멸하니

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소이다.

이 참에 내 저자들의 버릇을 제대로 고쳐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경들의 생각은 어떠하시오?”


원래 다소 거친 변방 출신이었던, 한나라의 황제 유항이 결코 용기가 없어 참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오로지 오랜 전란으로 피폐해진 나라와 백성을 위해 자제하고 있던 것뿐이었다.


이번 일로 우현왕과 대적한 적이 있던 관영 또한 격노하여 황제께 상주했다.

“전하 신에게 맡겨 주시오소서.

신 우현왕이 왔던 길로 다시 북상하여

하남을 수복하고 고궐로 나아가 먼저 우현왕부를 치겠사오니,

다른 장수들은 대나라에서 출발하여

곧바로 상곡을 거쳐 훈의 중앙부를 협공한다면

능히 대선우 묵돌과 일전을 겨루어

선황에 대한 복수와 황제께 대한 저들의 무례를 응징할 수 있으리라 보옵니다.”


이전에 모셨던 선황 대부터의 저들에게 당한 수모를

살아 생전 기어이 갚고자 하는 노장 관영의 패기에 더해

훈국의 처사에 자존심이 상한 무장들이 들고 일으나 관영을 두둔하고 나서자,

황제 유항 역시 가슴이 뛰는 것 같았다.

다른 몇몇 신하들이 신중하게 논의할 것을 아뢰었으나

혈기왕성한 젊은 황제의 귀에 들어올리가 만무했다.


한 문제 유항은 이 참에 아예 저들의 오만방자함을 꺽어버리려는 심산으로 북벌을 단행할 준비를 명한다.



한편 월지국과의 전쟁에서 대승한 후,

자신들을 대월지전에 끌어들인 것을 항의하는 한나라측에 대해

훈국이 그러한 도발적인 서신을 보내온 것은

다분히 의도적으로 한나라 조정, 특히 남방의 새로운 황제 유항의 반응을 떠보고자 함에 있었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젊은 황제가 북벌을 준비한다는 간자들의 보고에

훈국 역시 적지 않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기껏해다 다시 사신단을 파견하여 티격태격하다

시간이 흐르며 유야무야 되는 정도에 불과할 줄 알았던

남방에서 이렇게까지 나올 줄은 예상치 못했던 것이다.


이후로도 시간이 흘렀건만, 자신들이 보낸 서신에 답은커녕

훈국과 한나라 사이의 무역을 위해 국경에서 열리고 있던 장들이 모두 폐쇄되고

실제로 여러 지역의 경계가 강화되며 긴장감이 나돌기 시작하자

훈국 조정에서도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얼마 전, 서방의 월지를 처참하게 무너뜨리고 그 기세가 하늘을 찌르고 있던

훈국의 신하들은 한나라가 저렇게 나오는 이상,

지금 당장이라도 저들의 수도 장안성을 연지성처럼

불다바로 만들어 버릴 심산으로

남방 한나라의 관중으로 밀고 내려갈 것을 앞다투어 대선우에게 상주했다.


이제 자신들의 나라인 훈국은 몽골초원 대륙뿐만 아니라 서방의 하서주랑과 준가리아 초원까지 모두 손에 넣은 대제국이 되어 있었고,

또한 서방의 유목 부족이었던 월지에 비해 남방의 한나라가 훨씬 쉬운 상대라 모두들 여기고 있었지만,

대선우 묵돌의 생각은 달랐다.


“저 한나라의 새로운 황제는 어떤 사람인가?”

남방의 사정에 밝은 풍비에게 새로 등극한 젊은 황제에 대해 자세히 전해 들은

대선우 묵돌은 곰곰히 생각에 잠기더니, 뜻밖에 결정을 내렸다.


“장장군, 이번에는 장장군이 직접 가 주어야겠네.”

호전적이라면 여러 신하들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못하지 않았던

묵돌이 이전에 한나라 유방이나 여태후에게 그랬듯이

이번에도 한나라가 기어 오르지 못하게 다시 밟아줄 것으로 예상했건만,

의외로 선선히 남방 한나라에 화해를 위한 사절을 먼저 보내려 하지 않는가.



대선우 묵돌은 남방의 새로운 황제 유항이

백성들의 인심을 얻고 있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던 것이다.

전쟁은 군사력만으로 판가름 나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자신들의 강력한 기마대가 남방과의 전쟁에서 몇 차례 승리한다 한들

어진 임금을 따르는 신하와 백성들을 어떻게 이길 수 있다는 말인가.


또한 비록 허장성세로 공세를 취하긴 했지만,

우현왕과 맞선 노장 관영이 이끄는 한군 역시 만만치 않는 진세를 보여주고 있었고,

직접 갑주를 걸치고 태원에서 자신들과 맞서려한 남방 황제의 결기 또한 보통이 아니었다.


한나라 깊숙히 들어간 자신들의 군대는 별다른 소득도 없이

피곤한 전쟁에 휘말리게 될 것임을 묵돌은 꿰뚫고 있었던 것이다.



“백성들이 따르는 임금은 함부로 도모하는 것이 아니다.”

남방의 버릇을 고쳐 주어야 한다고 길길이 날뛰는 신하들의 참소를 모두 물리친

대선우 묵돌은 풍비를 사신으로 장안에 보낸다.


"훈국의 사신 풍비가 황제 폐하를 알현하옵니다."

풍비가 황제에게 공손히 머리를 조아리며 아뢰었으나,

월지와의 전쟁 전 자신들을 전쟁의 미끼로 삼기 위해

사신으로 온 바 있었던 풍비를 다시 대면한

한나라 황제 유항은 사람을 대하기가 관대하기 그지 없었던 평소와는 달리

아주 대놓고 노기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래, 장장군께서는 도대체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을 벌이려 여기까지 오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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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방에 당도한 기이한 서신 22.02.28 70 0 11쪽
58 대월지의 기사회생과 동아시아의 민족 대이동 22.02.25 65 1 13쪽
57 11부 다시 찾아온 평화 - 망국의 일격 22.02.23 61 1 12쪽
56 기원전 177년, 불타는 연지성과 월지국 최후의 날 22.02.21 72 1 12쪽
55 무너진 흑수 방어선 22.02.18 88 0 11쪽
54 뒤바뀐 전선, 그리고 역공 22.02.16 71 0 11쪽
53 남방으로 번지는 전쟁의 불길 22.02.14 72 0 12쪽
52 10부 마지막 전쟁, 대월지전 - 대전의 서막 22.02.11 81 0 11쪽
51 명군의 등장, 그러나 또다시 요동치는 천하 22.02.09 84 0 12쪽
50 개국 공신들의 반격 22.02.07 86 0 13쪽
49 끝내 좌절된 복수, 그리고 또 다른 복수의 시작 22.02.04 78 0 13쪽
48 9부 태평성대의 마지막 불씨 - 앙심을 품은 악녀 22.02.02 84 0 14쪽
47 고래싸움 앞의 새우 22.01.31 95 0 12쪽
46 3대 악녀 여태후의 굴욕, 농서(弄書)의 치 22.01.28 135 0 12쪽
45 남방에 부는 피바람 22.01.26 94 0 13쪽
44 조선인들 22.01.24 109 0 12쪽
43 한나라에서 온 공주 22.01.21 93 0 12쪽
42 8부 대선우 묵돌과 동아시아의 태평성대 - 천하의 진정한 패자는 누구인가. 22.01.19 87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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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선우와 황제의 대면 22.01.15 86 1 13쪽
39 한족 최초의 치욕, 평성의 치 22.01.12 97 1 11쪽
38 모사 진평의 신묘한(?) 계책 22.01.11 77 1 10쪽
37 완벽한 패배 21.08.28 90 1 12쪽
36 한군의 연승과 북진 21.08.21 88 1 12쪽
35 황제의 친정 21.08.19 92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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