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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원을 굴복시킨 영웅(반동북공정 시리즈 1- 중원무상)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Yourinn
작품등록일 :
2021.06.15 14:38
최근연재일 :
2022.03.04 20:01
연재수 :
6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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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36
추천수 :
96
글자수 :
326,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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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28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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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완벽한 패배

DUMMY

승전을 거듭하며 거침없이 북진을 개시하던 황제 유방이 정작 한가지 빼먹고 있는 사실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날씨였다.


가을부터 시작된 그 전쟁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벌써 겨울에 접어들 때까지 이어지고 있었고,

주로 남방의 초나라와 상대하던 한나라의 주력은 북방으로 올라갈수록 매서워지는 날씨에 움츠려 들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북으로의 가열찬 진군 속에서 차츰 보병들이 기병들의 속도를 따라잡는 것에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전원이 기마대로 구성된 훈의 군대와는 달리 한나라 군대는 기병과 보병이 합동으로 움직여야 그 전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었는데,

차츰 그러한 전력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지치고 약해지는 것은 바로 자신들이었고,

계속되는 국지적인 승리로 말미암아 정작 자신들의 약점이 점차 노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방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평성 일대의 벌판에서 그들은 다시 좌우현왕과 맞닥뜨렸다.

훈국의 좌우현왕들은 각기 수만의 군사들을 이끌고 있었고,

분명 저들의 주력임을 확신한 황제 유방은 오늘이야 말로 훈군을 궤멸시킬 절호의 기회로 생각하고 있었다.


황제 유방 이하 전 장수들이 바로 이곳에서 저들을 끝장내려는 듯 거세게 밀어붙임에 따라

이번에도 얼마 싸워보지도 않고 도망가기에 급급한 훈군을 한나라 기마병들은 절대 놓칠 수 없다는 각오로 따라 잡고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와중에 기마대는 점차 보병들과 분리되고 있었고,

결국 한나라의 기마대가 보병들과 아주 멀찍이 떨어지게 되었을 무렵.


퇴각하던 좌우현왕의 군대가 벌판 한 가운데서 사방으로 뿔뿔이 흩어지는 것 같더니,

돌연 그 가운데로 10만이 넘어 보이는 훈의 또 다른 대군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아닌가!


한군의 기마대에 정면으로 마주하며 새로이 등장한 훈의 기마대는 이미 그곳에서 한의 기마대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듯 정연한 대오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 때부터 뭔가 심상치 않은 사태를 직감하고 있었던

황제 유방이 이끄는 한나라 기마대의 하늘 위로 갑자기 요란한 소리를 내며 훈의 화살인 명적이 새까맣게 쏟아지고 있었다.


몇 차례 공포의 굉음과 함께 떨어지는 화살비에 그 때까지 앞장서서 훈군을 맹렬히 추격하던 한나라 기마대의 선봉이 그대로 궤멸되어 버리며 한나라 군 전체가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을 시작으로 곧바로 노도같이 훈국의 기마대군이 그들을 덮치고 있었다.


결코 늙고 병든 상태가 아니었던 훈국의 주력 기마대는 일말의 두려움이나 주저함도 없이

한나라군 전체를 향해 돌진하며 무자비한 공세를 퍼붓기 시작했다.

거리낌 없이 쇄도하는 훈국의 기마병들에 의해 한의 기병대는 속수무책으로 타격을 입으며 전열이 흐트러지고 있었다.


전투를 벌이는 기마대의 숫자는 엇비슷했으나

나름 전쟁에 단련되었다고 하는 한나라의 기마대였건만 훈국의 기마대에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이후의 일로 한나라와 훈국 기마대를 비교하는 하나의 실제 사례가 있다.

한나라의 환관 중 한 명이 어딘가 사신으로 파견되어 국경 부근으로 이동하던 중 우연히 훈국의 기마병과 맞닥뜨리게 된다.


당시 기마병 100여명이 그 환관을 호위하고 있었고,

그들이 마주친 훈국의 기마병은 단 3명뿐이었다고 한다.


나름 황실의 환관이었던 만큼 정예병이었던 한의 호위 기마병들은 세 명밖에 안되는 훈국의 기마대를 가볍게 물리칠 것으로 생각하고 그들을 공격했으나,

오히려 훈국의 기마병 3명에게 한나라 기마대 100여명이 전멸당하고야 만다.


한나라 기마대와 북방 기마대의 전력 차는 그 정도였던 것이다.


하물며 선우 묵돌이 직접 이끄는 친위대를 비롯,

주력 10만의 기마대군이 한나라 군사들이 도달하기만을 숨죽여 기다리고 있었던 바에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이미 뒤를 받쳐줄 보병들은 멀리 떨어진지 오래였고,

보병들이 뒤를 받쳐준들 이 무시무시한 군세를 감당할 것만 같지 않았다.


그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유방은 자신들이 말려들었음을 곧바로 깨달았다.

그들이 진정한 훈군의 주력이었고,

지금까지 그들은 바로 이 한 장면을 벼르고 있었던 것이다.


훈군의 주력을 궤멸시키려 했건만 도리어 처참하게 격파당하며 뿔뿔이 흩어지는 것은 바로 자신들이었다.

황제 유방은 마치 항우에게 무참하게 당했던 저 팽성대전의 참패가 떠오르며

이대로라면 전군이 수습불가능 상태로 전멸될 것이란 직감에 오로지 신속한 퇴각만을 명할 뿐이었다.


“요새로 퇴각하라! 무조건 성 안으로 들어가라!”


이런 자들과 평원에서 정면대결을 펼쳤다가는 모두 죽은 목숨이다.

높은 성벽에 기대어 공성전을 벌이는 수밖에 도저히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없다.


뜻하지 않은 일격으로 인한 극심한 혼란 속에서 황제가 급히 내린 명이었건만,

훈군의 진정한 주력을 접해 본 후 그것만이 살 길이란 것을 알게 되었던 한의 장수들과 병사들 역시 미련 없이 전장터를 버리고 모두 평성 부근의 요새로 죽을 힘을 다해 도주했다.


그러나 추격을 겨우 뿌리치고 성곽 앞에 다다라 숨을 돌리려던 그들의 앞을 가로막는 누군가가 있었으니

바로 훈국의 좌현왕이었다.


좌현왕이 뿔뿔이 흩어진 줄로만 알았던 휘하의 군사들을 어느새 결집시킨 후 미리 그 앞에 당도해 있었던 것이다.


“저 흙이나 파먹고 사는 족속들에게 본 때를 보여 주어라!”

좌현왕의 명이 떨어지자 좌현왕부에 소속된 훈족뿐만 아니라 동호, 굴사 부족 출신의 장수들이 일제히 튀어 나오며 그들을 급습했다.


“저들을 몰아내야 성으로 들어갈 수 있다. 저들을 물리치라.”

성 안으로 들어가는 길이 살길임을 알고 번쾌 이하 맹장들이 직접 나서서 길을 뚫으려 했으나,

그 동안 후퇴만 거듭했던 좌현왕부의 군사들 또한 원래 그러해서 그런 것이 아니었음을 그들은 곧바로 알 수 있었다.


주로 동호 출신의 장수들이 선봉에 선 훈의 기마대에 의해 여지없이 격파당하며

성곽 안으로 입성하기는 고사하고 다시 그곳에서 쫓겨날 수밖에 없었다.


훈의 좌현왕에게 가로막혀 평성의 요새로 들어가는 것이 좌절된 황제 유방은 할 수 없이 뒤편에 처진 보병과 합세하려 했다.

일단 아직 건재한 보병과 합세하면 이 황망한 열세를 조금이라고 반전시킬 수 있는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마지막 기회마저도 곧 사라지고 만다.


이번에는 우현왕이 그들 길목을 가로막고 나선 것이었다.

좌우현왕은 이미 자신들이 퇴각할만한 통로를 차단하고자 만반의 준비를 한 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묵돌 선우의 아우이자 우현왕인 기환이다. 내 칼에 죽는 것을 영광으로 알아야 할 것이다.”


그 동안 계속 도망가던 훈군을 추격하다, 다시 패퇴해 평성의 요새로 도망치다, 다시 그곳에서 쫓겨난

한나라 군사들은 지칠대로 지쳐 더 이상 우현왕에 맞서지 못한 채 도주하기에 바빴고,

그런 그들에게 나타난 것이 있었으니 바로 백등산이었다.


훈군의 집요한 추격으로 인해 결국 한나라 군사들은 훈의 기병이 접근할 수 없는 백등산으로 오를 수밖에 없었고,

곧바로 훈군은 그곳에 겹겹히 포위망을 구축하고 있었다.


처참한 패배였다.

이미 기병 중 반을 잃어 버렸던 것이다.


겨우 백등산으로 피신해 숨을 돌린 황제 유방은 포위하고 있던 훈국 군사들의 모습을 보고는

자신들이 마치 토끼몰이를 당하듯 그곳에 갇히게 된 것을 곧바로 알 수 있었다.


산 아래 훈국의 군사들이 동쪽은 청색 깃발 아래, 서쪽은 백색 깃발 아래, 남쪽은 홍색 깃발 아래, 북쪽은 흑색 깃발 아래,

각 진영의 색상까지 맞추어 빈틈없이 포위망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들은 이 전투가 시작되기 전부터 이런 그림을 모두 그려 놓고 있었던 것이었고,

자신들은 그들의 그림 그대로 말려들었던 것이다.


항우를 물리치고 천하를 통일한 황제인 자신이 저 변방의 부족이라 얕보던 저들에게 그야말로 철저히 당한 것이었다.



황제에게 마지막으로 남은 희망이 있다면 아직 뒤에 건재한 보병들이었다.

이제 기병은 그야말로 불구가 된 상태였고, 보병들이 이 소식을 듣고 달려와 주기만을 기다릴 뿐이었다.


저 포위망 후위로 보병들이 나타나 주고 이곳에 살아남은 병사들을 독려해 내응한다면 승리는 못하더라도 이 절망적인 상황만큼은 벗어나지 않을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러나 그것은 허망한 바램에 불과했다.



앞서간 자신들의 황제가 어떠한 상황에 처해 있는지도 모른 채 여전히 전진을 멈추지 않고 있었던 20여만에 달하는 보병들 앞에

우군의 기마대 중 일부로 보이는 병사들이 헐레벌떡 도착하더니 황제의 기마대가 처참하게 격파당했다는 소식을 전하는 것이 아닌가.


몇 번이나 연거푸 승리를 거두며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신나게 훈국의 군사들을 쫓아내기에 바빴던

그러한 우군의 날벼락 같은 패전 소식에 무슨 일인지 어리둥절해하던 그들 눈 앞으로

또 다시 한 떼의 기마대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필시 자신들의 우군의 기마대인 줄로만 여겼으나,

정연한 대오를 유지하며 점차 다가오는 그들의 깃발이나 복식이 자신들의 기마대와는 전혀 달랐다.


훈국의 기마대가 어느새 그곳까지 출현한 것이었다!

묵돌이 이끌던 중앙군 소속 2만의 기마대가 뒤따라오던 한나라 보병들을 덮친 것이었다.


“적이다. 대오를 갖추어라.”

후방의 보병들을 이끄는 장수들은 갑작스런 적 기병의 출현에 당황했지만, 병사들을 독려하며 일전을 불사했다.


그러나 훈 기마대의 무지막지한 선봉 병사들에게 그야말로 한의 보병들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지며 여지없이 진영이 격파되고 있었다.


무려 10배에 달하는 우세한 병력이었건만 한나라의 보병 대군은 훈국 기마대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기마대와 합동으로 전력을 구사해도 모자랄 판국에 기마대와 떨어진 채 들판에 홀로 남겨진 보병들 정도야

그들에겐 좋은 먹잇감에 불과하지 않겠는가.



북방 기마대와 남방 보병 간의 전력에 대한 하나의 실례가 있다.


그로부터 먼 후일 1126년,

동북방의 금나라가 남쪽 송나라를 침공해 전쟁을 벌이던 중 강화조약을 맺게 되고

그 사실을 본국에 알리려던 금나라 기병 17인을 송나라 보병 2천명이 가로막고 나섰다.


그러자 17인의 금나라 기병이 좌우중앙으로 전력을 배치한 후 그들을 향해 돌진하자

2천이나 되는 송나라 보병들이 여지없이 격파당하며 무려 1천명이 사망하고 나머지는 도망쳤건만,

금나라 기병은 단 한 사람도 피해가 없었다는 다름아닌 완패당한 송나라측 기록에 수록되어 있다.


그만큼 오랜 기간 동안 기병과 보병 간의 전력 차이는 극복할 수 없을 정도로 지대한 것이었다.

기병과의 합동 전선이나 성곽이나 그와 유사한 장애물을 끼지 않고서는 보병은 기병의 적수가 될 수 없었던 것이다.


하물며 추운 북방 겨울 날씨에 노출되어 동상자가 속출하고

황제가 이끄는 기마대를 쫓느라 오랜 시간 동안의 행군으로 인해 피로에 지쳐 있던 한나라군 보병들이

그 동안 그들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묵돌의 직접 이끌던 정예 기마대의 예봉을 당해낼 수 있었겠는가.


그것은 마치 늑대와 양떼들 간의 싸움이나 마찬가지였고,

그야말로 벌판에서는 무차별로 돌진하는 훈국 기병에 의해 한나라 보병들의 아비규환이 펼쳐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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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북한화친, 그리고 영웅의 죽음 22.03.02 85 1 11쪽
59 남방에 당도한 기이한 서신 22.02.28 76 0 11쪽
58 대월지의 기사회생과 동아시아의 민족 대이동 22.02.25 70 1 13쪽
57 11부 다시 찾아온 평화 - 망국의 일격 22.02.23 67 1 12쪽
56 기원전 177년, 불타는 연지성과 월지국 최후의 날 22.02.21 76 1 12쪽
55 무너진 흑수 방어선 22.02.18 93 0 11쪽
54 뒤바뀐 전선, 그리고 역공 22.02.16 79 0 11쪽
53 남방으로 번지는 전쟁의 불길 22.02.14 78 0 12쪽
52 10부 마지막 전쟁, 대월지전 - 대전의 서막 22.02.11 92 0 11쪽
51 명군의 등장, 그러나 또다시 요동치는 천하 22.02.09 91 0 12쪽
50 개국 공신들의 반격 22.02.07 89 0 13쪽
49 끝내 좌절된 복수, 그리고 또 다른 복수의 시작 22.02.04 82 0 13쪽
48 9부 태평성대의 마지막 불씨 - 앙심을 품은 악녀 22.02.02 87 0 14쪽
47 고래싸움 앞의 새우 22.01.31 101 0 12쪽
46 3대 악녀 여태후의 굴욕, 농서(弄書)의 치 22.01.28 143 0 12쪽
45 남방에 부는 피바람 22.01.26 99 0 13쪽
44 조선인들 22.01.24 114 0 12쪽
43 한나라에서 온 공주 22.01.21 97 0 12쪽
42 8부 대선우 묵돌과 동아시아의 태평성대 - 천하의 진정한 패자는 누구인가. 22.01.19 99 1 13쪽
41 승자와 패자, 그리고 마지막 점괘 22.01.17 87 0 13쪽
40 선우와 황제의 대면 22.01.15 91 1 13쪽
39 한족 최초의 치욕, 평성의 치 22.01.12 102 1 11쪽
38 모사 진평의 신묘한(?) 계책 22.01.11 84 1 10쪽
» 완벽한 패배 21.08.28 95 1 12쪽
36 한군의 연승과 북진 21.08.21 94 1 12쪽
35 황제의 친정 21.08.19 98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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