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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원을 굴복시킨 영웅(반동북공정 시리즈 1- 중원무상)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Yourinn
작품등록일 :
2021.06.15 14:38
최근연재일 :
2022.03.04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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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6,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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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3.02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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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북한화친, 그리고 영웅의 죽음

DUMMY

풍비는 여전히 머리를 조아린 채 황제에게 아뢰었다.

“신 대선우 묵돌께서 양국 사이에 일어나고 있는

작금의 불편한 오해에 대해 제대로 그 연유를 황제 폐하께 고하고

이를 풀라 하시는 명을 받자왔사옵니다.”

그러나 여전히 황제는 퉁명스럽게 풍비를 대했다.

“오해라고 할 것이 뭐가 있겠소?

훈국이야 우리 한나라를 늘상 신의 없이 대하는 것이 어디 한두번이요?”


“아니옵니다. 폐하. 참으로 오해이시옵니다.

우리 대선우께서는 폐하께서 등극하시어

친히 모범을 보이시며 백성들을 돌보신다는 말을 전해 들으시고 감명하시어

폐하의 그러한 선정에 맞추어 양국의 우호 또한 변함없이 계속되시기를 바라는

아름다운 뜻을 가지고 계십니다.”

“그래요?”

여전히 탐탁치 않았으나,

자신들이 입장에선 그 오만방자하기 이를 데 없는

대선우 묵돌의 뜻하지 않은 미사여구가 황제도 내심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일전에 우리 훈국이 한나라쪽으로 군사를 돌린 것으로 인해

폐하의 심기가 불편하신 것을 어찌 모르겠습니까.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월지가 간교하게도 한나라와 훈국을 이간질시키기 위해 부린 계략에

저희 역시 속은 것이오니 부디 이를 헤아려 주시오소서.”

가만히 듣고 보니 월지후왕이 공조를 위해 자신에게 보낸 밀사나

일전에 풍비가 찾았을 때 자신들에게 제시한 증거로 미루어 보아

훈국에 비해 국력이 약한 월지쪽에서 자신들을 전쟁에 끌어들이기 위한 농간이 분명 있긴 있었을 것이다.


“곧 영명하신 우리 대선우께서 그 사실을 아시고

한나라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우현왕에게 명하여 군사들 돌리신 것이오니

이 점 깊이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풍비 역시 그 능숙능란함에 있어서 승상 진평에 못지 않았다.

월지측에서 그런 공작을 부린 것은 양측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기에

모든 허물을 그곳으로 돌리며 자신들의 행위를 합리화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양국을 갈라 놓은 저 간악한 월지를 우리 대선우께서 패망시켰사오니,

이는 곧 본국의 기쁨과 동시에 어찌 한나라에도 큰 기쁨이라 아니할 수 있겠사옵니까.

부디 함께 승전을 축하하시고 오해로 인해 차질이 빚어진

양국의 우호를 다시 예전으로 돌리실 것을 간곡히 청하나이다.”

풍비의 말대로 할 것 같으면 월지국이 한나라와 훈국을 이간질시켰고,

대선우 묵돌이 그 월지국을 패망시켰으니

한나라에게 피해를 입히기는커녕 오히려 한나라의 근심을 덜어준 격이 되지 않는가.


이제 패망해서 사라진 월지국에게 자신들의 모든 허물까지 뒤집어 씌우고 있음이 뻔했으나,

앞뒤 아귀가 딱 들어맞는 풍비의 논지에

한나라 조정 사람들은 뭔가 불만이 가득하면서도 선뜻 반론을 제기하지 못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었다.

“어서 폐하께 보여 드리지 않고 뭣들 하느냐.”

풍비를 수행한 일행들이 황제의 앞에 큰 상자를 대령하였고,

그 안에는 또한 금이 가득 들어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풍비가 대령한 이 보화는 이전과는 사뭇 성격이 다른 것이었다.


“대선우께서는 일전에 우리 훈국이 한나라에 군사를 돌린 것으로 인해

혹 피해를 입으신 것이 있으시오면 이로써 갈음하시라 전하셨습니다.”


알타이산은 금이 많이 나는 관계로 금산이라고도 한다.

저번에 벌어진 전쟁에 대한 일종의 피해 보상금 격으로

알타이에서 난 질 좋은 금을 대선우 묵돌이 한나라 황제에게 보내온 것이었다.

평소에 툭하면 자신들에게 양식이나 갖다 바치라던

훈국의 이런 성의에 한나라 조정의 신하들은 다들 놀랄 수밖에 없었다.


“폐하께서 백성들을 사랑하고 계심이 우리 훈국에도 널리 알려져

대선우께서도 이를 들으시고 흠모하는 마음을 감출 수 없으시어

이웃나라의 군주로서 폐하의 선정에 미력이나마 보탬이 되기를 바라고 계시오니

부디 간압해 주시기 바랍니다.”


한문제 유항 역시 그런 재물 따위에 흔들릴 사람은 아니었으나,

훈국 측의 태도가 이전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사실에 적지 않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 다는 말이 있다.

뜻하지 않게 상대가 저리 호의를 베푸니

어떻게 대놓고 면전에서 박하게 할 수 있겠는가.

“짐 역시 대선우의 뜻을 잘 알아 들었소이다.

조정 대신들과 앞으로 양국의 우호를 위해 무엇이 좋은지를 상의할까 하니

사신께서는 일단 물러가 피곤한 여정을 풀도록 하시오.”


황제는 훈국 사신 일행에게 부족함이 없이 예우를 해 주는 한편으로,

평소 자신들에게 저리 거만하던 훈국 측이 무슨 다른 꿍꿍이라도 있는지

또한 저러한 호의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신하들과 상의했다.


저번 고노에서 훈국과 일전을 벌인 장수들은 저 또한 훈국의 계략이 분명하니

당장 사신을 쫓아내고 전쟁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상주했으나,

화친을 주장하는 다른 신하들 역시 훈국의 호의가 이번만큼은 진정성이 보이니

이쯤해서 적당히 받아들이는 편이 훨씬 득이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이번에는 혈기 방장한 젊은 황제 유항의 귀에

화친을 주장하는 신하들의 말이 훨씬 더 잘 들리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저들의 태도에 격노했으나

차츰 시간이 흘러 냉정을 찾고 나자

황제는 현실이 어떠한지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전쟁 준비가 녹녹지 않았다.

전쟁은 돈 먹는 하마다.

저들의 공세에 맞서 방어하는 것에 비해 저들을 정벌하는 것은

그 보다 몇 배나 더 힘이 소요된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려면 백성들을 쥐어짜야 했으나,

차마 그리할 수 없었던 문제에게 전쟁 준비는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었다.


그에 반해 훈국은 화친을 주장하는 신하들이 지적한 대로,

서방의 강국 월지마저 패망시키고

그 여세를 몰아 여러 나라들을 복속시켜 그 기세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이제 훈국은 몽골초원 대륙뿐만 아니라 하남과 하서주랑, 그리고 준가리아 평원까지 정복하며,

그야말로 대제국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당시 그 영토의 크기에 있어서도

이미 훈국은 기껏 황하 일대와 양자강 북단을 실질적인 영토로 삼고 있었던 한나라보다 더 광대했다.


또한 저들을 힘들게 공격해서 그 땅을 차지해 본들

저 북방의 땅은 늪과 소금기가 많은 황무지라

사람이 살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이 황제를 가장 설득하고 있었다.

농사를 짓는 자신들에게는 별 쓸모 없는 북방 초원을 가져 보아야

오히려 유지하고 지켜 내는 일이 더 성가시게 될게 뻔했다.


한마디로 이편에서는 아무리 훈국과 전쟁을 벌여보아야

그리하여 어떠한 결과가 나든 실익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바야흐로 엄청난 대제국을 이루고 거칠 것이 없었던

저 훈국의 대선우 묵돌이 의외로 최측근을 보내어 저리도 자신의 체면을 세워주니

이쯤해서 적당히 받아들이는 것이 누가봐도 훨씬 득이었다.


결국 황제 유항은 화친을 주장하는 신하들의 의견을 좇아 훈국에 사절단을 보내기로 하였고,

훈국에서 보낸 재물은 전쟁 때 참전한 장수들과 병사들에게까지 포상으로 골고루 나누어 주니,

한나라 백성들은 모두 황제의 덕을 칭송하였다.



한나라와 훈국의 국경에서 장이 다시 열리고

기원전 174년,

한나라의 황제가 훈국의 대선우에게 화친을 위한 사절을 파견해

지금까지 한나라는 훈국에 후한 예우를 보였는데 반해 항상 약속을 어긴 것은 훈국이었으나,

일전에 우현왕이 본국을 침범한 일은 뭔가 오해가 있는 듯하니 너무 책망하지 말기를 바라며,

대선우가 앞으로 분명히 관리들에게 고하여 약속을 저버리는 일이 없게 하면

자신들도 그 뜻을 충실히 따를 것을 밝혔다.


또한 대선우가 몸소 장군이 되어 군사들을 거느리고 여러 나라를 정벌하여 승리했음을 축하하며,

각종 화려한 의복과 장신구, 그리고 비단을 선물로 보낸다.



대선우 묵돌과 한문제 유항 간에 다시 화친이 성립되며

이로써 몇 년간 전화로 소용돌이쳤던 동아시아는 다시 평화를 맞이하는데···



그러나 대선우 묵돌은 준가리아 북단으로 밀려난 대월지를 저대로 둘 수는 없었다.

더 이상 자신들의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한 풀 꺽이긴 했으나,

새족을 쫓아내고 풍요로운 일리강 유역에 자리잡은

저들이 언제 또다시 힘을 회복해 준동할 지 몰랐기 때문이다.


불씨는 완전히 꺼질 때까지 살려 두면 안되는 것이다.


지난 월지국과의 대전 후유증이라 할 수 있는 남방과의 갈등을 교섭하는 한편으로

대선우 묵돌은 동서방의 전 초원에서 아직 복속하지 않은

유일한 대월지를 정벌하기 위하여 친히 군사들을 조련하고 있었다.



결국 남방 한나라의 문제와 무난히 화평을 매듭지은지 얼마 후,

새로이 점령한 서방 초원의 여러 지역과 부족들 역시 안정을 찾았다고 판단한

훈국의 대선우 묵돌은 대월지의 정벌을 명한다.



그러나 대월지를 향한 출정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군사들의 사열을 받은 직후

갑자기 대선우 묵돌은 쓰러지고 말았고,

곧 회복할 것만 같았던 대선우의 병마는 갈수록 위중해 지고 있었다.


말년까지 거듭되는 대서방 정복 전쟁으로 인한 과로로 인한 것이었고,

대선우의 상태가 차도를 보이지 않자

선우정은 곧바로 비상 사태로 돌입한다.



자신이 더 이상 일어나지 못할 것을 예감한 묵돌은

평생을 함께 했던 대선우비와 측근들을 병상으로 불렀고,


변방에서 새로이 편입된 부족들을 잘 관리하고

서역 정벌에 공이 큰 태자 계육에게 자신의 뒤를 이을 것과

한나라와는 더 이상 분쟁하지 말고 화친을 유지할 것과

마지막으로 차지하고 있는 땅에 비해 인구가 적은

자신들은 갖고 있는 습속을 잃게 되면 곧 사라질 운명에 처할 것이니

절대 다른 나라의 습속에 동화되지 말고 후대에 이를 계승할 것을

유언으로 남긴 후


기원전 174년,

동아시아의 역사에서 새로운 전기를 열어 젖힌 한 영웅은 숨을 거둔다.



갑자기 대선우가 쓰러지고

뒤를 이를 태자가 아직 변방에 주둔하고 있었던 관계로

자칫 훈국 내부에서 예기치 않은 분란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훈국의 수도 선우정에는 려군과 풍비가 있었다.

그들은 후사를 마무리할 때까지 일단 대선우의 죽음을 비밀로 부치기로 한다.


“장장군, 이 사람은 조선에서 온 이방인이고,

그대 역시 원래는 다른 편에 있었던 사람이었으나,

대선우께서 배려해 주신 덕에 지금까지 과분한 은혜를 누렸으니,

편히 눈을 감으실 수 있도록 끝까지 책무를 다하는 것이 마땅한 도리가 아니겠소.”

풍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호위대장께서는 친위대를 이끌고 선우정을 지키시오.

내 밤을 새워 달려 태자를 선우정으로 모시겠소이다.”

려군 역시 같은 생각이었고, 두 사람은 즉시 행동에 돌입했다.


“대선우께서 목숨을 걸고 평생에 걸쳐 일으키신

이 나라가 남방의 진나라 꼴이 나서야 되겠소이까.”

남방의 사정에 밝았던 풍비는 무소불위의 진시황이 죽자마자

그 틈을 노린 몇몇 간신배에 의해 진나라가 풍비박산이 난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말해 무엇하겠소. 이곳 걱정은 마시고,

장군께서는 부디 태자를 모시고 무사히 선우정으로 귀환하셔야 하오.”

려군이 친위대를 이끌고 묵돌의 시신을 지키고 있는 대선우비는 물론

선우정 곳곳을 철통 같이 방비하는 것을 본,

풍비는 곧바로 일단의 군사들을 이끌고 태자가 있는 곳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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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귀향 22.03.03 91 1 7쪽
» 북한화친, 그리고 영웅의 죽음 22.03.02 74 1 11쪽
59 남방에 당도한 기이한 서신 22.02.28 69 0 11쪽
58 대월지의 기사회생과 동아시아의 민족 대이동 22.02.25 64 1 13쪽
57 11부 다시 찾아온 평화 - 망국의 일격 22.02.23 61 1 12쪽
56 기원전 177년, 불타는 연지성과 월지국 최후의 날 22.02.21 72 1 12쪽
55 무너진 흑수 방어선 22.02.18 88 0 11쪽
54 뒤바뀐 전선, 그리고 역공 22.02.16 71 0 11쪽
53 남방으로 번지는 전쟁의 불길 22.02.14 72 0 12쪽
52 10부 마지막 전쟁, 대월지전 - 대전의 서막 22.02.11 81 0 11쪽
51 명군의 등장, 그러나 또다시 요동치는 천하 22.02.09 84 0 12쪽
50 개국 공신들의 반격 22.02.07 85 0 13쪽
49 끝내 좌절된 복수, 그리고 또 다른 복수의 시작 22.02.04 78 0 13쪽
48 9부 태평성대의 마지막 불씨 - 앙심을 품은 악녀 22.02.02 84 0 14쪽
47 고래싸움 앞의 새우 22.01.31 95 0 12쪽
46 3대 악녀 여태후의 굴욕, 농서(弄書)의 치 22.01.28 135 0 12쪽
45 남방에 부는 피바람 22.01.26 94 0 13쪽
44 조선인들 22.01.24 109 0 12쪽
43 한나라에서 온 공주 22.01.21 93 0 12쪽
42 8부 대선우 묵돌과 동아시아의 태평성대 - 천하의 진정한 패자는 누구인가. 22.01.19 87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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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선우와 황제의 대면 22.01.15 85 1 13쪽
39 한족 최초의 치욕, 평성의 치 22.01.12 97 1 11쪽
38 모사 진평의 신묘한(?) 계책 22.01.11 77 1 10쪽
37 완벽한 패배 21.08.28 90 1 12쪽
36 한군의 연승과 북진 21.08.21 87 1 12쪽
35 황제의 친정 21.08.19 92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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