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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rinn 님의 서재입니다.

중원을 굴복시킨 영웅(반동북공정 시리즈 1- 중원무상)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Yourinn
작품등록일 :
2021.06.15 14:38
최근연재일 :
2022.03.04 20:01
연재수 :
6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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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96
글자수 :
326,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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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21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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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한군의 연승과 북진

DUMMY

번쾌가 앞을 가로막고 나섰다.

“어디 감히 변방의 오랑캐 놈들이 황제 폐하의 앞을 가로막고 나서는 것이냐. 썩 물러가지 못할까!”


그러나 우현왕 역시 번쾌에게 그대로 화답했다.

“봐하니 그대는 호위 무장인 듯한데,

그대야말로 어찌 무엄하게 왕이 말을 하는데 함부로 나서서 토를 다는 것인가!”

“아니, 뭐라!”

왕의 신분인 자신에게 어디 일개 장수 따위가 나서서 상대하느냐는 것이었고,

오랑캐, 그것도 새파란 젊은 놈에게 그런 취급을 받은 한나라 개국공신 번쾌는 격분할 수밖에 없었지만,

훈국의 우현왕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우리 선우께서 이웃나라 간에 우호를 다지려고 하시는 아름다운 뜻으로 이곳에 친히 납시었건만,

그간 황제께서 이리도 무심하시니 참으로 섭섭하다는 뜻을 전하려 왔소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회동하시어 그간 소홀했던 양국의 우호를 함께 다져보는 것이 어떻소이까.”


구구절절 말은 번듯하나, 중원이라 자처하는 한나라측 입장에서는 그 내용인즉

완전히 자신들의 황제와 변방 부족의 수장을 동격으로 여기는 듯한 태도가 아닌가.


“네 이놈!”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번쾌가 황제 유방의 명령이 떨어지기도 전에 그대로 우현왕을 향해 돌진했고,

그러자 우현왕 역시 주저하지 않고 맞서기 위해 나섰다.


단칼에 베어버릴 작정이었건만 거뜬하게 이를 막아낸 상대가, 천하의 번쾌와 막상막하의 일전을 벌이는 것이 아닌가.

상대인 우현왕이 용력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았을뿐더러

마상 전투에 훨씬 더 숙달된 무예 솜씨로 갈수록 번쾌에게 예리한 공격이 가해지고 있었다.


“이런, 좀 쉬었다가 다시 하는 것이 어떠하신가.”

“뭐야! 이 놈이···”

그 와중에서도 우현왕은 여유를 부렸고,

격노한 상태로 동작이 거칠어지기만 하는 번쾌를 상대로 우현왕의 창 끝에 위험한 순간까지 벌어지려 하고 있었다.


보다 못한 주발이 번쾌를 지원하기 위해 나섰다.

그러나 한나라의 내노라하는 두 무장을 상대로 우현왕의 기세는 조금도 밀리지 않고 있었고,

황제 유방을 비롯한 한나라쪽에서는 입이 딱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상대가 어느 정도인지 알 것 같았던 황제 유방이

왕릉까지 다시 가세시키자 이번에는 훈쪽에서도 좌현왕 호연록이 또한 가세했다.


노장 좌현왕 역시 보통이 아니었다.

건달 시절에는 황제 유방이 형님으로 모실 정도로 그 무력만큼은 대단했던 왕릉을 가뿐하게 상대하고 있지 않은가.


처음 보는 상대에게 기세에서 밀릴 수 없었던 한나라 측에서 관영과 항우에게서 투항한 용장 계포까지 내보내고 나서야

비로소 두 좌우현왕의 기세가 꺾이는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고 힘에 부친 그들이 어느 순간 갑자기 말머리를 돌리며 도주하기 시작했다.


그 한 번의 전투에서 저들이야말로 이번 전쟁의 진정한 상대라는 것을 직감한 황제 유방은 저들을 저대로 두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전군을 몰아 추격을 개시했다.


그러나 전 병사들이 기마대로 구성된 훈국의 군대는 빨랐다.

어느 새인가 시야에서 사라지더니 갑자기 나타나 화살을 퍼부으며 도주하기가 일쑤였고,

쫓고 쫓기는 추격전 끝에 결국 이석에까지 다다랐다.


그곳에 다다른 한나라 군사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3~4만이나 되는 군사들이 그곳에서 대기하며 좌우현왕과 합세하고 있었고,

결국은 좌우현왕이 자신들의 주력이 있는 이곳으로 유인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눈치챈 한나라 측은 대오를 정비하고 결전을 준비했다.


황제 유방은 측근들을 불러모아 이전과는 사뭇 다른 적에 대한 작전 회의를 열었다.

“저들이 아무리 보아도 이전에 우리가 싸워왔던 상대와는 많이 다른 것 같소이다.”

모두들 같은 생각이었다.


낭중 유경이 아뢰었다.

“폐하. 저들 북방 부족들은 유목을 생계로 하여 사시사철 이동하는 습관으로 움직임이 보통 날랜 것이 아니오며,

또한 저들의 숫자가 비록 적다 해도 모두 기병들인만큼 결코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닙니다.

저들을 계속 쫓으시다 혹 낭패를 볼 수도 있사오니

우리측 진영을 견고히 한 다음 저들이 우리를 공격할 때 기회를 엿보시는 것이 합당한 줄로 아뢰옵니다.”


나름 백전노장이었던 유방도 고개를 끄덕였다.

“저들의 움직임이 저리도 빠를 줄은 몰랐소이다.

필시 계속 물러나며 우리가 지치기를 기다리는 것 같소. 그러니 모두 그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하도록 하시오.”


이후 한나라 군사들은 이석에서 진영을 공고히 한 채 훈군에 맞섰고, 더 이상 훈군을 추격하지 않고 있었다.

결국 몇 번을 치고 빠지려 하던 훈군이 뜻대로 되지 않자 정면으로 전투를 도발하기 시작했다.


예상대로 저들의 강력한 기마대는 무시할 수 없는 위력을 갖고 있었고,

중앙부로 돌진하는 기마대의 공세에 일부 진영이 무너지기까지 했다.

그러나 한나라군 역시 이미 오랜 전쟁에 단련된 군사들로서 30만이 넘는 대군이었다.


아무리 훈의 기마대가 강한들 월등한 수적 우세를 보이는 한군의 방진을 무너뜨릴 수는 없었고,

흐트럼없이 진영을 갖추고 있던 맹장들이 여러 갈래로 나누어 곧바로 반격에 나서자 훈군은 여지없이 패퇴하고 말았다.


다시 훈군을 격퇴한 한나라는 유경의 의견을 좇아 섣불리 추격하지 않고 상대방의 추이를 관망하고 있었는데,

뜻밖에 패퇴한 훈의 진영에 수만 마리의 가축 떼가 그대로 남아 있지 않는가.


유목민인 저들이 군량으로 가축들까지 대동했으나 급하게 후퇴하는 바람에 그대로 둔 것이 분명했다.

유목민들의 가장 큰 재산인 저 가축들까지 놓고 도망친 것을 알게 된 한군은 자신들이 훈군을 물리쳤음을 확신할 수밖에 없었고,

황제 유방 역시 크게 기뻐하며 뜻밖의 얻은 전리품인 가축들을 병사들에게 나누어 주어 노고를 치하했다.


“역시 우리 황제께서는 뭔가 다른 분이셔.”

“그렇다마다, 항우를 이기신 분이 아닌가. 저런 변방 오랑캐들이 어떻게 우리 황제 폐하를 당할 수 있겠는가.”

난생 처음 푸짐한 육류를 마음껏 먹어 보게 된 한나라 병사들은 사기충천하고 있었다.


병사들을 배불리 먹이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게 한 유방은 훈군의 패잔병들이 누번으로 퇴각해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곳으로 진격해, 이번에는 전차와 기마대를 동원해 또 한 번 훈국의 군대를 격파하고 의기양양하게 진양으로 입성했다.


진양을 회복한 유방이 곧바로 한왕의 배신으로 넘어간 북방 지역을 모두 수복하고

내친 김에 훈족을 만리장성 북단까지 쫓아낼 궁리를 하던 중,

훈국의 선우 묵돌이 이끄는 군사들이 대곡에 주둔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유방과 그 휘하 장수들은 이 참에 상대방의 수장까지 완전히 눌러 버릴 생각으로 바로 진격할 태세였다.


유경이 다시 아뢰었다.

“폐하, 저들이 비록 패했다고는 하나 아무리 생각해도 저들의 동태가 뭔가 수상한 것 같사오니,

일단 저들의 요구를 들어 보는 척 가장하시어 저들 진영을 먼저 정탐해 보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그러나 다른 장수들은 생각이 달랐다.

“아니 이보시오, 낭중. 낭중께서는 이전부터 저들을 과하게 평가하시는 것 같소이다.”

유방의 동서 번쾌였다.

가뜩이나 저번 우현왕과의 대결로 심기로 불편했던 차에 유경이 자꾸만 저들을 추켜세우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던 것이다.

“저 따위 무지랭이 북방 부족들이 뭘 그리 술책을 부리는 것이겠소. 저들은 원래 저 정도 밖에 안 되는 족속들이요.”

본인도 개백정 출신인 주제에 또 뭔가 다르다고 여겼던 모양이다.


관영 또한 거들었다.

“그렇소이다. 우리가 벌써 저들을 물리친 것만 해도 세 번째요. 자꾸 그렇게 틈을 주다간 오히려 저들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격이 될 것이오.”

나름 전쟁터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장수들이 반박했건만,

그 때까지만 해도 유방은 유경의 뜻을 좇았다.


유방도 그렇게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훈국 좌우현왕의 무용이나 저들이 기마술로 보았을 때,

저들의 수장격이라 할 수 있는 선우가 이끌고 있는 본대는 뭔가 다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낭중의 말이 틀리지 않다. 한 번 알아본다고 해서 나쁠 것이 없지 않는가.”


유방은 유경을 비롯해 무려 10여명이나 되는 사신단을 대곡으로 보내 저들의 상태를 알아보게끔 했다.

상대를 그만큼 존중해 주는 척 그렇게 많은 사신단을 보냈으나, 내심 여러 사람의 눈으로 제대로 실상을 파악하려는 의도였던 것이다.



사신단이 돌아와서 앞다투어 하는 말은 거의 일치했다.

훈국의 군대가 형편없다는 것이었다.

군사들은 대부분 늙고 지쳐 있었고, 타고 있던 말들도 오랜 원정 때문인지 병들어 있다는 것이었다.

저들을 격파할 수 있음을 확신한 유방은 전군에게 공격을 명하려 했다.


곧바로 결심을 굳힌 황제 유방이 훈군을 공격할 것을 전군에 명하려 하려고 하자,

다시 낭중 유경이 급히 가로막고 나섰다.


“폐하. 나라간에 전쟁에 임할 시에는 필히 자신의 장점을 부풀려 보여주기 마련입니다.

하온데 신에게 보여지는 저들의 모습이란 늙고 지친 병사들과 병든 말뿐이라는 것은

필시 저들이 일부러 자신의 약한 모습을 비치게 해 우리 군사들을 유인하려는 계책을 꾸미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부디 공격을 재고하시고 신중을 기하시오소서.”


유경이 보기에는 훈군의 저러한 동태가 더욱 의심이 갈 수밖에 없었지만,

그쯤 되어서는 황제 유방도 자신이 이룩한 승리에 자꾸만 성가시게 초를 치는 듯한 유경에게 기어이 버럭 화를 내고야 말았다.


“내 그 동안 네 되먹지 않은 이야기를 그만큼 들어 주었으면 되었지 않느냐.

제나라 포로 놈 주제에 주둥이를 놀려서 출세하더니 자꾸 헛소리를 지껄여 군사들 사기만 떨어뜨리는구나!”


제나라 포로 놈이라는 말은 유경이 옛 제나라 출신이었기 때문이었다.

황제가 된 이후 체통을 지키기 위해 자중은 하였으나,

건달 출신이었던 관계로 한 번씩 성질이 발동할 때면 여지없이 욕지거리가 거침없이 나오곤 했다.


오죽했으면 유방의 욕지거리를 참지 못하여 역모를 꾀하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한다.


“내가 항우와 싸워서 이긴 사람인데, 그깟 북방의 오랑캐 하나 물리치지 못한단 말인가!

당장 저 제나라 놈을 옥에 가두어라! 내 북방의 오랑캐 족속들을 전멸시키고 온 다음에 저 놈을 벌할 것이야!”

유경은 더 이상 일언반구도 하지 못한 채 그대로 감옥으로 끌려 가고 말았다.


성가신 유경 때문에 노기가 등등해진 유방은 곧바로 전 군사를 북으로 진군시켰다.


훈군이 자신의 진격 소식을 듣고 꽁무니 빼기에 바빴는지 북방의 요새인 마읍까지 유방은 아무런 저항 없이 입성했다.

이런 요새까지 그대로 포기한다는 것은 여러 사신들이 본 바대로 저들은 상태가 좋지 않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고,

황제 유방은 마읍을 수복한 이후

이대로라면 자신이 진시황이 세운 업적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욕심까지 들기 시작했다.


진시황은 그저 하남에 있는 훈군을 몰아냈을 뿐이었지만,

자신은 이 참에 훈의 주력을 완전히 궤멸시키고 저들을 아예 복속까지 시킬 수도 있으리란 생각에서였다.


황제 유방은 이번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듯

더 이상 틈을 주지 않고 또 다시 북진을 개시했다.


그러나 당시 계속되는 승전에 고무되어 진시황을 능가하리란 과욕까지 부리고 있었던 황제 유방과 그 측근들은

앞으로 자신들에게 다가올 엄청난 사태를 전혀 예감하지 못한 채 헤어나오지 못할 구렁텅이로 빠져 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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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북한화친, 그리고 영웅의 죽음 22.03.02 75 1 11쪽
59 남방에 당도한 기이한 서신 22.02.28 69 0 11쪽
58 대월지의 기사회생과 동아시아의 민족 대이동 22.02.25 65 1 13쪽
57 11부 다시 찾아온 평화 - 망국의 일격 22.02.23 61 1 12쪽
56 기원전 177년, 불타는 연지성과 월지국 최후의 날 22.02.21 72 1 12쪽
55 무너진 흑수 방어선 22.02.18 88 0 11쪽
54 뒤바뀐 전선, 그리고 역공 22.02.16 71 0 11쪽
53 남방으로 번지는 전쟁의 불길 22.02.14 72 0 12쪽
52 10부 마지막 전쟁, 대월지전 - 대전의 서막 22.02.11 81 0 11쪽
51 명군의 등장, 그러나 또다시 요동치는 천하 22.02.09 84 0 12쪽
50 개국 공신들의 반격 22.02.07 85 0 13쪽
49 끝내 좌절된 복수, 그리고 또 다른 복수의 시작 22.02.04 78 0 13쪽
48 9부 태평성대의 마지막 불씨 - 앙심을 품은 악녀 22.02.02 84 0 14쪽
47 고래싸움 앞의 새우 22.01.31 95 0 12쪽
46 3대 악녀 여태후의 굴욕, 농서(弄書)의 치 22.01.28 135 0 12쪽
45 남방에 부는 피바람 22.01.26 94 0 13쪽
44 조선인들 22.01.24 109 0 12쪽
43 한나라에서 온 공주 22.01.21 93 0 12쪽
42 8부 대선우 묵돌과 동아시아의 태평성대 - 천하의 진정한 패자는 누구인가. 22.01.19 87 1 13쪽
41 승자와 패자, 그리고 마지막 점괘 22.01.17 82 0 13쪽
40 선우와 황제의 대면 22.01.15 85 1 13쪽
39 한족 최초의 치욕, 평성의 치 22.01.12 97 1 11쪽
38 모사 진평의 신묘한(?) 계책 22.01.11 77 1 10쪽
37 완벽한 패배 21.08.28 90 1 12쪽
» 한군의 연승과 북진 21.08.21 88 1 12쪽
35 황제의 친정 21.08.19 92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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