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션안 님의 서재입니다.

죽기 직전 꾼 꿈이 나에게 능력을 줬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션안
그림/삽화
션안
작품등록일 :
2024.02.20 21:36
최근연재일 :
2024.05.05 21:10
연재수 :
82 회
조회수 :
2,471
추천수 :
32
글자수 :
450,701

작성
24.05.02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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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취조

DUMMY

적막만이 맴도는 좁은 방 안.



방 안에는 오직 거울과 책상, 그리고 의자 두개만 놓여 있었다.


의자 하나엔 이미 고개를 푹 숙인채 두꺼운 수갑을 찬 사람이 앉아있었다.


곧이어 문이 벌컥, 열리고 인현이 서류를 든채 여유롭게 커피를 들이키며 들어왔다.


창문 하나 없는 회색빛 방 안에 책상 아래를 비추는 전구만이 빛나고 있음을 본 인현은 얼굴을 찡그렸다.


"어휴, 이게 뭐냐 이게. 벌써 깜빵 보낸 것도 아니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사람 반대편에 앉은 인현은 커피와 서류를 내려놓았다.


그는 손가락 마디로 책상을 똑똑, 두드리며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자는 척 하지말고 일어나라. 얼렁 끝내게."


".................."


이내 고개를 들자, 피폐한 남자의 얼굴이 드러났다.


그는 다름 아닌 이코였다.


"밥 좀 쳐먹고 다녀라. 사람이 새우등이 됐네."


"푸흐흐흐흐..."


이코는 대답없이 그저 조용히 웃기만 할 뿐이었다.


"자, 그럼 이제 털어놔보실까? 이런 일을 벌린 이유가 뭐야?"


"사람한테 왜 숨쉬냐고 묻는거야...? 진짜 바보 같은 질문이라고, 그거."


"예, 알겠으니깐 왜 숨쉬는지 한번 뱉어보세요."


"...놀이터를 만드려고, 흙모래를 열심히 깔아놨어. 허허벌판 위에서... 하나씩 시작해보려고."


전등빛에 비춰지는 이코의 그림자에는 초승달 모양이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근데... 자꾸 잡초가 자라나려고 하잖아. 그런건 놔두면 언젠간 숲이 되버려서 방해된다고. 그럼 어떡해야겠어..."


이내 광기에 사로잡힌 눈빛으로 인현을 바라보는 이코의 눈빛이 희번뜩거렸다.


"푸흐흡, 미리 뿌리채 뽑아내야 하지 않겠냐고..!"


"그러니깐, 방해될 것 같아서 미리 밟아 놓으려고 그랬던거다?"


"아니, 아니, 아니, 아니지... 그게 아니라고."


이코가 고개를 좌우로 세차게 흔들자 그의 의자가 덜컹거렸다.


그는 금방이라도 마구 웃음을 토해내고 싶은 듯한 표정이었다.


"잡초는 아무리 밟아도 어차피 다시 올라온다고... 난 아예 뿌리를 채로 뽑아내려고 한거라니깐? 원래 푸르른 것들은... 그렇게 해야지만...푸히히... 숨통이 끊어지니깐."


인현은 무표정으로 부들부들 떨며 말하는 이코를 바라보았다.


그는 이미 이코를 사람의 범주로 여기지 않고 있는 것 같았다.


한편, 그 시각 취조실 밖에선 거울 사이로 그들을 지켜보고 있는 정장인들이 있었다.


정장인들은 앉아서 저마다 각종 장치들과 cctv 화면을 만지고 있었고, 그 뒤에는 우빈과 이삭, 그리고 한 남자가 서있었다.


우빈 옆에 서있는 남자는 덥수룩한 머리에, 명찰은 꼬질꼬질 낡은 상태였다.


[정보원 팀장 양희준]


"진짜 또라이네요, 저거."


희준은 텀블러로 무언가를 마시며 말했다.


옆에서 우빈은 팔짱을 낀채 심각하게 취조를 보고 있었다.


"보통 놈 아니야. 뭘 하려고 한건지 확실하게 알아내야 해."


"말 안할 것 같은데."


"뭐?"


"내가 볼때 저놈, 팔다리 다 분질러놔도 말 안할걸요. 눈빛부터 보이잖아요, 제대로 미친놈인거."


"그럼... 지금 이러는 것도 의미 없다는건가?"


"그건 또 아닐지도 모르죠. 쟤 말하는거봐요."


희준은 손가락으로 거울을 툭툭, 두드리며 이코를 가리켰다.


"미친소리 늘여놓는 것 같아보여도 속에 다 의미 넣어서 말하잖아요. 원래 싸이코 같을수록 추상적으로 말하는걸 즐기는 법이죠."


"그래서 어떡하자는거야. 녹음 해놓고 말풀이라도 하자고?"


"어떡할게 뭐 있나요. 미친놈 입 불게 하려고..."


그는 텀블러를 다시 들이키며 말했다.


"더 미친 사람 들여보냈으면서. 저 양반이 풀이든 뭐든 알아서 하게 맡겨야겠죠."


우빈은 어째 걱정스러워 보이는 눈으로 거울 너머의 인현을 바라보았다.


희준의 말대로 방 안에 미친놈 둘을 넣어놓으니 걱정이 안될레야 안될 수가 없었다.


"스파이는 어떻게 심었던거냐?"


"내 장난감? 푸흐흐... 기특하긴 했어, 빨대 한번 꽂아놓으니 이것저것 다 빠져나오더라고..."


"어떻게 심었냐고."


"...난 말이야, 같이 노는 친구는 많을 수록 좋다고 생각하거든. 사람이라는건... 관계에 관계를 무는 것들이니깐. 무슨 말인지 이해하겠어?"


".................."


이코는 무응답으로 답하는 인현을 지그시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난 장난감도 친구들을 붙여놓는걸 좋아한다는 얘기라고."


"...아직 우리가 못찾은 쥐새끼가 더 있다는건가?"


"풉... 푸흐흐흡..."


이코는 새어나오는 웃음을 애써 감추려 했다.


아니, 감추려는 척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도 어떤 장난감일지는 몰라. 아니, 어쩌면 내 장난감이 아닐지도 모르지."


"...................."


이코가 계속해서 알아듣기 힘든 말만 뱉어내자, 인현은 서류를 넘기며 질문을 바꾸었다.


"악인도 네가 만든거냐?"


"악인...? 아, '그 것'들을 말하는거구나? 어쩌나, 그건 내가 아닌데."


"그럼 누가 만든거지?"


"푸헤헤, 말 못해주지. 비밀친구거든."


인현은 이내 서류를 내려놓으며, 손에 깍지를 낀채 책상 위에 올렸다.


"그럼 네가 말하는 그 비밀친구라는 작자가 악인을 만들었다는 얘긴가?"


"말은 똑바로 해줘. 공동제작이라고?"


"어떻게 만들었다는건데, 그래서."


"오호... 그게 궁금해? 그럼 날 잡아오지 말았어야지."


이코는 의자를 뒤로 빼며, 실실 웃는 얼굴을 인현에게 가까이 들이밀었다.


속삭이듯 말하는 그의 새까만 눈은 웃음을 띄고 있었다.


"내가 손수 보여주려고 했는데... 그 푸른빛 내는 놈이랑 노랑 머리 계집애로."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그 순간, 인현에게 머리채를 잡힌 이코가 순식간에 책상에 내리꽂혔다.


거울 사이로 상황을 보던 우빈과 정보원들은 전부 얼음장이 되었다.


"묻는거에만 대답하라고."


"쿨럭, 더 말해줘?"


이코는 입가에 피가 흘러나오면서도 여전히 미소를 거두지 않았다.


"그 자리에 있었던 애X끼들 전부 다-"



콰아아아앙! 콰아아아앙! 콰아아아앙! 콰아아아앙!



인현은 이코의 말을 듣지 않고 그의 머리를 책상에 연신 내리쳤다.


그 모습을 보던 우빈은 당황해하며 서둘러 인현과 연결된 마이크를 켰다.


"야, 너 미쳤어? 그만해!"


와중에도 희준은 계속 텀블러에 든 액체만 들이키며 태연하게 지켜보았다.


"일 났구만."



콰아아아아앙!



어느덧 책상에 피가 묻어나오기 시작하며, 이코의 몸이 축 늘어지자 인현은 그제서야 멈추었다.


인현은 입가에 띄는 살벌한 웃음과 함께 싸늘한 눈빛으로 이코의 머리채를 붙잡고 있었다.


그의 귀에 꽂힌 통신기에서는 우빈의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너 지금 뭐하는거야 이 새X야!"


"뭐하긴, 취조중이잖아."


인현은 광기어린 미소를 지은채 정신이 혼미해보이는 이코의 머리채를 흔들며 말했다.


"뭐해? 계속 읊어봐."


"푸큭, 푸흐흐흐흐흐흐......."



짜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이코가 여전히 실실거리며 눈을 똑바로 바라보자, 인현은 가차없이 이코의 따귀를 날렸다.


의자를 넘어트리며 바닥에 쓰러진 이코의 입과 코에선 피가 흘러나왔다.


"말을 하라니깐?"


허나 그럼에도 이코는 아직도 웃는 것을 멈출 생각이 없어보였다.


그는 오히려 이 상황이 재밌는듯, 혀를 내밀며 인현을 도발해왔다.


"너도 똑같구나? 나랑."



빠가아아아아아악!



"푸헉!"


이젠 인현이 아예 이코를 걷어차기 시작하자, 보다 못한 우빈이 취조실에 들이닥쳤다.


"야!! 그만하라고 이 미친새X야!"


우빈이 팔을 붙잡으며 말림에도 인현은 차가운 표정으로 이코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결국 우빈이 그를 밖으로 끌고 나가며, 취조는 종료되었다.


다시 홀로 이코만 남게된 방안에는, 끝내 참지 못하고 터져나온 그의 웃음소리만이 가득채워졌다.



◇◇◇



"후..."


인현을 데리고 나온 우빈은 화를 삭히며 잠시 숨을 들이내쉬고 있었다.


허리춤에 손을 올린채 꿋꿋하게 화를 눌러담은 그는 이내 인현을 돌아보았다.


"너 진짜 제정신이야? 지금 제대로 취조해도 뭐가 안나오는 마당에-"


"양희준."


그때, 갑자기 인현이 희준에게 웬 네모난 장치를 던졌다.


장치를 받아낸 희준은 텀블러를 내려놓으며 뭔가 만족한 듯, 밖으로 나가는 문으로 향했다.


"됐네. 수고했어요."


"뭐... 뭐야, 둘이?"


희준은 혼란스러워 하는 우빈에게 네모난 장치를 들어보였다.


"강제자백장치. 물론 반드시 머리에 부착해야하고, 장치가 부착됐다는걸 인식하지 못해야 작동돼요."


"뭐...?"


"말했잖아요. 저 양반한테 맡겨야 한다고."


희준은 그 말을 끝으로 바로 문 밖으로 나가 어딘가로 향했고, 인현은 어깨만 으쓱거렸다.


"난 그냥 쟤가 시키는대로 한거야."


"귀띰 정도는 해줄 수 있었잖냐..."


"에이, 재미가 없지 그러면."


"X랄 하고 있네..."


"아무튼, 이제 아마 저 놈한테서 정보 쑥쑥 뽑아낼 수 있겠지. 맘 편히 기다리고 있자고."


인현은 기지개를 피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밖으로 향하는 문을 향해갔다.


허나 이내 우빈이 가만히 서서 따라오지 않자, 그는 다시 돌아보았다.


"뭐해?"


"어? 아니, 그냥..."


우빈은 어딘가 모르게 어두워진 표정을 감추며 인현을 따라나섰다.


"...걱정 돼서."


"뭐가?"


"...아니야."



.

.

.



일주일 후



덜컥-



"우빈 선배?"


우빈이 수화기를 집어들자, 피곤에 쪄든 것 같은 희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무슨 일이야."


"예, 뭐. 다름이 아니라요. 추적 끝났어요."


수화기를 집은채 서류에 바쁘게 뭔가를 바쁘게 쓰고 있던 우빈의 손이 우뚝 멈춰섰다.


"...알아냈다고?"


"예. '그 쪽' 놈들 본거지요. 이코라는 놈, 술술 다 불더라고요."


"................."


우빈은 말없이 책상에 놓인 달력을 넘겨보았다.


날짜를 찬찬히 보던 그의 표정은 점차 굳어져갔다.


"선배? 어떡하시겠어요. 오늘 바로 팀 꾸려서 보내실건가요?"


표정이 한 층 어두워진 우빈은 달력을 다시 덮으며 답했다.


"...응, 그러자."


"근데 이거 거리도 꽤 되고... 아시겠지만 보통 파견이 아닐텐데요. 못해도 고급 이상인 인원으로만 채워서 가셔야해요."


"그래, 그래야지."


"...선배?"


"어?"


"괜찮으신거에요?"


희준의 물음에 푹 숙이고 있던 우빈의 고개가 튀어오르듯 들렸다.


우빈은 이내 주름 잡힌 미간을 짚었다.


"...어, 멀쩡해."


"선배, 이거 진짜로 보통 일 아닌거 아시죠? 신중하게 결정하셔야 해요."


"아니깐 걱정 말고 계속 얘기해봐.


"제가 봤을땐, 인현 선배까지 해서 같이 가셔야 할 것 같아요. 아무래도 고급 인원만으로는..."


"아니."


"예?"


우빈이 달라진 눈빛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의 눈에는 뭔가 굳게 마음 먹은 듯한 모습이 자리잡고 있었다.


"고급 처리원 전부 데려간다."


"어... 전부요?"


"응, 전부. 지금 건물 내에 있는 고급 처리원들로 하나도 빠짐 없이."


"그렇게까지 해서 가겠다구요...? 그럼... 팀을 고급 처리원 전부랑 인현 선배로 꾸려야 하는건가요?"


"어, 거기다가 나까지 포함해서."


"선배까ㅈ... 뭐라구요?"


우빈의 입에서 예상 외의 대답이 계속해서 나오자, 희준이 적잖이 당황한 것이 느껴졌다.


"아니, 잠깐... 선배까지도요? 선배가 직접 가시겠다구요? 이번 파견에?"


"그래."


우빈은 시계를 풀며, 옷걸이에 걸린 코트를 집었다.


창문을 등진채 수화기를 집은 그의 뒤로 드리운 햇빛이 먹구름에 가려지며, 서서히 사라져갔다.



"팀 대기 시켜. 바로 합류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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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공석(空席) 24.05.03 5 0 14쪽
» 취조 24.05.02 8 0 12쪽
78 또 병원이다 24.05.01 7 0 14쪽
77 사건 마무리 24.04.30 8 0 13쪽
76 인현 vs 이코 (2/2) 24.04.29 6 0 12쪽
75 인현 vs 이코 (1/2) 24.04.28 5 0 12쪽
74 정보원이 아니야 24.04.27 6 0 14쪽
73 피의 백화점 (fin) 24.04.26 8 0 12쪽
72 피의 백화점 (7) 24.04.25 6 0 11쪽
71 피의 백화점 (6] 24.04.24 6 0 12쪽
70 피의 백화점 (5) 24.04.23 4 0 12쪽
69 피의 백화점 (4) 24.04.22 7 0 13쪽
68 피의 백화점 (3) 24.04.21 6 0 12쪽
67 피의 백화점 (2) 24.04.20 6 0 13쪽
66 피의 백화점 (1) 24.04.19 10 0 13쪽
65 꺼름직함 24.04.18 6 0 14쪽
64 휴식 24.04.17 5 0 12쪽
63 증거찾기 24.04.16 5 0 11쪽
62 상급 처리원 전원 파견 (6) 24.04.15 7 0 11쪽
61 상급 처리원 전원 파견 (5) 24.04.14 5 0 10쪽
60 상급 처리원 전원 파견 (4) 24.04.13 6 0 11쪽
59 상급 처리원 전원 파견 (3) 24.04.12 6 0 10쪽
58 상급 처리원 전원 파견 (2) 24.04.11 10 0 12쪽
57 상급 처리원 전원 파견 (1) 24.04.10 6 0 11쪽
56 공사장 (3) 24.04.09 6 0 12쪽
55 공사장 (2) 24.04.08 8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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