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션안 님의 서재입니다.

죽기 직전 꾼 꿈이 나에게 능력을 줬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션안
그림/삽화
션안
작품등록일 :
2024.02.20 21:36
최근연재일 :
2024.05.05 21:10
연재수 :
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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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7
추천수 :
32
글자수 :
45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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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9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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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인현 vs 이코 (2/2)

DUMMY

인현의 앞으로 시커먼 늪지대가 드넓게 펼쳐졌다.


바닥과 천장을 타고 흐르는 검은 기류는 악의 기운을 가득 담고 있었다.


"무혼지대(無魂地帶)"


찢어져라 웃는 이코의 입에서도 기운이 김처럼 새어나왔다.


살의를 담은 광기가 섞여나오는 김은 두터운 안개를 만들어갔다.


짙게 깔리는 안개 틈 사이로 이코는 검게 물들인 눈만 남긴채 모습을 감추었다.


"숨바꼭질이나 한번 해보자고...."


그런 와중에도 인현은 주위를 뒤덮어가는 검은 기운들을 지그시 둘러보았다.


'몽현까지 쓰는 악인이라.....'


검은 기운에 진짜 늪지대처럼 발이 푹푹 빠지자, 인현은 피식 웃으며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끝까지 추잡스럽구만, 네놈은."


천장에서는 기운들을 뚫고 나온 무수히 많은 손들이 인현에게 뻗어나오고 있었다.


인현은 늪지대가 발을 붙잡고 있는 것이 느껴지자 손을 직접 휘저었다.



파사사사사사사사사사삭!



그의 은빛 기운에 의해 손들은 전부 바스러졌으나, 이내 손들은 다시 뻗어나왔다.


인현은 오히려 수가 더 늘어나 튀어나오는 손들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기운을 먹고 더 자라나는 구조인가......'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콱!



그때, 바닥에서도 손들이 기운을 뚫고 올라왔다.


허나 이번엔 손만 튀어나온 것이 아니었다.


초점없는 인간들이 서로 엉겨붙은채로 인현을 향해 기어나오고 있었다.


지성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는 모습의 인간들은 오직 인현을 죽이는게 목적인 듯,


서로를 밀치고 밟아대며 인현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


인현이 주위를 둘러보자 곳곳이 같은 상황이었다.


사방에서 기어나오는 수많은 인간들이 그를 중심으로 전부 몰려들고 있었다.


천장에서 뻗어나오던 손들 역시 기어나오고 있는 인간들이었다.


"..............."


주변을 둘러보던 인현의 표정은 싸늘하게 굳어갔다.


"뭐야~"


그리고 곧이어 인간들 틈사이에 숨어든 이코의 목소리가 늪지대에 울려퍼졌다.


"왜, 막 망설여져? 푸흐흐흐...."


인간들로 둘려싸여가는 인현은 얼음장 같은 눈빛으로 이코를 바라보았다.


"사람이 참 모순적인 이유가 뭔지 알아.....? 그 어떤 것보다 이성적인 종족인척 하면서 정작 감정에 휘둘려진다는거야......"


이코는 서서히 인현을 중심으로 좁혀져 가는 인간들을 제치며 다가갔다.


"개미 하나 죽이는거엔 꿈쩍도 안하면서 사람 죽이는거엔 왜들 그리 겁을 지레 먹는지...... 푸흐흐흐, 웃기지 않아?"


"................."


"너라고 뭐가 다를거라고 생각은 안했지. 아무리 괴물 같은 놈이더라도 밑바닥엔 결국 감정 한 방울 정도는 남아있으니. 그러니깐 결국-"


"쫑알쫑알...."


그 순간, 인현의 입가에 웃음이 돌아왔다.


다시 여유로운 기세를 보이는 인현은 손가락을 들어올려보였다.


"말 한번 더럽게 많네."


그는 검지와 엄지를 맞붙이며, 자신을 노려보는 이코를 향해 미소를 보였다.


"틀린 말은 아니지, 사람이라면 감정을 가진다는게."


그 순간, 이코는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위화감을 느꼈다.


무언가......매우 위험한 것이 자신의 눈앞에 튀어나오려는 느낌이었다.


"그중에서도 사람의 부정적인 감정이라는게 말이지.....참 아이러니하게도 다채로운 법이거든."



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인현은 사방에서 몰려들어 거의 다다른 인간들을 보면서도 전혀 미동도 없어보였다.


오직 그의 몸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한 무색의 빛만이 점점 커져가고 있었다.


이코는 자신도 모르게 식은땀이 절로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뭐야.......저 역겨우리만큼 밝은 빛은.....'


"그리고 어쨌든 너 역시 결국엔 사람이지. 감정에 휘둘리는."


"................"


이코는 늪지대 속에서 거대한 뼈를 꺼냈다.


그는 피로 보이는 얼룩이 덕지덕지 묻어있는 칼의 형상을 한 거대한 뼈를 들어올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죽여야돼.'


더이상 그의 표정에는 광기도, 웃음도 남아있지 않았다.


오직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강렬한 살의만이 몸을 휘감고 있었다.


그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서 이리 깊은 살의를 느껴본적이 없었다.


'뭔지 몰라도 안에서부터 요동치고 있다.... 반드시 지금 죽여야 한다고.'



다다다다다다다다-



이코는 인간들 틈 사이에 섞여들어 인현을 향해 맹렬히 돌진했다.


어느덧 인간들은 인현의 바로앞까지 드리워있었다.


"그러니 너에게도......."


그리고 인현의 주위를 둘러싸던 빛은 마침내 터져나오며,


어두컴컴한 늪지대 한가운데에 새하얀 연꽃을 피워냈다.


".....그 감정이라는걸 느끼게 해주지."



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늪지대 위로 그의 투명하리만큼 새하얀 기운이 퍼져나갔다.


부서진 차, 기둥, 바닥, 천장까지, 주위 모든 것이 백도화지 속에 파묻히며 전부 하얗게 변했다.


오직 이코와 인간들만이 색을 유지한채 달려오던 그 자세 그대로 돌처럼 굳어있었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곧이어 맞붙어있던 인현의 손가락 사이에서 기운이 응축되어가며, 이리저리 색이 바뀌어가고 있었다.


이내 무언가 결정한 것처럼 눈을 희번뜩거리는 인현에 따라, 손가락 사이의 기운 역시 하나의 색을 띄며 응축을 멈추었다.


그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생전 처음보는 색이었다.


"공간역전(空間易展)....."


그리고 인현이 굳게 누르고 있던 손가락을 끝내 튕겨내자,


응축되어 있던 기이한 색깔이 곧 백도화지를 물들이며 한없이 넓게 퍼져나갔다.




"백룸(Back Room)"




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

.

.



기운이 땅 속 깊은 곳까지 자리잡으며, 오직 이코만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내는 기술, 무혼지대(無魂地帶).


그것에 휘말린 상대는 늪지대에 발이 묶인채 그가 만들어낸, 속이 텅비어 껍데기만 남은 무혼체(無魂體)들과 싸워야 한다.


무혼체 하나하나는 위협적이지 않으나, 상대가 발산해내는 기운을 흡수하는 늪지대에 의해 끝없이 순환되어 나온다.


결국 기운으로 버틸수록 명만 제촉하는 것이기에 직접 맞서 싸워야하지만,


무혼지대는 상대가 죽을때까지 끝나지 않기에, 사실상 싸우는 것이 의미가 없었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상대의 기운이 이코보다 약할 경우의 얘기다.



.

.

.



'무슨........'


이코는 석상처럼 멍하니 서있었다.


체감상 시곗바늘이 한 틱 움직인만큼의 시간 정도로 느껴질만큼 찰나였다.


그 찰나에 이코의 모든 기운과 무혼체들은 사라지고, 오직 그 혼자만 남아있었다.


이코는 이해되지 않는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꼭 프리즘 안에 갇힌 것처럼, 일렁이는 색깔들로 둘러싸인 기이한 공간이었다.


"공간구현.......?"


무엇이 벽이고 무엇이 바닥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그는

주위에 손이 닿는대로 만져보았다.


난잡해보이나 정교하게 구성된 기운의 구조가 느껴졌다.


"아니, 이건........ '창조' 에 가깝다."


그는 무혼체들과 함께 공격하기 직전, 인현에게서 엄청난 양의 기운이 쏟아져 나왔던 것을 보았다.


그 말은 즉슨, 이 모든 것이 인현이 만들어낸 공간이라는 의미였다.


"말도 안되는 괴물이잖아, 그 놈....."


이코는 이내 웃음을 지으며, 바닥에 손을 짚었다.


"물론 그래도 내 놀이터를 없애버린건 건방지지만."


보통 공간구현이라는 것은 겉보기엔 강력한 능력이나,


아무리 정교하게 만들더라도 허점이 반드시 존재했다.


한 마디로 대게 파훼법이 명확한 능력이었기에, 직접적인 전투를 목적으로 사용하는 능력자는 거의 없었다.


이코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그는 공간자체를 깨부숴버릴 생각이었다.


'이 정도로 정교하게 만든건 흥미롭지만...... 지금은 죽이는게 먼저니깐. 부수고 나오자마자 바로 무혼지대를 다시 펼치면-'


그러나, 이내 이코는 표정이 굳어버리고 말았다.


흔들리는 그의 눈동자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잠깐......이게 대체.....'


"건축물이라는건, 내부 구조의 정교함에 집중할수록 내구도가 약한 법이지."


그때, 뒤에서 나타난 인현이 유유히 그를 향해 다가왔다.


"내구성을 높이는데엔 집중하지 않으니, 아무리 정교하게 만들더라도 망치질 한번으로도 무너질만큼 약해지니깐."


이코는 살기어린 눈을 치켜들며 인현을 노려보았다.


그런 그를 내려다보는 인현의 눈은, 이코를 한없이 하찮은 존재로 여기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래서 난, 망치를 빼앗아가는 방법을 택했지."



후우우우우우우우웅-



이성의 끈을 놓은 이코가 인현을 향해 마구 달려들었다.


허나 달려드는 그의 몸에선 어떠한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다.


"죽여버릴꺼야......!"


"걱정마, 돌아오긴 할테니깐."



사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인현을 잡아채려든 이코의 손은 그대로 그를 통과했다.


마치 허상을 잡으려 한 것처럼.


"물론 네가 살아서 나간다면 말이지."


인현의 모습은 서서히 사라지며, 오직 그의 싸늘한 목소리만 울려퍼졌다.


"내가 아까 말했지."


"나와......"


"감정을 느끼게 해주겠다고."


"나오라고!!"



쿠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그 순간, 공간이 지진이 난 것처럼 세차게 흔들리자 이코는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오직 인현을 죽일 생각으로만 가득차있던 이코는 곧바로 다시 일어서며 주위를 살폈다.


분노로 가득찬 살의로 인현을 찾는 그의 시선은 이내 뒤로 향했다.


"나오라니-"


그러나 뒤를 돌아본 그의 눈에서 살의가 빠르게 사라지며, 그의 몸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멍하니 위를 올려다보는 이코의 귀에는 인현의 목소리가 이어서 들려왔다.



"-한번 뼈저리게 느껴봐라.-"



곧이어 이코의 손이 벌벌 떨리며, 식은땀이 분수처럼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끝없는 무력감(無力感)이라는 감정을.-"


"허어어억......."


쿠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궁-



일렁이는 공간 사이에서 굉음을 내며 모습을 드러낸 것은,


다름 아닌 끝없이 하늘 위로 올라가는 크기의 인현이었다.


고개를 올려다보아도 보이지 않는 인현의 얼굴은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를 올려다보는 이코는, 인현의 발보다도 작은 존재였다.


"허어어억.....허어어억......"


결국 이코는 가쁜 숨을 내쉬며, 털썩 주저앉았다.


이제껏 살면서 한번도 느껴본적 없던 무력감이 그를 옥죄어오고 있었다.



쿠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



그때, 인현의 거대한 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땅을 향해 내려오는 광활한 크기의 손바닥은 하늘을 이루며, 개미에 불과한 이코를 잡으려 다가왔다.


손바닥 아래 드리운 검은 그림자 한가운데에 처량히 주저앉은 이코는무력하게 위만 올려다 볼 뿐이었다.


"거짓말이지......?"



후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자, 잠깐만......."


손이 내려오며 일어나는 태풍에 가까운 바람에, 이코는 끝내 비명을 터트리고 말았다.


"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콰장차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하늘을 뒤덮던 인현의 손이 곧 땅을 뒤덮으며, 프리즘 같던 공간이 산산조각이 났다.


동시에 퍼져나간 기운과 함께 공간이 사라지자 현실로 돌아온 이코가 땅에 풀썩, 쓰러졌다.


그리고 그의 뒤에서 유유히 걸어온 인현은 이코를 내려다보며 얼음장 같은 눈빛으로 웃음을 지었다.


".......결국엔 지도 똑같네."


이코는 이미 눈이 뒤집힌채 정신을 잃은지 오래였다.


상처하나 없이 가뿐히 승리한 인현은 늘 있던 일인 듯 익숙하게 핸드폰을 꺼내어 어딘가로 연락을 취했다.


"어, 여기 정리반 좀 보내줘. 응급지원도 같이."


인현은 축 늘어진 이코를 발로 툭툭 건드려보았다.


이미 정신을 잃은 이코는 눈이 뒤집힌채로 웅얼거릴 뿐이었다.


"아니, 내가 다친건 아니고..."


인현은 이내 이코를 지나쳐가 쓰러져있는 우강에게 갔다.


그는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우강을 들쳐업으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투박하신 우리 제자님이 좀 다치셔서. 빨리 보내줘."


통화를 끊은 인현은 우강을 조심스럽게 벽에 기대어 앉혔다.


그는 이어서 선아 역시 데려와 우강의 옆에 앉혔다.


둘 다 완전히 기진맥진한 듯, 기절한채 숨만 쌔근쌔근 쉬고있었다.




"하여간, 둘 다 몸 험하게 쓰는건 똑같다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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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위화감 24.05.04 4 0 14쪽
80 공석(空席) 24.05.03 5 0 14쪽
79 취조 24.05.02 8 0 12쪽
78 또 병원이다 24.05.01 7 0 14쪽
77 사건 마무리 24.04.30 9 0 13쪽
» 인현 vs 이코 (2/2) 24.04.29 7 0 12쪽
75 인현 vs 이코 (1/2) 24.04.28 5 0 12쪽
74 정보원이 아니야 24.04.27 6 0 14쪽
73 피의 백화점 (fin) 24.04.26 8 0 12쪽
72 피의 백화점 (7) 24.04.25 6 0 11쪽
71 피의 백화점 (6] 24.04.24 6 0 12쪽
70 피의 백화점 (5) 24.04.23 4 0 12쪽
69 피의 백화점 (4) 24.04.22 8 0 13쪽
68 피의 백화점 (3) 24.04.21 6 0 12쪽
67 피의 백화점 (2) 24.04.20 6 0 13쪽
66 피의 백화점 (1) 24.04.19 10 0 13쪽
65 꺼름직함 24.04.18 7 0 14쪽
64 휴식 24.04.17 5 0 12쪽
63 증거찾기 24.04.16 5 0 11쪽
62 상급 처리원 전원 파견 (6) 24.04.15 7 0 11쪽
61 상급 처리원 전원 파견 (5) 24.04.14 5 0 10쪽
60 상급 처리원 전원 파견 (4) 24.04.13 6 0 11쪽
59 상급 처리원 전원 파견 (3) 24.04.12 7 0 10쪽
58 상급 처리원 전원 파견 (2) 24.04.11 10 0 12쪽
57 상급 처리원 전원 파견 (1) 24.04.10 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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