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무협소설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국문학을 전공했고, 시를 쓰던 터라 글쓰기에 자신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전공 특성상 한자를 많이 아는 편이라 한자에 대해서는 별로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글을 쓰다가 다음 어학 사전을 수 십번도 더 봤네요. 어렸을 때(10대 후반) 만화방에서 한 질에 20권씩 하는 구무협을 제법 보았던 까닭에 자신있게 도전했는데, ‘헉!’, 말 그대로 ‘헉!’이었습니다.
우선 공간적 배경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탓에 가장 난감하던군요. 결국 인터넷을 뒤졌죠. 수많은 불로그에 들어가 사진을 보고, 중국 관광지도를 내려받아 위치 확인하고, 중국경승총람인가 하는 네이버 사전을 열어 놓고 글을 썼습니다.
그뿐인가요? 병장기의 종류를 제법 아는 편인데도 막상 그 이름들이 정확하게 생각이 나지 않으니 그 또한 웹서핑에 의존해야 했습니다.
등장 인물들의 이름을 짓고, 그들의 외모를 어떻게 정할까 고민하다가 영화배우와 가수로 나누어 적당한 인물을 찾아 매칭하고, 그들이 쓰는 무공을 창안하고 , 역사적으로 주요 사건을 연대별로 정리하고, 인물의 동선을 잡은 후 대략의 줄거리를 쓰는데만 한 달이 걸리더군요.
직접 써보기 전에는 시답잖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정말 쉽지 않은 일들이었습니다. 그런 난관을 뚫고 55만자 분량의 완결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중간에 휴재 기간을 빼고 꼬박 6개월이 걸리는 작업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젊은 사람들이 한자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간과한 탓인지, 아니면 재미가 없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욕심만큼 성과가 나지 않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애독하시는 다른 분들의 작품을 읽어보니 무협소설의 패턴이 많이 바뀌었음을 알게 되더군요.
우선 문체가 고색창연하지 않고 현대적인 느낌이라는 것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쉽고 감각적인 우리말, 현대말을 맛깔나게 쓰는 작품들이 인기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구무협에 비해 심리묘사를 비롯해 묘사가 많이 티테일해진 것도 특징이었습니다. 인물의 사소한 동작과 표정까지도 섬세하게 묘사한 작품들이 많더군요.
또, 무작정 싸우고 죽이는 것만으로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치밀한 사건 전개를 통해 꼭 필요한 때에 싸워야지, 아무 때나 피범벅을 만드는 것으로는 독자들의 높아진 눈을 따라가기 힘들겠다는 것입니다.
연재를 종결짓고 나서 쓰려고 했던 후기인데 글이 풀리지 않아 쉬는 중에 몇 자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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