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인(雪人)
절망에게로 가자.
죽을 힘을 다해 절망으로 가자.
물팍시린 겨울 퀴퀴한 화장실에서 수음을 즐기며
냄비 팔아 가족생계 유지하는 게 도덕적인 것은 아니라고 말하던 그 낯뜨거운 얼굴을 염산에 15분쯤 담그고
오그라든 만큼 세상은 더 넓어보이는 절망에게 가자.
돌팍을 절망에 더 힘껏 들이밀자.
어지러움 속에는 늘 건져내고 싶어하는 안타까운 하늘이 골목길에서 구역질하며 자빠지는데
우리는 왜 쓰러지고 또 일어나야 하는가.
그냥 주저앉아도 좋을 밤이다.
그냥 자빠져서 코를 골아도 좋을 밤이다.
雪이 배꼽을 덮어야
아!
비로소 절망의 종점에 다다라
안도와 회한의 한숨을 내쉴 수 있는 것일까.
이 알 수 없는 눈물이
목구멍을 치밀고 올라오는 소리가 들리지 않느냐.
이 알 수 없는 사람이
가슴을 헤치고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지 않느냐.
막걸리처럼 희미하게 웃는 그 얼굴이 이젠 기억나질 않는다.
들풀처럼 바람에 일렁이며 절망으로 가자.
겨울이 가듯 그렇게 흔적 없이 절망에게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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