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강철의 종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20.04.27 10:05
최근연재일 :
2020.10.05 06:00
연재수 :
60 회
조회수 :
109,563
추천수 :
1,370
글자수 :
311,201

작성
20.09.09 06:00
조회
1,279
추천
20
글자
12쪽

흑귀부대

DUMMY

중국 남부 해안가. 발해만과 인접한 그곳에는 만주에서 전멸당하고 간신히 빠져나온 수천명 정도 규모의 군대가 기지를 만들고 주둔하고 있었다.


이제는 사실상 도적떼에 가까운 자들이었지만. 아직까지 군복을 입고 있는 그들의 전투력은 대한제국에게 큰 위험이 될 것이 자명한 바. 대한제국의 군부는 이런 골치아픈 패잔병들을 손 쉽게 처리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바로 흑귀부대. 미국과 세계 곳곳에서 사들인 흑인들을 주축으로 결성한 암살용 특수부대를 투입하는 것이었다.


서걱-


"억"


목을 베자 김빠지는 단말마가 짧게 나아간 후 추락했다. 마치 단말마의 몸뚱아리같이 말이다.


"다음. 저쪽. 지휘부. 암살."


끄덕끄덕.


동료의 어눌한 한국어를 알아들은 암살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한 번 자세를 낮추고 접근했다. 청의 군대가 전멸했다고는 해도. 아직 드넓은 청의 영토 곳곳에는 조직적인 저항력을 갖춘 패잔부대들이 셀 수 없이 많이 남아있었다.


"드르렁~! 드르렁~!"


살금.살금.


"크르름... 으음...칵!"


부웅- 콱!


"윽!"


그리고 이런 패잔 부대들을 처리하는 것이. 바로 흑인으로 이루어진 암살부대이자 특수부대인 흑귀부대의 역할이었다.


밤과 같은 피부색을 가진 그들은 검은색 제복을 입어 야간 경비들의 눈을 기만하기에 제격이었고. 오랜 노예 생활로 다져진 독기와 자유를 향한 갈망이 임무 성공률 94%라는 경이로운 달성률을 가능케 했다.


이 전쟁이 끝나면 자유가 기다리고 있다. 자신들을 해방시켜주고. 자신들에게 무기를 쥐여주신 전능하신 대한의 황제께서 돈과. 땅과. 집을 약속하셨다. 이 세상의 어느 백인도 약속하지 않았던 것들을. 대한의 황제는 기꺼이 약속한 것이다.


한 놈씩. 또 한 놈씩 죽여갈때마다. 자유는 가까워져 간다.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승리해야만 한다. 동포를 위해. 가족을 위해. 또 자신들의 후예를 위해서라도 그들은 반드시 싸워 이겨야만 했다.


"사령부. 전멸시켰다. 귀환한다."


다른 동료들의 입에서 똑같은 어눌한 한국어가 흘러나왔다. 백인들의 언어따위. 이미 잊어버린지 오래다. 그들은 이제 한국어를 모국어로 여기고. 한국을 조국으로 여기는 진정한 한국인이 된 지 오래였다.


*


-저항하는 자는 모두 사살하고. 순응하는 자에게는 보상을 내려라.-


대한제국군의 공식 지침은 모든 점령지의 철칙이었다. 감히 위대한 한(韓)의 이름을 더럽히는 오랑캐들 따위는 사람 취급을 하지 않아도 좋다. 이제 곧 대한제국의 영토가 될 이 땅에서 살 수 있는 자격은 오로지 한국인들만이 가지고 있으니까.


"너무 원망하지 마시오 신사 나으리. 우리도 먹고 살아야 하지 않겠수?"


"이 더러운 배반자 놈들! 황제 폐하의 신민으로서 부끄럽지도 않으냐!"


"이제 우리는 저 멀리 있는 평양의 황제를 모시기로 결정했소. 북경이나 평양이나 먼 것은 매한가지니. 적어도 더 강한 황제를 따라야 하지 않겠소?"


"이이...!"


"더 얘기해서 뭣하겠소? 그래도 한 때 받들었던 사람이니. 최후만큼은 내 눈으로 보아드리리다.... 하시오."


"장첸. 한국은 그대의 노고에 감사를 표하는 바이오."


탕!



대한제국으로서는 다행스럽게도. 오랜 전란에 지친 민중들은 대한제국을 묵인하거나. 아예 열렬히 환영함으로서 그들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였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당장 먹을 양식과 자신들을 외세로부터 지켜줄 강력한 힘이었지. 허울뿐인 청조에 대한 충성심 따위는 생존과 번영에 비교했을 때 우위를 지니는 가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대한제국 점령지 내의 취락들에서 현지인들에 의해 반란의 구심점이 되어야 할 신사 계층이 대거 숙청됨으로서. 점령지 내의 의병 활동은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되었다. 대청유신회가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을 대가로 일으키려 했던 수억명의 군세는 결국 과대망상으로 끝나고 만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하듯. 파죽지세로 진군하는 대한제국군의 위풍당당한 기백을 제지하려는 자도. 제지하는 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한때 천하의 패자라면서 거들먹거리던 그들은 굴종과 복종의 의미로 조잡하게 그린 태극기를 집밖에 내걸었을 뿐이다. 맹렬하게 진군하는 대한제국군의 총칼이 부디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향하지 않기를 기원하면서 말이다.


*


"중화의 이름으로 우리는 다시 한 번 뭉칠 것이다! 모여라 중원의 건아들아! 모여라 청조의 충신들아! 청은 멸하였으나 그들의 후예는 살아남아 다시 한 번 재기를 꿈꾸나니! 그 이름은 중화이니라!"


드디어 지긋지긋한 남부의 정글에서 벗어난 증국번은 300만의 장병들을 이끌고 아직 새로운 중화의 이름에 충성을 다짐할 수 있는 자들을 긁어모으기 시작했다.


그 수는 그가 거느리고 있는 군대에 비하면 미약하기 그지없었으나. 모든 것은 미약함으로부터 시작하는 법이니. 증국번은 결코 조급해하지 않았다.


이미 티베트 고원 일대가 중화제국의 영토라는 것을 인정하고 굴욕적인 협약을 맺은 대신. 중화제국은 100년 동안의 독립을 대한제국에게 보장받고 있었다.


"100년이라... 자고로 옛말에 국가의 중대사는 백년지대계(백년을 아우르는 큰 계획이라는 뜻)라 하였으니. 우리 한족들의 새로운 터전은 100년이 지나야 중원과 같은 풍요로움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폐하. 너무 상심하지 마십시오. 아직 이 중원에는 충성심을 가진 자들이 많습니다. 그들을 잘 규합하여 고원으로 이끈다면 언젠가 다시 한 번 천하를 손에 넣을 것입니다."


"그래. 그때까지는 대한의 천하를 보아야하겠지만 말이다."


증국번이 그렇게 말하자. 그 뒤를 따르던 이홍장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대체 어디서부터일까. 찬란하던 중화의 문명이 낡고 야만적인 문명으로 치부되어 외세에 짓밟히기 시작한 것이...


"여보게 이홍장이."


"예! 폐하."


"나는 이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어. 마음 같아서는 100년도 더 살고 싶지만. 내 육신은 이미 늙어버렸네. 내가 죽거들랑 자네가 다음 대의 황제가 되게. 이미 말을 맞추어 놓았으니."


"폐..폐하!"


이홍장은 증국번과 마찬가지로 한족 출신으로. 증국번의 직계 제자이다. 지난 번의 전쟁에서도 증국번을 따라 종군하여 여러가지 공훈을 세운 그는. 이제서야 그 공훈에 걸맞은 지위를 약속받은 것이다.


물론 아직 이 시대는 1866년일 뿐이다. 증국번이 죽기까지는 아직 6년이라는 시간이 남았고. 역사가 변하였으니 증국번의 치세도 더 길어질 수 있을 터다.


중화제국의 신민으로 살겠다고 맹세한 수만명의 유민들을 이끌고 티베트 고원으로 향하는 길은. 그들에게는 너무나도 길게만 느껴졌다.


*


시점을 바꾸어. 티베트 고원으로부터 멀리멀리 떨어진 평양의 태황궁.


"으흐음. 좋다. 참으로 좋아. 흑귀부대는 제 몫을 잘 해내고 있고. 점령 목표지들은 착착 합병되고 있으며. 러시아군은 여전히 북설성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구나."


황제는 각지에서 들려오는 보고에 흡족하게 웃으면서 보고서를 들썩였다. 아군의 사상자는 거의 없고. 보고서를 꽉꽉 채우는 것은 죽어나간 적들과 달성한 임무들뿐이었다.


그러나 황제는 결코 자만하지 않았다. 중국 대륙의 광할함은 끝이 없고. 현재 대한제국의 인구수로 이를 점령하는 것은 바보나 하는 짓이나 다름없다. 그렇기에 그는 최대한 현지인들을 포섭하여 현지 점령을 수월하게 만들고. 1880년까지 제국의 인구를 1억까지 끌어올린다는 원대하고도 자그마한 계획을 세워놓았다.


지금이 1866년이니. 14년 동안 3000만명의 인구를 확보하기만 하면 되는 아주 쉬운(?) 계획이었다. 당장 지금 확보한 지역의 인구만 해도 1000만명은 거뜬히 넘을 것으로 예상되었으니. 모든 점령 목표치를 달성하고 수년에 걸쳐 인구조사를 실시한다면 3000만명따위는 금방 채우고도 남았다.


"이는 모두 성상의 신묘한 계책과 전선에서 그 누구보다도 용맹히 싸운 병사들의 공이니. 이는 곧 만년제국을 이어가라는 선황들의 계시이옵니다!"


"여태컷 우리 한민족이 이렇게까지 강성했던 적이 없었으니, 이제 한민족은 세계를 선도하는 우등 민족이자. 그 어느나라보다 살기 좋은 지상의 낙원이 되었나이다! 이 모든 것은 태황 폐하의 공이시니. 부디 신들의 절을 받으소서!"


"""신들의 절을 받으소서!"""


마치 조선시대. 인구 2000만명을 달성했던 것과 비슷한 광경이 또 한 번 펼쳐졌다. 이번에는 조선이 아닌 대한의 힘에 전율하는 신하들. 자신들의 앞에는 신과 같은 사내가 자신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모두 고개를 들라."


황제는 흡족했던 미소를 지우고.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고개를 든 신하들을 바라보았다.


"지금 우리 대한이 누리고 있는 성세가 얼마나 길 것 같은가?"


"..."


신하들은 섣불리 대답하지 못했다. 모든 황금기는 끝나기 마련. 다만 황금기가 지나가면 암흑기가 다가오는 까닭은 그 누구도 황금기의 끝이 어딘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만약 황금기의 끝과 암흑기의 시작을 안다면 황금기동안 이룩한 찬란함을 등불 삼아 암흑기 속에서 희망을 잃지 않으며 살아갈 수 있을 터.


"이 전쟁이 끝난 후... 빡빡하게 잡는다면 1870년대. 넉넉하게 잡는다면 1880년대를 끝으로 대한의 황금기는 끝을 맞이할 것이다.


현재 제국이 가지고 있는 우위는 오직 무기뿐이다. 이제부터 시작될 짧은 황금기에 다른 열강들은 우리 대한이 가지고 있는 무기를 어떻게든 손에 넣고. 그들의 발달된 국력으로 최대한 많은 양을 쏟아낼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최대한 막으면서 새로운 무기를 개발하고. 새로운 교리를 개창하고. 새로운 군대의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물론 과학 기술에도 상당한 자금을 투자해야겠지. 수학같은 기초학문의 발달이 미약하다면 아무리 기술을 발전시켜도 모래 위에 지어진 유리성과도 같으니 말이다.


어디 그뿐인가. 경제 규모를 확대시켜서 부를 끊임없이 순환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다시 한 번 이 제국에는 혁명과 반란이 터질 터이니."


황제의 계속되는 말에 신하들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귀를 열어 경청하기 바빴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들은 황제가 대체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으나. 오랜 시간 축적되어온 경험이 황제의 말은 절대로 틀리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황제는 젊었다. 아직 30대 중후반에 불과한 그의 나이는 제국에 있어서는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었지만. 정작 황제는 그보다 더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황제 자신의 능력으로 인해 이 제국은 유지되고 있다는 확고한 사실에. 그는 서둘러 대한제국을 진정한 근대 국가로 재탄생시킨 다음 입헌 군주제를 도입하여 그의 아들이 짊어질 짐을 덜고 아들이 실정을 하여도 충신들이 충분히 덮어줄 수 있는 정치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는 계획을 떠올렸다.


그것이 절대자가 준 기회를 잡아 다시 회귀한 이변이라는 자가 해야 할 의무이자. 동시에 너무나도 거대해진 제국을 효과적으로 지탱할 유일한 방법이었다.


물론 지금 당장은 꿈에도 꾸지 못한 계획이었지만. 언제나 그렇듯 시간은 흘러가기 마련이었으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강철의 종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1857년 기준. 대한제국 영토 지도. +1 20.07.16 3,156 0 -
60 한(韓) 에포크(완) +3 20.10.05 1,115 20 12쪽
59 사후정리 +4 20.09.30 1,022 20 12쪽
58 마지막 결단 +2 20.09.29 952 19 12쪽
57 옴스크를 공략하라 +4 20.09.28 924 20 12쪽
56 타타르의 멍에 +7 20.09.23 1,119 21 12쪽
55 발트 해의 결전 +2 20.09.22 1,061 21 12쪽
54 폭풍전야 +3 20.09.21 1,084 18 12쪽
» 흑귀부대 +3 20.09.09 1,280 20 12쪽
52 漢의 이름으로. +3 20.09.08 1,230 21 12쪽
51 진정한 전쟁의 시작 +2 20.09.07 1,210 16 12쪽
50 원래 전쟁은 자기 생각대로 되지 않는 법이란다. +7 20.09.02 1,239 22 12쪽
49 천명대전. +2 20.09.01 1,248 19 12쪽
48 시산혈해 +3 20.08.31 1,241 21 12쪽
47 우리는 전쟁을 할 것이다. +4 20.08.26 1,341 21 12쪽
46 동해보복 +2 20.08.25 1,361 27 12쪽
45 음지의 전쟁 +3 20.08.24 1,275 17 12쪽
44 어서 와 게릴라전은 처음이지? +3 20.08.12 1,413 23 12쪽
43 남방에서의 개전. +2 20.08.11 1,416 20 12쪽
42 도움! +2 20.08.10 1,381 24 12쪽
41 착한 제국주의 +3 20.08.05 1,520 25 12쪽
40 개화된 아시아. +3 20.08.04 1,564 25 12쪽
39 하나가 되지 못한다면... +1 20.08.03 1,514 24 12쪽
38 천하무산자합일! +3 20.07.22 1,675 18 12쪽
37 인민의 제국 +6 20.07.21 1,709 24 12쪽
36 문명국의 군대. +3 20.07.20 1,654 22 12쪽
35 황제 폐하를 위하여! +5 20.07.15 1,717 23 12쪽
34 1달간의 여정. +1 20.07.14 1,663 22 12쪽
33 구원의 대가. +2 20.07.13 1,642 20 12쪽
32 차이점 +3 20.07.08 1,704 2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