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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강철의 종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20.04.27 10:05
최근연재일 :
2020.10.05 06: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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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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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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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우리는 전쟁을 할 것이다.

DUMMY

"본 대청국 정부는 1863년 5월 1일까지 만주에 주둔한 모든 대한제국 정부 기관의 해체와 군 병력의 철수를 권고한다. 만주는 본국 황실의 신성한 발원지이며. 대한제국은 이를 무단으로 강점하고 있으니. 천명은 곧 이쪽에게 있는 것이다.


만약 이를 이행하지 않을 시. 최후통첩을 무시한 것으로 간주하고. 선전포고 없이 즉시 전쟁 상태에 돌입하게 된다는 점을 유의하기 바란다."


"본 러시아 정부 또한 동맹을 맺은 청국의 입장에 동의하는 바이며. 대한제국이 청국의 최후통첩을 무시할 시. 청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얼마든지 군사적 조력을 줄 수 있음을 직시하기 바란다."


결국 최후통첩은 날려졌다. 무전을 통해. 전령을 통해. 어떻게든 너희를 파멸시키고 말겠다는 살기과 증오가 담긴 문장과 글귀들이 사람들의 눈과 귀를 통해 전해졌다.


그것은 지금까지 아슬아슬하게 유지되어오던 평화를 깨는 돌이자.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불화살과도 같았다.


사람들이 동요하기 시작했고. 징병관들이 청년들을 징집하기 시작했다.


전국에 총동원령이 내려졌고. 대한제국은 완전한 전시 상태에 돌입하였다. 전쟁까지 앞으로 1개월. 승리를 준비하기에는 너무나도 이른 시간이다.


"약속대로. 해상 봉쇄를 이행해줄 수 있겠습니까?"


"아직은 곤란합니다. 러시아가 본격적으로 참전하지 않았으니까요. 만약 러시아가 파병이 아니라 경제적인 도움만을 청에게 준다면. 우리의 의원들은 또 다시 갈라질지도 모릅니다."


"그럴 리 없습니다. 러시아의 차르는 이 전쟁을 크림의 대리복수로 여기고 있으니까요. 저들은 병력을 보낼 것이고. 당신들은 언제나처럼 세계의 평화를 위한다는 명목을 들쳐맨채 러시아를 굶겨 죽여주시면 됩니다."


"...최대한 노력해보겠습니다."


영국 공사가 암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만약 러시아가 정말로 전쟁에 미쳐서 영국의 해상봉쇄마저 무시한다면. 대한제국은 정말로 감당하기 어려운 이중전선에서 싸워나가야 한다.


한 번 전쟁을 결정한 국가 권력자의 마음을 돌린다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지극히 어려운 일이었으니까.


그리고 그것은. 비단 북경이나 상트페테르부르크만을 일컫는 것이 아니라. 평양의 태황궁에 있는 황제조차도 포함하는 말이었다.


*


평양의 태황궁.


평소에는 일반인들에게 개방되지 않는 태황궁에는 황제의 연설을 듣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가득했다.


성별도. 나이도 다른 이들이었지만. 그들은 모두 한민족이었다.


"우리는 건국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청과 러시아가 손을 잡고 제국의 강토를 위협하고 있으니. 7000만 신민들은 모두 일치 단결하여 제국의 흥망을 위해 싸워야 한다.


우리는 지난 10년간 많은 역경을 거쳐왔고. 수많은 시련을 거쳐 이제 우리 대한은 어느새 아시아를 대표하는 강대한 제국이 되었노라.


허나 늙은 용과 호랑이들이 그들의 송곳니를 드러내니. 이 전쟁이 끝난다면 이 극동에는 단 하나의 제국만이 남아있으리라.


허나 짐은 그 제국의 깃발이 자랑스러운 삼족오의 기상을 이어받은 태극기일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는 대륙에서. 반도에서. 바다에서 전선을 만들어 적들과 맞설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갈 것이고. 또 그보다 많은 자들이 슬퍼할 것이다.


저들의 수는 많고 우리는 적으며. 저들의 명분은 정당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그동안 피와 땀을 흘려 노력한 것들을 무력하게 포기해야 하는가?"


꽈악...!


연설을 듣고 있는 자들의 손아귀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무력하게 포기해야 한다니. 그럴리가 없지 않은가. 자신들이. 가족들이. 민족들이 싸워서 얻어낸 땅과 자원이다. 절대로 버릴 수 없다. 절대로 포기할 수 없다.


"짐은 그대들에게 묻고 있노라! 우리가 이룩한 것을 포기할 것이냐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자들을 황제가 다그쳤다. 정말로. 정말로 포기할 것인가? 우리가 이룩한 것을. 우리가 대한의 이름 아래 빛나는 신성이 되었음을 부정할 것이냐고.


"아닙니다!"


"그렇습니다! 싸우겠습니다!"


"황제 폐하를 위하여! 대한의 영광을 위하여!"


"""제국 만세! 황제 만세! 침략자들과 싸우자!"""


태황궁의 아랫쪽은 순식간에 부정과 긍정으로 가득찼다. 포기를 부정하고. 투쟁을 긍정하는 자들의 외침이었다.


"그렇다 신민들이여! 나. 대한제국 초대 황제 이변은 이 자리에서! 청과 러시아의 최후통첩을 거절함을 선언한다! 우리는 하나되었으니 두렵지 않고. 두렵지 않으니 싸울 수 있으며. 싸울 수 있기에 승리할 것이다!"


"""와아아아아!!!"""


"짐이 그대들에게 묻겠노라! 그대들은 총력전을 원하는가? 만약 할 수만 있다면 억조 인민의 목숨을 희생해서라도 저 간악한 침략자들을 격퇴하기를 원하는가?!"


"""예!"""


"그렇다면 또한 묻겠노라! 그대들은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겠는가?! 승리할 때까지는 배부름은 없으며. 따스함이란 없으며. 풍족함이란 없는 고난의 시기를 기꺼이 행군하겠는가?"


"""예!"""


"짐이 마지막으로 묻겠노라! 지금! 이 날! 우리의 제국이 저들의 제국에게 선전포고 하는 것을 동의하는가?!"


"""예!"""


넉넉하게 잡아도 수십년은 늦게 나올 전체주의의 광풍과. 파시즘의 광풍이 대한의 신민들에게 몰아쳤다. 이제 이 제국에 있는 신민들 중 전쟁을 거부할 수 있는 자는 없다. 황제는 단 한 번의 연설로 자신의 신민들이 스스로 평화를 거부하고. 강철과 피륙이 난자하는 전쟁을 선택하도록 만든 것이다.


태황궁에 모인 신민들과. 취재를 위해 나온 외신 기자들과. 염탐을 위해 잠입한 청과 러시아의 간자들은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제 이 전쟁은 어느 한쪽이 굴복하기 전에는 절대로 끝나지 않는다. 출구 전략은 없다. 오직 서로를 말살하기 위한 총력전만이 있을 뿐.


*


태황궁에서 역사에 길이 남을 총력전 연설이 발표된 지 일주일 후.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양성하고 있던 20만의 군대는 그대로 북상하여. 청군과 대치하고 있는 태평천국군과 합류했다.


질적으로 압도적인 우위에 있는 대한제국군이 합류한다는 소식에 태평천국군의 사기는 하늘 끝까지 솟아올랐고. 그와 반대로 이제 자신들은 죽을 때까지 싸울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안 청군의 사기는 바닥까지 가라앉았다.


"만나서 반갑소 김주혁 원수. 우리의 동맹이 이리도 굳건하니. 적들은 우리의 그림자만 봐도 도망칠 것이라 믿겠소."


"신임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천왕 폐하. 아국도 이제 청과 러시아를 향해 선전포고를 했으니. 이제 저희는 공동의 적을 가진 것이 아닙니까."


"허허. 맞는 말이오. 우리 태평천국이야말로 만민을 평안케 하는 하늘의 뜻을 전하는 나라이니. 어찌 이 전쟁에서 패배할 수 있겠소?"


혀에 기름을 바른 듯 자신들에게 천명이 있다고 주장하는 홍수전의 말에 김주혁 원수는 쓴웃음을 지었다. 제국의 힘이 조금만 더 강했어도. 이런 사이비들의 힘을 빌리지는 않았을 것이지만. 이미 맺은 동맹. 최대한 이득을 뽑아내는 것이 그의 임무였다.


대치하고 있는 청군의 숫자가 이미 340만을 넘어간다는 소식은 대한제국군에게도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제 남은 것은 태평천국군 40만과 대한제국군 20만을 합쳐. 60만으로 340만의 군대를 막아낼 전략과 전술을 강구하는 것 뿐.


불행 중 다행으로. 대한제국군에게는 개틀링 건과 신형 소총. 그리고 압도적인 보급력이 있다. 바로 아래가 본진이니만큼 보급만큼은 빵빵하다 못해 넘쳐흐른다.


충분히 해볼만한 전투고. 전쟁이었다.


"이 전쟁은 역사에 남을 것입니다 폐하."


"음. 짐도 알고 있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누가 역사에 남느냐가 아닙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천왕 폐하. 폐하께서는 역사에 남으시겠습니까. 아니면 역사를 기록하시겠습니까?"


그 순간. 홍수전의 눈이 댕그랗게 떠졌다. 원수가 무엇을 말하는지 모를 그가 아니었다. 명예롭게 멸망할 것인가. 아니면 비참하게 승리할 것인가.


"짐은... 역사를 기록하는 쪽에 서겠네."


정답은 하나밖에 없었다. 지는 순간 모든 것을 잃는다. 신앙도. 백성도. 국가도. 군대도. 모든 것을 걸고 붙는다면 당연한 대가였다.


그리고 그 중 하나가 되어야 한다면. 모든 것을 잃어서라도 승리하고 말 것이다. 그 길이 얼마나 참혹한 길이 되었던 간에 말이다.


"현명한 선택이십니다 폐하."


김주혁 원수가 옅게 웃었다. 그도 어찌 모를 수 있겠는가. 이제부터 치뤄질 전쟁은 세상을 뒤바꿀 전쟁. 아시아인들의 전쟁이었다.


"폐하. 지금부터는 제 말을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원수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천왕은 그저 대략적으로밖에 유추할 수 없었다. 어찌되었건 그는 군에는 무지한 자였고. 태평천국에는 대한제국이 필요했으니까 말이다.


*


와글와글.


의회장의 분위기치고는 시끌벅적한 이곳. 바로 영국의 웨스트민스터 궁전이었다.


분열된 의견을 가진 영국의 국회의원들은 어느 순간 토론을 멈추고. 한 여자가 왕좌에 오르는 것을 지켜보았다.


빅토리아 여왕.


그녀의 이름에 걸맞게 현 시대에 이르러서 대영제국은 세계 최강국으로 군림하고 있었다. 프랑스도. 러시아도 그 위신을 감히 넘보지는 못하리라.


그리고 지금. 그녀와 그들은 역사상 가장 수많은 이들이 죽어갈 전쟁에서 어느 편에 서야 하는가를 결정하려 하고 있었다.


여왕이 옥좌에 앉자. 의장은 엄숙하게 서 여왕에게 경례를 하고는. 오늘 올라온 유일한 안건을 제출했다.


"극동에서 전쟁이 시작되었구나."


무미건조한. 늙은 여인의 목소리. 허나 그 말을 거역할 수 있는 자는 이 자리에서 존재하지 않았다.


"대한제국은 우리 영국에게 러시아에 대한 해상봉쇄를 요구했고. 그 대가로 전쟁에서 승리할 시 산업 및 무역에 독점권과 우선권을 준다고 하였다."


목소리는 계속해서 퍼져나갔다. 의원들의 뇌에. 뇌리에. 귀에. 귓가에 박히도록.


"대한제국과 손을 잡고 청과 러시아와 맞설 것인가. 아니면 대한의 멸망을 보고만 있을 것인가.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마침내 여왕의 목소리가 끝나고. 의원들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근거와. 자신감이 오가고. 예상과 진실이 오갔다. 누군가는 러시아와 청의 승리를. 누군가는 대한의 승리를 점쳤고. 또 누군가는 무역 독점권과 산업 우선 진입권을 얻을 시 영국이 얻을 수 있는 막대한 이익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 러시아가 보여주는 행보는 다시 유럽을 위기에 몰아넣기에 충분하였고. 청 또한 늙었지만 어엿한 용이었다.


과연 지금 새로운 용으로 떠오른 대한제국이 늙은 용과 호랑이를 상대로 버티는 것을 넘어 결정적인 승리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인가.


이런 의문에도 불구하고 답은 정해져 있었다. 전쟁에서 대한이 패배한다면.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영국의 발판이 되어줄 국가가 사라지고. 극동의 부동항을 손에 넣은 러시아는 더욱 더 성장하여 영국을 노리는 칼날이 될 것이다.


이것은 논리의 문제가 아닌 상식의 문제였다. 결국 의원들은 답을 내렸다. 그 누구보다 전쟁을 사랑하는. 그들의 승리의 여신에게.


"폐하. 의회는 전쟁을 결의하였습니다."


"짐 또한 그렇다. 로열 네이비에게 명령을 내려라. 우리는 전쟁을 할 것이다."


작가의말

그대들은 총력전을 원하는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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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1857년 기준. 대한제국 영토 지도. +1 20.07.16 3,156 0 -
60 한(韓) 에포크(완) +3 20.10.05 1,115 20 12쪽
59 사후정리 +4 20.09.30 1,021 20 12쪽
58 마지막 결단 +2 20.09.29 952 19 12쪽
57 옴스크를 공략하라 +4 20.09.28 924 20 12쪽
56 타타르의 멍에 +7 20.09.23 1,119 21 12쪽
55 발트 해의 결전 +2 20.09.22 1,061 21 12쪽
54 폭풍전야 +3 20.09.21 1,084 18 12쪽
53 흑귀부대 +3 20.09.09 1,279 20 12쪽
52 漢의 이름으로. +3 20.09.08 1,230 21 12쪽
51 진정한 전쟁의 시작 +2 20.09.07 1,210 16 12쪽
50 원래 전쟁은 자기 생각대로 되지 않는 법이란다. +7 20.09.02 1,239 22 12쪽
49 천명대전. +2 20.09.01 1,248 19 12쪽
48 시산혈해 +3 20.08.31 1,241 21 12쪽
» 우리는 전쟁을 할 것이다. +4 20.08.26 1,341 21 12쪽
46 동해보복 +2 20.08.25 1,361 27 12쪽
45 음지의 전쟁 +3 20.08.24 1,275 17 12쪽
44 어서 와 게릴라전은 처음이지? +3 20.08.12 1,413 23 12쪽
43 남방에서의 개전. +2 20.08.11 1,416 20 12쪽
42 도움! +2 20.08.10 1,380 24 12쪽
41 착한 제국주의 +3 20.08.05 1,520 25 12쪽
40 개화된 아시아. +3 20.08.04 1,564 25 12쪽
39 하나가 되지 못한다면... +1 20.08.03 1,513 24 12쪽
38 천하무산자합일! +3 20.07.22 1,675 18 12쪽
37 인민의 제국 +6 20.07.21 1,709 24 12쪽
36 문명국의 군대. +3 20.07.20 1,654 22 12쪽
35 황제 폐하를 위하여! +5 20.07.15 1,717 23 12쪽
34 1달간의 여정. +1 20.07.14 1,663 22 12쪽
33 구원의 대가. +2 20.07.13 1,642 20 12쪽
32 차이점 +3 20.07.08 1,704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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